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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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 있다는 건 하늘의 축복과도 같다.
태어났을 때부터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능력. 대충 설명을 들어도 잘 해내고, 노력으로 극복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는 알지 못할 힘.
재능.
그리고 내게도, 그런 재능이 있었다.
- 이야, 너는 대충 말해도 바로바로 알아듣는다?
- 어떻게 여기서 리버브 디케이 타임을 그렇게 길게 줄 생각을 했어? 보통 이러면 혼란스럽기만 한데.
- 가르칠 맛이 나네, 가르칠 맛이 나.
작곡.
가수들이 앨범을 준비할 때 곡을 만들고, 프로듀싱 하는 일.
그리고 나는, 그 재능을 어렸을 적부터 깨달은 사람이었다.
나는 학창시절 귀에서 이어폰을 뺀 적 없이 늘상 음악과 함께 살았다.
그 때의 나는 미쳐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 주는 창작의 감각에, 그것을 단순한 목소리가 아닌 수많은 악기와 이펙터로 표현하는 것에.
태어나서 만나본 그 어떤 친구들보다 예민한 귀. 나조차도 몰랐지만, 알고 보니 ‘절대 음감’이라고 한다는 음정을 낚아채는 감각적인 능력.
하늘은 누구나 한 사람에게 세상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을 준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내게 온 재능이 작곡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작곡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서, 유튜브로 대충 배운 것만으로 노트를 찍어 음악을 만들어 보았다.
친구들은 그것만으로 난리가 났다.
...그러니, 내가 그것을 직업으로 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저는 작곡가가 될 겁니다.’
수능도 채 치지 않은 나이에 내가 내린 결론에 우리 부모님의 대답은 단순했다.
- 니 알아서 해라.
...
난 그 이후로 대학교도 들어가지 않고 작곡 공부에 시간을 쏟아부었다.
좋은 학원을 다니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했다.
본인이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넓은 세계에 가서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깨닫는다는.
그런 상황이 내게도 벌어질까 처음엔 걱정도 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나는 정말로 재능이 있었고, 수많은 작곡가 지망생들 사이에서도 늘상 최고를 달렸으니까.
‘서준이는 가르칠 게 없겠다.’
‘재능이 있는 애가 노력까지 하면 이 정도가 되는 거야.’
그때 나를 가르쳤던 현역 작곡가, 레슨 선생님들에게서 칭찬을 듣지 못한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모두가 말했다.
내가 만든 곡은 ‘더할 나위 없다.’ 라고.
...그리고 마침내, 내 곡이 처음으로 가수를 만나 세상에 나왔을 때──.
망했다.
그것도 폭삭.
한두 번이 아닌, 끊임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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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세계에선 재능은 곧 실력이었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넘지 못할 재능의 벽이 존재하기도 하고.
그런 이가 노력까지 한다면, 그 선수는 몇 년간 1위를 석권하는 선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작곡의 세계는 그러지 못했다.
“더 이상.”
작곡을 붙잡고 있기에 내 통장은 버티고 있질 못했다.
처음에 발매만으로 들어오던 계약금들. 인센티브 계약 대신에 맺었던 기본급. 혹은 곡을 보고 계약했던 회사에서 월급처럼 보내 준 급여까지.
동결되어버린 수익은 결국 나를 이 세계에서 밀어내고 있었지만,
- 비록 성공은 하지 못했지만, 작곡가님의 곡을 좋게 봤습니다. 저희 가수의 다음 타이틀곡을 부탁드립니다.
나는 우연히 마지막 한 번의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기획사 YL.
듣도 보도 못한 회사.
하지만 내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에 나는 그것을 신경쓰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롯이 곡에 파고드는 것 뿐이었다.
모두가 입 모아 칭찬했던 곡이 실패를 거듭했기에, 나는 더더욱 수정을 거듭했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곡이 될 수 있게.
내 귀가 하나의 티끌을 찾아낼 수 없는 완벽한 곡으로.
그렇게 이번에야말로 마지막 희망을 붙잡아 곡을 완성했을 때.
- 죄송하지만 더 좋은 작곡가와의 기회가 생겨, 하서준 작곡가의 곡과는 인연이 안 될 것 같습니다.
