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안 늙는 헌터가 너무 강함

000. 헌터 김봉팔

2020.09.23 조회 136,158 추천 2,080


 000.
 
 
 김봉팔, 1세. 김봉팔이라는 이름을 얻다.
 
 12세, 고아원을 탈출하다.
 17세, 타고난 싸움 실력으로 밥벌이를 시작하다.
 
 그리고 21세,
 
 갑자기 세상이 망했다.
 
 
 **
 
 
 퉤!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청년이 피 섞인 가래를 땅바닦에 뱉었다.
 
 “하아. 씨이발. 이 짓거리도 못해 먹겠네.”
 
 그의 뒤로는 추욱 늘어진 괴생물의 시체 한 구가 있었다.
 몬스터.
 세상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괴생물체들에 붙인 이름이다.
 
 털썩.
 
 “어이. 거기 담배 있으면, 하나만 줘라.”
 
 몬스터의 시체에 몸을 기댄 청년이 옆에 위치한 다른 사내에게 말했다.
 잔뜩 지친 숨을 고르고 있던 사내가 청년의 말에 다급히 다가가 입에 담배를 물렸다.
 
 치이익-
 
 “스읍. 하. 좆같이 힘드네. 안 그냐?”
 “예. 맞습니다. 대장.”
 “대장은 씨펄. 걍 형이라 부르라니까.”
 
 사실, 이상한 광경이다.
 대장이라 불린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청년.
 그리고 아직 젊어 보이지만 적어도 서른은 넘겼을 것으로 보이는 또다른 사내.
 즉, 20대의 청년이 서른은 넘은 사내에게 자신을 형이라 부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아무도 이상히 여기지 않는다.
 사내는 오히려 청년을 감히 형이라는 친숙한 말로 부르기 어려워하는 태도다.
 
 “후우. 야. 너도 잘 생각해.”
 
 담배 한 개비를 끝까지 쭈욱 빤 청년이 길게 연기를 내뱉으며 말했다.
 
 “예?”
 “헌터. 너도 요 몇 달 봐서 알겠지만, 이거 개좆같은 생활이니까.”
 “······”
 “돈? 그래 씨발, 돈 잘 벌지. 좆도 없던 고아 새끼가 건물 몇 채는 가지고 있으니까. 근데 그거 아냐?”
 
 청년의 말에 사내가 쓰게 웃었다.
 자신을 처음 봤을 때부터 같은 말을 하는 청년이다.
 헌터 생활, 별 거 없다.
 그러니 괜히 헌터될 생각 하지말고 하던 일이나 잘 해라.
 사내에게는 배부른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 말이다.
 
 “내가 헌터 생활을 스물 하나에 시작했다. 그때 헌터 시작한 놈이 백명이라 치면은··· 지금 안 뒈진 새끼는 나 혼자 뿐이야.”
 “······”
 “니미. 표정 하나 안 바뀌기는. 그래 시팔, 나 혼자는 개뿔. 한 열 명은 살아있지. 그중 두 명은 다리 병신, 팔 병신 되고. 나 같이 여전히 몬스터 새끼들 칼로 썰면서 밥벌이 하는 놈 한 다섯 명 있고. 남은 세 명은 저기 저, 윗 꼭대기에 계시고.”
 
 치이익-
 
 청년이 다시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문 채, 불을 붙였다.
 
 “그래. 네가 그렇게 되길 원한다던 S급 헌터, 그 새끼들. 걔네가 100명 중 3명이라고.”
 “4명이죠.”
 “뭐?”
 “대장도 마음만 먹으면 S급 라이센스 따시지 않습니까?”
 
 피식.
 
 사내의 말에 청년이 웃었다.
 
 “지랄. S급이 누구 개 이름이냐? 니가 몰라서 그러는데, 걔네 앞에서 나는 걍 애들 장난이야.”
 “네? 저번에 다른 A급 헌터 3명을 혼자서···”
 “걔네는 무늬만 A급인 거고. 시팔. 진짜 S급이면 그런 놈들 한 트럭 있어도 스윽하면 다 뒤져.”
 
 ‘무늬만’ 이라고는 하지만 이전 청년이 상대했던 A급 헌터들은 헌터 생활을 10년 이상씩 한 베테랑들이다.
 A급 라이센스를 딴지도 몇 년이 되었고.
 사실 청년의 기준 대로라면 전 세계에 50명 밖에 없다는 S급 헌터들 반 이상이 ‘무늬만’ S급 헌터인 걸 거다.
 
 “아무튼. 너 생각 잘 해라? 시펄, 안 그래도 나오는 몬스터 새끼들 대가릿 수가 줄어서 별 소리들 많더만. 조만간 이 꼬라지도 끝날 거라고.”
 “···조언 감사드립니다.”
 “조언은 개뿔. 야. 나 먼저 갈 테니 정리하고 따라와. 하, 씨발. 늙어서 그런가. 뭘 했다고 몸이 쑤시냐. 이 염병할 짓거리도 곧 그만 둬야겠네. 시펄.”
 
 그렇게 37세의 A급 헌터 김봉팔이 자신의 헌팅 목록에 6성급 몬스터 하나를 추가하고 4년 후.
 김봉팔, 41세. 헌터 생활을 은퇴하다.
 
 
 **
 
 
 .
 .
 .
 
 
 그리고 57세, 몬스터가 자취를 감췄다.

댓글(63)

풍뢰전사    
건필하세요
2020.09.24 23:07
co*******    
???: 고니야 담배 한 대 찔러봐라.
2020.09.27 09:36
k4*************    
봉팔 사망
2020.10.01 05:06
숫자하나    
신기하네 ㅋㅋㅋㅋ
2020.10.01 08:22
k5263    
와 조회수 선작 엄청나네.. 전작 잘 쓰신 작가님이신가ㄷㄷ
2020.10.01 13:31
먼스    
거 죽기 딱 좋은 날이네..
2020.10.02 00:21
판테옴    
욕이 좀 많네
2020.10.03 10:44
스샤    
이거 타짜의 그 형님 아녀?
2020.10.03 20:20
울웃    
시작은 인상적
2020.10.04 00:00
k4*************    
익숙한 이름이다...
2020.10.04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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