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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여동생 캐릭터부터 누님 캐릭터까지!

2021.06.02 조회 197 추천 1


 1화 여동생 캐릭터부터 누님 캐릭터까지!
 
 
 
 
 
 “사업자 등록 마쳤고, 앞으로 조용히 지내세요. 마·왕·씨.”
 “······적어도 ‘님’은 붙이지 그래?”
 “제가 왜 당신에게 그래야 하죠? 불만이면 용사님들 부를까요?”
 “현대에 용사가 어디 있다고. 쳇, 알았어. 나도 날뛰고 싶은 생각 없으니까 그쯤 해.”
 
 훤칠한 키에 모델 같은 체형, 검붉은 긴 머리카락을 지닌 남자가 불퉁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의 앞에 있던 로즈핑크색 단발머리를 지닌 소녀가 팔짱을 끼며 본격적으로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남자 뒤에 있는 2층짜리 건물을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대한민국 수도권 지역에서 감히 이런 시설을 버젓이 차리다니.
 
 “사업자 등록은 마쳤지만 대체 무슨 생각이시죠?”
 
 “아, 왜? 또, 뭐?!”
 
 이제는 귀찮다는 듯 소녀에게 대드는 남자. 소녀가 한번 제대로 째려보자 남자는 고개를 숙이며 뒤통수를 긁었다. 아무래도 소녀에게 잡혀 사는 것 같았다.
 
 “아니······ 그냥 여기서 지내기는 그래서. 게다가 나 돈도 없어! 용사 연합에서 나한테 연금 줄 것도 아니면 내가 알아서 돈을 벌어야 하잖아?”
 “메이드 카페로?”
 
 그렇다. 마왕이라 불린 청년은 자기 뒤에 있는 건물을 자랑스럽게 돌아보고는 고개를 끄덕였고, 소녀는 현재 자신이 입은 옷이 교복임을 떠올리며 주먹을 쥐다가 풀었다. 여기서 마왕을 폭행하는 건 그다지 좋은 처사가 되지 못한다.
 
 아무리 막장이네 뭐네 해도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였다. 게다가 나이 먹을 만큼 먹은 남자가 고작 여고생에게 쥐어 터지다니. 이건 마왕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내도 몇십 번은 낼 일이다.
 
 “성 상품화 아닙니까?”
 “무슨 그런 소리를 해? 내가 지옥에 있을 때 얼마나 화려하게 살았는지 모르지?”
 “그런 저열한 취미, 알고 싶지도 않아요.”
 “그래, 마음대로 왜곡해. 아무튼 나는 꼭 메이드 카페로 대성하고 말 거야!”
 
 마왕치고는 상당히 소박한 희망을 밝히며 그는 자랑스럽게 웃기 시작했다. 한때 마왕이라 불리며 이름 없는 대륙을 공포에 떨게 한 <비슈리아 오를 레체모스>는 인간 세상에서 정착하기 위해 큰 꿈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대한민국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메이드 카페를 차려서 목돈을 벌겠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 더욱 큰 야망도 지니고 있었다.
 
 ‘후후후, 내가 이래봬도 마왕인데, 세계 정복쯤은 해야 하지 않겠어? 크큭.’
 
 속으로 사악하게 웃으며 바보처럼 미소 짓는 비슈. 그의 모습에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죠? 진짜 용사님들 부를까요?”
 “아, 거참. 뭐만 하면 게네 부른다고 그러냐? <가시현>, 이제 네 일 보셔. 나는 나대로 알바생들 모집하고 카페도 좀 꾸며야 하니까.”
 
 시현이라 불린 소녀는 못미더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뒤로 물러났다. 어차피 그녀에게 맡겨진 일은 전직 마왕인 비슈를 감시하는 것. 이것 말고는 딱히 맡겨진 일도 없고, 이런 손쉬운 일을 하면서도 달마다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상 불로소득도 이 정도면 도둑놈 심보 수준이지만, 비슈는 내심 시현을 부러워하면서도 불쌍하게 여기고 있었다. 어차피 감시한다 한들 야망을 포기할 그가 아닌 것이다.
 
