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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만능 천재 - 001

2020.07.31 조회 143,338 추천 1,396


 1화. 어째서입니까?
 
 
 BV엔터테인먼트의 경비원은 어두컴컴한 복도를 손전등 하나로 비추며 발걸음을 떼고 있었다.
 회사 사람 대부분이 퇴근한 지금 그가 건물을 돌고 있는 건 그가 맡은 야간 근무를 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경비원이 4층을 지나 5층에 다다랐을 때 깜깜한 복도 중간쯤에 새어나오고 있는 빛줄기가 보였다.
 누가 불을 제대로 끄지 않고 나간 걸까?
 보통 이렇게 생각하겠지만 경비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도 여전하구먼.’
 
 짐작이 가는 게 있었다.
 경비원이 불켜진 곳으로 향했다.
 살짝 문이 열려 있는 그 틈 사이로 보이는 곳은 댄스 연습실이었다.
 한쪽 벽면을 통유리로 채워넣은 댄스 연습실에서는 마루바닥을 박차고 있는 신발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리고 있었다.
 경비원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십대 초반쯤 되어보이는 키 큰 청년이 시끄럽게 흘러나오는 음악을 배경음 삼아 격렬한 동작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몸을 비틀고 움직일 때마다 굵은 땀방울이 비오듯 쏟아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거칠은 숨소리를 내뱉으며 몸을 억지로 움직이는 중이었다.
 몇 시간째 이러고 있는 것일까.
 습기가 차서 축축해진 마루바닥을 보던 경비원이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딸깍-
 그가 전원버튼을 누르고 시끄럽던 배경음이 완전히 멈추자 춤에 몰두해 있는 청년이 처음으로 멈춰섰다.
 
 “오늘도 또 밤새 연습 중인 거야? 그만하고 들어가. 문 닫아야 해.”
 “아, 죄송합니다.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낮고 굵은 중저음의 목소리.
 이십대 청년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연습하는 것도 좋은데 몸도 챙겨가며 해야지. 안 그래? 매번 볼 때마다 잔소리를 하게 되네.”
 “데뷔가 얼마 안 남아서요. 정말 죄송합니다. 이거만 치우고 금방 갈게요.”
 “됐어. 내가 걸레질할 테니까 빨리 들어가봐.”
 
 그는 연신 고개를 숙인 다음 한쪽에 세워놨던 캠코더를 들고 부랴부랴 연습실을 빠져나갔다.
 경비원은 락커룸에 들어있는 걸레를 꺼내 마루바닥을 닦으며 생각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남아 밤 늦게까지 연습하는 걸 보면 저 청년은 이번에 꼭 데뷔할 것이라고.
 
 ***
 
 불 꺼진 BV엔터테인먼트 사옥을 등진 채 빠져나오는 청년이 있었다.
 이름은 강현우, 올해 24살, 고등학교 1학년 때 길거리캐스팅을 받고 고등학교 2학년 도중 자퇴를 한 다음 본격적으로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현우는 국내 4대 기획사 중 한 곳인 BV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할 가능성이 유력해보이는 대형 유망주 중 한 명이었다.
 다만 연습생 생활을 계속 하며 드러난 그의 단점.
 지나칠 정도로 춤에 소질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이돌 멤버로 데뷔해야 하는데 춤이 안 되는 건 심각한 결격 사유였다.
 특히 K-POP이 한류로 자리매김하고 빌보드에 꾸준히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건 K-POP 아이돌 특유의 칼 같은 단체 군무 덕분이었고 그렇다보니 기본적으로 아이돌 멤버는 어느 정도 춤을 출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현우는 좀처럼 춤이 늘지 않았고 동기들이 하나둘 데뷔할 무렵에도 여전히 연습생 생활을 되풀이해야 했다.
 물론 단순히 춤 하나 못 춘다고 해서 데뷔를 못한 건 아니었다. 잘생기게 타고난 얼굴도 재능이라는 말이 있을만큼 잘생겼다면 비쥬얼 멤버로 미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데뷔조에 발탁되고 데뷔를 앞뒀을 때 다리 골절로 인해 데뷔가 무산된 경우가 있었다.
 억수로 운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찾아온 두 번째 데뷔 기회.
 이번만큼은 어떻게 해서든 데뷔하고 싶은 게 현우의 속내였다.
 직장을 다니지 못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입에 풀칠하고 있는 홀어머니를 호강시켜드리려면 이번에는 무조건 데뷔를 해야 했다.
 애초에 현우가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아이돌 연습생이 된 것도, 아이돌이 돼서 인기가 많아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인터뷰를 보고나서였다.
 실제로 지금은 해체했지만 한때 국민 걸그룹이라고 불렸던 모 그룹 멤버도 활동하며 번 돈으로 아버지 빚을 모두 갚고 아파트 한 채를 사드렸다며 훈훈한 미담을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곡 작업과 안무 작업, 타이틀곡 안무 연습이 매일 이루어지는 가운데 현우는 다른 멤버들한테 뒤처질 수 없다는 생각에 밤늦게까지 회사 연습실에 남아 연습에 매진 중이었다.
 캄캄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현우는 회사에서 10분 남짓 떨어져 있는 주택가로 향했다.
 그리고 숙소 인근에 도착했을 무렵 현우는 숙소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데뷔조 동기를 마주할 수 있었다.
 
