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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귀환

2021.04.26 조회 80,274 추천 745


 우웅~ 번쩍!
 게이트에서 푸른빛이 폭사하더니 갑자기 사람의 형상이 나타났다.
 180센티미터 내외의 키에, 검은색 가죽으로 된 옷을 입고 허리춤에 칼 두 자루를 꽂은 남자였다. 그는 주변을 슥슥 둘러보더니 한숨을 푹 쉬며 중얼거렸다.
 “드디어 도착한 건가. 여기가 한국 맞겠지?”
 남자의 이름은 이찬연.
 그는 서울 한복판에서 갑자기 열린 게이트에 빨려 들어가 다른 차원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여정을 마치고 지구로 돌아오게 되었지만, 전의 기억과는 사뭇 다른 풍경에 조금 당황했다.
 “서울이 아닌가······?”
 기억이 제법 희미해지긴 했지만, 서울에 이렇게 하늘을 가릴 정도로 큰 나무들이 있는 숲은 없던 것 같았다.
 아니, 대한민국에 산이라면 몰라도 이 정도로 울창한 숲은 없었을 것이다.
 찬연은 기감을 넓혀 주변 일대를 파악하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지···. 여기 지구가 아닌가?”
 그의 기감에 마력을 가진 사람과 마기를 지닌 몬스터가 감지되었다.
 그가 게이트에 빨려 들어간 이후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그러했듯이 몬스터들도 게이트를 통해 지구로 넘어왔을 수 있다.
 우선 마력을 지닌 사람들과 만나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한 걸음 내딛었다가, 발에 걸리는 무언가를 내려다보고는 표정이 복잡해졌다.
 ‘일단··· 한국이긴 한 모양이군.’
 그의 발에 걸린 간판의 파편에는 한글로 ‘치킨’이라고 적혀져 있었다.
 
 * * *
 
 크르르르!
 “젠장··· 도대체 왜 7구역에 저런 몬스터가 나온 거야? 그것도 하필 내가 당직일 때!”
 김한석은 억울했다. 제7구역은 평균 D등급 몬스터가 나오는 곳이다.
 다만, 게이트 수가 많아서 나오는 몬스터 수도 한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곳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전담 처리 부서를 만들어 관리하는 구역이었다.
 김한석도 공무원 헌터로서 이곳 정화 작업에 투입되었는데, 하필 오늘 그의 헌터 인생에서 가장 난적을 만났다.
 라이칸스로프.
 늑대인간들 중에서도 특별히 강한 이 개체는 무려 B등급 보스형 몬스터이다.
 놈들은 대부분 무리를 지어 생활하고, 개체 하나하나가 위협적이기 때문에 A급 헌터들도 혼자서는 사냥하지 않는다.
 그런 몬스터를 B급 헌터인 김한석과 C급 헌터인 그의 부하들만으로 잡는다는 것은 당연히 역부족이었다.
 크허어엉!
 “······!”
 캉.
 묘한 대치가 이어진 후 상대에 대한 파악을 끝낸 라이칸스로프가 달려들자, 김한석은 필사적으로 검을 휘둘러 놈의 발톱을 막아 냈다.
 고작 발톱에 불과한 것이 클로랑 부딪힌 것처럼 쇳소리를 내는 것이 끔찍했다.
 “팀장님!”
 “속박 마법은 아직이냐?!”
 “조금만 더 버텨 주십시오!”
 이 상황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속박 마법으로 라이칸스로프를 묶어 두고 도망치는 것뿐이었다.
 지금 인원으로는 라이칸스로프의 회복력보다 빨리 놈을 죽일 수는 없었다.
 라이칸스로프와 힘 싸움을 하던 김한석은 이를 악물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그의 팀원이 소리쳤다.
 “준비됐습니다!”
 “좀 빨리해!”
 퍽!
 김한석은 그렇게 말하고 라이칸스로프의 배를 발로 차며 뒤로 날아갔다.
 그러자 곧이어 라이칸스로프의 발밑에 마법진이 생기더니, 나무줄기 몇 개가 튀어나와 그것을 묶었다.
 라이칸스로프는 고함을 지르며 몸을 비틀었지만, 나무줄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김한석은 긴장이 풀린 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휴우, 죽는 줄 알았네.”
 “팀장님, 그럴 때가 아닙니다. 저거 오래 못 버텨요. 도망쳐야 합니다.”
 “알아, 새꺄. 근데 네가 저거랑 부딪혀 봐. 다리에 힘 풀리나, 안 풀리나.”
 김한석은 그렇게 말하며 검을 지팡이 삼아 억지로 일어선 다음 어깨를 풀며 말했다.
 “돌아가자. 이건 사설 업체에 맡겨야 해. 아는 길드 있는 사람? 특별히 가격을 잘 쳐줄 테니까 알아서 좀 불러······.”
 “팀장님! 뒤!”
 긴장을 풀기 위해 잡담을 하려던 김한석은 팀원의 말에 고개를 홱 뒤로 돌렸다.
 어느새 나무줄기를 뜯어 낸 라이칸스로프가 그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김한석은 직감했다.
 ‘아, 죽었구나.’
 주마등이 스쳐 지나가면서 김한석은 눈을 감았다.
 다만, 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보험금이 충분히 나와서 가족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으면 했다.
 “저기요. 말씀 좀 물읍시다.”
 “······?”
 그때 누군가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김한석이 눈을 떴을 때는 그의 앞에서 찬연이 한 손을 라이칸스로프를 향해 뻗은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라이칸스로프는 그림자에 묶여 옴짝달싹 못 하는 상태였다.
 찬연이 무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저기······ 서초동이 어딥니까?”
 
