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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레벨업 중 001 - 프롤로그

2020.11.16 | 조회 24,258 | 추천 327


 프롤로그
 
 “몰랐어···몰랐다고.”
 그래, 조광운은 알지 못했다. 그것은 아마 다른 각성자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저 각성자가 되어서, 행복하기만 했다.
 세상에 열린 던전들,
 게이트들.
 안쪽에 들어가면 다른 세상이 열리는 그런 것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던전은 자신들의 안에 어떤 괴물이 도사리고 있는지도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고, 제한 레벨도 있어서 얼마나 위험한지도 가르쳐 주었다.
 위험하면 언제든 발을 뺄 수 있게끔 출구까지 존재했다.
 들어왔던 길을 돌아가면, 출구로 나올 수 있었다.
 정말, 게임으로 따지자면 튜토리얼일 정도로 쉽디 쉬웠다.
 “그게 정말 튜토리얼일 줄···누가 알았겠냐고.”
 물론 높은 등급의 던전들은 그것보다 여러 제한이 따르지만, 조광운은 그런 것엔 관심도 없었다.
 싸움에 미친 도살자도 아니고, 그저 있고 싶은 만큼 있다가, 얻고 싶은 것만 얻어서 나와 현실이라는 삶을 풍족하게 해주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래서 절대, 무리하지 않았다.
 던전에선 나오지 않고, 게이트에서만 나온다는 고위급 마정석을 얻으려고 게이트 안쪽까지 들어가지도 않았다.
 그저 게이트 바깥쪽에서 거대 토끼나 거대 생쥐 잡으면서 최하급 마정석을 캤고, 그것을 팔아 살아갔다.
 남들이 하루에 몇 억을 벌었다느니, 고위급 던전에 들어가서 얻은 스킬을 이용해서 강남에 빌딩을 세웠다느니, 너튜버나 bj가 돼서 돈을 쓸어 담았다느니 하는 것은 그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관심도 없었고 말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세상이라는 비현실에 관심이 없었다.
 - 던전 안쪽은 게임이야. 죽으면 계정까지 삭제 되는 그런 게임.
 게임은 현실이 아니다. 그런 것에 자신의 현실을 갈아넣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던전이나 필드 속의 몬스터는 바깥으로 나올 수 없었으니까.
 현실이 될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게 현실이 될 줄이야.”
 무엇보다 그는 행복 역치가 높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명의로 된 집 한 채와 여자친구, 취미에 아끼지 않을 만큼의 돈만 벌면 그것으로 족했다.
 그러기에 3일에 한 번씩 게이트로 들어가, 그 근처에서 잡몹들이나 사냥하며 얻어지는 마정석을 바꾸면 생기는 월 4,5천 만원의 돈이면 충분하고도 남았다.
 각성자들은 복지도 좋아서, 20억 하는 서울숲 40평 아파트도 대출로 땡겨서 살 수 있다.
 할 거 다 하고, 놀 거 다 놀면서 10년 정도만 이 상태를 유지해도 대출금은 다 갚고도 남으리라 생각했고 그것이 사실이기도 했다.
 여자도 만났다.
 많은 여자를 만났다.
 속칭 광부라 불리는 삶을 살아가는 헌터는 여자들에게 있어서 1등 신랑감이었다.
 죽을 일도 없고, 위험할 일도 없으면서, 돈은 꼬박꼬박 챙겨주고 월 10일만 일을 하는 남편을 제정신 달린 어떤 여자가 싫어한단 말인가?
 온갖 선자리가 들어왔다.
 소개팅도 많이 들어왔다.
 거기서 만난 모두를 가볍게 만났고, 모두 다 이용하고, 받은 만큼 주면서 정리해 갔다.
 하지만 그녀만큼은 달랐다.
 동호회에서 만난 그녀는, 자신의 정체를 몰랐으니까.
 그녀 앞에선 좋은 옷도, 좋은 차도, 그 어떤것도 티내지 않았다.
 거처마저 허름한 작업실 하나 구해서 ‘이게 내 집’이라는 식으로 동거까지 시작했으니 그녀가 알 수 있을 턱이 있나.
 그녀는 한량 같은 삶을 살던 광운에게 처음으로 안락함을 주었고, 처음으로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때문에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도 ‘그깟 게 뭐라고 숨기기까지 했냐’는 말을 들었을 때, 등짝을 맞으면서도 진정으로 웃을 수 있었다.
 결혼을 했고,
 아이가 생겼다.