 “좋아요. 그래도 시간 날 때마다 이곳에 찾아올 겁니다. 그리고 당신이 수상한 짓을 벌이지 않나 볼 거예요.”
 “항상 시간 나지 않아? 남자 친구도 없고, 그렇다고 학교 공부에 전념하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고.”
 
 피식 웃으며 시현을 비웃는 비슈. 그러자 눈앞에서 뭔가가 번쩍하더니 비슈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쓰러지고 말았다. 시현이 자신의 주먹을 매만지더니 한숨을 쉬었다.
 
 한 치의 방심도 할 수 없다. 방심하는 그 순간 마왕이라던 작자는 어김없이 짓궂어지기 때문이다. 그것도 사소한 것이 아닌, 예민한 주제를 들이밀면서.
 
 “용사님들 오기 전에 없애드려요?”
 “아, 아니요. 어여삐 봐 주십시오.”
 
 코에서 흐르는 피를 지혈하면서 비슈는 비굴한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이럴 걸 알면서도 시현을 도발한 비슈였다. 겉으로 보면 차가운 인상의 시현이지만, 그래도 놀려 먹는 재미가 있기에 포기할 수가 없었다.
 
 시현은 뒤에 매고 있던 바이올린 케이스를 매만지다가 비슈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말썽 부리지 마시길.”
 “아, 그래. 조심히 들어가! 하하하······.”
 
 어설프게 웃으며 시현을 보낸 비슈. 시현의 모습이 조금씩 멀어지자 그제야 표정을 풀면서 거칠게 머리를 긁었다.
 
 “아오, 저걸 그냥! 내가 저것보다 나이를 먹었어도 1초에 지구를 10바퀴는 돌 만큼 먹었구만! 하여간 저렇게 성격이 더러우니 남친도 없지!”
 
 하지만 시현을 욕하는 건 여기까지 해야 한다. 이상하게도 시현은 자기를 욕하는 사람을 곧바로 찾아내서 곤죽으로 만들어 놓는 취미(?)를 지니고 있었다. 진지하게 싸운다면 비슈가 시현을 이기지 못할 것도 없지만, 인간 세계에서 말썽 피워 봐야 자신만 손해였다.
 
 카페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비슈는 여유 있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이곳이 자신의 일터이자 크나큰 야망을 시작할 곳이 될 것이다.
 
 “후후후, 각양각색의 미소녀들을 알바생으로 쓰면서 벼락부자가 될 거다! 누구도 내 꿈을 막을 수 없어!”
 
 혼자서 미친 듯이 웃던 비슈는 곧 카페를 둘러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갖출 건 전부 갖춘 2층짜리 카페였다. 평범하게 운영만 해도 중박은 치겠지만, 비슈가 원하는 컨셉은 다름 아닌 메이드 카페였다.
 
 지옥에서 마왕으로 군림할 시절에, 비슈는 하루에도 수만 명의 서큐버스들에게 온갖 취향의 옷을 입히며 눈요기를 해 왔었다. 비록 용사 연합에 의해 뿌리까지 뽑힌 처지였지만, 적어도 그 당시에는 비슈가 문화를 선도(?)하는 대부라 불리기도 했다.
 
 비슈는 다시 밖으로 나가서 카페의 간판을 올려다봤다. 시현에게 부탁을 해서 나름 꾸며 놓기는 했는데, 밖이 어두워질 때면 잘 빛을 낼 수 있을까 고민이었다.
 
 “흐하하하하! 데블리너스! 얼마나 좋은 이름이야? 사악하면서도 위트 있고, 쾌활한 성격이면서 누구보다 잘생긴 이미지에 딱 들어맞잖아!”
 
