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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프롤로그

2021.06.01 조회 515 추천 6


 1화 프롤로그
 
 
 
 
 
 “아, 저게 저렇게 죽네! 아 형님들, 이거 솔직히 내 잘못 아니잖아. 저기서 저 패턴이 튀어나오면 어떻게 피하라고.”
 
 마이크의 붉은빛이 깜빡인다.
 모니터를 가득 채운 웃음소리와 욕설 즐비한 댓글들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키보드로 남기는 말들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과 인신공격.
 가끔 멀쩡한 댓글도 올라오지만 이미 내 방송은 악성 댓글을 달아도 괜찮다고 유명한 방송이다.
 
 당사자인 내가 기분이 나쁘다면 문제가 됐겠지만 난 괜찮다.
 사람들은 나로서 해방감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거다.
 
 나는 그들을 대변해 그들이 할 말을 대신 답해 줄 뿐.
 그들이 하는 말을 듣고 웃어넘겨 줄 뿐이니 아무것도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오피스텔 꼭대기 12층의 12평 원룸. 해당 층의 입주자는 나밖에 없다.
 부모가 가진 건물 중 입주자가 꽉 차지 않은 오피스텔은 여기뿐이라 억지로 눌러앉았다.
 
 “시발, 이젠 나한테 지랄하네. 여러분들 저거 보셨죠? 꼭 저렇게 자기 실력 인정하기 싫어서 남 핑계 대는 놈팡이가 있다니까. 장비 달리면 신청을 하질 말든가. 아······ 죄송합니다. 뭔 미꾸라지 새끼가 들어와서 물을 흐리네.”
 
 내 이름은 박성빈.
 1인 크리에이터이자 취미로 작가를 하는 사람이다.
 
 “못 해 먹겠네, 젠장.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요. 형님들, 다음에 봅시다.”
 
 신경을 긁는 어그로 종자들이 많아서 강제 종료해 버렸다.
 마우스를 내팽개치고 뒤의 침대로 몸을 날린다.
 억지로 방송을 이어가 봤자, 좋을 거 없다.
 난 참을 거 참고 웃으며 게임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니까.
 
 시청자가 ‘직업이 뭐냐?’고 물으면, 보통 방송한다고 답을 하지만, 본업은 부동산 업자를 표면상에 세워 둔 백수.
 내가 본래 해야 할 일은 이미 담당자가 따로 있어 사실 아무것도 하고 있질 않다.
 즐겁다고 하면 즐겁고, 끔찍하다고 하면 끔찍할 수도 있는 인생이다.
 
 물론 이런 인생을 살 수 있는 것도 특권이다.
 못해도 상위 5% 안에는 들어야 가능하겠지.
 자랑하는 건 아니다.
 그저 현실을 냉정하게 말해 주는 것뿐.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금수저였고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다.
 
 ‘왜 당신은 그렇게 태어났고, 나는 그렇게 태어나지 못했죠?’
 
 따위의 질문일랑 하지 마라.
 원래 세상은 불공평하다.
 그걸 깨닫지 못했을 뿐이니 누굴 원망할 것도 없잖아.
 
 “······뭐든 안다고 다 좋은 건 아니겠지만.”
 
 ‘모르는 게 약’이라는 표현이 있었지.
 희망은 깨지지 않아야 아름답다.
 그걸 스스로 깨부술 필요야 없겠지.
 그렇게 계속 착각 속에서 살면 될 거다.
 다들 그러고 사니까 아쉬워하지 않아도 돼.
 
 올해로 스물여섯이다.
 사회복무요원, 다시 말해 공익으로 근무했다.
 이유는 평발.
 지금도 교정인솔 없이는 오래 걷지도 못한다.
 덕분에 이렇게 문제 안 일으키고 틀어박혀서 용돈 벌이하며 살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잠시 누워 있다가 다시 책상 앞으로 향한다.
 습관적으로 손이 움직인다.
 클릭 세 번 만에 들어간 사이트는 내가 주로 연재하던 인터넷 소설 사이트였다.
 
 이미 접속된 아이디의 마이페이지로 들어가 새로운 댓글이 달렸는지를 확인해 본다.
 최근까지 연재하고 있던 작품에 2개의 댓글이 추가되어 있었다.
 
 작품의 이름은 ‘검신전설 브라드리움’.
 신검술의 계승자인 칼리 아르타가 동료들과 함께 왕국 건립에 기여하고, 그 보상으로 훗날 전설이 되는 검사집단 브라드리움을 설립하는 이야기다.
 
