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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전업 힐러는 점점 강해진다

0. 프롤로그

2020.03.24 조회 161,268 추천 2,152


 전업 힐러는 점점 강해진다
 
 
 
 (프롤로그)
 
 나는 운이 좋다.
 
 새로 발매된 동물의 숲도 못하지만,
 좋아하던 닥터 페퍼도 이젠 못 마시지만,
 
 다시는... 가족도 만날 수 없지만 말이다.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다.
 인생의 길흉화복은 예측하기 어렵단 뜻이다.
 나는 그냥 나쁜 일이 오면 좋은 일도 온다는 뜻으로 쓴다.
 
 사부를 만났기 때문이다.
 
 갑자기 이세계에 오게 된 내 악운에 비례한 모든 행운은 그를 만나는 데에 다 써버린 게 틀림없다.
 
 현대인이 갑자기 처음 보는 세상에 떨어졌을 때, 정말 말도 안 되게 선의로 가득 찬 사람을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사부는 돼지 머리에 도끼를 든 괴물로부터 내 목숨을 구해줬을 뿐만 아니라, 따뜻한 음식과 자리를 내어준 이세계의 첫 사람이었다.
 
 글자와 말, 이곳의 문명을 가르쳐줘서 나는 적응할 수 있었고, 인간이 자연 속에서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지 알려줬다.
 
 그런 사부가...
 
 내 앞에서 죽어가고 있다.
 
 “울지 마라, 메시. 수명대로 살다가 죽는다는 건 이곳 사람들에게 대단히 축복받는 일이란다.”
 
 울고 있는 나를 오히려 위로를 해주는 나의 사부. 정말 착한 사람이다. 그래서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이곳에 떨어질 때만 해도 중학생이었고, 지금쯤이면 대학에 들어갈 나이가 된 나로서는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 낯설다.
 
 더군다나 이세계에서 유일하게 정을 준 사람이다. 나를 구해준 사람이다. 눈물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부가 죽는다면 정말 이세계에서 혼자가 되고 만다. 원래라면 5년 전에 시작했어야 할 홀로서기를 이제 시작해야 한다.
 
 “네가 그렇게 슬퍼하면 내가 안심하고 떠날 수가 없겠지. 머나먼 길을 떠나야 하는 여행자가 계속 뒤를 돌아보게끔 할 테냐?”
 
 미안해요, 사부. 그렇지만 눈물을 멈출 수가 없는걸요.
 
 “죽음은 또 다른 시작... 앞만 보고 어디론가 향하기도 바쁘다. 부디 나를 걱정시키지 말거라.”
 
 사부는 한 템포 쉬더니 힘겹게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먼저 사과를 하마. 숲에서 데려온 너를 끝까지 책임져주고 싶었지만, 신이 정해준 사람의 수명이라는 건 인간의 힘으론 어찌할 수 없었단다. 나는 내 남은 미래가 짧다는 걸 알고 있었고, 조바심이 난 나는 너를 적응시키기 위해 비교적 호되게 가르칠 수밖에 없었다. 만일 그때 감정이 상하고 섭섭한 게 있었다면 부디 용서해다오.”
 
 아니에요, 사부... 난 무려 한국에서 살다 왔는걸요. 사부가 호되게 가르쳤다는 수준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그렇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그리고 내 갑작스러운 죽음에 당황할 너에게 또 사과하마. 무언가를 잃는다는 걸 네게 가르치기 싫었다. 슬픈 것은 미루고 행복한 것만 보여주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네 밝은 얼굴을 보고 가고픈 노인의 욕심이었다. 결과적으로 네게 상처를 주고 말았지만 원망하지 말아다오.”
 
 사부가 아니었다면 조금도 웃지 못하고 살아갔을 텐데요. 진즉에 죽었을 테니까요. 이렇게 우는 걸 보면 모르겠어요? 난 하나도 원망하지 않아요.
 
 하아, 하아.
 
 사부는 천장을 뚫어지게 보고는 얕은 숨을 힘겹게 몰아쉰다. 숨을 쉴 때마다 빠져나가는 날숨이 마치 그의 생명 같다.
 
 “메시, 난 너를 처음 본 순간부터 홀로 남을 네가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네게 전달하기엔 시간의 제약이 있다는 걸 알았기에 그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들만을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숲에서 홀로 살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야.”
 
 사부는 주름진 손으로 울고 있는 나의 얼굴을 쓰다듬어줬다.
 
 “너는 이곳의 사람들과 다르게 생긴데다가 머리와 눈이 검다. 많은 이들의 주의를 끌 수밖에 없어. 되도록 사람을 피해 사는 것이 좋을 것이야. 만일 이곳이 ‘원망의 숲’이 아닌 한적한 작은 숲에 불과했더라면 분명 그리하라 했겠지...”
 
 “그렇지만 이곳에는 무수한 몬스터가 살고 수많은 미지가 존재한단다. ‘원망의 숲’은 전문 벌목꾼이 아닌 이상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이야. 여기선 너 혼자 살아가긴 힘들겠지. 최대한 혼자 살아갈 방법을 가르치긴 했지만 숲 바깥에서나 통할 수준이란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겠어요. 제가 여길 떠나길 바라는 것이군요.
 
 “너를 데리고 가끔 갔던 마을에 약초꾼 레토를 찾아가거라. 몇 번 봤을 테지. 그에게 평소 부탁을 해뒀다. 적어도 네가 마을에서 자리를 잡기까지 도움을 줄 것이야. 앞으론 원망의 숲에 사는 바르셀로의 제자 메시가 아니라 베누다 마을의 일원 메시로 사는 거다... 내가 가르쳐준 치료술과 사냥술 정도면 그곳에서 살아가는 건 어렵지 않을 거다.”
 
