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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

2020.04.01 조회 64,842 추천 715


 #프롤로그
 
 
 
 “너도 입대 얼마 안 남았네.”
 “그러네요.”
 서빙을 하던 박주혁은 자신에게 말을 건 남자의 얼굴을 보면서 미소 지었다.
 “나 입대하기 전에 형이 출연한 영화를 볼 수 있게 되다니, 와, 감개무량.”
 “야, 무슨. 그런 말 하지 마. 쑥스러워.”
 “에이, 수석이 형이라면 우주 수석급 스타 되겠지.”
 “고작 단역인데 뭘.”
 이수석은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와, 이건 진짜 사기다. 남자인데 심장 떨리는 거 보소.’
 군 입대를 앞두고 휴학 이후에 일하게 된 커피숍. 그곳에서 만난 이수석은 배우를 희망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열정적이었고 누구보다 노력했다. 그리고 누구보다 잘생겼다.
 “사장님이 형 때문에 먹고산다잖아요. 아주 그냥 형 있고 없고 차이가 어마어마해요.”
 “고작 단역이야. 너무 띄우지 마라.”
 “나중에 우주 스타 될 거라니까.”
 “그래그래. 우주 스타 되면 내가 한우 배 터지게 먹여 줄게.”
 “약속했다? 아마 많이 벌어야 할 거야. 내가 생각보다 많이 먹거든.”
 박주혁은 키득거리다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고는 구석에 있는 종이 하나를 집어 왔다.
 “우주 스타 되기 전에 사인 한 장만.”
 “뭐래?”
 “사인에다가 ‘1호 팬 박주혁에게’라고 꼭 써 줘요. 나중에 비싸게 팔아먹게.”
 “이놈의 시키가. 선배한테 못 하는 소리가 없어.”
 박주혁에게 헤드록을 걸고 마구 꿀밤을 가하는 이수석.
 “아파요, 아파. 그리고 그 정도는 해 줘야 내가 안 억울하지. 형 촬영 간 날, 손님들이 형 어디 갔는지 한 1천 번은 물어봤네.”
 “어······ 미안.”
 “더 힘든 건 뭔지 알아요? 영화 촬영 갔다고 하면 당연히 그렇겠지 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무슨 말라비틀어진 오징어 보는 시선으로 바뀐다고요.”
 “그 정도는 아니겠지.”
 “아, 진짜 형! 너무 잘생겨서 세상 감각이 없나 보네. 나랑 얼굴 좀 바꿉시다.”
 “어······ 미안. 오징어는 좀······.”
 “아, 쓰읍!”
 키득거리는 두 사람.
 비록 단역이라고 하지만 힘들게 따낸 배역이었고, 그걸 시작으로 이제 새로운 영역으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을 이수석은 가지고 있었다.
 “그래. 내가 사인 한번 해 줄게. 못 해 줄 거 없지. 그런데 너 미래에 비싸게 팔아먹으면 쫓아가서 때찌한다.”
 “제발 팔아먹게 성공 좀 해 봐요.”
 슥슥 종이에 사인을 해 주는 이수석을 보며 박주혁은 미소를 지었다. 군에 가기 전, 누군가 성공하는 모습을 꼭 두 눈으로 보고 싶었다.
 정말 착한 형이었다. 그리고 심성이 너무나도 여렸다.
 자꾸 캐스팅에 떨어지고 나이는 많아가는데 배우로써의 성공길은 보이지 않으니 점점 얼굴에도 어두운 기운이 많아지고 있었다.
 '설마 우울증 그런 건 아니겠지? 이번 영화가 꼭 잘 되어야 하는데.'
 