 전형적인 왕도물이며, 먼치킨물로 중반부까지는 모험물이고, 이후에는 전쟁물이다.
 능력자 배틀물의 성향도 띄지만, 최강자가 처음부터 정해져 있기 때문에 파워 인플레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주연은 칼리 아르타, 바쉬 브리다, 엘라 크로니아 세 사람이고, 주·조연을 다 합치면 등장인물은 약 20명 정도. 여기서 조연은 이름이 등장하는 인물들까지만이다.
 
 주인공 칼리 아르타는 재능형 천재로 어릴 적에 기연을 만나 성장하긴 하지만, 소년기가 지나고 나선 오로지 자기 힘만으로 정점에 서게 된다.
 모험가 기질이 있어 동료들과 함께 모험회 브라드리움에 들어간다.
 이후 모험회는 같은 이름을 가진 검사집단의 전신이 된다.
 
 브라드리움은 이후 카무라바 산맥을 정복하고, 전리품으로 동방 최강의 검을 습득한다.
 이는 ‘신검’으로 불리며 소꿉친구 중 한 명인 엘라 크로니아의 최종 목표이기도 하다.
 이후 루인 가르시아 2세 백작이 일으킨 쿠데타의 핵심전력으로 참가해 왕국 유스오르의 건국 공신이 되고, 검사집단을 설립한다.
 주인공은 이후 단명하지만, 친구 엘라 크로니아와 결혼해 후세를 잇는다.
 또 다른 절친 바쉬 브리다는 장수해 브라드리움의 규율과 기틀을 닦는다.
 
 뭐 이런 스토리이긴 한데, 반도 못가서 질려 버렸다. 예상 분량은 150회 정도 됐는데, 이제 49회다. 인기는 제법 있는 편이지만, 돈 받고 연재하는 게 아니라 의미는 없었다.
 
 물론 제의를 받은 적은 있다.
 이건 자랑이다.
 완결까지 휴재 불가능이란 계약조건 때문에 파투내 버렸지만.
 
 내게 소설이란 스트레스 해소용 유희다.
 재미로 쓴다 이거다.
 설정 짜는 것도 재밌어서 하는 거다.
 그런 데에 목숨 걸고 열심히 노력할 생각 따위 없다.
 
 방송도 별 차이는 없었다.
 내가 즐기는 게임을 조금 독특한 방식으로 플레이할 뿐이니까.
 
 애써 열심히 할 의무도 의욕도 없다.
 그럴 필요가 없어.
 뭐든지 내키는 대로, 이게 내 지론이니까.
 
 더럽다더러워(ekla****)
 -내용이 너무 루즈한 듯! 진행 좀 빠르게 해주세요!
 
 세상은돈이야(lmon****)
 -주인공이 너무 먼치킨이라 짜증··· 슬슬 하차해야 할 듯
 
 댓글 내용을 보자마자 뒤로 가기를 눌렀다.
 그리곤 이어쓰기를 눌러 소제목에 <공지>라고 적어 넣었다.
 
 “흐음······ 슬슬 독자들의 뒤통수를 칠 때인가.”
 
 마침 이 다음 회가 50회이기도 하니까.
 타이밍은 딱 맞아떨어졌다 해도 좋다.
 내용은 그래, 보자······.
 
 [안녕하세요. 작가입니다.
 본 작품은 49회를 마지막으로 리메이크에 들어갑니다.
 독자분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서 내용을 전면 수정할 예정입니다.
 너그럽게 기다려주시면 더욱더 좋은 작품을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뭐, 이 정도면 되겠지.”
 
 형식상이긴 하지만 이런 말들을 올려놓으면 나머진 독자들끼리 알아서 해결한다.
 또 연중이네 뭐네 하다가도 자기들 의견 수용해서 리메이크하겠다고 한 거니까 할 말이 없어진다.
 뭐 하나 완결을 낸 적이 없잖아 하다가도, 돈 받고 작가를 하는 것도 아닌데 그럴 수 있지 않냐는 말에는 반박하기가 힘들다.
 
 내 설정과 스토리에 반한 독자들이 가드레일이 되어 주는 거다.
 아이돌이 범죄 저지르면 커버해 주는 빠순이, 빠돌이처럼 말이지.
 물론 범죄와 연재 중단을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지만, 덕분에 나는 불구경을 지켜보면서 천천히 새 작품을 구상할 수 있었다.
 
 처음 이 작품을 연재할 때 절대 연중은 안 한다고 해 뒀으니 리메이크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작가마다 리메이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천차만별이고, 리메이크하다 보니 신작이 떠올라서 신작으로 찾아왔다는 이런 얘기는 얼마든지 할 수 있거든.
 프로 연중러인 나에겐 핑곗거리는 넘치고 넘쳤다.
 고기도 잘 먹는 사람이 잘 먹는다 이거지.
 
