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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귀신 잡는 사장님

프롤로그 & 제1장. 이건 뭐……(1)

2020.09.24 조회 326 추천 2


 프롤로그
 
 
 
 “망자 한진웅에 대한 심판을 시작한다. 율관은 한진웅의 죄를 말하라!”
 “예이!”
 높고 살벌하게 생긴 단 위로 높이 그로테스크한 의자에 앉은 채 무표정한 얼굴로 말하는 이는 염라대왕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인 자는 율관으로 망자의 죄를 말하고 그 치죄 여부를 청하는 검사와 같은 이다.
 “망자 한진웅은 존엄한 생명 319명을 죽인 희대의 살인마입니다.”
 “허어! 319명이나 죽였다는 것이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목을 비틀어 죽인 자가 35명이고.”
 ‘먹고 살려고 했지만 미안하긴 하네··· 35명이나 목을 비틀었다니.’
 “칼로 찔러 죽인 자가 52명이고.”
 ‘하아··· 그래도 최선을 다해 깔끔하게 보냈는데.’
 “총이라는 이승의 무기로 쏴 죽인 자가 89명이 이릅니다.”
 ‘고통을 느낄 시간도 없었을 거니까··· 얘들은 그나마 낫겠다.’
 “나머지는 폭탄이라는 것으로 학살을 자행했습니다. 대왕!”
 ‘어찌 됐든 사람들을 죽인 것은 사실이니 죄를 달게 받아야겠지? 하아······.’
 “으음··· 악독한 자가 아닌가!”
 “그러믄입쇼. 희대의 살인마라 칭할 수 있는 그런 죄인입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그리고 또?”
 “아비를 죽이려고 칼을 휘둘러 상해를 입힌 천륜을 저버린 패악무도한 자라 할 수 있습니다.”
 ‘아비? 그게 죄라고? 그게 왜에?’
 “허허··· 볼 것도 없군. 사람을 죽인 것도 크지만 아비를 죽이려 칼을 휘두르다니! 천 년간 화염지옥에 빠뜨려 죄를 반성케 하라.”
 염라대왕은 분노한 눈으로 한진웅을 내려다보며 판결을 내렸다. 입고 있는 옷이 모두 찢기고 불에 그을린 모습으로 망자가 된 한진웅은 그런 염라대왕의 판결에 비틀린 웃음을 흘린다. 그 판결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왜? 할 말이라도 있느냐?”
 “까고 있네. 내가 사람 죽인 거는 그렇다 치는데 아비란 작자를 죽이려 칼 휘두른 거는 인정 못 하겠다. 아니, 인정 안 한다고!”
 나직하게 말하다 점점 목소리가 커지는 한진웅의 눈에는 아비라는 자에 대한 증오와 울분이 가득 담겨 있었다. 자신을 이렇게 만든 모든 원흉인 아비에 대한 죄만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는 분노와 원망을 토해내는 한진웅이었다.
 
 
 
 제1장. 이건 뭐······ (1)
 
 
 
