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만년꼴찌 검술천재

마력 없는 기사 후보생.

2020.08.02 조회 93,664 추천 1,239


 아프로티어, 넥서스.
 이 이상한 이름의 작은 건물은 요즘 흔하다면 흔하다고 할 수 있는 [차원 균열]을 통해 내 원룸에 정착하게 되었다.
 몬스터가 나와야 할 균열에서 나온 이 괴이한 작은 건물과 하나의 유닛은, 나보고 [사용자]가 되어 달란다.
 왜?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그런데,
 마력을 주겠단다.
 그토록 염원하던 마력을.
 
 
 * * *
 
 
 검술 천재라 불렸다.
 
 6세.
 생애 처음 검을 쥐었다.
 
 7세.
 유소년 지역 검술 대회 우승.
 유소년 수도권 검술 대회 우승.
 유소년 전국 검술 대회 우승.
 유소년 국가대표 발탁.
 
 9세
 최연소 국내 그랜드 슬램 달성.
 유소년 동북아시아 친선 대회 우승.
 유소년 아세안 검술 콘테스트 우승.
 유소년 세계 소드컵 우승.
 
 12세.
 전국 소년 체전, 검술 부문 우승.
 세계 검술 선수권 대회 우승.
 
 14세.
 세계 선수권 최연소 그랜드 슬램 달성.
 .
 .
 .
 
 완벽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검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검을 잡는 순간 검과 하나가 되었고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대로 검과 몸이 움직였다.
 흐름이 보였다.
 상대의 몸과 검이 흐르는 궤도. 그것은 허공에 수 놓여 있었으며 그 누구도 궤도를 벗어나지 않았다.
 상대의 힘과 체력.
 속도와 민첩.
 팔의 길이.
 그런 자잘한 건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한 발 더 들어가면 되고 반 발자국만 돌아가도 되었다.
 용이 솟아오르는 검술, 호랑이가 달려드는 검술, 주작이 쏟아지고 현무가 웅크리는 최상격의 검술조차, 툭 치면 무너졌다.
 모두 눈에 훤히 보였다.
 쉬웠고,
 터무니없이 약했다.
 모두가 그랬다.
 그런데.
 
 16세.
 세계 청소년 소드컵 4강.
 국가대표 선발전 탈락.
 
 17세.
 전국 체전 16강 탈락.
 .
 .
 .
 
 어느 순간.
 실력이 역전되기 시작했다.
 알고는 있었다.
 이한성, 검술엔 천재였지만 마력 사용이 불가한 몸을 지니고 있었다. 어렸을 때는 마력이 없어도 이겼다.
 거기서 거기였기 때문이다.
 힘이 강해? 팔다리가 길어?
 빠르고 체력도 좋아?
 그래봤자 인간이었다.
 같은 인간.
 하지만 2차 성징이 시작되고 육체가 완성되면서 몸에 쌓던 마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그 마력은 근섬유 하나하나, 인대와 뼈. 신경과 혈류의 기능까지 대폭 강화됐다.
 그들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
 아무리 천재라도, 공격 경로를 모두 알더라도, 안 되는 게 있더라. 막으면 몸이 튕겨 나가고 흘려도 밀고 들어 온다.
 피하는 거?
 애초에 보지도 못했다.
 예상은 해도, 볼 수는 없다.
 그때 깨달았다.
 아아,
 난 그냥 인간이었구나.
 그들은 초인이었구나.
 차원이 다르다는 것.
 그게 바로 이런 거구나.
 .
 .
 .
 
 이한성은 상념을 지웠다.
 교수님과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검술과 마력은 하나입니다. 검을 들 힘이 없으면, 검술이 있을 수 없는 것처럼, 마력이 없이는 검술은 반쪽짜리에 불과합니다.”
 
 이희성 교수님.
 10년 동안 전장에서 살다 온 S등급의 영웅이며, 소드 마스터라 불리는 최상급 나이트였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 랭킹 3,000위쯤 되는 랭커이기도 했다.
 