 “내용이 루즈해? 주인공이 너무 먼치킨이야? 그럼 보질 말던가. 설마 49화만 읽어 놓고 루즈하다고 한 건가? 독자로서의 예의가 없군. 그런 새끼는 내 글을 읽을 자격이 없어.”
 
 아까 방송도 그렇고 오늘 일진이 별로 안 좋네.
 공지나 올리고 이젠 잠이나 자야겠어.
 내일 일어나면 바로 댓글부터 확인해 봐야겠다.
 또 어떤 멍청한 놈들이 걸려들었을지, 큭큭.
 
 그렇게 미소를 머금고, 공지 내용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나는 주저 없이 <등록> 버튼을 클릭했다.
 
 그리고 세상이 갑자기 새하얘졌다.
 
 “무, 뭐야뭐야뭐야뭐야!!”
 
 아무것도 안 보여.
 눈은 뜨고 있는 건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움직이고 있는지 어떤지조차 모르겠어!
 
 “제기랄, 뭐가 어떻게 된 거야아아!!”
 
 아까까지 꿈을 꾸고 있었던 거야?
 아니면 나도 모르게 잠이 든 건가?
 볼이라도 꼬집어야 하나?
 하지만 손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무슨 수로?
 
 “크아아악!”
 
 다른 건 하나도 안 되는데 말은 잘 튀어나오는 게 오히려 이상하잖아!
 
 “우와아아앗, 살려 줘! 살려 달라고!!”
 
 얼마 동안 비명을 질렀던 걸까.
 못해도 5분은 됐겠지.
 그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쳐도 목이 하나도 아프질 않아서, 유일하게 인지할 수 있는 목소리로 있는 힘껏 구조요청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살려 줘! 부탁이니까 제발 살려······ 어?”
 
 눈, 깜빡여지고.
 손발, 멀쩡하고.
 
 “아, 아아, 목도 입도 멀쩡하군. 대체 이게 무슨······.”
 
 그래, 원래대로 돌아오기는 했다.
 내 몸은, 정확히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다른 모든 것이······ 뒤바뀌어 있었다.
 나 박성빈은 천장, 바닥, 시야가 비치는 저 끝까지 죄다 하얀 공간에 홀로 주저앉아 있었던 거다.
 
 “우왓?!”
 
 그리고 별안간 눈앞에 거대한 책이 튀어나왔다.
 그 책은 붉은색의 하드커버에 특이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빼다 뒤구르기 한 번 하고 그대로 엎어졌다.
 
 “크윽······ 꿈이든 뭐든 일단 설명 좀······.”
 [왜 완결을 내지 않는 거지?]
 
 그 순간, 내 말에 답변이라도 하듯, 남자의 목소리가 무신경하게 흰 공간으로 퍼져나갔다.
 의욕은 없었지만, 목소리는 내 귓가를 때리듯 생생하게 들렸고, 나는 그것이 눈앞의 거대한 붉은색의 책에서 나온 소리임을 알았다.
 물론 내 질문의 답변으론 전혀 맞지 않는 소리지만.
 
 “후우······.”
 
 나는 천천히 일어서, 그 인간인지, 인격체인지, 기계인지, 이상 현상인지, 뭔지 모를 붉은 책을 향해 이렇게 물었다.
 
 “너······ 뭐냐?”
 
 질문에 대한 답은 내지 않은 채로, ‘붉은 책’은 긴 정적을 이어갔다. 실로 기분 나쁜 정적이었다.
 
 “뭐냐고, 너. 뭐하자는 거야. 여긴 어디야. 난 왜 여기 있지? 꿈은 아닌 거냐, 이거? 환각 증상 같은 건가? 아니면 병? 누가 수면제라도 먹인 거야? 아까 있었던 일들은 뭐야. 갑자기 새하얘지고, 이런 이상한 공간에 덜컥 떨어져 있고, 시발 방송에 관종들 넘쳐날 때부터 느낌이 안 좋았어! 댓글은 죄다 뭔 말 같잖은 소리나 해대고, 하······ 뭐든 좋으니까 말 좀 해 봐 이 새끼야!!”
 
 한참을 따지고 씩씩대고 있는 내게 다시 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딱 한 번 들었을 뿐인데 이미 익숙해진 것 같은 기분까지 든다.
 
 [나는 이야기꾼이다.]
 “······이야기꾼?”
 [다시 묻겠다.]
 [왜, 완결을 내지 않는 거지?]
 
 솔직히 나는 이 단계에서만큼은 티끌만큼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앞으로 이 ‘이야기꾼’이라는 작자와 함께 펼쳐질, 믿기 힘든 모험담에 대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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