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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2020.04.13 조회 2,015 추천 21


 1. 프롤로그
 
 
 
 
 2030년 5월 31일.
 
 이 시점 한국에는 ‘요리재벌’이라고 부를 수 있는 외식경영인이 최대한 7명 나타나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각축을 벌이고 있었다.
 
 그중,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던 것은 아직 40도 되지 않은 젊은 천재.
 
 첫 외식경영 아이템을 개발한 후 한 번도 실패를 맛본 적이 없는 장태민이었다.
 
 잘생긴 외모, 풍부한 요리 지식, 거기에 화려하지는 않지만 능숙하고 신뢰감이 가는 언변까지.
 
 그는 멀티미디어 시대가 요구하는 최고의 인재형이었다.
 
 그는 부는 물론, 인기와 명성까지. 남들이 범접하지 못할 정도로 갖추고 그야말로 승승장구하는 인생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어디에서나 생각지 못한 변수는 존재하는 법.
 
 아주 작은 변수.
 
 그 당시 사람이 보기에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사소한 변수 때문에 장태민은 외식경영의 주도권을 업계 2인자에게 빼앗겼다.
 
 그 2인자 녀석은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치밀하게 계획하고 있었던 것일까.
 
 업계 1위에서 2위로 내려앉은 것에 불과하다면, 장태민도 열심히 재기를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를 어떻게 한 건지, 1인자의 자리를 빼앗김과 동시에,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경영권을 빼앗겨 버렸다.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재무실적 좀 확인해 봐. 어디서부터 손을 쓴 건지 알아봐야겠어.”
 
 장태민에게 가장 급한 것은 상황 파악이었다.
 
 주주총회에서 ‘옷 벗김’을 당한 순간, 장태민은 자신에게 장착된 인공지능 비서에게 이렇게 명령했다.
 
 -- 죄송합니다. 인트라넷에 접속을 거부당했습니다. 대표님은 지금 막, 경영권을 박탈당했습니다. 재물실적이나 경영기록을 리뷰할 권한은 더 이상 대표님에게 없습니다.
 
 “뭐야?”
 
 그의 눈앞에 펼쳐진 환경은 멀쩡하게 그대로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세상이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마치 눈앞에서 건물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데, 그 원인을 모르는 상황에 있는 것 같았다.
 
 “...”
 
 그래도 장태민은 유능한 사람이었다.
 
 “회사에서의 나를 죽여도 장태민 개인으로서는 아직 살아 있어.”
 
 그는 자신의 비자금을 있는 대로 인출했다.
 
 그리고 어딘가로 자신의 벤츠 마이바흐 2028년 에디션을 몰고 빠른 속도로 달렸다.
 
 중간에 몇 번 과속 단속 카메라가 번쩍이는 것을 보았으나, 그런 것에 아랑곳할 상황이 아니었다.
 
 “오셨습니까. 대표님.”
 
 공손한 인사와 함께 연구실 문이 열렸다.
 
 “이봐. 그때 그거. 어느 정도 완성된 거지?”
 
 장태민이 비자금으로 투자해 놨던 LAB이었다.
 
 연구 분야는 무려 타임트래블, 타임슬립.
 
 ‘회삿돈으로 투자 안 하길 잘했지... 역시 이런 데에는 개인 돈이라도 아끼는 게 아니야!’
 
 장태민은 이 LAB의 숨겨진 대주주였다.
 
 “여전히 데이터만 보낼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럼 정보만 겨우 보낼 수 있단 말이야?”
 
 “아닙니다. 나노-시프팅을 이용해서, 데이터로 조합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보낼 수 있습니다. 전송된 프로그램은 제한적이지만, 해당 시기로 가서 물리력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래? 그거 잘됐군.”
 
 기술적인 이야기는 자세히 물어봐야 골치만 아프다.
 
 “이봐. 내가 너를 나에게 보내면 언제로 보내는 게 좋을까?”
 
 -- 네?
 
 “되묻지 말고 빅데이터 돌려! 과거의 나에게로 너를 보내면 언제 시점이 좋냐고.”
 
 -- 아. 알겠습니다.
 
 지잉. 지잉.
 
 태민이 내려 본 명령 중, 연산 시간이 가장 많이 걸렸다.
 
 그럴 만도 했다.
 
 과거로 인공지능을 보내서 미래를 바꿀 변수를 계산하는 것이 단시간에 금방 이루어질 리가 없는 것이었다.
 
 --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결과는, 2018년 6월 1일입니다.
 
 “그래? 알았어!”
 
 이렇게 말하고 장태민은 연구원에게 명령했다.
 
 “자! 이걸 2018년 6월 1일로 보내!”
 
 대주주인 장태민에게 연구원은 토를 달지 않았다.
 
 인공지능이 설정해 준 시각과 좌표로, 전송이 완료되는 데에는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잘돼야 할 텐데.”
 
 엄청난 결단력과 순발력을 발휘해서 대응한 태민이지만, 일이 일이니만큼 걱정이 안 될 수 없었다.
 
 일생일대의 위기를 현재를 고쳐서가 아니라 과거를 고쳐서 해결하려는 결단. 옳은 결단일까?
 
 “그런데, 나. 2018년이면 완전 등신 같을 땐데...”
 
 걱정스러운 말투로 2030년의 장태민은 이렇게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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