 “검술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이희성 교수님은 그런 말을 하면서 한성을 바라봤다. 저 눈빛, 한성은 너무나 잘 안다. 가득했던 기대가 흔적 없이 사라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공허. 아니, 그걸 넘어선 동정.
 한성은 눈을 피했다.
 
 “마력이 없다면, 일반인일 뿐입니다.”
 
 몇몇 친구들의 눈빛도 느껴진다.
 왼쪽 끝에 앉은 이민기.
 190cm에 달하는 덩치에 각진 턱선. 강렬한 이목구비 선을 가졌지만, 꽤 준수한 외모로 벌써 팬이 생길 정도로 유명한 친구.
 육체 능력 ‘최상’
 검술 재능 ‘상’
 마력 용적 ‘상’
 마력 운용 능력 ‘상’
 거기에 혈류를 거꾸로 돌려 육체 능력을 폭증할 수 있는 [역류]라는 희귀 특성까지 지니고 있다.
 작년, 1학년 교내 순위 1위.
 졸업과 동시에 영웅 자격 획득 확정이고 중급 나이트는 쉽게 올라갈 수 있으며, B등급 영웅으로 시작할 거라 예상하는 ‘유망주’.
 그 옆에 앉은 오연아.
 육체 능력 ‘중상’
 검술 재능 ‘상’
 마력 용적 ‘상’
 마력 운용 능력 ‘최상’
 A등급 희귀 특성 마력을 뻥튀기하고 마력 운용 속도를 증폭할 수 있는 [폭류] 보유. 또 하나, 재력과 권력까지 지닌 빵빵한 집안.
 1학년 교내 순위 4위.
 영웅으로서 [국립 기사단]에 바로 들어갈 수 있지만, 집안에서 운영하는 최상위 대형 길드에 들어가 후계자 수업을 받겠지.
 한성은 고개를 떨궜다.
 
 ‘나는.’
 
 육체 능력 ‘중’
 검술 재능 ‘극최상’
 마력 용적 ‘없음’
 마력 운용 능력 ‘없음’
 하급이나 최하급도 아니다. 아예 없다. 마력을 모으는 것은커녕 인위적인 방법이 아니었다면 느낄 수도 없었겠지. 운용할 수가 없다. 전혀, 완전히, 아무것도 없다.
 
 ‘이민기, 오연아’.
 
 그리 낯선 얼굴이 아니다.
 유소년 검술 대회.
 전국 소년 체전.
 국가대표 선발전.
 각종 세계 대회.
 한성과 경쟁했었다.
 그들에게 한성은, 절대로 넘을 수 없는 벽이었고, 한성은 그들을 경쟁 상대로도 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후.’
 
 말할 것 있나.
 이젠 저들이 벽이다.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는 벽.
 
 “······검술이 극한에 다다르면 마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마력이 검을 따르는 [공명] 현상이 생깁니다. 하급 나이트가 중급 나이트로 넘어가는 중요한······.”
 
 교수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다른 친구들도 시선을 거뒀다.
 
 [공명]
 
 ‘마력’이라는 게 사람의 인위적인 의지가 아닌 검술 그 자체에 휘말려 흐르고 엉키며 소용돌이치는 현상.
 
 한성은 저것만 보고 있다.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모든 검술 대회에서 입상도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검을 들지 않은 친구의 주먹 하나 피할 수 없는 수준이 되어 버렸다.
 고작 10년 전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다.
 최연소 S등급 영웅.
 최연소 상급 나이트.
 최연소 하이 랭커.
 드디어 대한민국에서 탄생되는구나.
 너는 할 수 있다.
 해야 한다.
 한성은 수없이 터지는 셔터 앞에 서 있었고, 그토록 많은 관심은 눈 깜짝할 새에 힐난이 되었다.
 그랬었는데.
 그래야 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망가졌나.
 기대는 실망이 되었고.
 환호는 비난으로 바뀌었다.
 몇몇 기자들의 왜곡은 한성을 대한민국을 속인 사기꾼으로 만들었다. 그는 편법을 사용했던 것이며, 천재가 아니었다. 그는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희대의 사기꾼이 되어 있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숨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저 [공명] 현상.
 저것에만 닿으면 모든 게 해결될 수 있을 거란 희망 하나만 보고 달렸다. 마력엔 재능이 없지만, 검술엔 자신 있다.
 검술이 극의에 다다르면, 마력 없이도 마력을 운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기로 했다.
 
