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그레이트 원

그레이트 원 1화

2014.09.04 조회 2,337 추천 21


 서장 : 미합중국 대통령(PRESIDENT OF USA)
 
 
 
 
 
 
 
 금메달 공장.
 지구 최고의 총잡이.
 UFO 저격수.
 기계인간.
 외계인 싱어.
 아카데미 VIP.
 IOC 황제.
 대통령 제조기.
 다이아몬드 회장.
 세계은행 총독.
 안전보장이사회 총통.
 유엔 군주.
 지구방위 사령관.
 지구공화국 대통령.
 
 역대 세계 정상 중 가장 많은 별명을 지닌 사람.
 동양인으로서 미국 역사상 초유의 오선 대통령을 역임한 인물.
 그 위대한 대통령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1장 지구 최고의 총잡이
 
 
 
 
 
 
 
 미국 최대의 도시 뉴욕 근교.
 큼직한 회색빛 건물 세 동이 거대한 야산을 등진 채 소록소록 내리는 하얀 눈을 맞으며 우뚝 서 있었다.
 육중한 철책으로 둘러싸인 이 건물들은 여타 건물과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탕! 타타탕!
 전투복 차림의 경찰들이 자동화기로 무장한 채 삼엄하게 경비를 하는 건물 저편에서는 콩 볶는 듯한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미국 연방수사국 FBI의 직영 사격장이었다.
 이 사격장은 미국 전역에 있는 수많은 사격장 중에서 가장 크고 가장 넓었다.
 최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실내 사격장과 자동화 사격이 가능한 야외 사격장은 물론 헬스클럽과 실내 수영장 등 운동시설이 갖추어져 있었고 호텔 못지않은 숙박 시설까지 겸비하고 있어서 여느 리조트 못지않았다.
 총 쏘는 리조트 딱 그거였다.
 덕분에 무늬만 FBI 전용 사격장이었다.
 가깝게는 뉴욕 경찰특공대 SWAT 팀부터 미국 중앙정보국 CIA 요원들, 대통령 경호실 직원들, 심지어 해군 특수 부대 NAVY SEAL이나 특수전사령부 같은 특수 부대원들까지도 민군 합동 훈련이란 명분으로 툭하면 이 사격장을 이용했다.
 사실, 중동이나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작전을 펼치는 정보요원들과 특수 부대원들이 마음 편하게 세계 최대의 도시 뉴욕을 관광할 기회가 얼마나 될까?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각 정보국이나 특수 부대에서는 대원들의 사기앙양의 일환으로 연수니 합동 훈련이니 하는 명분을 열심히 만들어서 이 사격장으로 보냈다.
 특이하게도 오늘은 이 사격장 정문에 큼직한 플래카드 하나가 나붙었다.
 
