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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I

2014.11.21 조회 79,576 추천 1,687


 회귀(回歸)?
 
 벼랑에서 떨어진다든지, 교통사고를 당한다든지, 전기 감전을 당해 뒈졌는데 눈떠보니 과거로 돌아간 것을 말하는 겁니까?
 눈떠보니 초등학생이거나 아니면 중학생? 심지어 아주 갓난아기가 돼버렸다는 겁니까?
 
 그래서 뭐요?
 
 어쩔건데요?
 미래를 다 알고 있으니 인생 완전히 대박이야. 게임오버! 앗싸!!
 뭐 이렇게 생각해요? 웃기고 자빠졌군요.
 
 미래를 알고 있어도 ‘노력’을 처음부터 다시 하지 않으면 전부 허당이란 걸 아직 모른다는 말입니까?
 
 솔직히 지금 자신의 모습에 불만을 품고, 신세 한탄만 하며 하루하루 사는 분들. 한번 말씀해 보시죠.
 진짜 ‘미래’를 몰랐습니까? 정말?
 다 알고 있었을 텐데요? 부모가, 선생이 그렇게 입이 닳도록 알려준 미래잖습니까?
 열심히 공부해서 일류대를 가지 않으면 인생 별 볼 일 없다는 확실한 미래의 정보를 들어본 적 없어요?
 ‘사’자 붙은 직업을 가지면 돈도 잘 벌고 미녀들이 줄줄이 들러붙는다는 걸 모르지는 않았을 텐데요?
 뭘 하든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알려주지 않았나요?
 다 알고 있었죠!
 그런데도 공부 안 하고 처놀았던 거잖습니까?
 피시방에서 게임이나 하고, 고만고만한 멍청한 놈들과 어울려 쏘다니면서 헛짓거리나 한 거, 기억 안 나십니까?
 
 여러분들이 다시 옛날로 돌아가면 공부 졸라 열심히 해서 일류대 갈 것 같죠?
 계속, 여전히, 웃기고 자빠졌군요.
 더 놀게 됩니다. 왜? 이미 다 아는 거니까. 구구단도 다 알고, 영어 단어도 다 알고, 원자, 분자의 개념도 아니까 천재 같아 보이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게 딱 초등학교 때까지만 통해요.
 중학교 들어가면 방정식, 도형, 통계, 한국사를 배우기 시작해요. 영어 단어도 어려워지기 시작하고 도덕, 사회 과목에서는 인권과 민주주의, 정치의 형태, 문화의 다양성 같은 용어가 막 튀어나오면서 머리 아파집니다. 공부도 습관이거든요. 지금껏 안 한 공분데 갑자기 시작하면 잘 될 것 같아요?
 책만 보면 잠이 오고 스마트폰 게임 하고 싶고, 피시방에서 레벨 올릴 생각이 굴뚝 같을 겁니다. 그래서 진짜 회귀를 하는 거죠. 과거에 놀면서 탱자탱자 헛되이 시간만 낭비한 걸 다시 반복하는 거다, 이 말씀이죠.
 아니라고 부인하고 싶죠?
 
 그럼 여기서 문제.
 
 어느 중학교 두 반의 학생 수의 비는 m:n이고, 독서반 학생의 상대도수를 각각 a, b라 할 때, 두 반 전체 학생에 대한 전체 독서반 학생의 상대도수를 a, b, m, n을 써서 나타내어라.
 
 이 문제 중1 수학문제입니다.
 어때요?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회귀해도 뭐든 쉽게 풀리지 않는다는 걸 조금이라도 알 것 같아요?
 
 이 문제를 보자마자 샤샥 하고 풀 수 있는 당신.
 당신은 회귀하지 않아도 될 만큼 열심히 노력한 사람입니다. 그냥 지금처럼 열심히 사세요. 미래도 나쁘지 않다는 걸 장담합니다.
 
 아~ 존댓말 하려니 짜증 납니다. 지금부터는 그냥 편하게 말하겠습니다.
 
