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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맞은 환생, 빌어먹을 회귀 1화

2021.09.02 조회 2,532 추천 19


 1화
 
 
 
 
 ##001
 
 
 “그놈은 아직도 방에 처박혀 있더냐?”
 “네. 가주님.”
 
 양가장의 가주 양호석은 아들놈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생일을 기점으로 방 안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의 한 달째다.
 
 “이번엔 무엇이 문제라더냐.”
 “소월루의 설향이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고 기녀를 우리 가문의 첩으로 들일 수는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그 기녀도 설득하지 못했다면서! 못난 놈 같으니라고.”
 
 본처도 없는데 첩부터 들이겠다는 것도 허락하기 힘든 일이다.
 
 “활달하던 도련님이 저리 칩거를 하시니······.”
 “두 번만 활달했다간 가산을 다 날리겠다. 사고를 치지 않고 그리 처박혀 있는 것이 차라리 우리 양가장에 도움이 되는 일이지.”
 “그래도 한번 들여다보심이······.”
 “일 없네. 그놈이 또 무슨 사고를 치지 않는지 감시나 잘 하게나.”
 
 
 #감시할 것도 없다.
 
 밖으로 나가기 싫다.
 아니. 극도로 아무것도 하기 싫다.
 
 “차라리 죽어 버릴까?”
 
 사람들은 소월루의 기녀 때문에 내가 실성을 했다고 말한다.
 생일날 아버지에게 허락을 구했다가 퇴짜를 맞고 난동을 부렸다나.
 더 웃긴 것은 생일 선물로 받은 단검으로 스스로를 찔렀단다.
 실수인지 자살인지 알 수 없다.
 
 무슨 자랑이라고 침대 근처에 그 단검이 걸려 있었다.
 지금은 내 품에 고이 모셔 놓았고.
 
 왜 남의 말처럼 이야기하냐고?
 전혀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생일 이전의 나와 생일 이후의 나.
 
 “혼란하다. 혼란해.”
 
 나는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침대는 만들다 만 5만 원짜리 매트리스만 못했다.
 
 아무래도 난 차원 이동을 한 것 같다.
 의심이 가는 건 검면에 무살검이라 적힌 단검.
 다시 나를 찌르면 원래에 세계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막연한 생각에 단검을 품에 넣고 다닌다.
 
 “도련님. 또 음식을······.”
 
 남겼지.
 음식이 입에 잘 맞지 않는다.
 향신료는 과하고 너무 기름지다.
 김치나 한 조각 물었으면 소원이 없겠다.
 조금 더 인심 써서 콜라 한 모금도.
 
 “그냥 죽고 싶다. 나 좀 죽여 주면 안 되냐?”
 “아이고. 도련님. 그런 말씀 마세요. 차라리 예전처럼 소월루에서 술이나 마시시든가요.”
 
 그래. 들었다.
 이 몸의 원래 주인은 망나니중에 개망나니였다지.
 아직 고추 털도 자라다 만 것 같은 놈이 발바리처럼 동네방네 들쑤시고 다녔단다.
 
 “일 없다. 술이라면 지긋지긋하니까.”
 
 정말이다.
 전생? 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이 몸의 직업은 영업직이었으니까.
 
 물론 오랫동안 몸담은 회사에서 잘리고 1년을 놀았다.
 재취업을 노렸으나 받아 주는 곳이 없었다.
 인생이 부정당한 기분이었다.
 
 내가 그토록 아등바등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손에 남은 거라곤 달랑 퇴직금 통장이 전부였다.
 위로해 줄 여자친구조차 없었다.
 인맥이라곤 일과 관련된 사람들뿐.
 세상에게 차단당한 기분이었다.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용기가 없어 실천에 옮기지 못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이 덜떨어진 놈의 몸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보다 아직 퇴직금 다 못 썼는데··· 빌어먹을, 술이 당기는군.”
 
 억울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퇴직금이라도 펑펑 쓸걸.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 거라고 밥 한 끼에도 벌벌 떨었을까.
 
 “방금 전에 술은 질린다고······.”
 “질리지. 그래도 한 잔 마셔야겠다.”
 “그럼 채비를 하겠습니다. 소월루에 기별을 넣을까요?”
 “아니. 여기서 마실 테니 술이나 한 병 가지고 오너라.”
 
 한 달째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뭐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 몸의 아비는 이 몸에게 관심이 없는 걸까?
 나름 유능한 인물로 평가되던데······.
 하긴. 혼례도 올리지 않은 놈이 대뜸 기녀를 첩으로 들이겠다는 것부터가 싹수가 노란 놈이다.
 자식 농사가 망한 듯 보였다.
 
 “도련님. 술을 가지고 왔습니다.”
 “무슨 술이더냐.”
 “청과주입니다. 쌀과 보리로 빚은 술입죠.”
 
 금수저라 이런 건 편하다.
 직접 움직이지 않아도 저 하인놈이 다 해 준다는 것.
 
 쪼르르.
 
 술잔에 술이 담기고.
 
