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옥타곤의 왕자

옥타곤의 왕자 1화

2014.11.14 조회 21,117 추천 239


 1. 사정 있는 양아치 <1>
 
 
 인천.
 구월동 로데오 거리 복판에서 사내놈들이 둥글게 모여 쑥덕거리고 있었다.
 하나같이 곰을 연상케 하는 거구들이었다. 등산복에 골프웨어 등을 입었는데, 마치 건달은 이렇게 입어야 한다는 정석을 보여 주려는 듯했다.
 그런 거구들 틈에 다소 작은 운동복 차림의 남자가 있었다. 거구들과 비교했을 때 작다 뿐이지, 그도 결코 왜소한 체격이 아니었다.
 자연히 눈길을 끄는 조합이었지만 워낙 사람이 많은 거리인지라 딱히 시선을 주는 이는 없었다.
 머리를 7대3으로 가르마를 탄 건달이 운동복 차림의 남자에게 사진을 건네며 말했다.
 “이놈이야. 이름은 김형수, 저기 술집 창가 자리에서 술 푸고 있단다.”
 운동복 남자가 사진을 빤히 쳐다보았다.
 “얼마나 해 먹었는데요?”
 “2,200.”
 “2,200 먹은 놈 족치는 데 30만 원 주는 거예요?”
 “싫으면 말고.”
 “싫다고 하진 않았어요.”
 “할 수 있겠냐?”
 “뭐 어려운 일이라고요.”
 “그 자리에서 바로 족쳐야 해.”
 “……그 자리에서요?”
 “이 새끼가 소주병으로 민수 머리 후려치고 두들겨 패서 전치 4주 나왔다. 무서운 게 없는 놈이야. 바로 조져.”
 운동복 남자가 마뜩잖은 듯 입술을 요리조리 비틀었다.
 “짭새 뜨면요?”
 “도망쳐야지.”
 “잡히면요?”
 “뭘 물어? 네가 혼자 벌인 일이지.”
 “…….”
 “인마. 10분 안에 후딱 털고 나오면 되지 뭐가 문제야? 잡히면 우리가 수습해 줄게. 그냥 혼자 저지른 짓이라고 해. 고등학생에다가 초범이라 훈방으로 끝날 거야.”
 운동복 남자는 놀랍게도 고등학생이었다. 학생은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이번 일만 끝나면 돈 주실 거죠?”
 “몇 번을 말하냐. 형이 그깟 코 묻은 돈 떼먹을 것 같아?”
 “알았어요. 갈게요.”
 “믿는다, 이창공이.”
 7대3이 학생, 이창공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이창공은 마스크에 모자를 쓰고 후드까지 뒤집어썼다.
 “창공아, 잠깐.”
 건달 중 앳된 녀석이 다가오더니 이창공의 손에 붕대를 감아 주었다. 이창공의 고등학교 3년 선배, 최동우였다.
 “맨주먹 잘못 쓰면 손 나간다.”
 “…….”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
 “예, 감사해요.”
 이창공이 인사하며 건물 2층 술집, 해적으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몇 분이세요?”
 매니저로 보이는 남자가 이창공을 반겼다.
 “안에 일행 있어요.”
 이창공은 대충 둘러대고는 술집 안으로 들어가 창가 자리를 찬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저 새낀가?’
 곧 사진과 닮은 놈이 눈에 띠었다. 어깨까지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예수님처럼 5대5로 가르마 탄 놈이었다.
 간덩이가 부었구나. 건달 돈 떼먹은 놈이 여자 끼고 속 편하게 술이나 처마시고 있다니.
 하긴, 소주병으로 건달 머리통을 깠다는데 말 다했지.
 이창공이 다가가 김형수의 앞에 섰다.
 “뭐야? 누구세요?”
 “김형수 씨 맞나요?”
 “그런데요.”
 쫘악!
 이창공은 밑도 끝도 없이 김형수의 면상을 손바닥으로 올려붙였다.
 “꺄악!”
 동석 중이던 여자들이 빽 소리를 질렀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창공은 김형수의 머리를 짓누른 채 주먹으로 얼굴이며 옆구리며 가리지 않고 뻑뻑 내리쳤다. 이런 놈은 초장에 발라 놔야 한다.
 “뭐야, 이 새끼!”
 구석 자리에 앉아 있던 사내놈이 테이블로 올라왔다. 이창공이 기다렸다는 듯 테이블을 걷어찼다. 녀석이 중심을 잃고 넘어지며 테이블에 턱을 찧었다.