 80년대 삼성전자 주가가 일만 원도 안 됐는데 지금 백만 원을 훌쩍 넘었어. 백배 넘게 뛴 거지.
 노태우 대통령일 때 신도시가 뭐다 해서 수도권 땅값이 폭등했고, 김영삼 대통령때 IMF가 터졌고 달러가 이천원을 넘나들었어. IT벤처였던 NHN, 엔씨소프트, 넥슨 같은 회사가 오늘날 초거대 기업이 됐어. 스마트 폰이 등장하면서 1달러에 불과하던 애플은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됐고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같은 SNS 서비스가 대박을 쳤어.
 
 다 알고 있지?
 
 그런데 뭐?
 
 과거로 다시 돌아가면 이걸 이용해서 떼돈을 번다고 생각하지?
 천만에. 그냥 알고 있을 뿐이야. 그게 다야. 열심히 공부하면 괜찮은 미래가 펼쳐진다는 사실을 알고만 있었던 것처럼.
 
 과거로 돌아가면, 알고 있는 미래를 이용해서 인생 역전하려면 노력을 해야 하는데 어차피 안 해.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거든. 그 쉬운 공부마저도 안했는데 노력은 개뿔. 아는걸 술먹으며 주절주절 늘어 놓겠지. 마치 대단한 사람인양 말이야.
 용돈 열심히 모아 삼성전자 주식 사고, 엔씨, NHN이 설립하기도 전, 먼저 리니지도 만들고, 네이버도 만들어 대박 칠 거 같지?
 
 절대 그렇게 못해.
 
 부모님이 용돈 주면 차곡차곡 모아 삼성전자 주식 사야 하는 데 모으기는커녕 쓰기 바쁠걸? 피시방 가서 카트라이더 해야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지금 피우는 담배, 다시 태어나면 안 할 것 같아? 아마 초등학교 때부터 피울걸?
 
 위에 말했던 IT 기업 창업자들 전부 서울대 나온 거 알지? 서울대란 간판이 있으니 그 당시 생소했던 MMORPG네, 포탈이네 해도 투자도 받고 인재도 모을 수 있었던 거지.
 지금 잘 나가는 카톡의 실질적인 오너 김범수 의장 역시 삼성 출신이며 네이버 한게임 사장, NHN 공동대표였어.
 카톡의 1호 대박 게임 애니팡 역시 김범수 의장의 인맥이고.
 이런 회사 초창기에 투자해서 주식으로 떼돈 벌 수 있다고?
 그 인맥에 포함돼 있지 않으면 투자자로 끼워주지도 않을 것 같은데?
 저들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노는 분들이니까 말이야.
 
 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모두 다 적어둬.
 
 6, 30, 38, 39, 40, 43
 
 이걸 꼭 외우고 있어. 그럼 노력 따위는 안 해도 인생 한방이야. 물론 인생 한방 역전하려면 회귀. 즉 다시 태어나야 하지만. 아 참, 2004년으로 돌아간다면 저 번호 쓸모 없다는 건 알아두고.
 그래도 현재의 인생역전보다 회귀하는 게 더 쉽지 않겠어? 확률적으로 말이야.

댓글(95)

do***    
박근혜 담이 누군지 저두 궁금하네요 씨디어스님 건필하세요
2014.11.23 22:02
산경.    
감사합니다
2014.11.25 11:00
육체피로    
궁금 삽니다
2014.12.04 10:39
[탈퇴계정]    
박근혜 다음은 과연...
2014.12.15 03:59
musado0105    
잘 보고 갑니다. 건 필하세요^^*
2014.12.16 16:55
유필(愉筆)    
허경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4.12.16 20:48
일생동안    
알려주세염!
2014.12.17 07:00
쭈니얌    
박근혜 다음 대체 누가 되나요??
2014.12.17 23:44
자요    
잘 보고 갑니다.
2014.12.18 00:01
꿈꾸는백수    
정말 흥미진진
2014.12.18 07:16
0 /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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