 “수홍아, 너 뭐하냐?”
 
 수홍은 피다 만 담배를 급히 끄며 입술을 떼었다.
 
 “아, 현우 형. 이제 와요? 오늘도 연습하다가 오는 거예요? 그러다가 형 무릎 나가요.”
 “내 걱정 말고. 너나 담배 좀 그만 펴. 목에 좋지도 않은 걸 메인보컬이라는 녀석이 피고 있냐?”
 “스트레스 받으니까 그렇죠. 형은 안 힘들어요?”
 “힘들 게 뭐 있어? 데뷔가 코 앞인데. 설레기만 해.”
 “아, 데뷔는 좋죠. 그 과정이 엿같아서 문제지. 어후.”
 
 현우는 그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같은 데뷔조인 수홍은 올해 스무 살, 아직 어리다면 어린 나이다. 데뷔하지 못하고 연습생으로 썩어가는 시간이 얼마나 두려운지 아직 이해하기 어려울 만도 했다.
 그렇다고 그것을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괜히 그랬다가 꼰대로 몰릴 거 같아서였다.
 현우와 같이 데뷔하게 될 팀메이트들 나이는 많아야 스무 살, 적으면 열여덟 살이었다.
 반면에 현우는 스물네 살, 혼자 나이가 적게는 네 살 가까이 많다보니 은연중에 리더로 불리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그게 썩 내키지 않았다.
 나이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아이돌 멤버로 데뷔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번이 현우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랐다.
 
 “몇 달 있으면 우리도 음방에 설 텐데 생각만 해도 두근거린다. 진짜.”
 “그렇게 좋아요? 그러다가 우리 망하면 어떻게 해요?”
 “망할리가 있겠냐. 네가 그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데?”
 
 현우 칭찬에 수홍이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건 그렇긴 하죠. 하하.”
 “짜식. 들어가자. 애들은 다들 안에 있어?”
 “그렇죠. 대부분 뻗어서 자고 있어요.”
 
