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후작가의 특급 집사

프롤로그

2020.07.23 조회 2,688 추천 13


 나는 대한민국의 흔한 공돌이다.
 남중, 남고, 군대, 공대 테크를 제대로 탄 남자. 물론 그렇다고 여자 손 한번 못 잡아 본 천연기념물은 아니다.
 사실 공부는 학부에서 그쳐야 하는데, 무슨 깡인지 호기롭게 대학원에 진학하고 말았다.
 딱히 교수가 되겠다는 목표는 없었다. 학위를 따고 그럴듯한 연구소에 취업하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연봉만 많이 받으면 그만이지.
 아무튼 오늘은 좀 특별한 날이었다. 여러 의미에서.
 석사논문 최종심사를 앞두고 심사위원 교수들에게 접대하는 날이었다. 말이 저녁 식사 대접이지 2차에 가서는 정말 질펀하게 놀았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진득한 알콜에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 돈 좀 더 쓰라는 질책에 지갑을 좀 더 열었다. 교수라는 사회적 지위는 어디다 팔아먹은 거냐?
 그 과정에서 엄청난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석사논문이 아니었다면 합격점을 주지 않았을 거라는 말에서 시작해서, 대접이 이게 뭐냐는 등의 모욕을 들었다.
 그래도 꾹 참았다.
 나는 내 위치를 모를 정도로 아둔하지 않다. 나는 철저한 을이다.
 아직 논문평가서에 도장을 받기 전이었으니까. 최대한 그들의 비위를 맞춰줄 필요가 있었다.
 이쪽이 더럽다는 건 진즉에 알았다. 선배들이 한탄하는 걸 하루 이틀 들었어야지. 내가 남자라서 망정이지, 여학생이었다면 이보다 못한 꼴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요즘 뉴스에서 뻥뻥 터지는 사건 사고 그런 거, 빙산의 일각이다. 내 눈으로 본 것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제대로 조사한다면 비 오는 날 탈탈 털리는 교수들 많을 거다.
 자대로 진학해서 이 정도로 끝나지, 조금 욕심을 부려서 다른 학교로 갔으면 제대로 호구 잡힐 뻔했다.
 그래도 그 와중에 제대로 된 교수는 한 명 있었다.
 바로 내 지도교수.
 유일하게 아가씨를 끼고 놀지 않은 그는, 얼근하게 취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수현아! 택시 좀 잡아주라. 집에 가야겠다.”
 “예. 선생님!”
 
 찬란하게 빛나는구나!
 이 시대 유일한 지성이라 할 만했다.
 진짜 이런 교수님을 모실 수 있다는 게 인생의 최대 축복이지. 이런 맛에 자대 오는 거 아니겠어?
 나는 잽싸게 룸을 나서 콜택시를 불렀다. 곧 택시가 도착했고, 나는 지도교수를 부축해 밖으로 나와 택시에 밀어 넣듯 태웠다.
 
 “조심히 들어가십쇼!”
 “그래. 오늘 고생했다. 심사평가는 너무 걱정하지 마! 교수님들이 그렇게 말씀은 하셔도 긍정적으로 보고 계시니까. 하하하하!”
 “아, 그러면······.”
 “박사 입학 준비해. 석사에서 끝낼 거 아니지?”
 “물론이죠!”
 
 노예에서 강화 노예로 거듭나는 순간이다.
 짜릿한 쾌감이 들었다. 그래, 이런 맛에 연구하지. 이제 당분간 열공모드로 전환하고 박사과정에 입학한 뒤 적당히 취업하면 땡이다.
 근사한 직장을 잡아 예쁜 마누라 얻고, 토끼 같은 자식들 낳으면 내 인생도 이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맞이하는 거지!
 지구만 둥근 게 아니다.
 내 인생도 둥글다. 자전하다 보면 해 뜰 날이 오거든.
 그렇게 택시를 태워 보내고, 나는 잠시 술 좀 깰 겸 한쪽에 걸터앉았다. 어차피 룸에 있는 다른 교수들은 아가씨 엉덩이를 주무르느라 정신이 없을 거다.
 눈치가 있는 을이라면 살짝 빠져주는 게 인지상정.
 그런데 느낌이 뭔가 서늘하다.
 빠아아앙!
 한쪽에서 헤드라이트가 깔렸다.
 나는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거대한 트럭이 클락션을 울리며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을 때는 너무 늦었다.
 어딘가 문제가 생겼는지 트럭의 움직임이 불안정했다. 급기야 내 쪽으로 달려들었다. 빵빵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이런 씨ㅂ······.”
 
 쾅!
 뜻밖의 장소에서, 난 소문으로만 듣던 환생 트럭을 만나게 되었다.

댓글(2)

니소스    
석사 디펜스 저렇게 빡세게 하는데가있나요ㄷㄷ; 서포카도 저정돈 아닌데
2020.08.13 14:43
연재작이네    
에필로그까지 쭉 읽어봤습니다 전투신은 좀 많이 못쓰셔요 위기다운 위기는 거의 없었고 가벼운 먼치킨소설이라 사이다패스들은 읽을만한 듯
2020.10.2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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