  * * *
 
 ‘이건 아닌데······.’
 이수석이 출연했던 영화. 그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박주혁은 바로 영화관으로 향했다. 비록 지나가는 단역이지만 그래도 그 단역 하나를 위해서 이수석이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알기에 보고 가서 이야기라도 나눌 생각이었다.
 “어?”
 영화의 스토리는 몰랐다. 이수석이 폐가 된다고 스토리는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출연했던 장면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 줬다. 그런데 그곳에는 그가 없었다.
 “뭐야?”
 “쉿.”
 “죄송합니다.”
 박주혁은 영화를 보면서 뚫어지게, 주연배우의 뒤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누구지? 저 사람이 아닌데?’
 원래 그 자리는 이수석의 자리였다. 이수석이 그 한자리를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얼마 되지 않는 대사를 몇 번이나 연습을 했는지 알기에 그 대사의 한마디 한마디를 박주혁은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대사는 이수석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회장님, 돌아가실 시간입니다.
 -어, 그러지. 이제 어디로 가면 되는 거지?
 -사모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단 두 줄. 그 두 줄을 위해서 이수석은 수십 번을 연습했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커피숍에서도 박주혁에게 상대역을 부탁해 가면서 노력했다. 그런 그 대사가 전혀 다른 배우의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뭐야? 이건 아닌데? 말도 안 돼! 형은? 형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그가 박주혁에게 거짓말을 했을까? 그럴 리가 없다.
 거짓말을 해 가면서 커피숍을 쉴 이유도, 연습을 할 이유도 없었다.
 더군다나 영상의 그 두 줄. 그건 자신이 이수석과 같이 연습했던 그 대사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영화가 끝났음에도 박주혁은 찝찝한 기분을 떨쳐 낼 수가 없었다.
 ‘이건 아닌 거 같은데.’
 물밀듯 밀려오는 떨떠름함.
 자신이 알던 사람이 사라지고 다른 사람이 들어갔다. 남들은 모를 수 있지만, 자신은 안다.
 “아······ 이거, 형 겁나 실망하겠는데.”
 박주혁은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영화관을 나왔다.
 자신이 영화판을 아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갑자기 사람이 바뀌었다는 게 너무 이상했다.
 “오늘 술이나 사 줘야겠다. 겁나 우울하네.”
 박주혁이 막 영화관 건물을 나서는 그때, 갑자기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들려왔다.
 “꺄아악!”
 “사람이다!”
 “사람?”
 박주혁은 사람들을 바라보았고, 그들의 시선을 따라서 높은 곳, 건물의 맨 꼭대기로 눈을 돌렸다.
 “뭐야? 형?”
 너무 멀어서 제대로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옷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박주혁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건물의 꼭대기 옥상 난간. 그 위에 있는 사람이 이수석이라는 것을.
 “설마?”
 자신은 일찍 본다고 왔다. 그리고 이 영화관은 상영관이 7개가 넘는다. 그 작품의 첫 영화 상영은 30분 전에 끝났다. 자신은 두 번째 상영관이었다.
 자신의 첫 영화 출연. 과연 이수석이 그걸 보고 싶지 않았을까?
 “아, 안 돼! 형!”
 박주혁은 다급하게 전화기를 꺼냈다. 그리고 이수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말려야 했다.
 그 순간 그가 허공으로 몸을 던졌다. 박주혁은 전화를 걸며 뛰어가던 그대로 멈춰 섰다. 마치 모든 것이 멈춘 것처럼 세상이 천천히 흘러갔다. 그리고 그 늦은 흐름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비명으로 깨졌다.
 “꺄아아악!”
 “형!”
 박주혁은 미친 듯이 쓰러진 사람에게 달려갔다.
 제발 아니길, 제발 다른 사람이길 빌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들려오는, 쓰러진 남자의 옆에서 처량하게 울리는 한 대의 핸드폰.
 박주혁의 핸드폰에서 발신이 멈추자 그 핸드폰 역시 침묵이 찾아왔다.
 “형!”
 박주혁은 쓰러진 남자에게 뛰어갔다. 이미 주변은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형, 이건 아니잖아. 왜 그랬어! 왜 그랬어! 누가 구급차 좀 불러 줘요!”
 그러나 박주혁의 고함에도 주변에서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핸드폰을 꺼내서 이 장면을 찍고 있을 뿐이었다.
 “119에 전화하라고, 이 새끼들아!”
 핸드폰은 전화를 하라고 만들어진 물건이지만 누구도 그걸 그렇게 쓰지 않고 있었다. 그저 카메라만 들이밀 뿐이었다.
 “쿨럭.”
 “형!”
 “주혁이니······.”
 피거품이 가득한 이수석의 목소리. 그의 눈에서는 점점 생명이 꺼져 가고 있었다.
 “형······ 조금만 참아요. 금방 구급차 올 거야. 알지, 형? 조금만 더, 조금만 참아.”
 “미안해······ 더 이상은 못 버티겠어.”
 “무슨 소리야, 형? 이번만 이겨 내면 성공할 수 있어. 우주 대스타가 돼 주기로 했잖아, 형!”
 “나도······ 그러고 싶었는데, 이제 기회가 없을 거 같다.”
 “그런 소리 하지 마. 형은 재능도 있고 근성도 있잖아.”
 “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 미안하다. 누군가 알아봐 줬다면······ 누군가 나에게 기회를 줬다면······.”
 “형!”
 구급차가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었지만 이미 이수석의 고개는 힘없이 떨어진 후였다.
 
  * * *
 
 이수석의 장례식.
 박주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자신의 눈앞에 놓인 육개장 그릇만 바라보았다.
 “아이, 씨발. 한우 배터지게 먹여 준다고 하더니만.”
 박주혁은 눈물을 훔치며 육개장을 입으로 욱여넣었다. 맛도 무엇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그의 귀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통편집 충격으로 자살한 거라며?”
 “쉿! 조용히 해.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뭐, 못 할 말은 아니잖아.”
 뒤에서 술을 먹으며 말하는 사람들.
 “못 할 말이지, 이 사람아. 그 배역 따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그러니까 애초에 안되는 거였다니까. 재능이고 외모고, 그게 다 이유가 되나? 요즘은 다 인맥이야, 인맥. 인연이 안 되면 다 의미 없다고.”
 “아니, 이 사람이?”
 “내가 틀린 말 했나? 나도 귀가 있는 사람이야. 통편집하고 그 자리 차지한 인간이 다른 소속사도 아니고 같은 소속사라면서? 현진 엔터? 거기도 진짜 독하네. 어떻게 자기 배우를 자르고 거기에 딴 사람을 넣냐.”
 “하긴 그래. 다른 곳에 빼앗겼으면 이해라도 하지. 어떻게 자기 소속사 사람을 통편집시키고 다른 사람을 넣느냐고. 아무리 인맥발이라고 하지만.”
 “그러니까 인맥 안된다 싶으면 미리미리 접어야지. 다른 배우들은 기회 잡겠다고 접대하고 돈 주고 난리인데 노력만으로 거저 얻기를 바라는 게 말이나 돼?”
 “쯧쯧, 소속사한테 당했으니 충격이 컸겠지.”
 “내 자식이 연기한다고 하면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려야지, 원.”
 다시 잡답을 하는 사람들.
 박주혁은 꾸역꾸역 움직이던 수저를 멈추고 그 말을 듣고 있었다.
 “현진······이라고?”
 
