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가나요? 물론이죠! (To South Pole? For sure!)
단연코 개 뼉다구 같은 슬로건이다. 실제로 가 본 사람으로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볼 건 얼음밖에 없는 남극은 가서 뭐 한단 말인가.
그런데 저게 먹혔다.
아무래도 ‘역시 세계 어디든 뻗어가는 스타 스트라이프야.’ 은연중에 그런 생각이 드는 모양이었다.
별거 아닌 것으로 보여도 수백만 달러짜리 카피다.
이제는 ‘스타 스트라이프 월드 항공’의 지나간 영광이 남긴 마지막 흔적이 되고 말았지만.
- 맥도월 부회장님 오셨습니다.
인터폰에서 울린 리사의 목소리가 현실 세계로 나를 잡아끌었다. 헛기침 몇 번으로 잠긴 목을 풀었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구둣발 소리가 멈췄다. 열린 문으로 맨질맨질한 워런의 얼굴이 나타났다.
워런 맥도월, 전형적인 텍사스 남자. 지금은 합병되어 사라진 맥도월 에어스페이스 출신으로 우리 항공 제국의 이인자까지 올라선 입지전적인 사나이다.
“하워드.”
“워런. 잘 지내나?”
“잘 지냈겠습니까. 회사가 요 모양 요 꼴인데.”
어쩐지 수척해 보이는 것도 같다. 워런은 말없이 손에 든 서류를 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경쟁사인 ‘팩스 아메리칸 에어웨이즈’의 최후통첩이다.
공룡의 말로가 이런 건가.
한때 취항국의 수가 UN 가입국보다 많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주요 항공노선을 장악하고, 모든 여객과 물류를 독식했던 우리 회사다.
지금껏 실어 나른 손님의 수가 전 세계 인구를 진작에 앞질렀다.
쭉 뻗은 활주로 위를 달리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안팎으로 적을 많이 만들었다.
결국, 자신만만하게 무리한 M&A를 시도하다 문제가 생겼다.
처음에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암암리에 주어지던 플래그 캐리어(국책 항공사) 특혜가 언제까지나 지속될 거라는 착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나의 작은 실수가 뼈아팠다.
마치 추력을 잃은 항공기가 실속(失速)에 빠진 것 같았다.
걷잡을 수 없이 추락했다는 이야기다.
주인을 잃어버린 하늘은 다른 약삭빠른 항공사들의 먹잇감이 되었다. 예전엔 명함도 못 내밀었을 군소 항공사의 노선이 빈 하늘을 점령해 들어왔다.
결정타는 ‘팩스 아메리칸 에어웨이즈’가 날렸다.
“이제 할 만큼 하셨습니다. 하워드, 이 정도면 충분해요.”
하지만, 나는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어릴 때 아버지가 해 준 말 중 유일하게 기억나는 말이다. 양키스의 어느 야구 선수가 한 말이라던가?
나는 그 말을 즐겨 썼다.
“상원에서는 뭐라고 하나. 아직 우리 편이 남아있을 텐데.”
워런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클라크하고는 통화해 봤나? 워런?”
“안 받습니다. 소용없어요. 그자는 바뀐 법안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찬성표부터 먼저 던지고 봤을 인간이에요. 그냥 잊는 게 나을 겁니다.”
“정부는? 우리가 연방에 낸 돈이 얼만데 말이야. 지난번에 별장 하나 받아 처먹은 게 장관이었나. 위원장이었나.”
“말도 마십시오. 정부고 위원회고 모두 우리 손을 떠났습니다.”
워런의 마지막 말에 내 손에서 힘없이 전화기가 굴러떨어졌다.
‘회장님? 회장님?’ 리사의 목소리가 공기에서 흩어졌다.
“하워드.”
워런이 부드럽게 나를 설득했다.
“이제 포기합시다. 남은 지분만 깨끗이 매각하셔도 여생은 충분히 훈훈하실 겁니다. 할 만큼 하셨습니다.”
“······.”
“마이애미에서 손녀들 재롱이나 보면서 살고 싶다고 늘 말씀하지 않았습니까.”
그걸 진심으로 받아들였어?
이미 내 귀에는 워런의 걱정 어린 말이 들어오지 않았다.
아직 시도하지 않은 방법이 백 가지나 남아있었다.