 * * *
 
 상황이 정리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림자에 묶인 라이칸스로프는 찬연이 가볍게 휘두른 검에 베여 사라져 버렸고,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그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라, 라이칸스로프를 일격에······.”
 “저 사람 정체가 뭐야? 귀환자인 건가?”
 라이칸스로프는 생명력과 회복력이 몹시 높아서 상대하기 까다로운 몬스터다.
 그런 몬스터를 일격에 죽인다는 것은 유명한 거대 길드의 에이스가 와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자연스레 7구역 담당 몬스터 처리 팀의 팀원들은 기겁했다.
 하지만 괜히 팀장 자리에 앉은 것이 아닌 듯, 김한석은 순간적으로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그런데 서초동이라고? 그건 10년도 더 전에 쓰이던 명칭인데.’
 “혹시 선생님······ 과거 던전 안에서 실종되신 분입니까?”
 “실종? 아, 예. 뭐 그렇죠.”
 정확히는 실종이 아니지만 찬연은 굳이 말을 복잡하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찬연의 대답에 김한석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역시······ 그렇다면 몇 년도 쯤에 실종되신 건지 알려 주실 수 있으십니까?”
 “아마 2010년도쯤일 겁니다.”
 “아~ 어쩐지.”
 찬연의 입에서 2010년이라는 말이 나오자 김한석은 바로 납득한 듯했다.
 “일단 지금은 2038년입니다. 선생님이 실종된 후로 30년 가까이나 지났습니다.”
 “······.”
 자신의 말에 찬연이 아무런 말도 없자, 김한석은 괜스레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기억하는 서울은 이제 없습니다. 여긴 예전 서울과 경기권을 포함한 제7구역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 기억이 맞는다면 이 부근이 아마 서초구였던 곳일 겁니다.”
 “······그렇군요.”
 ‘성능 확실하구먼.’
 찬연은 자신을 이곳에 보내 준 전송 장치의 성능에 감탄하며 또 절망했다.
 “그럼 여기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됐죠?”
 “아직도 이곳에 사는 사람이 꽤 있긴 하지만 예전만큼은 아닙니다. 지금은 대부분이 이전 강원도였던 9구역이나 경상도인 10구역에 살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인적 사항을 알려 주시면 저희가 어떻게든 선생님의 친족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30년 전의 기록인데 찾을 수 있을까요?”
 찬연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김한석은 너스레를 떨며 웃었다.
 “생명의 은인이신 분에게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야근을 해서라도 찾아드리겠습니다. 다행히 게이트 사건 때 유실된 정보는 많지 않으니 어떻게든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번거롭겠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어이구, 무슨 말씀이십니까! 생명의 은인이신데. 아, 그런데 그···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그의 질문에 찬연은 잠시 멈췄다가 옅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찬연입니다.”
 
 * * *
 
 “이야~ 아무리 팀장님이라 해도 역시 사람이긴 한가 봅니다?”
 “뭔 개소리야.”
 “생명의 은인에게 도움이 되겠다고 이렇게 빨리 정보를 구해 오시다니. ‘아무 일도 안 하고 편하게 돈 벌고 싶다’가 모토인 팀장님이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건 처음 봅니다.”
 제7구역 담당 관리 센터에 복귀한 김한석은 전에 없던 속도로 찬연에 대한 정보를 찾아서 개인 정보를 증명하는 자료 등과 함께 그에게 제공해 주었다.
 이에 찬연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바로 센터를 나갔다.
 김한석이 팀원의 머리를 탁 내려치며 말했다.
 “새꺄, 어깨 위에 달고 있는 건 장식이냐? 아까 못 봤어? 라이칸스로프를 일격에 죽일 수 있는 귀환자가 나왔다고. 이게 무슨 소린지 몰라?”
 “아야······ 왜 때리고 그럽니까······”
 구슬픈 표정의 팀원을 무시하며 김한석은 씩 웃었다.
 “용돈거리가 생겼다고, 새꺄. 오늘 회식은 소고기다. 특별히 내가 쏠 테니까 다들 입 다물고 있어.”
 “예? 저 오늘 집에 빨리 가고 싶은데요.”
 “그래서 네가 나한테 만날 깨지는 거야.”
 김한석은 그렇게 말하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곤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유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방금 들어온 따끈따끈한 정보가 있는데, 한 번 들어 보시렵니까?”
 그가 찬연에 대한 정보를 빨리 알아낸 것은 이용할 곳이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 * *
 
