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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약먹는 천재마법사

프롤로그

2020.08.27 조회 277,183 추천 3,341


 “자, 그럼 이번엔 어떤 캐릭터를 만들어볼까....”
 
 부스스한 머리를 헤집으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
 
 키보드를 간단하게 몇번 두들기고 나자 익숙한 인터페이스가 떠올라 얼굴을 비춘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넣고 접속하자 WORLD ver.3.0이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사라지고 두명의 사람이 화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굵직한 통나무를 베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청년과, 새파랗게 빛나는 라이플 한자루를 든 사수.
 
 청년의 근처에는 살짝 빛이 바랜 건틀렛이 떨어져있고, 사수가 든 라이플의 총구 위로 마법진이 느릿하게 회전하고 있었다.
 
 그는 청년과 전사의 모습을 보며 마우스를 놓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
 
 모니터 안에서 움직이는 두명의 남자는 그가 직접 만들어서 키웠던 게임의 캐릭터들이다.
 
 WORLD라는 게임은 오픈월드 싱글플레이를 지향하면서도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세계관과 시간선에 변화를 주는것으로 유명했다.
 
 그 역시 게임을 플레이하며 업데이트가 진행될때마다 새롭게 캐릭터를 만들어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ver 1.0과 2.0에서 충분히 게임을 즐겼으니 3.0에서는 새로운 캐릭터가 필요할 터.
 
 잠깐 고민하는듯 하던 그는 금세 마우스를 잡고 캐릭터 생성버튼을 눌렀다.
 
 사실 어떤 캐릭터를 만들지에 대해서는 이미 어느정도 생각을 해놓았었기 때문이다.
 
 세번째 캐릭터는 아예 마법에 특화된 캐릭터를 만들 작정이었다.
 
 그가 두번째 캐릭터로 만들었던 마총사를 플레이할때 느꼈던 마법의 뽕맛을 제대로 느껴볼 생각이었다.
 
 화려한 마법진과 강력한 위력, 그리고 WORLD의 다른 직업군이나 기술에서 찾아볼 수 없는 다재다능함은 드넓은 오픈월드 안에서도 굉장히 매력적인 장점이 분명했다.
 
 오죽하면 마총사를 키우던 그가 마법에 맛들려서 지나치게 마법능력에만 투자한 덕분에 흔히 말하는 망캐로 전락할정도로 말이다.
 
 만능과 무능이 한끗차이라는것을 게임을 통해 알게된 그는 이번에는 아예 완벽하게 마법사 전용 캐릭터로 키울 작정이었다.
 
 초기 캐릭터의 재능을 정해주는 선택창에서 재능을 마법에 몰아준다면 적어도 애매한 캐릭터가 되는 일은 없을테니까.
 
 “그럼 시작해볼까?”
 
 결정을 내린 그는 빠르게 캐릭터의 외형과 나이를 결정하고 재능을 분배하는 창으로 넘겨 주어진 잠재능력을 모조리 마법과 관련된 항목에 몰아넣었다.
 
 “마력 보유량, 제어능력, 연산능력.... 마나감응이란 친화력도 빼먹으면 안되지.”
 
 그렇게 초기 분배치를 마력과 관련된 능력에 때려박고 나자 완성된 캐릭터는 그야말로 가관이 따로없었다.
 
 30점 만점 기준에 마력관련 스탯은 25~27 정도를 맴돌면서 육체 관련 능력치는 3, 4 를 간신히 찍은 걸어다니는 시체가 완성된 것이다.
 
 환자복 비슷한 옷가지를 걸친 화면 너머의 캐릭터의 안색이 창백해보이는 것은 착각이 아닐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러고도 불만족스러운 얼굴로 한참을 모니터를 바라보다 다시 마우스를 고쳐잡았다.
 
 스탯창을 쭉 내려 특성란에 커서를 옮긴 그는 화살표를 클릭해서 선택할 수 있는 특성목록을 쭉 나열했다.
 
