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내게도 기회가 왔어!’
나도 모르게 손이 덜덜 떨렸다. 방금 인벤토리로 들어온 아이템 때문이었다.
처음엔 꿈인가 싶어 뺨을 꼬집어 볼 정도였다.
<아이템 정보>
이름 : 베일에 싸인 전직서
등급 : 전설
※ S~SSS랭크 사이의 직업으로 무작위 전직합니다.
· S랭크 : 75퍼센트
· SS랭크 : 20퍼센트
· SSS랭크 : 5퍼센트
그토록 희귀하다는 전설 등급의 전직서!
이게 내 손에 떨어질 줄이야.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기왕 나올 거면 조금만 더 빨리 나오지···.”
내게 남은 기한이 일주일뿐이라는 점이었다.
* * *
URLEGEND. 약칭은 유엘.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MMORPG 게임이다.
100만의 랭커, 10억의 시청자.
랭킹 1위 유저는 생방송만으로 매달 수십억이 넘는 수익을 얻는다.
일반 랭커도 한 달에 천만 원은 거뜬히 번다.
물론 그건 랭커들 이야기지, 내 이야기는 아니다.
두문불출 방에만 틀어박혀 게임에 몰두한 지 6년. 아버지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했다.
“도정우, 이제 더 이상은 못 참아주겠다. 다 때려치워!”
아버지의 심경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가업을 이어야 할 아들이 두문불출 방에만 박혀 게임 삼매경이니 불안한 게 당연하다.
그런데 어떡해. 게임이 너무 재밌는걸.
“아빠가 그랬잖아. 직업에 귀천 같은 거 없다고. 돈만 잘 벌면 장땡이라고.”
“그래.”
“아니 근데 왜?”
“왜는 무슨! 네 꼬라지를 좀 봐라! 돈을 벌기는커녕 펑펑 낭비만 하고 있는데!”
“아, 좀만 더 기다려줘 봐요. 곧 대박 칠 수 있다니까?”
“대박 칠 수 있다고? 어떻게? 어디 들어나보자.”
“그러니까 그건···.”
말이 이어지질 않았다.
어떻게 대박을 치지? 지금껏 줄곧 내리막길만 걸어왔는데.
아버지는 탁자를 툭툭 두들기며 말했다.
“거봐. 너도 모르겠지? 넌 그냥 게임을 그만두기가 싫은 거야. 그뿐이라고.”
“···벌 수 있어요. 조금만 시간을 주면···.”
“뭐? 내가 돈 때문에 이러는 거 같아?”
“아니 그럼 왜 그러는 건데! 유엘로 앞가림하겠다고! 다른 랭커들처럼! 나 말고도 수천수만 명이 그러고 사는데 왜 나만 못 할 거라 생각해?!”
“네가 랭커냐? 랭커냐고!”
“······.”
“넌 뭐 잘한 게 있다고 아빠한테 따박따박 말대꾸니? 참나······.”
계속 잠자코 듣고 있던 엄마도 못 참고 한마디 거들었다. 나는 아차 싶어서 입을 꾹 다물었다. 내가 계속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있자 아버지는 자리에서 덜컥 일어났다.
“그래, 좋아. 조금만 더 기다려주마. 네가 그렇게까지 자신 있어 하는데.”
“정말?!”
“대신 조건이 있다.”
아버지는 손가락을 두 개 펼쳐 보였다.
“다음 주까지 2백만.”
“···2백?”
“그래, 2백. 다음 주 이 시간까지 네 계좌로 인증해.”
“······.”
“1원이라도 부족하면 각오해. 그 자리에서 캡슐이고 나발이고 다 때려 부숴버릴 테니까.”
* * *
아버지의 말들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오늘까지 포함해서 딱 일주일. 그때까지 2백만을 벌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직업으로 전직한다 해도, 일주일 가지곤 뭘 해보기가 어렵다. 최소 몇 개월 정도는 플레이해야 특기할 만한 성과가 나온다. 그게 유엘이라는 게임의 특징이다.
“보통은 그렇겠지, 보통은.”
이 아이템을 획득한 순간,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무려 전설 등급의 전직서니까.
S랭크 직업으로만 전직해도 상위 5퍼센트 안에는 들 수 있다.
돈을 억 단위로 쏟아부어야 하는 대항전 랭커는 힘들어도, 보스 레이드 랭커는 노려볼만하다.
돈, 실력, 운.
이 셋 중 하나도 갖지 못한 유저는 절대 랭커가 될 수 없다. 나도 그런 줄만 알았는데.
‘그래도 운빨은 좀 있었나봐.’
드디어 선택지가 생겼다.
무사히 전직에 성공하면, 내게도 랭커가 될 기회가 생긴다. 그게 핵심이다. 당장 2백을 벌 수 있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그런 생각들을 하며, 나는 천천히 전직서로 시선을 옮겼다.
- 정말 사용하시겠습니까? (Y/N)
약간의 불안감을 뒤로하고, 나는 전직서를 사용했다.
“기왕이니 SSS랭크로 좀···!”
찬란한 광채가 시야를 가득 메워나갔다.
곧이어 나는 수면제라도 먹은 듯 순식간에 의식을 잃었다.
* * *
- 축하합니다. ‘초월의 군주’로 전직하셨습니다.
- 최초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 달성 업적 : 열두 번째 히든
※ 달성 업적 : 체제의 반역자
- 칭호 ‘떨거지들의 대장’을 획득하였습니다.
- 새로운 스테이터스를 획득하였습니다. [군주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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