 알겠어요, 사부. 그렇게 할게요.
 
 고개는 끄덕였지만, 혼자서 이 숲을 살아가는 것도 무리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사부에게 배운 것도 있고, 사부가 여기서 살아가는 모습을 주의 깊게 보았으니까. 그것을 잘 따라 할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내 조그만 안정을 위해 죽어갈 때까지 고민한 사부를 생각한다면 차마 그렇게 할 순 없다.
 
 “그리고 이곳의 문명에 익숙해질 때까지 배움을 게을리하지 마라. 세상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배타적인 곳이다. 너는 우리와 생김새도 다를뿐더러, 이 세계의 당연한 것을 너는 생소하게 여기거나 모른다. 이것을 타인이 안다면 배척하고 무시하며... 때론 멸시하겠지. 그럴수록 모르는 게 많아선 아니 된다.”
 
 알아요. 사부처럼 차별 없이 대해줄 사람은 없다는 걸. 이세계에 떨어져서 사부를 만난 건, 정말 내 인생에 다시 올 수 없는 행운이었다는 걸.
 
 “만일 누군가가 네 뿌리를 묻거든 ‘숲의 종족’이라 대답하거라... 이곳의 사람들은 혼혈종을 대단히 경시하는 습성이 있으니까, 차라리 종이 달라도 순수한 혈통을 우대하곤 하니 이왕 허풍을 칠 거 네게 유리한 방향으로 하도록......”
 
 끄덕끄덕.
 
 사부의 조언은 끝을 모르게 계속됐다. 나는 사부의 마지막 유언이라는 점과 날 걱정하는 마음임을 알기에 한 자도 놓치지 않고 머릿속에 새겨갔다.
 
 사부가 생각해둔 모든 조언이 끝나자 한창 무거웠던 그의 목소리가 평소와 다름없이 쾌활하게 돌아왔다.
 
 “녀석, 내가 죽기 전엔 목소리 한 번 안 들려줄 셈이냐?”
 
 “...그제부터 너무 울어서 목이 쉰 걸요.”
 
 “그것참. 미안하게 됐구나.”
 
 사부는 눈을 감기 전까지 내가 살던 세계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다. 지금껏 모른 척하고 한 번도 묻지 않던 사부였다.
 
 먼 여행을 떠날 입장에서 다른 세계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가족의 이야기에서부터 사소한 과자 얘기까지, 하물며 사부에게 소개한 내 이름이 사실 유명한 축구 선수라는 것도 목이 쉰 채로 떠들었다.
 
 시간이 꽤 흘렀다. 파안대소하며 듣던 사부가 언제부턴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때까지 나는 입을 쉬지 않았기에 입술이 말라 찢어졌다. 피맛이 느껴졌다.
 
 소중한 사람의 죽음은 피맛이구나.
 
 “......”
 
 의외로 죽은 사부를 보는데 눈물이 나오질 않았다.
 
 그동안 흘린 눈물이 많기도 했고, 그의 죽음과 동시에 홀로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게 와닿은 탓이다.
 
 입술을 치료하고, 사부의 손가락에 낀 반지를 빼서 내 손에 끼웠다. 그를 떠올릴 만한 특별한 상징물이 별로 없었다.
 
 떠날 짐을 챙기고 사부와 살던 나무집엔 불을 붙였다.
 
 사부의 시신을 썩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부패한 시취를 맡고 몬스터가 들이닥쳐 스승의 살을 씹는 건 더더욱 싫었다.
 
 화르륵!
 
 ‘잘 타는군...’
 
 타오르는 화마가 내 얼굴을 뜨겁게 했다. 불빛이 없어도 아마 내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을 것이다. 순간 사부와 여기서 살던 기억이 스쳐 지나가서일까, 아니면 앞으로의 미래가 흥분과 두려움을 같이 줘서일까.
 
 머뭇거리는 것도 순간이었다. 얼른 이곳을 빠져나가기로 했다. 집을 불태움으로써 근방 몬스터들의 시선은 모조리 이곳으로 향했을 것이다.
 
 덕분에 나는 이곳에서 빠져나가기 쉬워졌다.
 이 또한 사부가 가르쳐준 것이었다.
 
 이것이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들이었다. 사부가 가르쳐준 것을 행하는 것. 강해지는 것.
 
 비로소 홀로서는 것.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10억조회수입니다.

하나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 이야기가 끝맺음 날 수 있게 많이 응원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수정) 문장을 좀 쳐내고, 사부가 언어 부분을 걱정하는 걸 수정했습니다. 숲이라는 제한된 환경과 사람 한 명과의 대화만으로 언어를 ‘완벽’하게 익힐 순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만... (혼자 찜찜해서 비슷한 사례나 연구까지 찾아봤어요! ㅜ,ㅠ) 리얼리즘 소설도 아니고 판타지인데...너무 혼자서 어렵게 생각한 듯합니다. 하하, 그냥 편하게 즐겨주세요. 독자님.

댓글(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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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4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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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의 제자 메시? 바르셀로나 메시... 뭐지 기분탓인가
2020.03.2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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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1 21:57
10억조회수    
이름이 날두였으면 프롤 다음 편이 완결입니다
2020.04.01 22:19
루이스홍구    
아니 스승과 제자 작명봐ㅋㅋㅋ
2020.04.02 18:14
나이킹    
아니 이계에 떨어진지 5년이나 넘었는데 말조차 능숙하게 못한다는건 좀...
2020.04.03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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