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역대급 천재 용병이 되었다

1화

2021.09.01 조회 24,030 추천 335


 -끄아아악.
 “죽여라!!”
 “모두 죽여 버려.”
 
 사방에서 비명이 들렸다. 주변을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온통 아군의 시체뿐.
 
 “빌어먹을···.”
 
 게일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창에 꿰뚫린 왼쪽 가슴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쿨럭, 커헉.”
 
 게일이 반평생 몸담아온 용병단은 결국 궤멸당했다. 주제넘게 왕위 쟁탈전에 끼어든 대가였다.
 
 -척.
 
 한쪽 무릎을 꿇은 게일이 장검에 무게를 실었다. 베이고 찍히고 쓸리고. 살가죽을 뒤덮은 핏물 아래 새로 생긴 흉터들이 꿈틀거렸다.
 
 ‘정말 이렇게 끝난다고?’
 
 볼품없는 용병으로나마 20년을 버틴 게일이었다. 그런데도 초연히 죽음을 맞이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야, 이 새끼 아직 살아있는데?”
 
 황제군 하나가 창대로 게일을 툭툭 건드렸다.
 
 “어떡해. 죽이고 갈까?”
 “됐어. 어차피 뒤질 새끼인데 그냥 가.”
 
 게일을 둘러싼 황제군들이 혀를 찼다. 게일이 격렬하게 반항한 탓에 쓸데없는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그래 봤자 이름 모를 창병 두어 명에 불과했지만.
 
 ‘어디서부터 꼬인 거지?’
 
 게일은 자신의 과거를 되짚었다. 다. 부질없지만 오랜 습관이었다.
 
 ‘아니. 용병을 택한 것은 잘못이 아니야.’
 
 그건 확신했다.
 게일은 가난한 몰락 가문의 아들로서 단명한 형제들보다 훨씬 오래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더욱 윤택한 삶을 살았다.
 용병이 아닌 자신의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러나 이후의 일은 온통 실패뿐이었다.
 라크텐 평원에서 적에게 매복 당해 대패한 것. 아리아 성의 수성전이 자신의 실수로 함락된 것. 가장 쉽다는 상단의 호위조차 실패하여 용병단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킨 사건 등.
 그렇다고 전투에서만 실패한 것은 또 아니었다.
 사기꾼의 말에 농락당해 재산을 탕진한 것. 돈에 눈이 멀어 신의를 저버린 것. 방탕한 삶에 시간을 허비해 충분한 실력을 쌓지 못한 것.
 
 ‘왜 이렇게 병신처럼 살았지?’
 
 게일은 허탈해졌다. 여기까지 온 게 기적이라 느껴질 만큼.
 
 “커헉. 컥······.”
 
 손아귀에 피를 한 움큼 토했다. 금방이라도 시야가 끊어질 듯 흐릿해졌다. 임박한 죽음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에이, 그래도 혹시 모르니깐.”
 -푸욱.
 
 벼려진 창날이 게일의 심장을 꿰뚫었다.
 
 “커억!”
 
 바들거리던 게일이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자신을 개미처럼 내려다보는 황제군이 보였다.
 
 “됐어. 빨리 다른 놈들 도와주러 가자.”
 
 병사들이 죽어가는 게일을 놔두고 사라졌다.
 
 ‘···아직.’
 
 게일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검붉은 보석이 박힌 목걸이.
 특별한 마법의 힘이 깃들어 있다는 가보였다.
 
 ‘마법은 개뿔······.’
 
 그런데.
 게일의 속마음을 듣기라도 한 걸까?
 검붉은 보석이 순간 기묘한 빛깔로 번득거렸다.
 그 모습에 게일은 쓰게 웃었다.
 
 ‘늦었어···.’
 
 다 죽어가는 마당에 뭘 어쩌겠다는 거냐.
 입신양명.
 몰락한 가문의 부흥.
 이루지 못한 사명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죽어서 조상의 혼백을 마주할 용기가 서지 않았다.
 
 ‘다시 하면.’
 
