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초기억으로 절대자가 되는 법

1화

2021.08.11 조회 104 추천 1


 당신 죽어 본 적 있는가?
 이런 질문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 해야 할 말이 아니다.
 이것을 당신이 의아해할 수도 있고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말을 바꿔 보도록 하겠다.
 당신 죽음의 뒤편을 아는가?
 죽은 다음에 펼쳐질 미래를 아는가?
 나는 알고 있다.
 아니,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이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정말 당신은 죽어 본 적이 없었을까?
 혹시 당신이 기억하고 있지 않은 것에 불과한 게 아닐까?
 죽음 이후에 펼쳐질 ‘미래’는 ‘과거’이다.
 * * *
 서울의 어느 한 집, 햇빛이 창가를 통해 옅게 내리쬐기 시작할 이른 시간.
 “허억! 헉.”
 거기에는 아직 일어나기 이른 시간임에도 한 남자가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그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가슴을 괴로운 듯 부여잡고 있었다.
 물론 그가 지병이 있다든가 몸이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젠장. 또 이 꿈인가.”
 최근 계속해서 꿈을 꾸었다.
 완전히 같은 꿈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 과정도 다르고 주체가 되는 자신조차 달랐다.
 하지만 그 결말은 항상 같았는데.
 “꿈은 죽어야 깬다지만 심장에 무리가 간다고.”
 이러한 꿈의 결말은 그의 죽음으로 끝이 났다.
 이번 꿈의 마지막은 고블린에 의해 배가 마구 찔려서 죽는 것이었다.
 저번 꿈은 오크였고 그전은 드래곤이었다.
 물론 꿈에서 죽었다고 다들 이러지 않는다.
 이것은 그가 갖춘 능력 때문이었다.
 초기억능력(Photographic Memory).
 능력이라고 말하면 좋을지 모르지만, 이는 이리 표현되기도 한다.
 과잉기억능력증후군(Hyperthymesia)이라고 말이다.
 이것은 일종의 기억장애로 뇌의 단기 기억을 수행하는 부분이 퇴화하고 대신 장기 기억 능력을 수행하는 부분이 모든 일을 기억하게 되며 발생하는 현상이었다.
 덕분에 그, 김상훈은 태어나서 20살인 지금까지의 일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그것이 아무리 비극적이고 절망적인 일일지라도, 그것이 아무리 잊고 싶은 과거일지라도, 심지어 그것이 꿈속의 일이라고 해도 말이다.
 “꿈은 기억 속에 있는 것의 짜 맞춘 것이라고 했던 건 다 거짓말이야.”
 상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고통이 심한 듯 목이 메는 목소리로 툴툴거리며 아픈 가슴을 더욱 힘껏 쥐어 잡았다.
 사실 아플 리가 없었다.
 꿈속에서 당한 일이 현실에까지 통용될 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이는 단순한 환상통이었다.
 하지만 그런 환상통도 초기억능력에 의해 지워지지 않을 기억으로 남으니 고통이 계속되는 듯하였다.
 “크윽.”
 일단 생각을 다른 데로 돌려야 했다.
 꿈이 잊히지 않더라도 자신이 경험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여유가 필요했다.
 늘 하던 대로 가부좌를 틀어 보았다.
 “흡- 후.”
 아직 헌터가 되지 않아 비록 반쪽에 불과하지만 이렇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 조금 진정된 느낌이 들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으니 꿈속의 기억이 멀어져 간 느낌이 들었다.
 떠올리려면 지금 당장도 떠올릴 수 있지만 이제 애써 무시할 수 있는 느낌이 말이다.
 잠잘 때 알람시계용으로 옆에 두고 자는 스마트 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였다.
 7시 반, 가부좌를 틀고 운기행공까지 한 것을 생각하면 적어도 6시쯤에는 일어났을 것이다.
 “잠은 다 잤네.”
 스마트 폰을 아무렇지도 않게 침대에 던져 버리고 갈아입을 옷을 챙겨 욕실로 향하였다.
