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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화. 재능충 등장(1)

2021.05.12 조회 4,333 추천 74


 #001화. 재능충 등장(1)
 
 
 
 
 
 수영이는 화가 났다.
 남자친구인 민수의 시험이 끝나 같이 놀러 가기로 했었는데도 며칠째 연락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금 뭘 하고 있을지 대충 짐작이 갔지만 혹시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을 품고서 수영이는 민수의 자취방으로 찾아갔다.
 집안은 전혀 정리되어 있지 않았고, 자취방 구석에는 쓰레기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자신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안 수영이는 방 문을 열었다.
 
 “아이 씨··· 우리 정글 뭐하냐?”
 
 민수는 수영이 들어온 것도 모른 채 게임을 하고 있었다.
 컴퓨터 옆에는 다 먹은 컵라면 용기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떡진 머리에 충혈된 눈을 보아하니 시험이 끝난 이후에 한숨도 자지 않고 게임만 한 게 분명했다.
 
 “나 왔는데 아직도 게임하고 있으면 어떡해!!”
 “수, 수영아!”
 
 수영의 화난 목소리에 민수는 그제서야 수영이가 왔다는 걸 알았지만 여전히 눈을 모니터에 고정한 상태로 게임을 계속했다.
 
 “수영이 왔구나? 무슨 일··· 아!!! 정글 사람 새끼 맞아?!”
 
 자기가 왔는데 보지도 않고 게임 하는 민수를 보며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지만 수영은 간신히 참으며 말했다.
 
 “오늘 종강이라 놀러 가기로 했잖아!”
 “아 맞다.”
 “아 맞다가 아니잖아!!”
 “잠깐만 기다려봐 이것만 끝내고 갈게. 승급전이거든.”
 
 자신의 속마음도 모른 채 다시 게임에 집중하는 민수를 보며 수영은 서글픈 마음에 화를 내며 소리쳤다.
 
 “됐어! 나 집에 갈 거야!”
 
 쾅!
 참지 못한 수영이는 결국 방 밖으로 나갔고 민수는 수영이가 나간 방문을 보며 다급하게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 봐!”
 
 그 말에 수영이는 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이어지는 민수의 다음 말은 수영이의 발걸음을 잡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 판만 끝내고 바로 갈게!”
 
 엄청난 배신감에 그냥 집에 가 버릴까 싶었지만 그래도 민수라면 게임을 끄고 자기를 잡으러 나올 거라고 생각하며 집 밖으로는 나가지 않고 민수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민수가 나오지 않자 결국 수영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소리쳤다.
 
 “이 나쁜 자식아! 나 이쁘다고 쫓아다닐 땐 언제고 이젠 잡은 물고기라 방치한다 이거지! 넌 진짜···!”
 “수영아!”
 
 수영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느새 방 밖으로 나온 민수가 수영이를 뒤에서 안았다.
 
 “미안해. 당연히 게임보다 네가 소중하지. 게임 같은 건 그만하고 우리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가자. 내가 살게.”
 “민수야···”
 
 그 말에 조금 감동한 수영이는 바로 기분이 풀렸는지 몸을 돌려 민수를 보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민수 뒤에 있는 모니터 화면을 보았다.
 
 [패 배]
 
 “게임 할 때에는 관심도 없더니 게임 끝나니까 관심 생겼냐!!”
 “으아아악!”
 
 참지 못한 수영이는 결국 민수를 소중한 곳을 걷어차 버렸고 민수는 겸손한 자세로 바닥에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으윽···”
 “게임이 그렇게도 좋아?! 그럼 그놈의 게임! 얼마나 재미있는지 나도 한번 해 보자!”
 “뭐?”
 
 느껴지는 고통보다 수영이가 한 말이 더 충격이었는지 민수는 자기도 모르게 대답했다.
 
 “진짜 할 거야?”
 “어!”
 
 수영이가 책상에 앉아 게임을 하려고 하자 민수는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이 게임 하면 정신건강에 안 좋아.”
 “왜?”
 “부모님이 세 분이 될 때도 있고 아예 사라지실 때도 있거든.”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런 게 있어.”
 