 [한국 영웅 아카데미]
 
 전국의 영웅 후보생이 모이는 대한민국 제일의 ‘영웅 특성화 대학교’. 당연히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천재 중에 천재.
 성장 가능성이 있고, 재능도 있어야 하며, 노력도 하고, 실력이 입증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한성은 들어올 수 없어야 했다.
 
 [마력]
 
 그것은 재능, 성장 가능성.
 그 자체였으니까.
 하지만 세계 검술 대회인 [소드컵]에서 우승한 사람이 마력 재능이 없을 거란 상상을 누가 했겠는가.
 아무리 어려도.
 마력이 적어도.
 그 적은 마력으로 인한 피지컬의 격차는 결코 작은 게 아니다. 보통은 그 격차를 따라잡는 게 불가능하다고 모두 입을 모아 말한다.
 하지만 한성은 가능했고 이변을 일으켰다.
 세계 최대, 최고인 검술 대회.
 
 [소드컵]
 
 그곳에서 우승하면 [한국 영웅 아카데미]는 무조건 입학 가능이다. 하이패스. 아니, 직접 온갖 혜택을 주고 모셔 온다.
 그게 아무리 [유소년] 대회라고 해도.
 그렇게 입학했다.
 하지만.
 
 ‘보이지 않아.’
 
 공명.
 뭔지 감도 안 오고 보이지도 않는다.
 아무리 검을 휘두르고 육체를 단련해도 마력은 마치 한성을 피하는 것처럼, 절대로 잡히지 않았다.
 저주를 받은 것 같았다.
 최고의 검술 재능을 주고.
 최악의 마력 재능을 받은 거다.
 
 “자, 오늘 이론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수업은 끝나지 않았다.
 오늘은 이론 후, 실습까지 한다.
 [초급대인검술]이라는 수업이었고 사람과 사람 간의 검술 대련이 주 수업 내용이다. 이젠 강의실을 떠나 연무장으로 이동한다.
 
 “검술에 마력이 없으면 그게 검술이냐.”
 “마력 없으면서 왜 우리 학교에 와서, 괜히 이미지만 떨어지겠네.”
 “우리 엘리트 학교 아니야? 특별 전형은 이게 문제야. 아무나 막 뽑잖아.”
 
 당연하게도 한성에게 하는 말이다.
 이젠 익숙하다.
 벌써 1년이 지났고 2학년이니까.
 처음엔 이러지 않았다. 반은 기대, 반은 의아. 한성은 유명했으니까. 재능을 깨달았나? 마력이 돌아왔나?
 오오!
 그 검술에 마력이 섞이면 어떨까.
 희대의 천재 탄생인 건가?
 하지만 그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여전히 마력이 없다는 걸 모두가 알았고, 그들이 지니고 있던 기대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것은 조롱이 되었고 비난이 되었으며 놀림 거리가 되었다.
 
 “난 오늘 쟤랑 했으면 좋겠다. 내가 언제 소드컵 우승자를 이겨 보겠냐?”
 “히히, 난 저번 주에 했었는데, 개꿀잼.”
 “그래? 1학년 땐 대인 대련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2학년 너무 좋네.”
 “야, 오늘은 내 차례거든?”
 
 익숙한 목소리에 시선이 갔다.
 그곳엔 ‘허진수’가 있었다. 180cm의 키. 두꺼운 팔다리. 강한 피지컬에 마력 재능도 나쁘지 않다.
 이 아카데미에선 중간 랭킹이었고 특출나진 않지만, 못나지 않은 정도다. 물론, 이 한국 영웅 아카데미에서 중간이면, 전국에서 손꼽히는 천재이긴 했다.
 한성은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상대가 맞다.
 
 “오늘은 무조건 나다.”
 