 현우는 수홍에게 헤드락을 건 채 숙소로 향했다.
 주택가에 있는 투룸.
 방 안에는 2층 침대가 두 개 놓여 있었고 거실에는 여러 벌의 옷들과 다양한 컬러의 신발들이 이곳저곳에 쌓여 있었다.
 현우는 돼지우리나 다름 없는 숙소를 헤치고 들어왔다.
 다들 피곤했는지 골아떨어져 있었다.
 현우도 무척 피곤했지만 곧장 잠에 들기 전 가방에서 구형 노트북을 꺼냈다.
 그리고 현우는 아까 자신이 춤췄던 걸 녹화했던 영상을 노트북으로 옮긴 다음 꼼꼼히 확인해보기 시작했다.
 하루 3시간에서 4시간 남짓 자며 밤낮없이 연습만 한 덕분에 실력이 부쩍 늘긴 했지만 군데군데 미숙한 점이 적지 않게 보였다.
 현우는 자신이 찾은 문제점을 기억해둔 다음 해당 영상을 뮤튜브에 업로드했다.
 이는 다리 골절로 연습도 제대로 못할 때 인터넷으로 틈틈이 배운 현우의 취미생활 중 하나였다.
 뮤튜브를 통해 번 수익은 아직 없었지만 그래도 구독자 수는 칠천 명 정도였다.
 현우는 어제 올렸던 동영상을 확인했다.
 영상 조회수는 천오백 정도.
 그밖에 좋아요가 삼십여 개, 댓글은 여섯 개 정도 달려 있었다.
 얼굴을 가린 채 쉬지 않고 춤만 연습하는 모습을 반복해서 올리다보니 구독자에 비해 조회수는 낮은 편이었다.
 댓글을 읽어보니 아이돌 연습생이 이니냐는 질문과 얼굴을 공개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현우는 새 영상을 업로드한 다음 씻고 나서 힘겹게 침대로 향했다. 그래봤자 고작 서너 시간 정도 잘 수 있겠지만 현우에게는 유일하게 푹 쉴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다.
 
 ***
 
 다음 날 현우를 비롯해서 노블레스라는 팀명으로 데뷔를 앞둔 데뷔조 다섯 명이 연습실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하는 동안 BV엔터테인먼트에서는 내부회의를 진행 중에 있었다.
 기존에 CW엔터테인먼트 이사로 있다가 BV엔터테인먼트의 최고브랜드관리자(CBO)로 합류한 임우진 이사 때문이었다.
 
 “주 팀장님, 노블레스 말인데요. 멤버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BV엔터테인먼트의 신인개발팀장, 주 팀장이 당혹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데뷔가 얼마 안 남았는데 이제 와서 멤버 구성에 변화를 주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럼 컨셉도 바꿔야 할 텐데요.”
 “괜찮습니다. 요새 아이돌 시장 트렌드가 어떻죠? 어리고 톡톡 튀고 개성 넘치는 게 대세에요. 여기에 칼군무는 필수고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 노블레스는 트렌드와 전혀 맞지 않는걸요?”
 “일 년 넘게 합을 맞춘 애들입니다. 칼군무는 물론이고 다들 개성 있고 톡톡 튑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흐음, 주 팀장님. 제 이야기는 멤버를 전부 다 바꾸자는 건 아니에요. 한두 명 정도? 그 정도면 충분해요. 다른 멤버들은 아직 어린데 재능이 넘치더군요.”
 “그럼 임 이사님은 어떤 멤버를 교체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건지······.”
 “강현우? 이 멤버는 비쥬얼은 되는데 나이가 걸림돌이네요. 한 세 살만 어렸어도 생각해볼만하겠는데 스물네 살, 아이돌로 데뷔하기엔 너무 많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 현우, 매일 새벽까지 연습실에 혼자 남아서 노력하는 녀석입니다. 한 번 더 고려해주실 수는 없을까요?”
 
 주 팀장은 강현우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늘 새벽까지 연습실에서 춤 추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데다가 영상을 녹화해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메우려 하는 것도 다른 멤버들을 통해 듣고 있었다.
 나이가 다른 멤버들에 비해 다소 많은 건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내치기에는 너무 아까운 멤버였다.
 하지만 임우진 이사는 냉정했다.
 
 “노력, 좋아요. 그러나 노력한다고 다 주어지던가요? 월말평가에서 성적이 좋은 연습생들을 데뷔조로 올리세요.”
 “······ 알겠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제가 눈여겨둔 연습생이 있었는데 이한울이었나? 이제 스무 살에 노래도 괜찮고 어릴 때 댄스신동이라는 말도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한울이요? 아, 알겠습니다. 이사님. 그럼 애들한테는 오늘 내로 통보하도록 하겠습니다.”
 
 주 팀장이 고개를 숙였다.
 
 ‘아, 어떻게 하지······.’
 