 염라대왕은 처음에는 시큰둥하게 재판에 임했다. 그러다 극악무도한 죄인이라는 율관의 말에 살짝 노한 심정으로 망자를 내려다보았다. 반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망자의 표정과 눈빛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것에 그래도 양심은 있는 놈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 비틀린 웃음을 흘리며 버럭 소리를 지르는 망자에게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졌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견뎌내기 어려울 정도로 강하고 포악한 살기였다.
 “갈! 지금 망자는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잊었는가!”
 감히 인간 나부랭이가 염라대왕인 자신의 앞에서 살기를 내뿜으며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는 것에 호통을 쳤다. 신력과 수만 년을 넘게 염라대왕을 하면서 쌓은 강렬한 카리스마가 작렬했다.
 “크읏!”
 “대, 대왕!”
 율관과 판관, 그리고 차사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아마도 그만해 달라는 소리가 분명한데 망자는 그 신력을 버텨내는 것만이 아니라 이글이글 타오르는 듯한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뭐요?”
 “뭐라?”
 “사람 죽인 거 잘못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인정 못 하겠다. 어차피 막장인 거 같은데 다 따져보자고. 시바!”
 “이놈이 감히!”
 “대왕 앞에서 어딜 주둥아리를 함부로 놀리는가!”
 율관들이 호통을 치며 한진웅에게 삿대질을 하며 차사들에게는 눈짓을 보냈다. 한진웅을 제압하여 꿇리라는 신호에 차사들이 허겁지겁 달려들었다.
 “그만!”
 “네? 하오나······.”
 “그만하라 하지 않더냐!”
 “예? 예이!”
 율관들이 물러나고 한진웅에게 달려들던 차사들도 뒷걸음질로 물러났다.
 “따져보자 했느냐?”
 “응! 어차피 막장인 거 하나하나 다 따져보자고.”
 “허허! 발칙한 인간이 아닌가. 그래, 한번 변명을 늘어나 보거라. 어차피 무료한 저승 생활이었는데 이런 소소한 재미라도 있어야지.”
 염라대왕이 귓구멍을 후비며 비릿한 조소를 흘렸다. 지금껏 수많은 인간들을 심판하며 간악한 자들이 하는 변명을 하늘에 떠있는 별보다 더 많이 들어온 자신이다. 오늘은 또 어떤 신박한 변명이 자신을 기쁘게 할지 들어보자는 생각으로 턱을 괴며 다리마저 꼬았다.
 “내가 사람 뭐 나오게 죽인 거 인정해. 근데 뭐? 존엄한 생명? 지랄하고 자빠졌네. 그 정도 지랄이면 병이야. 말기 암보다 더한 중병이라고.”
 “뭐, 뭐시라! 이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망자가 어디서!”
 존엄한 생명을 죽였다고 이야기했던 율관은 분노 어린 노성을 내질렀다.
 “야! 까놓고 말해서 그 새끼들이 존엄한 새끼들이냐? 나한테 죽은 놈들이? 10살 먹은 애새끼 잡아다 총 쥐여주고 사람 죽이게 만들었던 놈들인데? 12살도 안 된 여자애들 윤간하고 웃으며 쏴 죽인 놈들이 존엄해? 말해봐! 말해보라고!”
 “그것은······.”
 율관은 한진웅이 한 말에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기록을 살폈다.
 “허··· 이게 왜······.”
 자세히 기록을 살피지 않고 초임 율관에게 일을 맡긴 것이 실수였다. 옆에서 어리바리한 표정을 한 채 서 있는 후배 율관을 흘겨보며 복화술로 씹듯이 흘렸다.
 “너 나중에··· 으득! 두고 보자.”
 “네? 저요? 왜요?”
 후배 율관은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해맑게 되묻는다. 너무도 해맑아 자신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똑 소리 나게 분지르고 싶지만 지엄한 심판장에서 차마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율관! 그게 사실인가?”
 “그것이··· 사실입니다. 대왕!”
 “만상경을 대령하라!”
 “예이!”
 차사들이 움직여 커다란 거울을 끌고 나타났다. 만상경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거울은 신비롭게 빛나며 오색찬란한 빛을 연신 뿜어냈다.
 “망자 한진웅이 죽인 자들에 대한 기록을 보이라!”
 만상경은 마치 생명이라도 가진 듯이 염라대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기이한 빛을 뿜어냈다. 그 빛은 홀로그램처럼 영상을 만들어냈다.
 “허어······.”
 염라대왕을 비롯한 율관들의 미간이 찡그려지고 입에서는 절로 분노 어린 탄식이 흘러넘쳤다. 진웅의 말대로 어린아이들을 잡아다 총을 쥐여주고 사람을 죽이게 만든 자들의 모습이 나왔다. 그리고 이어서 그의 말보다 몇 배는 더 잔인하게 어린아이들을 윤간하고 자신들의 욕정을 푸는 도구로 사용하는 인간들이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였다.
 “어찌 저리 잔인할 수가 있단 말인가. 하아······.”