내가 들은 건 곡을 쓰지 못하겠다는 말이었다.
한 쪽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
그것으로 나는 한동안 나를 괴롭혔던 생활비는 몇 달 충당할 수 있을 거대한 금액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때의 나는 그들이 물어준 계약금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마지막으로 붙들고 있던 희망이 사라져버린 것은 단순히 금액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나는 인생 절반 이상을 바친 작곡의 세계에서 손을 뗐다.
큰맘 먹고 지었던 작곡가로서의 ‘세컨드 네임’ 역시 구석 한켠에 던져두고 미련을 버렸다.
‘잘 있어라.’
그토록 힘들었던 결정이었지만, 정작 마지막은 너무도 짧은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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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못 들어주겠네.”
픽-.
누워서 발로 건드린 리모컨에, 나오고 있던 티비가 맥없이 돌아간다.
티비에서 나오고 있던 프로그램은 최근 아이돌과 가수들의 무대가 라이브로 방송되는 SBC의 ‘슈퍼 가요.’
하지만 바뀐 채널에서도 음악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무대에서 처음 들어보는 아이돌이 화려한 조명을 빛내며 춤을 추고 있다.
“...5점.”
이전 노래보단 낫네.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평가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덜컹!
냉장고의 문을 열어 가득 채워져 있는 음료를 바라봤다.
종류별로 다섯 개가 넘게 구비된 음료들.
모두 내가 ‘작업’을 할 때 편히 마시기 위해 사 둔 것들이었다.
나는 그 중 탄산음료 하나를 골라 꿀꺽꿀꺽 들이마셨다.
“문제는 저 쓰레기 노래들보다 더 힘든 곡을 작업해야 한다는 거지.”
후.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커다란 집.
한 쪽에 리모델링 해 특별히 마련한 작업실.
바로 붙어있는 거실과 화려한 인테리어까지.
이전 작곡을 하던 때에 비하면 훤칠 나아진 살림의 이 곳은, 내 작업실이자 집이었다.
‘작곡’은 포기했지만, 내 직업은 결국 음악과 관련된 ‘재능’이 있는 이 쪽 업계를 벗어나지 않았다.
어쨌든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이것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다른 방식으로 재능을 살리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그 방향은 ‘믹싱 엔지니어’였다.
남이 완성된 곡을 받아, 사운드를 체크해 듣기 좋게 섞는(Mixing) 일.
귀가 누구보다 예민했던 나는, 믹싱 엔지니어의 일에서도 뛰어난 수준으로 작업을 해냈다.
믹싱은 예술이 아니니까.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내게 성공을 허락하지 않던 작곡과 달리, 믹싱은 프리랜서로도 부족함 없이 살 집을 만들어주었다.
“으쌰. 작업 다시 해 볼까?”
나는 길게 기지개를 켜고는 미루었던 작업을 위해 작업실로 몸을 옮겼다.
쿵-.
문을 닫고 의자에 앉는다.
노래를 다시 들어보는데, 여전히 쓰레기 같았다.
“이건 2점, 아니 1점짜리 노래라고 해야 하나.”
엔지니어로 자리 잡은 것도 어느덧 5년이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남아있는 예전 습관과도 같은 게 있었다.
곡을 들으면 그 곡의 퀄리티를 평가하는 것.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로, 사운드가 얼마나 풍성한지, 혹은 독특한 지. 좋게 들리는 지, 새로운 지...
그런 것들을 따지다보니, 이번처럼 퀄리티가 형편없는 노래는 믹싱 작업을 하는 것에도 애를 먹었다.
‘그 중에도 이번 노래는 유난히 힘드네.’
걸그룹 ‘핑크 셔츠’의 타이틀곡.
아직 작업이 남았는데도 티비나 보며 놀고 있었던 건, 곡이 너무 쓰레기라 작업이 힘들어서 회피하고 있었던 탓도 있었다.
‘...빨리 작업할 수 있으니 다행이지.’
나는 믹싱 작업의 속도가 다른 이들보다 훨씬 빨랐다.
그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다.
이런 수십 개의 트랙을 지닌 팝 곡도 길어야 2일이면 마스터링까지 마무리가 가능했으니까.
나는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듣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곡도 세상에 나오는데.’