 그러면 잘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게 게일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 * *
 
 
 “······어헉!”
 
 게일은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 여긴?”
 
 주위를 빠르게 두리번거렸다.
 치솟는 불길과 검은 연기. 격하게 맞붙는 쇠붙이. 피비린내. 함성소리.
 게일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으윽. 머, 머리가.’
 
 게일은 돌이라도 맞은 듯 머리가 쑤셨다. 뒤통수를 만지려는데 단단하고 매끄러운 철 조각이 잡혔다.
 
 ‘투구?’
 
 게일은 쓰고 있던 투구를 벗어젖혔다.
 
 “이, 이건?”
 
 전면에 ‘T’ 자 모양으로 공간이 나 있는 투구. 아주 오래전 자신이 사용했던 투구와 유사했다.
 아니, 바로 그것이었다.
 
 -퍼억.
 “어헉.”
 
 망치 같은 것이 게일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뒤돌아보니 근육질의 사내가 자신을 죽일 듯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또라이 새끼. 전장 한복판에서 투구를 벗어?”
 “···한스?”
 
 게일은 사내를 단번에 알아봤다. 20년 전, 그가 막 모리도 용병단에 입단했을 때의 직속상관.
 십인장 한스였다.
 
 “뭐?”
 
 한스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게일을 쳐다봤다.
 
 “하. 요즘 들어오는 새끼들은 하나같이 왜 다 이 모양······.”
 “십인장님! 적들이 몰려옵니다!”
 
 용병 하나가 다급하게 소리 질렀다. 과연 그의 말대로 전방에서 황제군이 몰아치고 있었다.
 일촉즉발의 상황!
 
 “제, 젠장. 아군은 어디에······.”
 -뿌우우우.
 
 그때, 거친 뿔 나팔 소리와 함께 뒤편에서 용병들이 나타났다.
 
 “용병단, 돌격하라!”
 
 굵직한 목소리에 놀란 게일이 뒤를 돌아봤다. 갈색 말에 앉아 용병단을 지휘하는 중년의 사내는 자신이 잘 아는 사람이었다.
 
 ‘모리도 단장님?’
 
 오래전 죽었어야 할 용병단장이 버젓이 살아 용병단을 지휘하고 있었다.
 
 -스르릉.
 
 한스가 게일의 옆구리에서 철검을 뽑았다. 그리고 그걸 다시 게일에게 안겨주었다.
 
 -턱.
 “야. 뭘 그렇게 멍청하게 서 있어. 뒤지기 싫으면 검 들어.”
 “아, 아 옛!”
 
 분위기에 휩쓸린 게일은 얼떨결에 대답하고 말았다. 한스가 한숨을 쉬었다.
 
 “후우··· 얼빠진 새끼. 죽기 싫으면 내 등만 보고 따라와. 한 걸음이라도 앞서가면 뒤진다.”
 “······.”
 “이런 썅. 대답 안 해?”
 
 윽박지르는 한스.
 
 “알겠습니다!”
 
 게일은 검을 쥐고 전선으로 달려들었다. 옆으로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게일이 평생 몸담은 모리도 용병단의 용병들이었다.
 
 ‘지금 꿈을 꾸는 건가? 아니면 혹시 지옥?’
 
 게일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생각에 빠질 때가 아니었다.
 
 “와아아!”
 
 정면으로 적군이 쇄도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붉은 갑옷.
 적군은 게일이 20년도 넘게 싸운 황제군 방패병들이었다.
 
 “도망치는 새끼들은 나한테 먼저 뒤진다!”
 
 버럭 소리 지른 한스가 거대한 양손도끼를 휘둘렀다.
 
 -쩌적.
 
 장작 패는 소리!
 도끼가 황제군의 방패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크아악!”
 
 어깨가 깊게 파인 적군이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큭. 끝내주는군.’
 
 오랜만에 보는 한스는 여전히 호쾌하고 강인했다. 게일은 어쩌다 뒤돌아본 한스와 눈이 마주쳤다.
 살벌한 눈빛.
 