 되지도 않는 자화자찬을 하며 비슈는 혼자서 감탄하기 시작했다. 카페 이름을 데블리너스로 지은 건 순전히 본인이 악마이고 마왕이어서 그런 것 같았다.
 
 시현도 어쨌든 비슈가 대놓고 날뛰진 않을 거라 생각해서 카페 이름까지 태클을 걸 생각은 없었다. 문제는 그 컨셉이 심히 이 나라와 맞지 않는다는 것 뿐.
 
 다시 카페에 들어온 비슈는 항상 들고 다니는 노트북을 꺼내서 구인 광고를 올리기 시작했다.
 
 “지금이 오후 1시니까 한 6시까지 기다려 볼까?”
 
 데블리너스의 정식 개장이야 알바생들이 다 구해지면 해도 될 일이니, 오늘은 느긋하게 커피나 한잔 마시면서 구인 광고를 이곳저곳에 올리고 싶었다. 무엇보다 비슈는 과연 인간 세계에 얼마나 아름다운 여자들이 가득할지 궁금했다.
 
 “어떤 인간 여자가 오려나? 글래머 체형에 대담한 성격? 아니면 슬렌더 체형에 소심한 성격? 후후, 아니면 현모양처라거나, 차갑게 굴어도 사실은 새침데기라거나······.”
 
 온갖 망상을 하며 구인 광고를 올린 비슈. 대한민국의 실업자 현황이 백만을 넘어선지 오래인 현실이지만, 메이드 카페는 충분히 블루 오션으로 작용할 것이라 보고 구인 광고를 여러 곳에 올리고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외모에 자신 있는 여자라면 전부 지원하게 했다. 물론 요구 나이대가 심히 이상하긴 했지만.
 
 “후후후! 17세부터 29세까지! 여동생 캐릭터부터 누님 캐릭터까지 골라 먹······아니, 골라 보는 재미가 있겠지! 게다가 지명도 높은 알바생은 더욱 높게 봉급을 줘서 아예 이곳에 말뚝 박게 하는 것도 좋겠어!”
 
 시현에게서 받은 기초 자본금은 무려 2억. 용사 연합의 회원인 시현이 비슈를 이렇게까지 대하는 건 사정이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용사들에게 무참히 뼈와 살이 분리되어서 죽었어야 할 비슈였으나, 그는 스스로 이대로 죽을 수 없음을 피력했고, 어이없게도 차원재판에서 유예가 선고되고 만 것이다. 사실 비슈가 마왕이긴 했지만 대놓고 인간을 학살하거나, 아예 세계 자체에 재앙을 내려서 민폐를 끼친 적이 없었던 과거가 한 몫 한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비슈는 그나마 선한 업적(?)이 인정되어 이렇게 회생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그가 흑심을 품고 사람을 고통스럽게 죽였다면 결코 이렇게 살아있을 수 없었다.
 
 “현재 내 수중에 2억이 있어. 하지만 이 정도로는 너무 작아. 하아, 집세나 낼 수 있을까? 망할 용사 연합! 그 자식들 분명 심심하면 집세를 올리면서 온갖 갑질은 다 하겠지. 제길!”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길이 너무 길고 불확실한지라 비슈는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수중에 있는 2억은 알바생들 시급, 월급으로 줘야 했기에 함부로 쓸 수도 없고, 용사 연합이 마련해 준 원룸의 집세는 달마다 200만 원이었다.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고,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은 원룸인데 이 정도로 받아먹는다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이쯤 되면 누가 악마인지 모르겠군. 하아, 괜찮아. 나는 할 수 있어. 곧 수많은 미소녀 군단을 만들어서 세상을 내 것으로 만들 거니까!”
 
 실현 불가능한 것이라는 건 아마 그만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정신 나간 야망을 정말 실현시키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할 테니까.
 