 허진수가 으름장을 놓았다.
 주변 친구들은 별말 없었다.
 모두 허진수의 성질이 더러운 걸 알고 있었으며, 괜히 다툼이 생기면서까지 한성과 붙고 싶은 마음도 없었기 때문이다.
 한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허진수는 한성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이번에는 반드시 한성과 붙겠다는 듯 눈을 부릅뜨고 있다.
 그 눈빛에선 악의마저 느껴진다.
 왜냐고?
 7살, 10살, 12살.
 대회에서 만났었다.
 한성은 그 자리에서 발을 움직이지도 않고 한 손으로 저놈을 농락했었다. 딴에는 최대한 패널티를 가지고 해보자, 라는 의미였지만,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없진 않았을 거다.
 겨우 12살이었고 천재라고 칭송받을 때였으니까. 그 시절 생긴 적은 아주 많았다.
 
 ‘업보다. 업보.’
 
 한성은 고개를 저었다.
 어쩔 수 없다.
 수업은 수업이고, 교수만 허락한다면 학생들끼리 대련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니까.
 그나마 아카데미 내에서 교수의 참관이 없는 대련 혹은 무력 다툼은 바로 퇴학이었기에, 한성이 무사히 학교를 다닐 수 있지 않았을까.
 
 “이번에도 짝을 지을 겁니다. 최대한 대련하지 않았던 상대를 붙여주겠습니다.”
 
 이희성 교수가 짝일 지어주기 시작했고, 허진수는 교수에게 자신을 어필했다. 한성과 붙어보고 싶다고, 손을 번쩍 들곤 한성을 가리켰다.
 1학기가 시작된 게 4주째였고 허진수가 4주 동안 어필했다. 교수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아니라는 거다.
 허진수는 분해했고 한성은 다른 친구와 대련하게 되었다. 그리고 곧 몇몇 친구들이 대련을 시작했다.
 한 번에 세 팀.
 총 50명이 돌아간다.
 모두 교수의 참관이 있어야 하기에 한 번에 모든 학생이 대련할 수는 없다.
 그리고 금세, 한성의 차례가 왔다.
 
 “잘 부탁해.”
 “응, 나도!”
 
 기사 후보생.
 영웅 지망생끼리의 대련이다.
 당연히 극한의 피지컬을 지녔고, 마력을 쓰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어차피 훈련용 검이고, 교수가 참관 중이니까.
 하지만 한성의 상대, 김상철은 마력을 쓰지 않을 거다. 한성과 붙을 때는 마력을 사용하지 않는 게 암묵적인 룰이었으니까.
 
 후-
 
 한성은 길게 호흡했다.
 동시에,
 집중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댓글(45)

ohh    
2020.08.03 17:30
ohh    
엔터좀 쳐 주세요..
2020.08.10 10:49
풍뢰전사    
건투를
2020.08.15 17:03
글나래    
근육에 마력이 이미 스며들어 있어서 기본 능력 자체가 마력 안 써도 월등하다고 중간에 나와요.
2020.09.03 18:33
글나래    
다음화에 더 자세히 나오네요.
2020.09.03 18:35
추재기이    
한줄 한줄이 너무 짧고 연속적이라 가독성이 떨어집니다 알림받고 왔으니 더 읽어 보겠습니다
2020.09.04 03:21
니달리조아    
엥? 검술천잰데 마력없고 학원물이면 그 애니 아니냐? 베꼈나?
2020.09.14 08:01
이됴    
몬스터가 인간형인가요? 대인용 검술이랑 몬스터용 검술이 달라야 할텐데 검술에 큰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저런 세상이 된다면 마나 짱짱하고 출력 센게 장땡일텐데 싶네요
2020.09.16 02:16
인세    
잉. 글 제목부터가 모순. 만년이라는 의미를 모르시나 16살까지 쭉 1등가도 달려오다가 쭉정이로 전락한지 뭐 해봤자 3년인거같은데 만년꼴찌,,?
2020.09.17 16:40
musado0105    
잘 보고 갑니다. 건 필하세요^^*
2020.09.18 12:31
0 / 3000

이용약관 유료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청소년보호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