 캐릭터의 선천적인 체질이나 재능, 혹은 특수한 능력을 부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특성란이지만, 이러한 특성을 추가하는데도 만만치 않은 능력치가 들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나 쓸만한 한두가지의 특성만 간단하게 추가하고 넘어가는게 일반적이지만 그는 다른 특성을 쳐다보지도 않고 목록을 쭉 내리기 시작했다.
 
 한참동안 목록을 내리자 선무지체, 블루블러드와 같은 유용한 특성들이 사라지고 새빨간 글씨로 쓰여진 특성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만성두통, 마력고갈, 성력반발증와 같은 캐릭터에게 페널티를 안기는 듯한 온갖 좋지 않은 특성들.
 
 모르는 사람은 순수하게 컨셉 플레이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쓸데없는 기능이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이 게임을 두번이나 플레이해본 그는 진짜 이유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는 신중한 얼굴로 그 중에서 이것저것 도움이 안되는 특성을 골라 캐릭터에 추가하기 시작했다.
 
 “허수아비, 불면증, 마나중독자, 과유불급도 추가하고, 재인박명.... 수명은 상관없겠지.”
 
 직접 플레이할 캐릭터에 디메리트를 가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지만, 놀랍게도 그가 새빨간 글씨로 쓰여진 특성을 캐릭터에 추가할때마다 완전히 다 써버린 줄 알았던 잔여 분배능력치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WORLD에서 캐릭터를 만들때에 한정하여 발동하는 ‘카르마 시스템’이 캐릭터에 가해진 페널티만큼의 대가를 추가적으로 지불한 것이다.
 
 이런 카르마 시스템으로 인해 WORLD를 즐기는 플레이어들은 단순한 능력치와 특성의 제한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롭게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다.
 
 몇가지 페널티를 추가하는것으로 능력치상으로 허락이 안되는 재능이나 특성을 캐릭터에 추가적으로 기입할 수 있게 되는것이다.
 
 이제까지 그는 이러한 카르마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본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작정하고 캐릭터를 만드는 만큼 할수 있는 한 끝까지 캐릭터의 컨셉을 밀어붙여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캐릭터에 주렁주렁 달아놓은 페널티의 대가로 얻은 잔여 능력치로 모든 마법 관련 스탯을 30점 만점으로 채우고 난 뒤에야 그는 만족한 얼굴로 생성 완료 버튼을 눌렀다.
 
 타고난 저질체력, 불면증에 마력을 오래 사용하면 중독증세에 시달리고 과한 재능으로 수명이 반토막이 난데다 움직일때마다 온몸이 삐걱거리는 환자겠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고작 게임 캐릭터일 뿐이다. 마법으로 재미를 보기에 이것보다 완벽한 캐릭터는 존재하지 않았다.
 
 “재밌겠어.”
 
 이만한 재능이면 어떤 마법을 익히든 기대 이상의 성능을 뽑아낼 수 있을 터.
 
 어떤 마법을 배울지 고민하는것만으로도 벌써부터 즐겁기 그지없다.
 
 캐릭터의 이름과 배경을 대충 랜덤으로 설정하고 편집을 마치자 검은 빛의 로딩화면이 모니터를 가득 채운다.
 
 “.........”
 
 로딩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빈둥거리던 그의 눈이 문득 화면 아래쪽으로 향했다.
 
 로딩 화면 구석에 게이머의 지루함을 달래주는 용도로 뜨는 게임 팁 문구가 유난히 거슬렸기 때문이다.
 
 [첫번째는 우연. 두번째는 필연. 세번째는 운명.]
 
 [세번의 업데이트는 모두 이 순간을 위해 기록되었다.]
 
 [운명을 받아들여라]
 
 “이게 무슨...”
 
 팁 문구치고는 상당히 강압적인 어조에 그가 혼잣말을 중얼거린 순간,
 
 검은 빛이 번뜩이며 방안의 모든것을 통채로 삼켜버렸다.
 
 한 사람이 살아온 모든 삶의 흔적을 남김없이 먹어치운 뒤에야 그것은 만족스럽게 트림을 하고 자취를 감췄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것처럼, 방안에는 어느샌가 두꺼운 먼지가 수북히 쌓여있었다.
 
 
 #
 
 
 “레녹, 일어나라!”
 