 산달이 얼마 남지 않아 불룩 솟은 와이프의 배를 어루만지며 조광운은 생각했다.
 - 행복하다!
 생각해 보면 그는 언제나 행복했다.
 돈보다 행복이 앞섰기에,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행복을 좇은 만큼, 그는 분명 지금껏 항상 행복해 왔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은 천애고아가 몬스터 써는 재능 하나 얻은 것치고는 분에 넘치는 행복이었다.
 하지만 바라만 봐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우러 나오는 존재와 함께 살면서, 그 존재와 자신을 닮은 무언가가 태어나고 있다는 것은, 지금 느끼는 이 충만감은, 그간 느껴 왔던 그 어떤 행복과도 궤를 달리하는 것이었다.
 - 돈을 벌어야 겠어.
 그가 혼자 사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것은 아내와 함께 하는 지금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를 원없이 키우기엔 그의 벌이나 입지가 모자랐다.
 물론, 남들이 듣기엔 배부른 소리겠지만, 적어도 그는 최선을 다해 자식을 키워주고 싶었고 지금은 그의 최선이 아니었다.
 아니, 그의 최선이 아이가 생김으로 인해 늘어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길드에 연락을 했다.
 안정적으로 돈을 버는 광부길드가 아닌, 위험을 희생해서 돈으로 치환하는, 속칭 메이저 길드들이다.
 각성 초반, ‘괴물 루키’라는 말을 들을 만큼 대단했던 그였는지라, 열 군데 연락을 하니 두 군데에서 연락이 왔다.
 늦은 나이였지만, 그래도 그의 재능을 높게 봐 준 이들이 있는 고마운 곳이었다.
 던전에도 아이템이나 스킬처럼 등급이 있다.
 일반, 고급, 희귀, 유일, 그리고 전설.
 광부의 커리어를 인정받은 그는 고급 던전부터 투입 되었고, 초보자가 응당 걸어야 할 시행착오를 최소한으로 줄여 가며 많은 던전을 들어가 동료들과 함께 보스를 죽였다.
 그렇게 운 좋으면 달에 5천 벌던 광부는, 주기적인 던전 활동을 통해 월 10억을 벌어들이는 B급 헌터가 되었다.
 아이가 태어났고, 이듬해에는 10년 걸릴 융자를 5년 만에 모두 갚았다.
 제대로 된 헌터가 되겠다고 다짐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 집 융자까지 모두 갚아버린 것이다.
 - 한 사람의 헌터로써 너무 아쉽다. 네가 조금만 일찍 광부를 그만뒀어도 A급도 노려볼 수 있었을 텐데.
 문득, 자신의 사수가 한 말이다.
 그의 재능은 천부적이었고, 안전한 선택을 해서 좋은 시기를 놓친 것도 사실이었으니 저런 말을 들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 하하. 그러게요. 아까운 일입니다, 정말.
 광운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그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더 큰 돈이었으니 말이다.
 고위급 헌터가 되면 그만큼 위험해질 텐데, 미쳤다고 그런 생활을 하겠나?
 토끼 같은 자식과 여우 같은 마누라가 기다리는 번듯한 집이 있는 자신은 그런 고역은 사양이었다.
 “아니, 더 높이 올라 갔어야 했다. 늦게나마 열심히 할 수 있었을 때, 더 열심히 했었어야 했어······.”
 이제 ‘아빠’라고 말하기 시작한 딸의 손을 왼 손에 잡고, 다시금 배가 부풀어 오른 자신의 와이프의 손을 오른 손에 잡고, 이렇게 서울 숲을 거닐면 그게 최고 행복이었다.
 - 행복하다!
 그렇게 피크닉을 하며 푸른 하늘을 보는데, 그 하늘엔 무언가가 날고 있었다.
 붉은 비행기인가 싶었던 그것은 비행기가 할 수 없는 입체적인 움직임을 보이더니, 서울숲 쪽으로 입을 벌리고 자신보다도 붉은 무언가를 토해냈다.
 브레스.
 서울숲에 위치한 던전,
 붉은 용의 둥지에서 나온 전설급 괴수, 레드 드래곤의 첫 출현이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레드 드래곤은 죽었다.
 물론, S급 헌터 5명을 포함한 102명의 헌터도 그때 함께 죽었다.
 그의 아내도 죽었다. 딸도 죽었다.
 광운은 팔 하나만 잃었다.