 악몽을 꾼 탓인지 온몸에 식은땀이 나 찝찝해서 일찍 씻으려는 것이다.
 이른 아침임에도 다른 가족들은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는 이유도 모른 채 몇 달째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어머니와 동생은 이혼한 후 거의 만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쓸쓸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에 관련된 기억들이 그리 좋은 영향을 주지 않기에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오늘은 중요한 날이라 늦잠을 잘 수는 없었기에 빠르게 준비를 하였다.
 바로 앞에 있는 달력에도 빨간 동그라미로 표시해 두었고 늦을까 봐 알람도 평소보다 일찍 맞춰 두었다.
 쏴아아아-
 상훈이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상훈이 던져두었던 스마트 폰이 울렸다. 그가 일찍 맞춰 두었던 알람이 울리는 것이다.
 [헌터 각성 날.]
 울리는 알람 제목은 그렇게 적혀 있었다.
 * * *
 “인파가 엄청나네?”
 신길역에서 내리니 두터운 인파에 떠밀려 갈 것 같았다.
 이 시간이 출퇴근 시간이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 한강에 있는 63빌딩의 거의 바로 옆에 있는 건물에 용무가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층수는 서울에서 사설 건물로 지을 수 있는 한계인 35층이나 그 높이는 63빌딩보다 조금 작은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를 가진 한국 최대 회사, 헌터 본부였다. 
 그 외에도 다른 헌터 회사, 즉 길드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곳은 다른 길드와 다르게 정부와 매달 상황보고와 전망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앞으로의 전망, 필요한 사항, 헌터를 위한 혹은 규제하기 위한 입법 사안 등을 대통령과 직접 면담을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고 최대 규모, 최고 정규 헌터들을 소유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런 헌터 본부가 무엇보다 신경 쓰는 것은.
 “신생 헌터 등록 때문에 오신 분들은 이쪽으로 와 주세요.”
 “헌터 각성을 하러 오신 분은 이쪽입니다.”
 헌터들의 양성이었다.
 초기 헌터들은 몬스터들이 풀려나면서 자연스럽게 각성했다. 원래라면 기존 일반인이었던 그들이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헌터 본부는 그 초기대응을 준비해 뒀다는 듯이 매우 훌륭하게 해냈다.
 몬스터들이 줄어들고 몬스터들이 날뛰지 못하게 하려고 특정 구역에 결계사들이 결계를 치고 항시 대기하였다. 그 때문인지 헌터들의 각성 추세가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든 것이다.
 이에 대해 각 길드는 항의를 할 준비를 하고 뉴스에서도 화제가 되었는데 정말 잠시에 불과했다.
 헌터 본부가 각성제를 만들어 낸 것이다.
 몬스터가 내뿜는 기운을 쬐고 인간이 헌터로 각성한다는 것은 매우 잘 알려져 있었는데 헌터 본부는 그런 특징을 이용해 몬스터들이 가지고 있는 수십, 수백만 원을 하는 에너지스톤을 갈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 제조법을 가르쳐 주지 않고 무상으로 나눠 주기 시작했다.
 물론 제한이 있긴 했다. 만 19세 이상의 성인이며 헌터 본부에 헌터로서 등록해야 하는 제한이 말이다.
 “줄 한번 기네.”
 원래대로라면 노량진역에서 내리는 것이 헌터 본부로 가는 빠른 길이다. 하지만 헌터 각성을 위한 줄은 그 반대로 서고 있다.
 여의도역에 도착할 때쯤 줄이 보이기 시작했고 줄이 길어지면 길어졌지 짧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여기 와 봤었나?”
 그러던 중 이상함이 느껴지기는 하였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 봤다고 해도 좋다. 내가 봤는지 안 봤는지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은.
 한강에 놀러 간 적은 있어도 헌터 본부 근처에는 가 본 적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와 봤던 것처럼 익숙한 풍경이다.