내가 평가하기에 2점, 1점짜리도 안 되는 곡.
하지만 그게 유명 아이돌의 수록곡이나, 타이틀로 올라가 대박을 내는 모습을 한두 번 본 게 아니었다.
내가 곡을 담당한다면.
나도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후.’
참 아이러니하게도, 고등학교 때 노래들을 듣고 ‘이 정도면 나도 만들 수 있겠는데?’ 하던 나의 생각은 지금에도 변함이 없었다.
다만 두려울 뿐이었다.
곡의 퀄리티가 좋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건. 내가 직접 겪으면서 처절하게 깨달았으니 말이다.
지금 엔지니어로도 충분히 살 만하다.
나는 근질거리는 손가락을 붙잡으며 혀를 찼다.
고개를 저으며 떠오르는 생각들을 흩어냈다.
“작업이나 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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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업은 다른 사운드 믹싱 스튜디오에서 내게 외주를 맡긴 곡이었다.
G_sight 사운드.
나 같은 프리랜서완 달리, 수많은 기획사와 컨택하며 작업을 따오는 대형 회사였다.
그런 회사답게, 소속 믹싱 엔지니어도 여럿 두고 있었지만.
내게 굳이 외주를 맡긴 이유는 하나였다.
‘믹싱 시간이 부족했겠지.’
모종의 이유로 그쪽에서 마감을 받은 시간 내에 작업을 마무리 짓지 못할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내게 주어진 작업 시간은 2일.
다른 엔지니어들이라면 꼬박 밤을 새거나, 하루 종일 이 곡만 붙잡고 있어도 제대로 마무리 지을 지 확신이 없을 촉박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가능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같은 곡을 계속 들으면 보통 믹싱을 하는 데 문제를 겪는다.
귀가 디테일한 사운드를 잡는 것에 무뎌지게 되니까.
대부분의 믹싱을 잘 하기 위해선, 충분히 휴식을 가지는 것이 팁으로 알려질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이 없었다.
그리고 믹싱 프로그램을 다루는 손도 빨라, 절대적으로 소모하는 시간 자체가 별로 안 들었다.
“끄아아─!”
나는 길게 소리를 내지르며 작업실 바로 밖에 마련된 침대에 뛰어들었다.
시간 내에 완성할 수 있었다.
마무리를 다 하고 나니 몸이야 뻐근한 게 다지만, 정신적으로 피곤함이 몰려온다.
몸이 힘들었다기보다, 그 곡을 계속 듣고 있는 게 힘들었다는 거다.
“...이럴 때가 아니지.”
그렇게 한참 침대에 누워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켰다.
어차피 이제 남은 작업도 없는데.
기왕 쉴거면 빨리 마무리 짓고, 다 씻고 쉬는 게 낫지.
내가 할 일은 내게 외주를 맡긴 G_sight 사운드로 곡을 보내는 것 까지였다.
나는 다시 의자에 앉아 마우스에 손을 올렸다.
완성본을 메일로 보내기 전, 다시 한 번 클릭해봤다.
최종 마스터링이 어떨지.
마지막 확인을 하기 위해서였다.
♬♩♩♪♪
믹싱용 헤드폰이 아닌, 일반 헤드폰으로 들었을 때의 사운드도 더블 체크를 해 보는 건 기본.
작업실에 음향 트리트먼트를 다 처리해 두었고, 스피커로 좋은 사운드를 들으며 작업을 한 덕에 마지막 체크에서 문제가 발생할 일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
그런데 그 때였다.
내가 만족스럽게 곡을 듣고 있을 때.
스르륵...
내 눈에 조금씩 이상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건...”
그건 소리의 문제가 아니었다.
노래를 듣는 작업실 공간에 조금씩 피어나는 붉은 빛.
색이 나는 조명을 키거나, 무언가를 한 게 아니었지만 그 색들은 작업실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마치 음성 인식 센서가 달린 조명처럼.
노래에 맞춰 색깔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정확히는 ‘소리에 맞춰서’가 아니다.
노래가 곧 색이었고, 색이 곧 노래였다.
내 머리가 이상해진 걸까.
‘노래에서, 색이 보인다.’
당장 눈에 보이는 현상은, 이 말 말고 다른 말로는 표현이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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