 막상 자리에 앉았지만 수영이는 살면서 한 번도 컴퓨터 게임을 해 본 적이 없었기에 게임창이 켜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게임을 시작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 모습을 본 민수는 한숨을 쉬며 도와주었다.
 
 “게임 할 거면 먼저 계정부터 만들어. 아이디 뭐로 할래?”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회원가입을 하자 게임에서 사용할 아이디를 생성하라는 문구가 나왔다. 수영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자기가 생각한 아이디를 입력했다.
 
 “음··· 이거 어때?”
 
 수영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디를 쳤다.
 [귀여운 수영이]
 
 “안돼! 게임 할 때 실명 쓰지 마!”
 “왜!”
 “실명으로 지으면 특정성이 성립돼서 고소할 때 좋긴 하지만 어그로 끌려. 잠깐 나와 봐 내가 지어 줄게.”
 
 게임을 하는데 왜 고소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수영이는 민수에게 자리를 비켜 줬다.
 
 “됐다. 이게 있네? 이걸로 해.”
 
 민수는 수영이의 계정을 만들어 줬고 수영이는 바로 게임에 접속했다. 민수가 지어 준 수영이의 아이디는···.
 
 [겉바속촉 전기통닭구이]
 
 “이게 뭐야!”
 “그런 게 있어 아이디는 강해 보일수록 좋은 거야. 참고로 아이디 바꾸려면 현금 3만 원 정도 드니까 그냥 이걸로 해. 일단 같이 게임을 해야 실력이 늘 테니까 내 친추 받아. 내가 알려 줄게.”
 
 민수는 수영이의 반대편에 앉아 과제용 노트북으로 게임에 접속했다.
 띠링-
 게임창 오른쪽 하단에 알람창이 떴다. 수영이가 클릭해 보니 친추 알림이었다.
 
 [‘무적태풍부대’님께서 친구 추가 요청을 했습니다.]
 
 “군대도 안 가면서 아이디가 이게 뭐야?”
 
 수영이가 투덜대며 수락을 눌러 게임 로비로 들어서자, 민수는 게임 시작을 눌렀다.
 웅장한 효과음과 함께 캐릭터 선택창으로 넘어갔다. 갑자기 바뀐 화면에 수영이가 어쩔 줄 몰라 하자 민수가 옆에서 도와주었다.
 
 “처음이니까 캐릭터가 몇 명 없을 거야. 쉬운 캐릭터 추천해 줄까?”
 “아냐. 그냥 귀여운 거 할래.”
 
 수영이가 귀여워 보이는 캐릭터를 골랐다. 토끼 인형 탈을 쓴 소년 캐릭터를 누르자 캐릭터가 움직이며 수영이에게 인사했다.
 
 [안녕? 난 리올이야!]
 
 리올이 온몸에서 푸른 번개를 뿜어내며 손을 흔들었다.
 귀여운 외관과 달리 어려운 캐릭터이기에 초보자에게는 추천하지 않는 캐릭터였다.
 
 “리올? 그 캐릭터 어려운데. 그냥 서포터 하는 게 낫지 않아?”
 “서포터? 그게 뭐하는 건데?”
 “이 게임은 라인이 3개인데 탑, 미드, 그리고 바텀이 있어. 그 외의 포지션으로는 정글러도 있는데 이 게임은 5대5 팀 게임이라 각자 캐릭터를 골라서···”
 “그냥 귀여운 거 할래.”
 
 민수의 말을 조금도 이해 못 한 수영이는 그냥 선택 확정 버튼을 눌렀다.
 리올이라는 캐릭터가 선택됐다는 글자가 뜨며 잠시 후 게임이 시작한다는 알림이 울렸다.
 
 “그래 연습이니까. 나도 아무거나 할게.”
 