모든 카드를 쓰기 전까지 나는 무대에서 퇴장할 생각이 없었다. 다시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돋보기를 꺼내 걸쳤다.
패드를 뒤지는 내 눈 위로 워런의 걱정스러운 눈빛이 보였다. 그가 말했다.
“꼭 그렇게 하셔야겠습니까?”
“그럼 물론이지. 세상 모두가 날 버려도 자넨 날 도와줄 테지?”
내 애원과도 같은 말에 워런의 얼굴은 형언할 수 없는 표정으로 일그러졌다.
“당연한 말씀을.”
그리고, ‘탕’하는 소리와 함께 내 가슴에서 뜨끈한 것이 솟아올랐다.
이건 피?
설마.
“저런, 고통 없이 보내 드리려 했는데 사격이 서툴러서 그만. 많이 아프신가?”
총소리가 제법 크게 났을 텐데도 아무도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설마 리사도 공모한 건가?
일촉즉발의 순간에도 내 머리는 빠르게 굴러갔다. 서랍 속 내 스미스 & 웨슨으로 손을 뻗었다. 또다시 워런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나는 힘없이 우단이 깔린 바닥으로 굴렀다. 이젠 답도 없다.
뜨끈뜨끈한 피가 바닥을 적셨다.
워런이 무릎을 굽혀 쓰러진 나와 시선을 맞췄다. 그의 얼굴에서 이미 양의 탈은 벗겨져 있었다.
“좋게 말했을 때 말을 들었어야지, 하워드. 이미 이 회사는 당신 손을 떠났어.”
“······지, 지금 뭐 하는······.”
“미스터 톰슨, 지금부터 제가 하는 이야기 잘 들으십시오. 당신은 스타 스트라이프를 잃고 절망에 빠져서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은 겁니다. 저기 저 하늘 보이지? 이따가 실컷 보여 드릴게. 아쉽게도 이륙이 아니라 착륙이지만 뭐 어때?”
그때까지도 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슴에 총구멍을 얻고도 그의 배신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안타까워. 더 좋은 선택을 할 수도 있었는데······. 하지만 뒷일은 걱정하지 말게나. 나 워런 맥도월이 팩스 아메리칸 에어웨이즈에서 자네 유지를 이어갈 테니까. 자네가 못다 이룬 세계 항공 제국 말이야.”
“이······. 이······.”
“이것으로 1승 1패야. 죽는 마당에 은원(恩怨)은 깨끗하게 정리하자고. 우리 아버지도 편히 눈을 감으시도록.”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총알이 흉곽을 관통했나 보다.
이젠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워런의 낮은 웃음소리가 울렸다. 집무실을 휘휘 둘러보던 워런의 시선이 슬로건에 꽂혔다.
“지옥 가나요? 물론이죠. (To Hell? For Sure.)”
내 기억에 남아있는 마지막 워런의 말이었다.
그의 휘파람 소리가 귀를 아프게 찔렀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왜 갑자기 그 생각이 들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버지가 나에게 해 준 유일한 격려의 말이라서?
눈앞이 깜깜하고 귀가 먹먹해졌다.
***
잠시 뒤, 다시 내 귀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 태평그룹 천영무 회장의 아들 천 모 씨가 새벽에 만취한 상태로 올림픽대로를 달리다 그만 사고를 냈습니다. 서울동부지검은······.
‘······이놈의 자식을······.’
‘······위험한 상태······. 깨어나시면 그때······.’
알아들을 수 없는 미지의 언어.
앞의 말이고 뒤의 대화고 간에 천사들의 말투치고는 딱딱하고, 천상의 멜로디치고는 고저강약이 느껴지지 않는 평탄음이다.
언제 어디선가 들어봤던 동양의 어느 나라 말 같았다.
뉴욕-서울 직항 개통할 때였나?
그나저나 왜 내가 이 말을 알아듣고 있지?
아니, 그보다도 지금 내가 살아있다는 거야?
“허어억!”
커다란 신음과 함께 몸을 벌떡 일으키자, 팔에 꽂혀 있던 링거가 뽑혀 나가며 옷에 핏방울이 튀었다.
눈에 들어온 것은 병실이었다.
문제의 소리가 난 곳을 찾아보았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 소리를 듣고도 한참을 더 정신을 잃고 있었나 보다.
여기가 어디인지는 바로 알아냈다.
“정신이 드십니까?”