 “크.”
 
 한 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생각보다 약하구나.”
 
 고량주를 생각하고 각오를 했는데, 정종 맛이 났다.
 
 “양가장에는 딱히 술을 즐기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술다운 술을 마시려면 기루에 가셔야 합니다.”
 
 뭐. 그렇단다.
 
 “그냥 삼겹살에 소주나 먹고 싶은데······.”
 
 입이 싸구려인지 태생이 흙수저라 그런지 딱히 소고기 생각도 없다.
 
 “돌아가고싶다.”
 
 이왕 남의 몸에 빙의할 거라면, 그것도 금수저라면, 현대 재벌로 시켜 주지.
 시대도 알 수 없는 이런 곳에 떨어뜨려서는.
 
 “그래. 까짓것 먹으면 되지!”
 
 
 #이것이 이 세계에 떨어져 최초로 한 일이다.
 
 “도련님. 이런 건 도대체 왜 만들어 오라고 한 겁니까?”
 “소주에 삼겹살을 먹고 싶어서. 쓸데없이 이상한 약재를 때려 넣은 술 말고!”
 
 내 입이 싸구려라서 그런지 이곳의 술들은 영 입맛에 맞지 않았다.
 소월루인지 뭔지 하는 기루에서 받아 온 고급 술도 마찬가지였다.
 뭐. 이곳이 시골이라 좋은 술이 없을 수도 있지만.
 
 “이걸로 술을 만든다구요?”
 
 하인을 대장간에 보내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소줏고리.
 술을 증류시켜 순도 높은 알코올을 분리시키는 도구다.
 
 영업사원을 하던 놈이 이런 건 어떻게 아냐고?
 나름 중견급 제약 회사를 다니던 몸이라 이런 잡다한 지식쯤은 알고 있다.
 내가 이상한 건가?
 내친김에 페니실린도······.
 
 “돌쇠야. 말이 많다.”
 “돌쇠가 아니라 덕배입니다.”
 “그래. 돌쇠야. 이제 사용법을 가르쳐 주지.”
 
 덕배든 돌쇠든 무슨 상관이랴.
 나는 그저 삼겹살에 소주가 먹고 싶을 뿐이다.
 마트에서 1,360원이면 살 수 있는 그 소주 말이다.
 
 “이 아까운 것을 넣고 끓인다구요?”
 
 청과주가 쌀과 보리로 만든 술이니 얼추 맛이 맞지 싶다.
 사실 소주의 주원료인 주정은 쌀이 아니라 타피오카라는 고구마 비스무리한 것이지만.
 
 “돌쇠야.”
 “덕배입니다.”
 “그냥 넣거라.”
 “후······.”
 
 비싼 술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싸지도 않다.
 이곳 물가로 전환했을 때 1,360원의 가치는 더더욱 아니고.
 
 뭐. 내가 알 바는 아니다.
 오로지 나는 소주가 먹고 싶은 생각뿐이다.
 지금 내 정신 상태에 이런 의욕을 가지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죽을 자신은 없으니 이런 소소한 것이라도 누리고 살아야 할 것 아닌가.
 
 뚝뚝.
 
 “나옵니다요.”
 “그래. 5병 정도는 만들어 놓거라. 난 한숨 자야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모든 일련의 과정을 직접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인이 하나 더 있으면 편하겠건만.
 
 “도련님! 다 만들었습니다.”
 “오~ 그래. 수고했다. 돌쇠야.”
 “덕배입니다.”
 
 이 녀석 은근히 자기 이름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생긴 것은 딱 돌쇠나 마당쇠가 어울리는데······.
 
 “좋아. 차가운 물에 좀 담가 놓거라. 그리고 준비하라고 했던 돼지고기는?”
 
 푸줏간에서 비계가 달린 부분을 받아 오라고 시켜 놨다.
 
 “하녀를 불러 준비해 놨습니다.”
 
 내 처소의 소속이 아니더라도 적당히 굴릴 수 있는 모양이다.
 참고로 양가장은 조금 특이했다.
 차밭을 소유한 대지주이자 상단이자 표국이라나.
 그래서 은근히 하인의 숫자가 많았다.
 가족에게 배속되지 않은 자들도 꽤 되었고.
 
 “좋아. 마당에 불을 지피거라. 자고로 삼겹살은 야외에서 먹는 것이 최고지.”
 
 그리 크지 않은 처소지만, 나름 작은 마당도 딸려 있었다.
 나무도 한 그루 있고.
 
 “알겠습니다요.”
 
 돌쇠를 시켜 마당에 솥뚜껑을 걸고 불을 지폈다.
 
 “고기는?”
 “저기······.”
 
 웬 꼬맹이 하나가 바구니에 삼겹살을 들고 왔다.
 이곳에 떨어진 뒤 돌쇠와 의원 외에 처음 보는 다른 사람이다.
 
 “그래. 이리 가져오거라.”
 
 덜덜덜.
 
 꼬맹이는 벌벌 떨며 내게 고기를 건넸다.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움츠려 있었다.
 
