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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내 히든 직업이 이상하다

프롤로그

2021.02.01 조회 15,736 추천 170


 ‘드디어 내게도 기회가 왔어!’
 나도 모르게 손이 덜덜 떨렸다. 방금 인벤토리로 들어온 아이템 때문이었다.
 처음엔 꿈인가 싶어 뺨을 꼬집어 볼 정도였다.
 
 <아이템 정보>
 이름 : 베일에 싸인 전직서
 등급 : 전설
 ※ S~SSS랭크 사이의 직업으로 무작위 전직합니다.
 · S랭크 : 75퍼센트
 · SS랭크 : 20퍼센트
 · SSS랭크 : 5퍼센트
 
 그토록 희귀하다는 전설 등급의 전직서!
 이게 내 손에 떨어질 줄이야.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기왕 나올 거면 조금만 더 빨리 나오지···.”
 내게 남은 기한이 일주일뿐이라는 점이었다.
 
 * * *
 
 URLEGEND. 약칭은 유엘.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MMORPG 게임이다.
 100만의 랭커, 10억의 시청자.
 랭킹 1위 유저는 생방송만으로 매달 수십억이 넘는 수익을 얻는다.
 일반 랭커도 한 달에 천만 원은 거뜬히 번다.
 물론 그건 랭커들 이야기지, 내 이야기는 아니다.
 두문불출 방에만 틀어박혀 게임에 몰두한 지 6년. 아버지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했다.
 
 “도정우, 이제 더 이상은 못 참아주겠다. 다 때려치워!”
 아버지의 심경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가업을 이어야 할 아들이 두문불출 방에만 박혀 게임 삼매경이니 불안한 게 당연하다.
 그런데 어떡해. 게임이 너무 재밌는걸.
 “아빠가 그랬잖아. 직업에 귀천 같은 거 없다고. 돈만 잘 벌면 장땡이라고.”
 “그래.”
 “아니 근데 왜?”
 “왜는 무슨! 네 꼬라지를 좀 봐라! 돈을 벌기는커녕 펑펑 낭비만 하고 있는데!”
 “아, 좀만 더 기다려줘 봐요. 곧 대박 칠 수 있다니까?”
 “대박 칠 수 있다고? 어떻게? 어디 들어나보자.”
 “그러니까 그건···.”
 말이 이어지질 않았다.
 어떻게 대박을 치지? 지금껏 줄곧 내리막길만 걸어왔는데.
 아버지는 탁자를 툭툭 두들기며 말했다.
 “거봐. 너도 모르겠지? 넌 그냥 게임을 그만두기가 싫은 거야. 그뿐이라고.”
 “···벌 수 있어요. 조금만 시간을 주면···.”
 “뭐? 내가 돈 때문에 이러는 거 같아?”
 “아니 그럼 왜 그러는 건데! 유엘로 앞가림하겠다고! 다른 랭커들처럼! 나 말고도 수천수만 명이 그러고 사는데 왜 나만 못 할 거라 생각해?!”
 “네가 랭커냐? 랭커냐고!”
 “······.”
 “넌 뭐 잘한 게 있다고 아빠한테 따박따박 말대꾸니? 참나······.”
 계속 잠자코 듣고 있던 엄마도 못 참고 한마디 거들었다. 나는 아차 싶어서 입을 꾹 다물었다. 내가 계속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있자 아버지는 자리에서 덜컥 일어났다.
 “그래, 좋아. 조금만 더 기다려주마. 네가 그렇게까지 자신 있어 하는데.”
 “정말?!”
 “대신 조건이 있다.”
 아버지는 손가락을 두 개 펼쳐 보였다.
 “다음 주까지 2백만.”
 “···2백?”
 “그래, 2백. 다음 주 이 시간까지 네 계좌로 인증해.”
 “······.”
 “1원이라도 부족하면 각오해. 그 자리에서 캡슐이고 나발이고 다 때려 부숴버릴 테니까.”
 
 * * *
 
 아버지의 말들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오늘까지 포함해서 딱 일주일. 그때까지 2백만을 벌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직업으로 전직한다 해도, 일주일 가지곤 뭘 해보기가 어렵다. 최소 몇 개월 정도는 플레이해야 특기할 만한 성과가 나온다. 그게 유엘이라는 게임의 특징이다.
 “보통은 그렇겠지, 보통은.”
 이 아이템을 획득한 순간,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무려 전설 등급의 전직서니까.
 S랭크 직업으로만 전직해도 상위 5퍼센트 안에는 들 수 있다.
 돈을 억 단위로 쏟아부어야 하는 대항전 랭커는 힘들어도, 보스 레이드 랭커는 노려볼만하다.
 돈, 실력, 운.
 이 셋 중 하나도 갖지 못한 유저는 절대 랭커가 될 수 없다. 나도 그런 줄만 알았는데.
 ‘그래도 운빨은 좀 있었나봐.’
 드디어 선택지가 생겼다.
 무사히 전직에 성공하면, 내게도 랭커가 될 기회가 생긴다. 그게 핵심이다. 당장 2백을 벌 수 있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그런 생각들을 하며, 나는 천천히 전직서로 시선을 옮겼다.
 
 - 정말 사용하시겠습니까? (Y/N)
 
 약간의 불안감을 뒤로하고, 나는 전직서를 사용했다.
 “기왕이니 SSS랭크로 좀···!”
 찬란한 광채가 시야를 가득 메워나갔다.
 곧이어 나는 수면제라도 먹은 듯 순식간에 의식을 잃었다.
 
 * * *
 
 - 축하합니다. ‘초월의 군주’로 전직하셨습니다.
 - 최초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 달성 업적 : 열두 번째 히든
 ※ 달성 업적 : 체제의 반역자
 - 칭호 ‘떨거지들의 대장’을 획득하였습니다.
 - 새로운 스테이터스를 획득하였습니다. [군주의 자격]

댓글(12)

마법사k    
기대됩니다
2021.02.01 19:12
[탈퇴계정]    
재밌을 것 같아요
2021.02.01 19:29
기기르저거    
아 각성물이 아니네
2021.02.05 00:15
대장할래요    
어떤 직업일지 기대되네요
2021.02.09 16:43
이루시다    
^^작가님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추천^^
2021.02.16 19:32
완독    
오~쌈박해요!
2021.02.23 15:32
백만둥이    
응 이상해으면 치과 대리고 가
2021.03.16 22:55
Adana    
100만의 랭커..........
2021.03.17 02:42
Aㅏ    
바닥부터 시작하는 군주라..갈길이 멀군 건필요
2021.03.19 05:18
척결자    
이왕에 기대할바엔 EX급으로 하자! 쪼잔하게 SSS급이 뭐냐!
2021.03.20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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