 이창공은 놈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무릎으로 면상을 퍽퍽 친 뒤 통로로 끌어내더니, 인정사정없이 밟고 찼다.
 맞은편 구석에 있던 사내놈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놈은 소주병을 거꾸로 꼬나 쥐더니 풀쩍 뛰어 이창공의 머리를 내리쳤다.
 파캉!
 이창공이 돌려차기로 놈의 손을 걷어찼다. 소주병이 깨지며 녀석의 손이 찢어졌다. 놈이 악! 하고 비명을 지르는 사이, 이창공은 녀석의 벨트와 목덜미를 잡고 번쩍 들어 테이블에 머리부터 메다꽂았다.
 그것으로 남자 셋이 뻗었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누가 말리거나 끼어들 틈이 없었다.
 “꺄악! 아악! 악!”
 여자 중 한 명이 자지러질 듯 악을 썼다.
 “조용히 안 해? 콱 주둥아리를.”
 이창공이 손을 치들며 뺨을 갈기려 들자 여자가 움찔하며 주둥이를 다물었다. 이창공은 다시 김형수에게 못다 한 응징을 계속했다.
 뻑! 뻑! 뻑!
 이창공의 주먹질에 맞춰 김형수가 벌레처럼 몸을 웅크렸다. 애처로운 신음을 흘리지만, 이창공은 그 후로도 다섯 대나 더 때리고 주먹질을 멈췄다.
 “네가 왜 맞을까?”
 이창공이 물었다.
 “도, 돈이요.”
 “잘 아네, 기한 한 달이나 넘겼잖아. 누군 땅 파서 장사하는 줄 알아?”
 “죄송해요…… 갚을게요.”
 “언제?”
 김형수가 뜸을 들였다. 여지없이 쫙! 하고 이창공의 불같은 귀싸대기가 뒤따랐다.
 “언제, 새끼야.”
 “이, 이번 달까지 갚을게요.”
 “다음 주 내로 같아. 이천이백이래.”
 “예? 원금이 천육백인데……! 그 돈을 어떻게 구해요……!”
 “네가 소주병으로 깐 형씨 병원비도 생각해야지.”
 ―비켜, 씨발! 다 때려 부수기 전에!
 그 순간, 술집 입구 쪽에서 승강이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건장한 사내놈들 다섯이 몰려들어 왔다.
 “야, 너!”
 “이리 와, 이 씨발아!”
 사내들이 다짜고짜 욕지거리를 뱉으며 다가왔다.
 “……뭐야? 나 때리러 오는 거야?”
 이창공이 주춤주춤 물러났다.
 “넌 죽었어, 개새끼야.”
 구석에 있던 계집애가 있는 대로 눈을 흘기며 말했다. 아하, 아는 오빠들한테 연락했니? 쌍년.
 “넌 좀 이따가 보자.”
 이창공은 폭이 좁은 통로로 도망쳤다. 여기라면 한 놈씩 상대할 수 있다. 많아야 두 놈이다.
 과연 다섯 놈이 차례로 이창공에게 달려들었다.
 선두에서 달려오던 놈이 주먹을 뻗었다. 이창공은 그 주먹을 머리 옆으로 슬쩍 피해 내며 녀석의 인중에 주먹을 꽂았다.
 뻑!
 눈을 까뒤집고 쓰러지는 녀석의 뒤에서 두 번째 놈이 이단 옆차기를 해 왔다. 이창공은 녀석의 쩍 벌린 다리 사이로 손을 뻗어 불알을 잡아 비틀었다.
 “끄악!”
 이창공은 불알을 쥔 채, 다른 손으론 녀석의 목덜미를 잡은 뒤 번쩍 들어 바닥에 거꾸로 처박았다.
 퍽! 그때 한 녀석이 등판을 걷어찼다.
 이창공은 앞으로 한 바퀴 구른 뒤 앞 테이블의 부대찌개 냄비를 들고 덤벼드는 놈의 낯짝에 끼얹었다. 악! 하는 놈의 머리통을 냄비로 냅다 후려치고 무릎 꿇는 놈의 얼굴에 무릎을 꽂아 넣었다.
 그렇게 남은 놈은 둘.
 둘이면 무서울 게 없다. 이창공은 외려 한 놈의 품으로 파고들어 면상을 이마로 쩍 들이받았다.
 코피를 분수처럼 뿜으며 고꾸라지는 놈의 뒤에선 마지막 놈이 발차기를 뻗어 오고 있었다. 이창공은 놈의 다리를 홱 잡아채 가랑이를 쫙 찢고는 주저앉은 놈의 얼굴을 축구공 차듯이 걷어찼다. 옥수수 같은 치아와 피가 휘날렸다.
 그게 끝이었다.
 음악도 그쳤다. 족히 100여 명은 몰린 술집에 정적만이 감돌았다.
 기절한 놈이 반, 죽겠다고 끙끙 앓는 놈이 반이었다. 순식간에 혼자서 여덟 놈을 싹 발라먹은 것이다.
 이창공은 바닥에 떨어진 모자를 털어 쓰더니 아까 욕했던 여자에게 걸어갔다. 그러곤 핸드폰을 거칠게 뺏어 메신저 내용을 확인했다.
 