 그냥, 그때 죽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때 함께 하늘나라로 갔다면 세기말을 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고, 기다렸다는 듯 활동을 시작한 빌런들을 보지 않아도 되었을 테니까.
 나라가 망하는 꼴도, 다시 규합되는 꼴도, 그리고 신화급 던전이 개방되어 지금껏 던전을 완벽히 클리어하지 않고 이용하던 값을 인류가 톡톡히 치룰 때도 그것을 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것을 모두 보고 살아 온 광운은, 어느덧 S급 헌터가 되어 있었다.
 세기말 전, 자신들이 최고라 소꿉장난 하던 S급 말고, 진짜 S급 헌터 말이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자신들만의 세상을 바라던 빌런들은 신화급 몬스터를 깨워냄으로써 병신처럼 멸망했고, 그런 불나방 같은 녀석들이 깨워낸 몬스터인 바포메트는 인류의 희망이라는 최후의 10인을 무참히도 도륙해 나갔다.
 바포메트의 낫에 심장이 찔리고도 아직 살아 있을 수 있는 것은, 조광운의 클래스가 ‘불멸의 광전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죽고, 바포메트 역시 사라진 이곳에 숨이 붙어 있는 것은 조광운 혼자 뿐.
 바포메트가 남기고 간 마지막 한마디가 아직도 잊혀지질 않았다.
 - 긍지를 가져도 좋다. 나를 위협한 것은, 수많은 차원의 수많은 문명 중 네가 처음이다.
 “긍지는 썩어죽을······!”
 그는 재능이 있었고, 편하게 살아왔다.
 적당히, 편하게 산 덕에 그는 행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끝이 이런 비참한 꼴이라고 누군가가 말해주었다면 어땠을까?
 그때도 광부 일이나 하며 허송세월 잘도 보냈을까?
 “몰랐어···몰랐다고······!”
 언제나 안전하기만 하던 던전이 열릴 줄은, 웅크리고 있던 빌런들이 때맞춰 활개칠 줄은, 그것들이 불러들인 바포메트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지워버릴 줄은 정말 몰랐다.
 도대체 누가 알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모든 것을 알아버린 지금,
 광운은 이렇게 인류의 마지막으로서 죽어가고 있었다.
 눈을 감자, 십수 년 전 속절없이 보내버린 아내와 딸의 얼굴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떠올리려 해도 떠오르지 않던 얼굴이 떠오른 까닭은 마지막 작별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앞으로 함께 할 사후세계라도 있기 때문일까?
 ‘아니, 사후세계 따위 있을 리 없지.’
 신이 있었다면 이런 참담한 꼴을 보게 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가 눈을 감으면, 이 지구는 끝난다.
 그가 이 지구에 살아있는 유일한 생물체였으니까 말이다.
 이제는 입도 열리지 않는다.
 ‘돌아갈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불멸의 광전사’라는 직업을 얻고 단 한 번도 떠올릴 수 없었던 죽음.
 그것이 조광운을 덮쳤다.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한 많은 조광운의 눈동자는 감기지 못했다.
 그것이, 잠에서 깨어난 조광운이 기억하는 미래에 닥쳐 올 자신의 최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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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9)

넥스톤    
막페에 불멸의 전사라고 쓰심
2020.11.18 00:41
은남.    
수정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2020.11.18 16:14
김선재    
1화 정말 좋네요. 기대를 가지고 한번 달려보겠습니다.
2020.11.25 19:30
풍뢰전사    
잘보고 있습니다 건필하세요
2020.11.29 16:26
Kurfurst    
sss급 스킬 같은거 얻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면서 깽판치던 놈들 보고 토악질 나왔는데 ㅅㅂ 이게 진짜 일상생활이지 ㅋㅋㅋㅋㅋㅋ 좋은 직업 얻고 진짜 일상생할하는 소설은 내 인생 이게 처음이다. 편-안
2020.12.01 14:47
하차합니다    
이제 회귀해도 딸은 없는겁니다 ㅜㅜ
2020.12.02 23:51
개인의취향    
모과시험을 여기서 보다니
2020.12.03 19:15
검은우사기    
강해지기 위해서 수단을 안 가릴지 희귀후에도 착한사람일지
2020.12.04 19:52
n6270_years7913    
월10일 일하는 남편 아내는 싫어합니다.. 월급 짱짱 31일 근무하는 신랑이 최고죠,
2020.12.10 20:56
은남.    
아..그렇군요. 전 제 여자친구 말만 듣고 ㅎㅎ;;
2020.12.1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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