 염라대왕의 탄식에 비틀린 미소를 입가에 걸고 있는 진웅이 염장을 지르듯이 말했다.
 “신이 저렇게 만들었는데 누굴 탓하는 거야.”
 “그 입 다물라!”
 염라대왕은 이죽거리는 진웅에게 노성을 터뜨렸다. 그러나 진웅은 그 기세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입을 놀렸다.
 “내가 죽인 짐승만도 못한 놈들이 저런 놈들이라고. 그리고 총을 든 그날부터 암묵적으로 동의를 한 거 아냐? 나는 너를 죽일 테니 너도 나를 죽여라. 서로 죽여도 원망하지 말자! 이런 동의. 그걸 왜 벌하려는 건데? 서로 동의하고 죽고 죽이는 건데.”
 염라대왕은 만상경이 보여준 진웅이 죽인 자들의 기록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의 말대로 정말 죽어도 싼 자들만 있었으니 딱히 뭐라 반박할 구석이 없었다. 그래도 신이 만든 인간을 다른 인간이 죽인 것은 반드시 벌해야 하는 것이 자신의 입장이었다.
 “아무리 죽어도 싼 인간이라고 하나 신의 앞에서는 모두가 동등하다. 너희에게는 그럴 권리가 없느니! 어찌 인간이 다른 인간의 생명을 죽인다는 말인가!”
 염라대왕의 호통에도 진웅은 고개를 천천히 내저으며 입술을 비틀었다.
 “저놈들 죽여서 수천의 아이들이 구원을 받는다면 난 더 많은 놈들을 죽였을 거다. 힘없는 어린아이가 무슨 죄라고! 이게 다 너희 신들이 세상을 방치해서 그런 거라고. 알아?”
 피를 토하듯이 외치는 진웅의 말에는 지독한 한이 깃들어 있었다. 자신이 어린 시절 겪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죽고 싶었던 학대의 기억에 대한 분노를 지금에서야 토해내는지도 몰랐다.
 “내가 살려달라고 그렇게 빌었을 때는 신경도 안 쓰다가 이제 와서 나를 벌한다고? 무슨 권리로? 난 이미 지옥보다 더한 고통을 겪었는데.”
 만상경은 진웅의 울분에 겨운 외침을 듣고 그의 어린 시절을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이, 이런!”
 처음 장면은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어린아이를 운다는 이유 하나로 벽을 향해 집어 던지는 아비라는 자의 모습이었다. 자지러지게 우는 어린 생명을 발로 걷어찰 뿐만 아니라 그대로 기절한 아이를 두고 술 먹고 뻗어버린 그 장면에 모두가 탄식을 터뜨렸다.
 “크크크! 하긴 아기 때라고 달랐겠냐만··· 그래도 신박하네. 저 나이 때도 저랬다는 게 말이야.”
 진웅의 비틀린 음성에 염라대왕은 혀를 차며 다음 장면을 살폈다. 나이가 들어감에도 계속되는 학대와 방임, 그리고 지독한 굶주림이 진웅에게 행해졌다. 죽기 직전까지 얻어맞고 그런 아이를 감싸는 어미마저 짓밟는 아비라는 자의 만행에 율관들 또한 고개를 저을 정도였다.
 “참으로 모진 삶이 아닌가.”
 어린 진웅은 제발 이 지옥 같은 삶 속에서 구해달라고 신께 빌었다. 누구에게 빌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진웅의 피맺힌 절규는 신에게 전달되지 않고 허무하게 흩어질 뿐이었다. 모진 매질과 학대는 계속되었고 어느 순간 진웅의 음성이 독백하듯 흘러나왔다.
 “저 때 죽였어야 했는데··· 으득! 엄마가 눈물로 막지만 않았어도··· 씨발!”
 욕설을 터뜨리는 진웅의 말을 들으며 본 만상경의 장면은 그가 처음으로 아비라는 자에게 대든 날이었다. 그날 부엌칼을 들고 아비를 죽이려 했던 진웅의 독기 어린 모습이 염라대왕을 고뇌에 빠뜨렸다. 진웅은 도박할 돈을 내놓으라고 어미를 두들겨 패던 아비에게 달려들었다. 피를 흘리며 초주검이 되어가는 어미를 살리기 위해서 달려든 거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진웅의 잘못이라기에는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아··· 신님도 너무하셨군. 이걸 어찌 벌하라는 건지··· 쯧!”
 염라대왕의 독백에 진웅의 비틀린 입가가 처음으로 내려앉았다.
 “하나만 물읍시다. 전생이 있고 그 전생의 잘못으로 현생에서 고생한다고 하던데 내가 전생에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런 지옥 속에서 나를 살게 만든 겁니까?”
 “으음··· 너에게는 첫 생이었다.”
 “하! 그럼 내가 잘못도 없는데 저런 지옥 속에서 살게 했다는 거네? 신을 고소해야겠네. 차라리 태어나게 하질 말든가! 태어나게 했으면 최소한의 삶은 보장해야지. 안 그러냐고!”
 진웅의 악다구니에 염라대왕은 하늘 쪽을 쳐다보며 손가락질을 했다. 어찌 이런 삶을 내려 자신을 곤란하게 만드느냐는 그런 뜻이 담긴 손가락질이었다.
 “그런데 저 망자는 어찌 죽어 이리로 온 것인가? 명부를 얼핏 보니 앞으로 5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말이야.”
 “그것이 저자의 선택이었습니다.”
 “선택이라? 그럼 자살을 했다는 게냐?”
 “자살이라고 할 수는 없고··· 에효··· 고아원에 날아든 수류탄을 몸으로 막고 죽었습니다.”
 “고아원이라면··· 어린아이들이 있는 그 고아원인가?”
 “예, 대왕.”