 또, 데뷔가 무산된 현우가 못내 걱정됐다.
 하지만 최종 결정권자는 회사 대표이사 그리고 최고브랜드관리자인 임 이사 몫이었고 그 중 한 명이 그렇게 결정을 내린 이상 주 팀장으로서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오늘도 쉬지않고 연습 중이던 노블레스 멤버들의 연습이 모두 끝나고 잠시 쉬는 동안 주 팀장이 연습실로 내려왔다.
 노블레스 멤버 다섯 명을 모아둔 채 잠시 머뭇거리던 주 팀장이 힘겹게 입술을 떼었다.
 
 “미안한데 조금 안 좋은 소식을 전해야 할 거 같다.”
 “팀장님, 무슨 일이에요?”
 
 노블레스의 메인 댄서이자 초등학생 때부터 춤꾼으로 이름을 날린 차영준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다른 멤버들도 걱정스러운 얼굴로 주 팀장을 쳐다봤다.
 그것은 현우도 마찬가지였다.
 데뷔조였다가 다시 연습생으로 돌아가는 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데뷔하기 전까지는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는 게 이 바닥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담배를 피며 스트레스받는다던 김수홍도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주 팀장 입술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하는 말에 인생이 뒤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그래서일까.
 한참 머뭇거리던 주 팀장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현우야, 미안하다.”
 
 한 마디였지만 그 속뜻은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었다.
 팀의 리더 강현우가 데뷔조에서 연습생으로 다시 내려갔다는 것.
 현우가 입술을 깨물었다.
 차라리 나이라도 어리면 모를까.
 현우 나이에 연습생으로 돌아간다는 건 데뷔는 포기하라는 뜻과 다를 게 없었다.
 그래도 기어코 현우가 주 팀장을 쳐다보며 물었다.
 
 “팀장님, 어째서입니까?”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우선 아티팩트 감별사, 주인공이 재능을 훔침 두 편의 연중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너무 준비 시간이 촉박했고 또, 제 스스로 보기에 글의 퀄리티가 점점 더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연중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준비를 철저히 했고 오늘에서야 비로소 연재를 하게 됐습니다.

역대급 만능 천재는 매일 오후 7시에 올라올 예정입니다.

이번 글은 완결까지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86)

혼돈군주    
4대 기획사 중 한 명인 ㅡㅡ> 4대 기획사중 한 곳인
2020.08.07 02:14
한태민    
감사합니다!
2020.08.07 05:08
혼돈군주    
군데군데 어색한 문장이 보이네요.
2020.08.07 02:19
한태민    
언제든 피드백해주시면 수용토록 하겠습니다. :)
2020.08.07 05:08
풍뢰전사    
춤실력을 늘려야 데뷔시킨다는거 보니 비주얼과 노래실력이 별로인가보네요. 춤 못춰도, 노래 또는 얼굴이 대단했다면 데뷔했을 텐데 말이죠.
2020.08.07 19:23
한태민    
데뷔를 못하게 된 건 그 전에는불운이 겹쳤던 것도 있고 지금은 회사 수뇌부의 결정 때문이었습니다.
2020.08.07 19:34
스수무부    
비주얼도 애매하던가 나이가 28세정도는 돼야 납득될거같아유 방탄의 젤 큰형도 춤못추고 노래별로인데도 비주얼이 좋아서 영입됐다고 하더라구요
2020.08.09 08:42
한태민    
진 잘생겼죠. 역대급 만능 천재의 강현우도 모티브로 진을 어느 정도 따오긴 했습니다. 노래는 꽤 부르고 비주얼도 훌륭하지만 춤은 잘 못 추는. 근데 진도 데뷔했을 때 나이는 22살이었어서,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긴 합니다. 요즘 아이돌은 점점 더 어려지고 있기도 하고요.
2020.08.09 08:53
서굉    
제목이 안티네.. 작가님껀줄 알았음 바로 들어왔는데..
2020.08.14 12:06
한태민    
헉, 그 정도인가요 ㅠㅠ... 좋은 제목을 고민해보겠습니다.
2020.08.14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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