 말과는 다르게 민수가 고른 캐릭터는 리올의 카운터 픽인 로버트였다.
 처음 하는 사람에게 질 리도 없었지만, 여자친구든 뭐든 게임은 확실하게 이기는 게 중요했다.
 두 명밖에 없어서 그런지 로딩은 순식간에 완료됐고 민수는 아이템을 어떻게 사는지 알려 줬다.
 
 “시작 아이템을 샀으면 미드로 와.”
 “미드가 중앙이야?”
 “응. 타워 맞으면 아프니까 너무 많이 오진 말고 미니언 나올 때까지 기다려.”
 
 여전히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수영은 우선 시키는 대로 맵 중앙까지 캐릭터를 움직였다. 미니언이 생성된다는 소리와 함께 민수가 말했다.
 
 “수영아 이 게임을 잘하기 위해선 뭐가 중요한 줄 알아?”
 “뭔데?”
 “적 스킬을 피하고 내 스킬은 맞추는 거야!”
 
 비겁하게도 그 말과 함께 숨어 있던 민수 캐릭터가 튀어나오며 수영이를 공격했다.
 
 “어?”
 
 하지만 수영은 살짝 움직여 민수의 스킬을 피했다. 그 모습에 민수는 상당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논 타게팅 스킬을 피하는 건 가장 기본적인 플레이지만 시야가 없는 곳에서 쓴 스킬을 피하는 건 뛰어난 반응 속도를 요구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우, 우연이겠지?’
 
 민수는 당황한 기색을 간신히 숨기며 게임에 집중했다. 자신이 고작 실버 랭크이긴 하지만 처음 게임 하는 사람한테 질 정도로 못하진 않았다.
 라인전이 어느 정도 진행되는 동안 서로 딜교환 없이 평화로운 라인전이 이어졌다. 하지만 안에서 게임을 보면 전혀 달랐다.
 중간중간 민수가 딜교환을 시도하려 스킬을 날리지만 수영이는 아무런 스킬도 쓰지 않고 무빙만으로 민수의 모든 스킬을 피했다. 심지어 탭을 눌러 보니 cs조차 밀리고 있었다.
 민수는 지금 게임이란 걸 태어나서 처음 해 보는 수영이한테 지고 있었다.
 
 “으윽···”
 
 민수는 입술을 꽉 깨물고 때를 기다렸다. 이건 이제 자존심 문제였다. 여자친구고 뭐고 절대 져 줄 수 있는 게임이 아니었다.
 자신이 픽한 로버트가 리올의 카운터 픽인 이유는 이동 스킬이 없고 체력이 적은 리올을 확실하게 암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민수가 이 게임을 허투루 한 것만큼은 아니었다. 로버트의 경험치가 90프로를 넘기자 무리하게 먼저 들어가 미니언을 잡았다.
 체력이 많이 줄었지만 미니언을 잡음과 동시에 로버트가 레벨 업을 해 6레벨을 찍었다. 6레벨은 이 게임의 꽃인 궁극기를 배울 수 있는 레벨이다.
 바로 궁극기를 배우고 로버트가 리올에게 돌진했다. 로버트는 6렙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강력한 궁극기를 가진 캐릭터였다.
 
 -쾅!
 
 궁극기만 맞췄을 뿐인데 가득 차 있던 리올의 체력이 반이나 달았다. 평타 강화 스킬에 맞은 리올은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민수가 가진 두 개의 스킬 중 한 가지만 맞춰도 죽일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리올은 무빙만으로 첫 번째 스킬을 피했다.
 
 “큿!”
 
 이번 공격에 게임이 결판났으면 좋았을 테지만, 아직은 괜찮다. 민수에게는 두 번째 스킬이 남아 있었다. 심지어 지금은 두 캐릭터가 밀착한 상태.
 피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두 번째 스킬을 날리는 순간, 리올은 뒤로 피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튀어나왔다.
 
 “!!”
 
 민수는 수영이의 대담한 플레이에 놀랐다.
 
 ‘이걸 앞으로 와서 피해?’
 
 물론 앞으로 돌진하는 방법 외에는 민수의 스킬을 피할 방법이 없어 결과적으로 수영이는 선택은 옳았다.
 