 “시발, 나 혼자 싸워?”
 “아니, 지금 갑니다.”
 
 정신을 차린 게일이 검을 들었다.
 지금 이 상황.
 무엇인지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알 것 같았다.
 일단 싸워야 한다는 것.
 
 “그아악!”
 
 한스가 놓친 방패병이 바로 뒤에 있던 게일에게 달려들었다.
 굳센 소처럼 돌진하는 자세.
 오랜 세월 황제군을 상대한 게일은 이 자세를 바로 알아봤다.
 
 ‘방패 때리기!’
 
 상대를 밀어서 넘어뜨린 후 칼을 쑤시는 뻔한 공격.
 파해법은 간단했다.
 
 ‘머리를··· 내리친다!’
 
 게일은 황제군의 머리를 향해 검을 힘껏 내리쳤다.
 그런데.
 
 -쩌저적.
 
 단 일격에 방패가 쪼개져버렸다.
 
 -털썩.
 “어··· 억··· 어.”
 
 방패 아래 숨어있던 황제군마저 반으로 갈라졌다.
 
 “흐, 흐어억.”
 “시, 시발!”
 
 기겁한 방패병들이 욕설을 내뱉었다. 그러나 가장 놀란 것은 게일 본인이었다.
 
 “무, 무슨?”
 
 게일은 단지 철검을 힘껏 내리쳤을 뿐이다. 그런데 방패가 무슨 장작처럼 갈라진 것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의아했지만 제대로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다시금 게일에게로 황제군이 들이닥쳤다.
 
 “뒤로 빠져!”
 
 한스가 다급히 소리쳤다. 그는 난투를 벌이느라 앞선 게일의 활약을 보지도 못했다.
 
 ‘늦었어.’
 
 게일은 또다시 방패돌진을 시도하는 황제군을 향해 검을 그었다.
 
 -서걱.
 
 깔끔한 일격.
 역시 이번에도 방패가 양단되었다.
 
 -꿀꺽.
 
 한스가 마른침을 삼켰다. 이번에는 그도 방패가 찢어지는 것을 똑똑히 목격했다.
 
 ‘저, 저걸 반으로 갈랐다고?’
 
 황제군의 방패병들이 사용하는 방패는 모서리가 강철로 보강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걸 비루한 철검 따위로 가른 것이다.
 
 “으히익!”
 “괴, 괴물 새끼!”
 
 그제야 놀란 방패병들이 연달아 뒷걸음질 쳤다. 얼굴이 사색이었다. 이대로 몇 번만 더 몰아붙이면 금방이라도 무너질 기세.
 
 ‘···뭔지는 모르겠지만, 힘이 강해졌다.’
 
 게일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방패를 연달아 베어낸 덕분에 검이 부러질 듯 금이 가 있었다.
 
 ‘쯧, 못 쓰겠군.’
 
 혀를 차며 게일은 검을 버렸다.
 
 -떨그렁.
 
 대신 바닥에서 새로운 철검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뒤에서 지켜보던 신입들이 용기를 얻었다.
 
 “이, 이길 수 있어!”
 
 순식간에 기세가 반전되었다.
 
 “조, 좋아. 바로 그 기세다. 계속 밀어붙여. 다 죽여 버리라고. 크하하하!”
 
 한스가 신이 나서 광란의 도끼질을 시작했다. 기가 질린 방패병들이 차츰 뒤로 물러설 정도.
 
 ‘그러니깐 힘이 세졌다 이거지?’
 
 게일은 살벌한 미소를 지으며 방패병들에게 달려들었다.
 자신을 죽인 황제군하고 똑같이 생긴 황제군 방패병들이라니. 이보다 좋은 화풀이 상대는 없었다.
 
 
 * * *
 
 
 “후욱, 후욱.”
 
 거친 숨이 허파를 빠져나왔다.
 
 ‘힘이 세졌다고 체력까지 늘어난 건 아니군.’
 