 귀청을 뒤흔드는 거친 고함소리에도 그는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뒤척였다.
 
 무의식적인 행동이었지만 목소리는 두번 말하지 않았다.
 
 철썩!
 
 턱이 떨어져나갈것만 같은 강렬한 충격과 함께 침대에서 굴러떨어진 그가 눈을 번쩍 떴다.
 
 얼굴에서 살기가 흘러넘치는 두터운 털복숭이 거한이 핏발선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한은 신고있던 부츠로 그의 얼굴을 즈려밟으면서 낮게 으르렁거렸다.
 
 “작업시간이다. 당장 부품실로 뛰어와. 알겠나?”
 
 “.....알겠습니다.”
 
 스스로도 움찍 놀랄만큼 쉰 목소리.
 
 거한은 대답을 듣자마자 성큼 걸어 방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제서야 그는 얼얼한 뺨을 움켜쥐고 주변을 둘러볼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때가 잔뜩 낀 시트를 깐 간소한 침대가 가득 찬 좁은 방. 대략 10여명의 사람들이 그를 한심하다는 눈길로 쳐다보고 있었다.
 
 “멍청한 자식. 감독관이 온것도 모르고 잠이나 처 자고 있으니....”
 
 “내버려 둬. 뒤질때가 얼마 안 남은거 잘 알잖아. 그걸 아니까 감독관도 뺨 한대 치고 넘어간거 아니야.”
 
 “하긴, 저놈을 두들겨팼다가는 정말 죽어버릴지도 모르겠군.”
 
 그들은 자기들끼리 그렇게 쑥덕거리더니 벌떡 일어나 그를 두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멍하게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있던 그는 그제서야 두 손을 들고 스스로의 몸을 더듬거렸다.
 
 갈비뼈가 그대로 만져지는 비쩍 마른 몸뚱아리. 나무가지처럼 얄상한 팔뚝과 혈관이 그대로 비치는 종아리.
 
 그가 평생동안 기억하고 있던 몸과는 전혀 다른,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병자의 몸이 그의 머리 아래 존재하고 있었다.
 
 “.......”
 
 비틀거리며 일어난 그는 퀴퀴한 공기가 가득한 방의 한쪽 구석에 걸린 작은 거울앞에 서고 나서야 모든것을 깨달았다.
 
 깨진 거울속에서 부어오른 뺨을 부여잡고 있는 청년의 모습은, 그가 모니터 너머로 만들었던 세번째 캐릭터의 생김새와 너무나도 비슷했으니까.
 
 “레녹이라고... 그랬지.”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이 그저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만 만들었던 캐릭터.
 
 귀찮음에 이름조차 제대로 지어주지 않았던 그 하찮은 육신이 지금 그가 가지고 있는 전부였다.
 
 레녹은 그렇게, 한마디 불평조차 하지 못하고 새로운 세상에 내던져졌다.

댓글(243)

김치웅우옌    
시작 프롤로그 느낌있네요 캐릭터 마나몰빵부분도 개연성있게 잘 설계하셨다 재밌습니닷
2020.09.08 22:48
sy***    
흐미 ㅈ됐네
2020.09.08 22:59
생각해봤어    
대명사가 너모 많은데 의도한 부분인가여?
2020.09.08 23:36
제발열심히    
좋아 좋아.
2020.09.09 01:11
넘버걸    
오 느낌있다
2020.09.09 02:56
야광공룡    
평타 프롤로그네요 기대가 됩니다
2020.09.09 08:34
수국과국화    
재인박명 ㅈ댓네 ㅋㅋ
2020.09.09 11:16
누렁이2001    
재밌어보임
2020.09.09 11:56
요혈락사    
감사합니다...^^
2020.09.09 12:33
고기토끼    
주어가 명확하지 않고 띄어쓰기 오류가 굉장히 많네요. 20퍼센트 지점까지 대충 훑어보기만 해도 10개가 넘는 오류가 있으며 시제가 통일되지 않아 읽는 데 거북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수정하시는 것이 좋겠네요. 그와 별개로 소재는 괜찮은 편이라 필력이 받쳐준다면 괜찮은 스토리를 펼쳐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2020.09.0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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