 -오바여기싸움났어도와줘
 -뭔 소리야
 -미치ㄴ사끼가오바들때려서형수오빠죽일라고해
 -어디야
 -해적빨리
 
 이창공이 피식 웃었다. 얼마나 급하면 오타에 횡설수설까지 하셨을까.
 “미친 새끼라고 쓴 거지, 이거?”
 “사, 살려 주세요.”
 이창공이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악!”
 “……에이.”
 이창공은 손을 거뒀다. 사내놈이 겁먹은 여자를 건드릴 순 없지.
 “야, 언제까지 갚는다고?”
 김형수를 쳐다보며 말했다.
 “다음 주까지 마련할게요…….”
 “그래, 다음 주까지야.”
 김형수의 뺨을 툭툭 쳐 준 이창공은 술집을 나서 계단을 내려갔다.
 그때였다.
 ―치이익!
 계단 아래에서 무전기 소리. 그리고 분주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짭새다.
 
 이창공과 우르르 몰려 올라오던 경찰들이 마주쳤다. 서로 당황하여 잠시 굳어 있는가 싶더니, 이내 이창공이 뒤돌아 후다닥 계단을 올라갔다.
 “도망친다!”
 “잡아!”
 “통로 막아!”
 이창공은 다시 해적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경찰들이 개떼처럼 쫓아왔다.
 “서!”
 경찰들이 각 방향 통로로 산개하며 이창공을 몰았다. 꼼짝없이 잡힐 상황, 이창공은 테이블을 팔짝팔짝 가로질러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쿵! 쿵!
 “문 열어!”
 경찰들이 거칠게 문을 쳤다.
 ‘와……! 씨. 좆 됐다……!’
 어떻게 알고 이리 빨리 왔지? 10분 정도밖에 안 걸렸는데.
 뭐가 됐건,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이창공은 문을 등으로 막은 채 얼른 건달에게 전화했다.
 뚜루루…….
 “제발, 제발……!”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사오니…….
 “넘겼어?”
 통화 대기음이 10초도 안 울렸는데 음성으로 넘어갔다. 이런 개새끼. 끊자마자 또 전화를 걸었다. 또 넘긴다. 또 걸었다. 받을 때까지.
 결국, 건달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형, 저 창공인데…….”
 ―야 이 미친 새끼야! 전화하면 어떡해!
 건달은 전화를 받자마자 화부터 냈다.
 “형 그게 아니라, 10분 만에 해결하고 나가려는데 짭새 떴어요. 지금 화장실로 째서 문 잠갔는데, 잡힐 것 같아요.”
 ―미치겠네, 너 병신이냐?
 “예?”
 ―전화하면 우리까지 엮이잖아, 새꺄!
 이창공은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혔다.
 그러다 화가 욱하고 치밀었다.
 자기들 일 거들다가 이렇게 됐는데 걱정은 못해 줄 망정 이게 무슨 개 같은 경운가?
 “형,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 이건 아니죠. 뒤 봐주신다면서요.”
 ―너, 내가 아까 뭐라고 했어? 걸리면 네가 일단 다 뒤집어쓰라고 했지? 나중에 수습해 준다고.
 “말만 그렇게 한 거지. 걸릴 줄 알면 어떻게 일해요? 무슨 수로 수습해 주실 건데요?”
 ―말하면 알아들을 수나 있겠냐? 그냥 입 다물고 시킨 대로만 해.
 “어떻게 수습해 주실 거냐고요.”
 ―이 새끼가 미쳤나. 오냐오냐해 주니까 아주 간덩이가 배 밖으로 나왔지?
