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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연재를 중단합니다

2021.01.16 조회 1,323 추천 12


 무림맹주 벽산이 창가에 기대앉아 무림맹의 전경을 두 눈에 담았다.
 온 강호인의 축복과 기대 속에 장엄하게 치러진 맹주 취임식이 바로 어제 일처럼 두 눈에 스쳐 지나갔다.
 벽산은 고군분투하며 살아온 지난 이십 년의 세월을 하나둘 꺼내기 시작했다.
 그는 스무 살의 나이로 몰락한 벽씨검가(癖氏劍家)의 가주의 자리에 올라 가문을 되살리기 위해 갖은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번 쇠락한 가문은 다시 일으키기 어려웠고 그는 어쩔 수 없이 가솔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무림맹원이 되었다.
 그것이 벽산이 스물네 살이 되던 해의 일이었다.
 무림맹에서 벽산은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혁혁한 공을 세워 맹주 산하 특작 조인 흑수대(黑手隊)에 들어갔다.
 흑수대에서 보낸 십여 년간 벽산은 강호의 크고 작은 사건을 해결했고, 그 공을 인정받아 무림맹에서 승승장구했으며 결국 불혹(不惑)의 나이로 무림 맹주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벽산은 전대 맹주에게 받은 파천검(破天劍)을 마치 자식이라도 되는 양 쓰다듬었다.
 이십 년간 갖은 고생 끝에 꺼져 가던 가문의 이름을 드높이고, 최연소 무림맹주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이 파천검 하나밖에 없었다.
 갑자기 벽산의 입에서 기침과 함께 피가 쏟아져 나왔다.
 
 “맹주님!”
 
 호위단주 이광이 달려와 벽산을 부축했다.
 이광은 지난날 흑수대의 수장으로 벽산에게는 스승과 같은 자였으나 지금은 벽산의 곁에서 그를 지키고 있었다.
 
 “사 의원을 부르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제 병이 어디 하루 이틀에 낫는 병입니까? 사 의원도 이제 나이가 들어 무릎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하실 테니 부르지 마세요.”
 
 벽산이 무림맹에 들어와 처음으로 맡았던 임무에서 그는 독에 중독되었다.
 그때 완전히 독을 해독하지 못했고 평생 후유증으로 고생했다.
 
 “지금 그런 우스갯소리가 나오십니까?”
 “안 나올 상황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광은 바보처럼 웃는 벽산이 안쓰러웠다.
 
 “맹주님. 정녕 방법이 없는 것입니까?”
 “사라진 마교의 독이었습니다. 해독약을 구하려고 백방으로 수소문해 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지요. 전대 맹주님도 못 찾고 포기하신 일입니다.”
 
 이광의 눈에는 어느덧 눈물이 고여 있었다.
 
 “혹시 예전처럼 불러도 될까요?”
 
 벽산의 물음에 눈물 한 방울을 흘린 이광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원하는 대로 하시지요.”
 
 벽산은 이광에게 미소를 지으며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던 속마음을 터놓기 시작했다.
 
 “스승님.”
 
 오랜만에 듣는 스승님이라는 말에 이광의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저는 말입니다. 평생을 지키고 보호하면서 살았습니다.
 내 가문을 지키고, 동료를 지키고, 강호를 지켰습니다. 그게 제 숙명인 줄 알고 그리 살았습니다.
 후회는 없습니다. 제 성격상 가문이 몰락한 상태로 둘 수 없었고, 동료들이 칼에 맞는 것을 보느니 제가 맞는 것이 나았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말입니다.”
 벽산이 말이 없자 이광이 무릎을 꿇고 앉아 벽산과 눈을 마주쳤다.
 “계속하십시오. 제가 다 들어 드리겠습니다.”
 
 이광의 눈을 한참 동안 바라본 벽산이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다음 생이 있다면 남이 아니라 오롯이 나를 위해 한번 살아 보고 싶습니다. 다음 생이 있다면 말입니다.”
 
 벽산은 말을 마치고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그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지난 이십 년간의 추억들이 가득 차 있었다.
 힘들었던 기억이 먼저 떠올랐지만, 항상 괴로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그가 목숨을 걸고 지킨 동료들의 미소가 벽산의 가슴을 따뜻하게 채워 주고 있었다.
 벽산은 그 추억들 속에서 서서히 눈을 감았다.
 벽산의 손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낀 이광이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맹주님. 그 소망 꼭 이루시길 제가 빌고 또 빌겠습니다.”
 
 다정검객 벽산은 그렇게 떠났다.
 
 ***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지난 일 년 동안 다정검객을 연재하던 ‘글팔이 소녀’입니다.
 오늘 급작스럽게 다정검객의 연재를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다정검객을 사랑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제대로 완결을 내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
 오늘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저의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저는 이 년 전, 위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서른여덟이란 젊은 나이에 제 인생은 절망의 구렁텅이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병상에 누워 있으면서 저를 유일하게 위로해 주던 것이 바로 웹소설이었습니다.
 온종일 병원에 누워 있다 보면 별의별 생각이 다 듭니다.
 그때마다 저는 웹소설을 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가 다정검객을 쓰게 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서 글을 썼습니다.
 독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일주일에 고작 두세 편 올리고, 사이다도 없이 고구마만 드렸습니다.
 이제야 우리 주인공 벽산이 무림 맹주가 돼서 꽃길을 걷나 했는데 제가 더는 글을 쓰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어제 저는 폐에 전이가 됐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다정검객을 쓸 수가 없습니다.
 그동안 읽어 주신 독자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글팔이 소녀 드림

작가의 말

프롤로그를 처음 썼을때가 기억납니다.

다른 작품의 연재중단 공지를 올린지 얼마되지 않았을때라 쓰면서도 가슴이 아프더군요.

제가 글팔이 소녀가 된 기분으로 글을 썼습니다.

주인공이 작가의 한을 풀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첫 작품이라서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행복합니다.

부족한 작품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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