 게일은 주변을 둘러봤지만, 딱히 위협이 될 만한 존재는 보이지 않았다.
 전투가 마무리되고 있는 상황.
 격렬하게 움직인 탓에 가슴이 뻐근하고 팔다리가 욱신거렸다.
 
 ‘아주··· 죽을 맛이야.’
 
 꿈이라기엔 모든 게 지나치게 생생했다. 그제야 게일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의문이 들었다.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건가?’
 
 게다가 이상한 점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이 겪은 이 전투, 그리고 한스와 황제군.
 모두 과거에 있었던 일이다.
 갑자기 얻은 괴력만 제외하면.
 
 ‘대체 왜······.’
 
 그 순간 게일의 뇌리를 무언가 스치고 지나갔다.
 
 ‘서, 설마?’
 
 게일은 품속에서 목걸이를 꺼냈다. 붉은빛이어야 할 보석이 볼품없는 검은색으로 변질해 있었다.
 
 ‘정말 마법이 발동된 거라고?’
 
 혼란스러웠다.
 과거로 돌아올 수 있는 마법의 목걸이라니. 옛 전설 속에나 나올 법한 허황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설명할 길이 없었다.
 
 ‘돌아왔어, 과거 20년 전으로.’
 -두근.
 
 게일의 심장이 한 차례 크게 요동쳤다.
 
 -두근두근두근.
 
 터질 듯한 전율이 전신을 휩쓸고 지나갔다.
 
 ‘기회가··· 기회가 주어졌다.’
 
 죽기 전 과거에 대해 얼마나 후회했던가. 그런데 그런 후회를 바꿀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한심했던 과거.’
 
 다시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미래 지식과 이 알 수 없는 괴력이라면 가능했다.
 
 ‘이번에는 꼭 가문을 부흥시키리라.’
 -우드득.
 
 한껏 고무된 게일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할 때.
 
 -퍼억.
 
 거친 무언가 등을 가격했다.
 
 “누, 누구!”
 
 게일은 화들짝 놀라 검에 손을 얹었다. 그러나 뒤돌아본 상대는 낯익은 얼굴, 한스였다.
 
 “왜, 나도 베려고?”
 “아, 아닙니다!”
 
 게일은 검을 제자리에 놓았다. 한스가 씨익 웃었다.
 
 “으음. 괴물 신입, 오늘 잘했다. 아니, 사실 아주 훌륭했어.”
 “감사합니다.”
 
 한스의 칭찬에 게일은 다시 신입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별것도 아닌 칭찬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다르다.’
 
 과거 게일은 첫 전투에서 도망쳤다. 그 후 정신 차리고 복귀했지만 용병단의 반응은 싸늘했다.
 십인대 동료들은 자신을 없는 사람 취급했다. 그중 한스는 게일을 정말 죽기 직전까지 굴렸다.
 지금과는 완전 반대인 상황.
 그래서 이 상황이 사뭇 낯설었다.
 
 “그래서 이름이 뭐지?”
 “게일입니다, 십인장님.”
 
 한스가 털털하게 웃었다.
 
 “크흐흐. 게일이라··· 다음 전투에서도 기대하지.”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해하는 한스.
 
 ‘드디어 우리 십인대에도 쓸 만한 놈이 들어왔군.’
 
 한스는 게일이 마음에 들었다.
 
 ‘정말 한스라니···.’
 
 게일은 만감이 교차하는 심정으로 한스를 쳐다봤다. 사실 그는 거칠어 보여도 속마음이 따뜻한 전형적인 외강내유의 사내였다.
 
 ‘당신한테는 진 빚이 있지.’
 
 과거 거칠게 대한 것은 맞지만 위험한 순간, 한스는 몸을 던져 자신을 구했었다.
 한마디로 생명의 은인.
 
 ‘이번에는 같은 일이 일어나도록 놔두지 않겠어.’
 
 그러나 당사자인 한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이 새끼 갑자기 눈빛이 왜 이리 몽롱해?’
 
 한스는 괜히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십인장님?”
 “어, 엉? 아니야. 그···. 단장님이 너 찾으시더라. 얼른 가봐.”
 
