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두두둑!
강하게 쏟아지는 빗줄기가 택시 앞유리창을 요란하게 내리쳤다.
“급하지 않으니, 천천히 가주세요.”
“네네. 걱정하지 마십쇼.”
내부 순환도로라지만, 이런 폭우에 100km라니.
기사의 말에도 안심은 되지 않는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와이퍼를 보며, 왜 맥주를 받아마셔 택시를 불렀을까 후회하는 순간.
“저 새끼가!”
기사의 불안한 고함에 감았던 눈을 떴다.
눈에 들어오는 건 스포츠카 한 대가 무지막지한 속도로 칼치기를 하는 광경과 이어서 유리창을 덮치는 엄청난 물보라.
‘···!’
휘청거리는 택시의 진동을 느끼면서 이를 악물었다.
빗물에 미끄러진 바퀴는 이미 제어가 힘든 상황.
수막현상을 이기지 못한 바퀴가 크게 원을 돌아 가드레일로 향하는 것을 보면서 질끈 눈을 감았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끼이익!
쾅!
[안타까운 속보가 들어왔습니다. 서울 트윈스 소속 이진우 선수가 탄 택시가 가드레일과 충돌 후 전복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긴급 출동한 119대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되었지만, 가벼운 찰과상을 입은 택시기사와 달리 이진우 선수는 혼수상태로 긴급 수술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병원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매우 위독한 상태로 어떤 결과도 예측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정규시즌에서 우승하고 한국시리즈 5회 연속 우승을 준비하던 서울 트윈스는 중심축인 이진우 선수의 사고에 구단 전체가 비상이 걸렸습니다.]
삐이이-
요란하게 울리던 기계음들이 차분해졌다.
필사적으로 가슴을 압박하던 의사들의 움직임은 더는 느껴지지 않는다.
누군가의 손에 의해 떼어지는 인공호흡기.
그건 죽음을 의미했다.
‘이제 죽는 건가···.’
마지막 순간 아쉬움이 남는 건 왜일까?
후회한들 흘러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감긴 두 눈으로 긴 눈물이 흘렀다.
그러나···.
죽음은 곧 새로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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