 건달의 말투가 고압적이다. 분명 뒷수습 같은 것도 생각해 두지 않았을 거다.
 “씨발. 좆같네.”
 ―……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좆같다고요! 씨발! 어차피 마지막이니까 이제 잘라 버리겠다 이거죠?”
 ―이 새끼가 갈 데까지 갔구만.
 “짭새한테 찌른 거 형이죠?”
 ―뭐?
 “10분도 안 됐는데 떼로 몰려왔어요. 미리 신고한 거 아니면 어떻게 알고 벌써 와요.”
 ―내가 왜 널 신고해.
 건달의 목소리가 어색하게 흔들렸다. 어처구니가 없다. 좆도 누굴 핫바지로 아나.
 “이런 식으로 엿 먹인다 이거죠. 두고 봐요. 절대 나 혼자 안 죽어요.”
 ―야, 너 그게 무슨 소리야?
 “알아서 들으세요.”
 잡히거든 다 불겠다는 뜻이다. 일이 이렇게까지 됐는데 무서울 게 뭔가.
 건달이 당황한 듯 뜸을 들였다. 그러는 사이에도 경찰들은 밖에서 문을 쿵쿵 치며 나오라며 윽박질렀다.
 ―인마, 너 왜 그래. 형이 수습해 준다면 그런 줄 알아야지. 형이 언제 너 해코지하디? 돈도 제때 다 붙여 주고…….
 “됐고, 방법이나 말해요. 이제 나 이제 어떻게 해요?”
 ―창공아, 일단 흥분 가라앉히고…….
 “아 됐으니까 빨리 말해요! 경찰들 들이닥쳐요!”
 ―일단 핸드폰에서 유심 분리하고 둘 다 박살 내. 전화기 값 따로 쳐 줄 테니까.
 “그리고요?”
 ―최선을 다해서 째.
 “뭐라고요?”
 ―인마, 그냥 하는 소리 아니야. 우리가 엮여 들어가면 무슨 수로 뒷수습을 해 줘? 하는 데까지 해 보고 잡히면 시비 붙어서 싸운 거라고 해.
 “저 새끼들이 다 불면 어떻게 해요?”
 ―못 불어. 형이 불알 두 쪽 걸고 장담한다.
 확실히 말해 주는 것도 없이 달걀 값만도 못한 불알 운운하고 있다.
 하지만 짜증 낸다고 답이 나올쏜가. 수틀리면 미친 척하고 다 불어 버리면 된다.
 “분명히 말했어요. 나 혼자 안 죽어요.”
 ―알았다니까.
 쿵! 쿵!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격해졌다.
 “나가 봐야겠어요. 끊을게요.”
 이창공은 전화를 끊고 핸드폰에서 유심을 꺼내 빠갰다. 그러고는 핸드폰은 밟아 부순 뒤 창문으로 힘껏 던져 버렸다.
 “나갑니다! 나가요!”
 
 (옥타곤의 왕자 2화에서 계속)

댓글(15)

잠백곰    
돌아오셨네요 ㅎㅎ
2014.11.14 07:20
레전드로브    
순간 리멘줄
2014.11.19 01:46
선율    
다시 시작.. 잘 보고갑니다..
2014.11.23 11:51
용천마    
엥? 이글 출간한다고 연중하지 않았나요???
2014.11.23 19:03
PocaPoca    
제목이 맘에 들어서 선호작 박고 갑니다.
2014.12.12 13:47
이미미이머    
나도다시시작해야지~
2015.01.24 15:45
OLDBOY    
잘 보고 있어요.
2015.04.25 21:22
A가B    
환생전설인가??그거보고 격투기재밌는거같아서 추천받아왔어요 달려봅니당
2015.05.19 22:20
하누카사    
이분의 조아라의 필립인가요? 내아내의 비밀?ㅋㅋㅋㅋㅋㅋ
2015.10.06 19:45
올비    
세번째 정주행합니다.
2015.12.14 02:11
0 / 3000

이용약관 유료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청소년보호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