 데자뷔라고 하는 것이겠지만 이런 것을 처음 경험하는 낯섦과 그것을 통해 느껴지는 익숙함이 느껴지니 신기한 느낌이었다.
 “오랫동안 서서 고생하십니다. 차기 헌터 여러분, 저희 시프트 길드에서 여러분을 위해서 시원한 음료수를 하나씩 돌리고 있습니다. 아직 멀게만 보이지만 목적지는 가까워지고 있으니 힘내십시오.”
 한여름이라서 그런가? 각 길드에서 홍보할 겸, 스카우트할 겸 해서 나와 음료수를 돌리는 것이 눈에 보였다.
 헌터 각성 현장은 뉴스에도 나올 만한 일인 만큼 이미지를 관리하는 차원도 있을 것이다.
 “수고하십니다. 여기 시원한 커피 한 잔 드세요.”
 “그쪽도 수고 많으십니다. 커피 잘 마시겠습니다.”
 줄이 줄어들고 드디어 김상훈의 차례가 되어 커피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상대, 시프트 길드의 사람은 어찌 된 일인지 커피를 붙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마나를 쌓고 있군요. 연공법인가요? 아니면 심법?”
 연공법은 마법사가 마나를 사용하기 더욱 수월하게 하는 방법이고 심법은 기존에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정신을 가다듬는 방법이었지만 지금은 토납법, 즉 무공을 펼칠 때 필요한 내공을 모으는 데 사용되고 있었다.
 물론 보통 일반인이 접할 만한 것들이 아니다.
 헌터가 되지도 않았는데 마나가 쌓여 있음은 헌터로서 준비가 되어 있고 이후 더욱 큰 성장세를 보일 것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되기도 하였다.
 물론 헌터가 되기 전이라 이후 좀 더 많은 마나와 내공을 쌓을 수 있지만 말이다.
 “심법입니다.”
 김상훈은 전문 헌터가 되려고 심법을 익힌 것이 아니었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신을 가다듬어 정신력을 높이기 위해서 익힌 것이다.
 초기억능력으로 인해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툭툭 과거의 트라우마나 악몽 등이 떠오르며 그를 정신적으로 힘들게 만들었고, 그 때문에 길가에 쓰러진 적도 많았기에 부모님께서 무리해서 구해 주신 것이다.
 아마 이 심법을 어려서부터 익히지 않았다면 벌써 미쳤거나 자폐 증상을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되었다.
 물론 그와 동시에 그에 상생되는 무술, 무공 또한 배우게 되었는데 이는 건강한 육체에 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육체파 아버지의 말씀 때문이었다.
 “역시 그런가요? 이 이상 묻는 것은 실례니 묻지 않겠습니다. 여기 커피 받아가세요.”
 그러면서 커피 위에 은근슬쩍 명함을 내려놓는다.
 길거리 캐스팅이란 이런 것이다.
 헌터로 각성하는 곳인 헌터 본부 내에서는 다른 길드들이 들어갈 수 없기에 생긴 방법, 줄을 서는 예비 헌터 중 마나나 내공, 그도 아니면 격투기 선수같이 언뜻 보기에도 강한 육체를 지닌 사람을 대상으로 캐스팅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다른 길드에서도 헌터 본부가 유능한 인재를 독식하는 것이다, 우리도 인재등용의 기회를 달라 등 시위를 했지만, 다른 길드가 본부로 들어가는 일은 없었다.
 그야 그럴 것이 다른 길드, 즉 회사가 가장 큰 회사에 들어가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지 않은가? 안 그래도 헌터들의 능력이 다양화되고 있는 사회인데 거의 모든 길드에서 보낸 헌터들을 마크한다면 본부에서도 그에 따른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고 이는 당연히 낭비라고 판단되었다.
 정부에서도 이런 헌터 본부의 뜻을 인정하였고 그들이 이 시기에 헌터 본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하기까지 하였다.
 물론 그 대신 헌터는 각성 당일, 헌터 본부로부터 스카우트를 받을 수 없다는 조항도 추가되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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