 만상경은 이제 말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 장면을 보여주었다. 전역하기 위해 프랑스로 돌아가기 바로 전날, 고아원이 있는 마을을 습격한 반군으로부터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달려가는 진웅의 모습이 보였다. 닥치는 대로 죽이고 또 죽이며 반군을 학살하는 진웅과 그런 진웅을 응원하는 아이들. 그리고 마지막 반군이 죽어가며 던진 수류탄이 날아들고 진웅에게 ‘파파’라며 손을 뻗는 어린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 소녀와 함께 오들오들 떨고 있는 수십 명의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진웅의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루차··· 나를 아빠라고 부르던 아이야. 내가 구해서 고아원에서 기르던 아이··· 그런 아이가 죽는 모습을 어찌 볼까. 그래서 그랬을 뿐이야.”
 “으음··· 의인이 아닌가?”
 “그것은 또 아니옵니다만······.”
 율관의 목소리가 점점 힘을 잃고 마지막에는 얼버무리듯이 끝맺었다.
 “지옥 같은 삶을 살다 또 지옥 같은 전장을 구르고··· 이제 지옥을 벗어나 처음으로 평범한 삶을 사나 싶었지.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외인부대에 입대했거든. 돈도 많이 주고 제대하면 프랑스 시민권을 준다고 해서 간 거였지. 지옥 같은 대한민국을 떠날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겠어서 말이야. 근데 저렇게 됐네? 참, 엿 같은 인생이고 지랄 맞은 최후네. 염병!”
 진웅의 음성이 흘러나오는 동안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너무도 진한 한이 그 음성에서 묻어나와 모두의 가슴을 찢어놓은 탓이었다.
 “난 그저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아빠 엄마의 사랑 듬뿍 받고···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고··· 그렇게 성장해서 또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예쁜 애새끼 낳아서 기르는··· 그런 지극히 평범한 인생을 살고 싶었다고. 저런 거지발싸개보다 못한 인생이 아니라!”
 피맺힌 절규에 염라대왕도 고개를 도리질 쳤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찮은 삶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평범한 삶을 너무도 간절하게 원하는 인간에 대한 연민이었다.
 “살아봐.”
 “네? 대, 대왕!”
 “그런 삶을 한번 살아보라고.”
 “크크큭! 지금 나랑 장난치세요? 지옥에서 천 년간 구르라고 한 지가 언젠데 이제 와서 그런 삶을 살아보라니.”
 “저 무책임한 신의 작은 배려조차 받지 못한 인간에 대한 내 연민이다. 네가 꿈꾸는 그 작은 행복이 담긴 삶을 네 손으로 만들어 보아라.”
 “네? 그게 무슨······.”
 “가보면 알 것이다. 내가 돌려보내 주는 그때로 돌아가면 깨닫게 될 게다. 가거라!”
 염라대왕은 하늘을 향해 혀를 차며 손가락질을 한 후 진웅에게 손가락을 뻗었다. 그러자 검은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며 진웅의 몸이 지옥의 불구덩이가 아닌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아! 갈 때 가더라도 계산은 해야지.”
 휘익! 퍼억!
 공중으로 떠오른 진웅의 머리를 야멸차게 걷어차는 염라대왕의 발길질에 더욱 빠르게 암흑의 구멍으로 날아갔다.
 “새끼가 어디서 까불고 있어. 이건 그 벌인 동시에 상이니 억울해하진 말고. 흐흐흐!”
 “억··· 시파!”
 진웅은 갑작스러운 발길질에 턱을 걷어차이자 오기가 치밀었다. 아무리 염라대왕이라고 해도 이렇게 걷어차는 것은 자신을 개무시하는 거 아니겠는가.
 ‘이대로는 못 가지. 버텨!’
 소용돌이에 말려 들어가며 염라대왕에게 마지막 힘을 다해 가운뎃손가락을 쌍으로 날렸다. 바로 빨려 들어가야 하는 것을 억지로 버티고 버티며 날린 퍽, 아니, ‘법규’였다.
 ‘흐흐흐! 날렸다!’
 자신의 조소 어린 눈빛을 직면한 염라대왕의 얼굴에 분노의 빛이 띠는 것을 보며 자신이 승리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편안하게 소용돌이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저저저! 발칙한 망자를 봤나!”
 “당장 잡아와서 물고를 내야 합니다, 대왕!”
 율관들과 차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진웅을 다시 잡아와야 한다고 소리쳤다. 그러나 ‘쌍법규’를 맞은 염라대왕의 얼굴은 분노에서 차츰 고소하다는 표정으로 변해갔다.
 “크크크! 5초를 버텼네? 염라국의 5초가 지상에서는 얼마의 시간이지?”
 “그것이 100배의 차이가 납니다.”
 “그래, 그럼 500초? 허이고야··· 지놈 편히 살다 오라고 보내줬는데 개고생 좀 하겠네.”
 “네?”
 “감히 염라대왕에게 ‘법규’를 날린 놈인데 편히 쉬다 오면 되나. 암! 그렇지. 그렇고말고. 으하하하하!”
 통쾌한 웃음을 터뜨리는 염라대왕은 아주 후련한 마음으로 다음 재판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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