 <환 미국 사격 대표팀 합숙 훈련 및 민관군 합동 훈련 영>
 
 이 년 전, 미국 사격대표팀은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해 사격종목에 걸린 열다섯 개의 금메달 중 열 개를 휩쓸면서 대표팀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
 그 여세를 몰아 올 연말에 있을 세계선수권대회에 대비하고자 연초부터 합숙 훈련에 돌입했던 것이다.
 타타탕탕!
 재미있게도 미국 사격대표팀이 합숙 훈련을 시작하자마자 미국연방수사국(FBI), 미국중앙정보국(CIA), 미대통령 경호실(USS), 뉴욕 경찰특수기동타격대(SWAT), 네이비실(NAVY SEAL), 미국 특수전사령부(SOCCOM),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에서 기다렸다는 듯 합동 훈련을 제의했다.
 미국사격협회에서는 못 이기는 척 응했고.
 협회로서야 이런 특수 기관들과 친분을 쌓아두면 나쁠 게 전혀 없었다.
 어디 전지훈련을 가더라도 귀찮은 검문검색을 받지 않아도 됐고 어느 때는 패트롤카나 헬기까지 동원해 경호를 해줬기 때문이다.
 실은, 이렇게 특수 부대와 특수기관에서 벌 떼처럼 달려들어 대표팀과 합동 훈련을 제의한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미국 여자 사격대표팀 소속 지구 최고의 총잡이 채나 킴 선수!
 채나는 평생 총과 함께 살아가는 정보요원, 경호요원, 경찰대원, 특수 부대원들에게 신(神)으로 추앙받았고 그들은 이 살아 있는 신을 꼭 한번 만나보고 싶어 했다.
 탕탕탕!
 채나가 USA라는 문양과 함께 성조기가 수놓인 유니폼을 걸치고 마찬가지의 글씨가 새겨진 챙이 긴 모자와 헤드폰을 쓴 채 M16 소총으로 사격연습을 하고 있었다.
 “후우우!”
 사격을 끝낸 채나가 M16 소총을 든 채 사선에서 발을 빼며 가볍게 숨을 골랐다.
 자신의 키만 한 소총을 들고 사격하는 채나를 보면 누구나 제일 먼저 아빠 미소를 떠올린다.
 쌍커풀이 없는 조금 큰 듯한 눈과 피노키오처럼 뾰족한 코, 주먹만 한 얼굴과 자그마한 키까지!
 
 성명 : 채나 킴
 나이 : 23세(?)
 성별 : 여성(?)
 신장 : 150㎝에서 160㎝ 사이
 학력 : 미국 UCLA 연극영화과 졸업
 소속 : 미국 여자사격 대표팀과 ㈜미국화학공업
 경력 : 94년 LA 세계사격 선수권대회 6관왕
 경력 : 96년 아틀란타 올림픽 5관왕, 은메달 1개
 경력 : 98년 멜버른 세계사격 선수권대회 6관왕
 경력 : 2000년 시드니 올림픽 6관왕 등 다수 대회에서 입상
 별명 : 지구 최고의 총잡이, 금메달 공장, UFO 저격수
 특기사항 : 노래와 댄스
 특이사항 : 한국계 미국인
 
 올해 초 『US 투데이』지에서 ‘21세기 미국을 빛낼 사람’ 열 명 중 한 명으로 뽑은 채나의 약력이었다.
 세계의 총잡이들이 채나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채나가 세계선수권대회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싹쓸이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녀가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을 연속해서 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격에서 여자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는 종목은 공기권총, 공기소총, 클레이 사격 등이었다.
 한 선수가 전 종목을 모두 출전할 수 있지만 선수들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아니, 못했다.
 예를 들면 공기권총 선수가 클레이 사격에 출전한다는 것은 육상에서 마라톤 선수가 투포환 경기에 나서는 것과 똑같았다.
 채나는 이 불가능의 벽을 깼다.
 권총이든 소총이든 여자선수가 출전할 수 있는 모든 사격경기에 나가 금메달을 휩쓸었던 것이다.
 어떤 여자 육상 선수가 백 미터에서, 마라톤에서, 투포환 경기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낸 경우와 마찬가지였다.
 처음, 93년 전미사격 선수권대회에 열네 살짜리 어린 소녀가 출전해 여자사격 종목을 싹쓸이하자 미국사격협회의 관계자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아예 국제사격연맹 관계자들은 양키 특유의 호들갑이라고 코웃음까지 쳤다.
 그다음 해 채나가 미국대표 선수로 선발되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을 때, 세계 사격계의 거물인 미국은 약간의 압력을 넣어 사격 종목이 중복되지 않고 하루에 하나씩 열리게끔 스케줄을 조정했다.
 결과는 채나가 전 종목을 올킬 했고!
 세계 사격계가 뒤집혔고 세계 스포츠계가 열광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
 곧 세계 유수의 언론에서 스포츠 과학자와 물리학자 등을 총동원해 결론을 내렸다.
 