모르는 양복쟁이 한 명이 앉아서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다가 나를 보며 물었다.
“여긴 어디지?”
“병원입니다. 상무님, 기억이 전혀 안 나십니까?”
“상무님?”
내 반문에 그 남자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 혼란스러운 것은 오히려 내 쪽이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깨어나서는 낯선 동방의 언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유창하게.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갑자기 두통이 파도처럼 밀려와 머리를 때렸다.
“윽.”
이상한 기억들이 내 기억 속에 섞여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분노와 허탈, 그리고 아픔과 고뇌까지 전부 다.
그 안에는 내 이름으로 느껴지는 다른 이름이 있었다.
하워드 톰슨 말고 다른 이름.
그건 바로 받아들이기 너무 힘든 정보였다.
나도 모르게 머리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감겨 있는 붕대가 뜯겨나갈 정도로 강한 힘이었다.
그 모습을 보더니 그 사내는 허둥지둥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이때껏 간이의자에 걸터앉아 있던 그였다.
“죄, 죄송합니다. 저는 회장님 명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심기를 거슬렀다면 부디 용서를.”
무슨 이유에선지 사내는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
사바나에서 사자라도 마주치면 저런 표정이 되려나. 하지만, 지금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내가 처한 상황부터 당장 알아야 했다.
그러려면 저 사람의 도움이 필수다. 이유는 모르지만 일단 나를 아는 눈치였으니까.
“그게 무슨 소리지, 상무님이라니? 그것부터 설명해.”
“아,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의사 선생님이······.”
“설명해.”
“의, 의사부터 불러오겠습니다.”
무슨 맹수라도 보듯 뒷걸음질 치던 사내가 갑자기 도망치듯 가 버렸다. 누가 잡아먹기라도 하나?
황당한 노릇이지만 별수 없는 일이다.
나는 두통이 멎기를 기다려 천천히 베드에서 내려왔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였지만 다행히 어디 부러지거나 한 데는 없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빌어먹을 두통만 아니면 문제가 없었다.
그걸 넘어서는 다른 뭔가가 있었다. 느낌이 싸했다.
‘거울부터 봐야 해.’
아픔 가운데서도 숨겨지지 않는 젊음이 내 안에 느껴지고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당뇨 합병증에 시력이 저하되어 돋보기를 끼던 늙은 육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욱신거리는 다리지만 탄력 있게 움직였고, 늘 더부룩하던 속은 청소기로 싹 비워 낸 것처럼 편안했다.
게다가 이 낯선 언어와 낯선 기억들이라니.
얼른 이 생경한 기분의 민낯을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지금 바로 당장.
화장실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나 빼고는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복도를 지나 화장실로 들어갔다. 거울 앞에 섰다.
“씨발.”
자동으로 이 나라의 욕이 나왔다.
거울 안에서 20대로밖에 보이지 않는 젊은 남자의 얼굴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쭉 뻗은 콧날에 부리부리한 눈, 마구 헝클어진 머리도 가릴 수 없는 미모였다.
모르긴 몰라도, 거울 속에서 나를 보는 건 하워드 톰슨의 육체는 아니었다.
결론은 하나였다.
죽고 나서 다른 남자의 몸으로 들어간 것이다.
과학적인 설명은 불가능했지만, 이미 벌어진 현상이었다.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었다.
게다가 거울 밑에 조그맣게 쓰여 있는 병원의 이름 옆 ‘한국대학교’를 보고 어느 나라인지도 알게 됐다.
‘······태평그룹 천영무 회장의 막내아들 천 모 씨가······.’
머릿속에서 퍼즐이 하나둘씩 맞춰져 갔다.
기절해 있는 동안 내 귀로 들어왔던 정보, 그리고 원래의 신체 주인이 가진 기억을 종합하면 나는 태평그룹이라는 한국의 대기업 오너의 막내아들이었다.
정리하면 이렇다.
이름 천석민.
나이 23세.
직급 태평통운 상무.
그리고, 병원에 들어온 이유는······.
“젠장.”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에 한국 욕설이 입에서 자동으로 흘러나왔다.
***
“그러니까 지금이 1988년이라는 거죠?”
김영광 대리 - 돌아온 기억에 따르면 양복쟁이의 이름이었다. - 가 데리고 온 의사가 해 준 이야기는 더욱 황당했다.