 “얘 왜 이러냐.”
 “그거야 도련님이 볼 때마다 두 번째 첩으로 삼겠다고 노래를 불러서 그렇지 않습니까?”
 “내가? 애를?”
 
 아무리 중세 시대라 해도 이런 초딩을 첩으로 삼겠다니.
 이전 몸의 주인도 제정신이 아니다.
 
 “조금만 더 크면 미색이 물오를 거라며······.”
 
 장래가 밝아 보이긴 했다.
 그렇다고 해도 무슨 꼬맹이를 상대로.
 
 “애휴. 됐다. 그냥 고기나 먹여 보내야지. 물에 담가 둔 술병이나 가지고 오너라.”
 “알겠습니다요.”
 
 세팅이 얼추 완료되자.
 
 치이이이.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그래. 이 냄새다.
 삼겹살 특유의 향기.
 벌써부터 입에 군침이 돌기 시작했다.
 
 “자, 자··· 다들 먹자고.”
 “네?! 저희들도 말입니까?”
 “그럼 나 혼자 먹냐? 나 그렇게 매정한 놈 아니다.”
 “그래도 겸상은······.”
 
 꼬맹이가 머뭇거리는 사이······.
 돌쇠 놈은 이미.
 
 “오오······.”
 
 입에 한점 때려 넣고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다만 꼬맹이?
 
 “네 이름은 무엇이더냐.”
 “도련님. 이름도 모르면서 첩으로 삼는다고 했던 겁니까? 미희지 않습니까? 미희.”
 
 머뭇거리는 미희 대신 돌쇠놈이 말했다.
 하여튼 이놈은 뭘 믿고 까부는지.
 이 몸이 망나니였단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아니면 망나니라서 몸종도 저 모양인 건가.
 
 “그래. 그래.”
 
 위계를 세울 생각도 없다.
 귀찮다.
 딱히 선을 넘는 것도 아니고.
 
 “고기나 먹자. 소금에 찍어 야채에 올린 다음.”
 
 쌈을 싸서 먹었다.
 된장이 없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소금과 유채 기름이 은근히 어울렸다.
 고추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마늘이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그래. 이 맛이야.”
 
 내가 먹는 것을 보고 따라 먹는 돌쇠와 미희.
 둘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오옷!! 도련님 기가 막힙니다요.”
 
 어련하시겠는가.
 저놈의 식성을 보면 딱히 삼겹살이 아니라도 그냥 고기면 다 좋을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고대하던 소주를 먹어야겠다.
 이 순간을 위해 얼마나 참아 왔던가.
 
 조르르르.
 
 술잔에 술을 붓고.
 아직 고기가 입안에 머문 상태.
 한쪽 볼에 햄스터마냥 고기들을 저장한 뒤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소주를.
 
 “캬~!”
 
 바로 이거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지만 고향 맛을 느꼈다.
 빌어먹을 차단당한 세상이지만··· 눈물이 핑 돌 것만 같다.
 
 “조금 아쉽긴 한데······.”
 
 예상은 했지만, 완벽한 소주의 맛은 아니었다.
 약간의 단맛을 위해 첨가제로 당을 추가해 주면 완벽할 것 같다.
 이 몸은 딱히 미식가가 아니니 그 정도면 족하다.
 설탕이라도 만들어야 하나.
 그래도.
 
 “오늘은 이 정도면 되었지.”
 
 다른 세계에 떨어져 삼겹살에 소주를 먹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고무적인 일이다.
 살짝 의욕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좋아. 다음 도전은 위스키다!”
 “네?”
 “위스키라고 이스키야.”
 “덕배니다.”
 
 이 몸은 금수저이니 술을 살 돈이 모자라지는 않다.
 위스키를 만드는 방법도 알고 있다.
 거기에 딱히 내가 직접 움직일 필요도 없다.
 
 “오크통이 필요하다.”
 “네?”
 “참나무 통이 필요하다고.”
 “참나무는 귀한데······.”
 
 귀한 만큼 맛좋은 술을 만들 수 있을 거다.
 뭐.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도대체 전생에는 무얼 위해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던 걸까?
 
 다만, 조금 두려운 것은 병에 걸리는 것이다.
 솔직히 기루에 가서 술이나 마시란 말에 조금 혹했지만······.
 성병에라도 걸리는 날엔 저세상 직행이다.
 죽는 것이 딱히 두렵지는 않으나 곱게 보내 주진 않을 거다.
 
 성군으로 추앙받는 세종대왕께서도 말년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셨다.
 이 시대에 병은 재해 수준이다.
 그렇다고 딱히 내가 명의가 되어 병마들과 싸울 생각은 없다.
 금수저에게 빙의 되었는데 뭐 하러 또 아등바등 살겠는가.
 그러다가 빌어먹을 세상에게 또 배신당하겠지.
 
 “그 전에 페니실린부터 만들어야겠네. 남은 소주로 알코올도 만들어 놓고. 연고도 필요하고······.”
 
 이거 점점 일이 커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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