 ―아무도 인간 능력의 끝이 어딘지 모른다.
 ―사격은 엄청난 체력을 필요로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정밀한 기계와 함께하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두뇌 스포츠다.
 ―전혀 다른 종류의 총을 쏘는 사격경기에서 한 선수가 전 종목을 올킬 할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하다.
 ―어떻게? 이미 채나 킴 선수가 해냈잖은가!
 
 아주 교묘한 논평이었다.
 쉽게 말해 이미 어떤 사람이 해낸 일을 가지고 뭘 따져? 정답이 나왔잖아! 라는 뜻이었다.
 아무튼 이후 채나는 세계 스포츠계에 슈퍼스타로 떠오르면서 유명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함께 남녀 양축으로 군림하기 시작했다.
 이런 일화도 있었다.
 96년 아틀란타 올림픽에 출전한 채나가 다섯 종목에서 금메달을 휩쓸며 마지막 클레이 사격 트랩 단체전에 들어갔을 때 미국을 비롯한 세계 스포츠팬들은 환호했다.
 미국팀은 이미 세계선수권대회 등 여타 대회에서 이 트랩 단체전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초강자로 군림하고 있었고, 채나가 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올림픽까지 전 종목을 올킬 하는 전무후무한 일이 눈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하나, 수지와 애슬리 선수의 어이없는 실수가 이어지면서 미국팀이 은메달에 그치자 팬들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이르렀다.
 실제로 미국 대표선수들이 귀국하는 공항에서 수지와 애슬리 선수를 총으로 저격하는 광태가 벌어졌다.
 급기야 채나가 기자회견을 열어 팬들을 진정시키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채나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후에 채나가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에 연속 출전하면서 무더기로 금메달을 획득했건만 채나는 점점 더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져 갔다.
 세계적인 총잡이!
 채나는 그냥 그렇게 사람들에게 기억되었고 일 년에 두세 번쯤 그 근황이 신문에 실렸을 뿐이다.
 비인기 종목의 서러움!
 채나는 인기 스포츠인 축구, 야구, 농구 등의 스타들처럼 광고 시장을 휩쓸고 천문학적인 수입을 올리면서 하루가 멀다고 TV에 출연하는 그런 슈퍼스타가 아니었다.
 올림픽이나 세계대회가 열릴 때 잠깐 주목받는 선수.
 채나 킴이었다.
 솔직히 말해 어디서 대회가 열리고 어떤 종목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격선수들을 누가 얼마나 기억하겠는가?
 물론 사격에도 그들만의 리그가 있었고 마니아들이 존재했다.
 총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군인이나 경찰, 사격을 즐기는 동호인들.
 이들에게 채나는 하느님과 동격이었다.
 
 * * *
 
 “곧 경기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연습사격이 끝났으면 모두 저를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거대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묵직한 음성이 눈 덮인 야산이 바라다 보이는 넓은 야외 사격장을 울렸다.
 잘 정돈된 사격장에는 수십 개의 사로가 보였고, 사로의 양편으로 100미터부터 600미터까지 거리를 표시하는 팻말과 100미터마다 사방 10미터쯤 되는 타깃이 우뚝 서 있었다.
 웅성웅성!
 그리고 사대 뒤에 자리 잡고 있는 컴퓨터로 채점되는 스코어보드 앞에는 다양한 복장을 한 수백 명의 사람이 모여 있었다.
 얼룩무늬 군복에 검은 베레모, 상하의가 하나로 붙어 있는 시커먼 제복, 색이 바랜 허름한 군복, 장발에 줄무늬 트레이닝복까지…….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다.
 아주 잘 다져진 몸과 면도칼을 박아 넣은 듯한 눈빛!
 이들은 누가 봐도 셋 중 하나였다.
 군인이거나 경찰 혹은 운동선수.
 “반갑습니다. 미연방수사국의 연수부장 프레들릭 포우입니다.”

이용약관 유료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청소년보호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