  * * *
 
 “형, 나 얼마 후에 입대해.”
 입대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박주혁은 이수석이 안치된 납골당으로 향했다.
 “형 잘랐던 영화 있잖아. 망했다? 완전 쫄딱 망했어. 손익분기점의 절반도 못 넘겼다. 킥킥.”
 애써 웃는 박주혁.
 하지만 입만 웃을 뿐, 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렇게 망할 영화, 그게 뭐라고······ 형이라면 진짜 우주 대스타 될 줄 알았는데.”
 덩그러니 재만 남은 이수석의 흔적. 그의 유골함을 바라보면서 박주혁은 처량하게 말했다.
 “형, 형한테서 그 자리 빼앗아 간 배우는 멀쩡하게 성공하더라. 이번에 조연한대. 그거······ 형 자리였는데. 원래 형이 거기에 있어야 하는데. 그래야 내가 군대에 가서도 자랑이라도 해 보는데. 형이 성공해서 면회 한번 와 줬어야 내가 군 생활 피는데.”
 아무리 푸념을 해 봐도 박주혁의 공허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모르겠다, 왜 그렇게 남의 기회를 빼앗는 건지. 공정하게 하면 안 되는 거야? 그냥 아는 사람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렇게 기회를 빼앗아 가야 하는 건지.”
 박주혁은 그렇게 말하면서 눈을 문질렀다.
 “아, 진짜 형은 죽어서도 빛이 나냐? 나 같은 오징어 어디 서러워서 살겠냐?”
 박주혁은 이수석의 유골함에서 나오는 빛을 보면서 눈을 문질렀다. 눈물 때문에, 태양 빛이 산란해서 그리 보이는 듯했다.
 “그만 울어야겠다. 나 갈게, 형. 종종 올게. 뭐, 군 생활 끝날 때까지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빛나는 유골함을 보면서 박주혁은 감정을 정리했다.
 “나중에 봐, 형.”
 박주혁은 눈물을 감추며 말했다.
 
  * * *
 
 “내가 있잖아, 로드 할 때는 말이다, 주변에 여고생들이 쫘아아악~!”
 깊은 밤, 박주혁은 박형진과 근무를 하며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문득 박주혁이 박형진을 보면서 눈을 비볐다.
 “왜 그래? 또 그래?”
 “일병 박주혁, 그렇습니다.”
 “아니, 가서 몇 번 검사했잖아? 그런데도 원인을 모른대?”
 “대학 병원도 모른답니다.”
 “일단 눈이 멀거나 하는 건 아니라니까 다행이기는 한데······.”
 박주혁을 걱정해 주던 박형진은 문득 피식하고 웃었다.
 “이 형님의 감출 수 없는 미모가 빛을 발하는 건가?”
 “······.”
 “이 자식이, 왜 이 순간에 침묵을 지키는데?”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고 싶지 말입니다.”
 “썅놈의 시키.”
 화난 척 박주혁의 옆구리를 쿡 찌르는 박형진.

댓글(40)

wi*******    
오! 신작이시네요! 믿고 갑니다. 이것이 법! 글도요~~ 주인공 감정이입되네요 그런데.. 정말 기회가 없네요 노력할 기회도 없고!!!!!!(분노) 화이팅입니다
2020.04.10 09:45
[탈퇴계정]    
일병 박형진? 일병은 박주혁아닌가요 첫회부터 읽기 힘드네요
2020.04.15 14:41
n3**********    
잘 보고 갑니다.
2020.04.15 17:52
메론향    
신작 축하드립니다
2020.04.18 18:52
하차합니다    
선발대입니다. 프롤로그는 워드프로세서에 작업해서 드대로 붙여넣었는지 짜증나는 줄바꿈이 있는데 1화부터는 그런거 없이 정상이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2020.04.20 13:15
풍뢰전사    
건필하세요
2020.04.21 12:55
OLDBOY    
잘 봤어요.
2020.04.21 21:17
10억조회수    
안타깝네여 ㅜ
2020.04.26 22:32
절명    
줄바꿈 수정 좀 하세요
2020.04.27 01:29
마르쿠탄    
아니 단역짤렸다고 자살한다고? 나만 공감안돼나?
2020.04.2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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