 비슈는 카운터로 가서 물품들을 정리했고, 커피포트나 로스팅할 때 쓰이는 물건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아이스박스를 열어서 상온에서 얼음이 녹는지 그렇지 않은지 점검도 하고, 관련 상품이나 텀블러의 재질에 이상이 없는지 꼼꼼하게 보고 있었다.
 
 어쨌든 아무리 메이드 카페라 해도 기본적으로 서비스 직종이었고, 이렇게 부수적으로 벌이를 늘릴 수 있다면 이미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카페 로고는 이거면 되고······. 그런데 메이드 카페치고 규모가 좀 큰가?”
 
 문득 카페를 둘러보던 비슈는 고개를 저었다. 딱 이 정도가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그래, 나처럼 대범한 마왕이 구석탱이에 있을 법한 카페를 가질 수는 없지. 후후후······.”
 
 다양한 크기의 일회용 컵이나 스틱 슈가들이 잘 있는지 확인하며 비슈는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다. 어쨌든 오늘 구인 광고 올리는 건 여기까지 해야 할 것 같았다.
 
 “이거 이러다 알바생이랑 썸이라도 타는 것 아니야? 제길······ 아무리 내가 마성의 매력을 소유한 전직 마왕이라지만, 그렇다고 인간이랑 엮이면 곤란한데. 크흠.”
 
 실은 좋으면서 겉으로 싫은 척하는 비슈였다. 어차피 상대가 인간이든 악마든, 예쁘고 마음에 들면 그만이라는 주의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종족의 차이 때문에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벌써부터 이런 망상을 하는 비슈가 갈수록 위험인물이 되지는 않을지 우려가 될 뿐이었다.
 
 비슈는 카페 구석에 있는 전신 거울 앞에 서며 모습을 점검했다. 잘 보면 머리를 길게 기른 외국인 모델처럼 보이지만, 비슈는 좀 더 깔끔한 인상으로 보이고 싶었다.
 
 “예를 들면······.”
 
 손가락을 튕기며 헤어스타일을 순식간에 바꾸는 비슈. 현재 그의 헤어스타일은 정교하게 짜인 레게 머리였다.
 
 “아, 이건 아닌가? 그럼 다시.”
 
 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길었던 머리가 짧아지며 알아서 정돈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흠잡을 데 없는 가일컷으로 승화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보였다.
 
 “그래, 이거지! 그럼 남은 건······.”
 
 미리 준비한 메이드복을 하나씩 살펴보며 비슈는 흡족하게 웃었다. 각양각색의 얼굴과 몸매를 지닌 여자들이 이걸 입고 일을 하는 상상을 하기만 해도 즐거운 그였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마왕 때려치울걸.”
 
 이제는 자신의 근본조차 부정하는 헛소리를 하며 비슈는 콧노래를 불렀다.
 
 우선 알바생 정원이 5명이긴 했지만, 사실 카페 규모가 규모인지라 최대 10명까지 늘리고 싶어 했다. 최소 인원을 5명으로 생각하고는 있지만, 과연 얼마나 빨리 모일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지옥에서 빠져 나오면서 대부분의 힘과 능력을 잃었고, 이제는 그저 인간의 영역을 약간 초월한 전직 마왕에 불과하다.
 
 “아무튼 기대해도 되겠어. 차라리 면접 보는 곳을 내 집으로 바꿀까?”
 
 대놓고 음흉한 생각을 하던 비슈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욕망이 날뛴다 해도 그대로 실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곳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옥이 아닌, 엄연한 인간 세계였다. 그저 마음에 든다고 덮쳤다가 용사들이 달려올 수도 있기에 특히 조심해야 했다.
 
 “그나저나 이 동네는 사람이 많은 거야 적은 거야?”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비슈는 한숨을 쉬었다. 현재 그의 집, 그리고 일터인 데블리너스 본점이 있는 곳은 중랑구에 있는 <섬현동>이었다.
 