 ‘짧은 순간에 이런 판단을 한다고?’
 
 위험한 행동이었지만 그 대가로 수영는 스킬을 피해 살아남을 수 있었고 그동안 민수는 포탑의 공격을 계속 맞고 있었다.
 
 ‘다음 타워 데미지에 죽을 만한 체력이지만··· 상관없어!’
 
 민수의 로버트보다 수영이의 리올의 체력 상태가 훨씬 나빴다. 리올은 평타 한 대만 때려도 충분히 죽을 만한 체력이었기에 민수는 망설임 없이 리올을 공격했다.
 
 ‘이겼다!’
 
 로버트가 리올을 공격해 승리를 확정 지으려는 찰나, 리올은 자신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나와 미니언을 공격했다.
 
 “어?”
 
 미니언이 죽자 리올은 레벨 업을 하면서 체력을 회복했고 이어진 포탑의 공격에 로버트는 결국 죽고 말았다.
 
 [퍼스트 블러드]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민수는 온몸이 굳었다. 수정이가 신나서 소리치는 것도 잘 들리지 않았다. 뭔가가 이상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위화감이 자신을 감싸 안았다.
 
 ‘지금 내가 뭘 당한 거지?’
 
 민수는 바로 일어나 수영이의 화면을 봤다. 그리고 소스라치듯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게임 내내 느껴졌던 위화감.
 수영이는 스킬을 배우는 방법을 몰라 스킬을 안 찍은 상태로 게임을 했다.
 
 수영이는 단 한 번의 스킬도 쓰지 않은 채 민수를 이긴 것이다.
 
 ***
 
 [리올]
 역할군 : 메이지
 P 전도체 : 킬이나 어시스트를 기록하면 기본 스킬의 쿨타임이 초기화됩니다.
 Q 라이트닝 : 리올이 직선상의 모든 적에게 마법피해를 입힙니다.
 W 감전 : 리올이 직사각형의 번개 상자를 설치합니다. 잠시 후, 상자가 폭발하며 주변 적에게 마법피해를 입힙니다.
 E 일렉트로닉 쇼크 : 리올이 낙뢰를 떨어뜨려 마법피해를 입히고 2초 동안 40% 둔화시킵니다. 원 가운데 있는 적은 1초 동안 기절합니다.
 R 찌릿찌릿 : 리올의 몸에서부터 번개가 원형으로 뿜어져 나옵니다. 맞은 적은 마법피해를 입고 순간적으로 이동불가 상태가 됩니다.

댓글(26)

기리기리기    
일단 거기서 왜 게임을 해본다는 선택을 하는지 모르겠는데요?해어지고 나서 혼자 집에서 해본다는 몰라도 남친한테 화내다가 '어디한번 해보자'식의 전개가 엄청 어색해요.게임하고 싶어서 화내는척 남친집 갔다해도 믿겠어요
2021.05.12 17:46
설국포차    
건필! 잘보고갑니다
2021.05.12 21:02
마하냥    
개연성 붕괴는 작품 시작때에 한해서 용서되죠. 안그럼 시작이 안되는걸
2021.05.15 19:12
Judi    
게임 해보겠다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는 거죠.
2021.06.05 22:47
눈감은전등    
그럴수이찌
2021.06.05 23:04
Powerpuff    
수정 ---> 수영
2021.06.06 07:10
만성피로남    
게임 해본다는 선택지는 충분히 있을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스킬도 안찍고 생전 게임안해본 여자가 이렇게 이긴다는게 회빙환이 없다 뿐이지 회빙환급 이네ㅋ
2021.06.07 12:06
Ilhk57luwI    
내가 이렇게까지 한다라는 걸 보여주려는 분도 있어요. 게임 싫어하는 데도 이렇게 해줬으니 다른건 내말 들어라는 거죠. 그런것치곤 남친한테 미련이 너무 없어보이기는 한데
2021.06.07 16:24
rbbtriver    
케넨?
2021.06.12 11:37
scarf    
중대장은 화가났다
2021.06.16 10:19
0 /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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