죽은 건 2021년이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30년이 넘는 과거로 온 것이다.
황당한 건 황당한 거고,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죽기는 싫었다.
“기억이 전혀 안 나십니까? 오늘 날짜도?”
“그런 것 같군요.”
대강 얼버무렸다. 나를 쳐다보는 의사의 시선이 편하지 않았다.
내 눈 안의 무언가를 탐색하는 듯한 시선이었다.
의사가 떠나고 나서 생각해 봤는데, 기억이 어디까지 돌아올지는 몰라도 있는 그대로 다 말하는 것은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씩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내 처지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그건 바로······.
“아이고, 석민아!”
한국대병원의 V.I.P. 입원실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저 사람.
태평그룹 회장 천영무의 둘째 부인 양혜영이었다. 그러니까 바로 내 어머니다. 친어머니.
“어디 아픈 데는 없고? 아니, 도대체 왜 그렇게 위험한 짓을 해서······.”
그녀의 손이 아프지도 않은 내 몸을 더듬었다.
“괜찮아요. 차만 다 부서지고 전 크게 다친 데 없어요.”
웃기게도 음주 운전을 한 것도 나고, 사고로 손해를 끼친 것도 난데 그런 건 조금도 신경 안 쓰는 눈치다.
어쩌면 이 몸이 그런 사고를 친 것도 그런 잘못된 교육 때문이 아니었을까?
기억이 돌아오면 돌아올수록 내가 친 사고들이 떠올라서 몸 둘 바가 모를 정도로 부끄러워졌다.
“회장님도 곧 올라오신다. 보면 말씀 잘 드려.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널 무척이나 아끼는 양반이니까. 내 말 알아듣겠니?”
“네, 알았어요.”
“아이고, 내가 뉴스로 그 소식 듣고 얼마나 가슴이 철렁했는지 모른다.”
“······.”
닫혔던 문이 다시 열렸다.
한 중노년의 사내가 걸어 들어왔다. 태평그룹 회장 천영무였다.
뒤로 비서들이 황급하게 따라 들어와 섰다. 무슨 일이 있을까 불안한 눈빛이다.
“정신이 드느냐.”
엄한 목소리였다. 화를 참고 있는 목소리 같기도 했다.
나는 어쩐지 억울했지만, 이미 기억 속의 내 짓거리(?)를 알고 있는지라 변명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얌전히 대답했다.
“네, 아버님.”
놀랍도록 빠른 한국어 습득 속도였다.
한국어라고는 단 한 번도 배우지 않았던 내가 자연스럽게 상황에 어울리는 높임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놀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천영무의 얼굴에 순간 경악이 스쳐 지나갔다. 난 그걸 놓치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 몸은 아버지 앞에서 예의라곤 갖춰 본 적이 없었나 보다.
천석민은 어땠는지 몰라도, 나는 비행기 한 대로 시작해 항공 제국을 건설했던 하워드 톰슨이다.
그따위 망나니와는 근본적인 결이 다르다.
천영무가 입을 열었다.
“그래, 정신이 들었다니 다행이구나. 네가 저지른 사고, 그 책임은 네가 알아서 감당해라. 지금은 따로 묻지 않으마.”
“네.”
“지난번 내 물음에 아직 너는 답을 하지 않았다. 지금 할 수 있겠느냐.”
“여보, 아픈 애한테 그게 무슨 소리예요?”
무슨 소리지? 그때였다. 옆에서 양혜영이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그런 건 나중에 물어봐도 되는 거잖아요.”
“······.”
내가 입을 열었다.
“어머니 말씀이 맞습니다.”
그 말에 천영무의 얼굴이 썩었다. ‘네놈이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이었다.
내 말은 끝이 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걱정하신다고 해서 회장님이 지시하신 업무를 제가 게을리 처리할 수는 없는 일이죠. 지금 제가 기억이 온전하지 않지만, 이른 시일 안에 확인하고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나의 그 말에 천영무, 양혜영 둘 다 놀랐다. 비서들, 지금껏 내 주위를 지켰던 김영광 대리까지 전부 다.
‘저 새끼, 저거 또 무슨 새로운 방법으로 미쳐가는 거야?’
그들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은 이거였다.
하지만, 나는 진심이었다.
지금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몰라도, 무엇이 되었던 진심으로 부딪힐 작정이었다.
같은 실수는 반복할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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