 “설마 터를 잘못 잡은 건 아니겠지? <첨계>나 <노원> 쪽으로 할 걸 그랬나?”
 
 허나 이미 이뤄 놓은 일인지라 바꿀 수는 없었다. 게다가 아무런 빽도 없이 용사 연합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만큼 비슈가 좋은 상황이냐면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가 조금이라도 수상한 행동을 보이면 시현에 의해 용사 연합이 출동할 기세였다.
 
 이런 아슬아슬한 현실에서 속 편하게 메이드 카페를 하려는 비슈가 오히려 대단해 보일 정도였다.
 
 노트북을 가방에 넣고 막 자리에서 일어선 비슈는 바지 주머니로 손을 가져갔다. 휴대폰으로 누군가가 전화를 거는 게 보였다.
 
 “오, 벌써 면접 보려고 전화를?! 하여간······ 나는 못 하는 게 없어. 그저 알바 구인일 뿐인데 시선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니까.”
 
 새삼 자신의 위대함을 설파하며 비슈는 고개를 저었다. 더는 마왕이라 불리지 못할 만큼 추락한 그였지만, 그런 자신이라도 여전히 엄청난 실력자임을 자칭하고 있었다.
 
 감미롭게 웃던 비슈는 전화를 받았다.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려할 때, 휴대폰 너머로 기계적인 음성이 들렸다.
 
 -안녕하십니까? 연말을 맞이하여 다음 대선에 관한 앙케이트 조사를 위해 전······.
 “제길.”
 
 나름 기대 했는데 그 기대를 여지없이 짓밟는 광고 전화였다. 비슈는 처참한 표정으로 힘없이 말했다.
 
 “다음 대선은 개뿔······. 이 나라의 왕이 누가 되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천장을 올려다보며 소리를 내지른 비슈는 크게 한숨을 쉬며 두 눈을 감았다. 침착해야 한다. 여기서 스스로 무너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위트 있고 센스 있으며, 잘 생긴 외모에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성품과 재능을 지닌 자신이 한낱 광고 전화에 무너져서는 곤란했다.
 
 한참 혼자서 마음을 다스리고 있을 때 휴대폰으로 또 전화가 걸려 왔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전화번호라 확신하며 비슈는 전화를 받았다.
 
 “후후, 안녕하세요?”
 -아앗, 정말 받았다! 안녕하세요? 알바생 구한다고 해서요!
 “물론이죠. 구하고 있답니다. 면접 보러 오실 거죠?”
 -네! 그런데 거기 정말 메이드복 입고 일해야 하나요? 혹시 속옷은요? 역시 입는 쪽이 더 야하겠죠?
 “······언제 면접 가능하세요?”
 
 너무 노골적으로 묻는지라 천하의 비슈조차 할 말을 잃은 표정이 되었다. 그러나 면접을 보기는 해야 했기에 그는 사무적으로 물었고, 잠시 뜸을 들이다가 상대는 대답했다.
 
 -오늘 볼게요! 오늘 6시쯤?
 “좋아요. 그럼 6시까지 섬현역 5번 출구에서 나오셔서 조금 걷다 보면 카페가 나올 거예요. 거기로 오세요.”
 -앗싸, 네! 알겠습니다!
 
 상대방은 상당히 열렬한 반응을 보이며 통화를 끝냈고 비슈는 자신의 휴대폰을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딘지 모르게 분위기에서 압도되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곧 예쁜 여자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비슈는 기분이 좋아졌다.
 
 “후후후, 마음껏 감상해 주지. 인간 여자들이여! 너희들의 비주얼을 내 뇌리에 제대로 담아 주마!”
 
 아마 영겁의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을 비슈의 성벽일 것이다. 그는 말을 마치며 면접을 볼 준비를 하기 시작했고, 바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데블리너스 앞을 지나고 있었다. 마치 데블리너스는 거기에 있지도 않다는 듯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그렇게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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