 그러면서 한스가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다.
 일방적인 오해가 쌓이는 한스였다.
 
 
 * * *
 
 
 용병단장 모리도는 휘하 백인대장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게일은 그들의 정체를 바로 알아차렸다.
 
 ‘저 사람이 내 백인대장이었나?’
 
 기억의 저편 속, 어렴풋이 남아 있는 백인대장 테론이 보였다. 딱히 친분이 있는 사이는 아니었다.
 게일은 분주히 주위를 훑었다.
 
 ‘흐음.’
 
 슬쩍 보니 테이블 위에 지도 한 장이 펼쳐져 있었다. 아마도 다음 작전을 짜고 있는 듯싶다.
 
 ‘어딘가 익숙한 지형인데?’
 
 고개를 갸웃하며 게일은 모리도 단장에게 다가갔다.
 
 “찾으셨습니까, 단장님?”
 
 게일을 발견한 모리도가 힐끔 하고 쳐다봤다.
 
 “···이름이 뭐지?”
 “게일입니다.”
 “게일··· 좋은 이름이군.”
 
 모리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별다를 것 없는 반응.
 그러나 백인대장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다. 신입 시절부터 이렇게 눈도장을 찍는 것은 높이 올라갈 자질이 있는 것이었다.
 마치 과거의 자신들처럼.
 
 “어떻게 따로 시키실 일이 있으십니까, 단장님?”
 
 혹시나 하는 기대에 게일이 물어봤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역시나 싱거웠다.
 
 “아니, 없네. 이만 가보게.”
 
 모리도 단장이 무심하게 툭 내뱉었다.
 명백한 축객령.
 
 “알겠습니다.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단장님.”
 
 게일이 씩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좋아. 이대로만 하면 된다.’
 
 눈도장은 확실히 찍었다.
 그렇게 몸을 돌려 돌아가려는 찰나,
 
 ‘어 잠깐?’
 
 게일은 뭔가 자신이 놓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뭐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봤다.
 모리도 단장 앞에 놓인 지도.
 기억에 있는 장소였다.
 아주 불쾌했던 기억 말이다.
 
 ‘설마······.’
 
 문뜩 떠오른 과거의 기억에 게일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기억 속 저 장소.
 
 “좋아. 회의는 이걸로 끝내고 지금 바로 라크텐으로 향한다.”
 
 모리도가 지도를 접으며 말하자 백인대장들이 복명했다.
 그러나.
 
 “안 돼!”
 
 게일은 비명을 질렀다.
 라크텐 평원.
 매복에 걸린 모리도 용병단이 치열한 전투를 벌인.
 아니, 학살당한 곳이었다.

댓글(19)

사비하    
작가님 시작때 농부아들로 태어났다고 했는데 갑자기 몰락가문이라니 좀 이상하네요
2021.09.16 10:49
ms*******    
지적하신 부분 작가님께 말하여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9.16 16:20
흑야군    
건필하세요
2021.09.18 10:48
re*****    
20년 전부터 적이 황제군? 나라가 아주 개판이었나보네요? 20년 넘게 내전인지 반란인지를 진압 못하고...그게 정상적인 국가인가요? 차라리 타 왕국군부터 빌드업 쌓는게 좋았을듯
2021.09.23 03:38
얼붙    
제국안에서 벌어진 내전이 아니라 그냥 나라간 전쟁하는듯 합니다
2021.09.26 21:00
난의향기    
잘 보고 갑니다.
2021.09.26 21:51
브라이언    
가난한 -> 가난하고
2021.09.27 11:43
브라이언    
황제군? 왕위쟁탈전? 제국의 내전이라면 황위쟁탈전일테고, 왕국의 내전이었다면 제국군이겠죠.
2021.09.27 11:46
KravMaga    
4p 문장 구성 오류, 가난한 몰락한. 가난해서 몰락한, 혹은 몰락해서 가난한으로 해야 문장 구성이 맞습니다.
2021.09.27 15:07
나를말하다    
다시한다고 나아질까
2021.10.04 01:00
0 /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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