 찬연은 제7거주 구역 외곽에 있는 빌라촌으로 향했다.
 몬스터가 즐비한 이곳에도 사람이 사는 도시는 있었다.
 주로 헌터들이 사용할 일회용 아이템이나 그들의 식사와 숙박을 제공하는 것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었다.
 몬스터가 많아 낮은 등급의 헌터들이 상당히 많이 찾아오는 곳인지라 그것만으로도 제법 입에 풀칠은 하고 사는 편이었다.
 다만, 워낙에 위험하다 보니 치안이 꽤나 안 좋은 편이고, 여러 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였다.
 하나는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해 살아가는 사람들, 다른 하나는 이곳에서 대박을 노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찬연은 김한석이 준 자료를 보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가족들은 대부분 죽었다. 살아남은 사람은 그의 조카 둘뿐이었고, 그 둘은 현재 제7거주 구역 외곽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형편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 듯했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어.’
 다른 세계로 넘어갈 당시 찬연은 19살, 그의 형은 21살이었다. 지금이 28년쯤 지났으니 그의 형은 원래라면 49살일 것이다.
 생판 처음인 가족의 얼굴을 본다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찬연은 굳이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큰애는 25살인데, 작은 애는 왜 9살이야?’
 속사정은 알 수 없지만 제법 골치 아픈 상황이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었다. 찬연은 일단 서류를 다시 봉투 안에 집어넣고 허름한 빌라를 바라보았다.
 다행히 어디 허물어진 곳은 없었지만 벽에는 담쟁이넝쿨이 자라 있고, 주변은 그다지 치안이 안 좋은 듯 상당히 흉흉한 분위기였다.
 그런 곳에 자신의 조카들이 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복장으로 찾아가는 것은 좀 그렇겠네.’
 찬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옷을 훑어보았다.
 실용적이기는 하지만, 이미 흐릿해져 버린 기억 속의 2010년에도 이런 옷을 입고 있으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아무리 28년이나 지났다지만 사람들의 패션 감각이 그렇게나 전위적으로 바뀌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슈르륵.
 그림자가 찬연을 한 번 휘감았다가 사라졌다. 그러자 찬연의 복장은 캐주얼한 검은 정장에 검은 구두, 그리고 검은 면티 차림으로 바뀌어 있었다.
 솔직히 안에 입은 티는 흰색으로 바꾸고 싶었지만 옷의 재질 문제로 바꿀 수 없었다. 검정 일색이었지만 적어도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칼도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고 복장도 문제가 없겠다, 찬연은 심호흡을 하고 빌라 안으로 들어갔다.
 쾅! 쾅! 쾅!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어서 문 열어!”
 “······?”
 그때 위에서 꽤나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댓글(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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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하면 항상 부모님 다죽어있음 형제있으면 자식이 딸임 가족찾아서 가면 빚쟁이들이 문두드리고 있음
2021.04.27 21:33
우르르쿵쿵    
여유롭게 살려면 지구 정복해서 깝치는 놈이 없게 만드는 방법밖에 없음. 최강자니까 힘순찐 안하길 기대합니다.
2021.05.01 10:29
Gimbap    
20년 아닌가요
2021.05.02 10:44
VirgoJun    
Gimbap 님 2010년 실종 2038년 귀환 38-10=28 약 30년 맞아요. 20년이 아니라. 20년이면 2030년 귀환임
2021.05.02 11:26
내가보는건    
1화부터.흥미진진.하네요
2021.05.04 00:58
n9*************    
재밋게 보고 있습니다
2021.05.05 18:18
아린날    
선발댑니다 사람은 때려도 안죽는데 측정기계는 가루로 만드는 기적의 힘 조절과 인위적 고구마를 위해 개연성과 설정을 박살냈습니다 안녕히가세요
2021.05.07 18:02
Strichcode    
손오공도 행성부수는대 일상생활 지장없지? 그 미스터사탄의 친구가 될 분홍색빌런 나오는편 펀치기기는 부수지
2021.05.09 17:00
레센Resen    
글에 엔터키 마렵네...
2021.05.10 14:43
미니초코    
선발대 감사합니다
2021.05.1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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