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도시의 심판자

프롤로그

2014.12.17 조회 10,965 추천 265


 “이 개새끼야!”
 쨍! 하고 칼이 나뒹굴었다. 그리고 뒤이어 둔탁한 소리와 함께 한 남자가 허리를 숙이고 꺽꺽댔다. 검은 옷의 남자가 허리를 숙인 남자를 마치 도살될 돼지 끌고 가듯 질질 끌어다 벽으로 내쳤다. 내쳐진 남자는 벽에 부딪혀 고통스런 신음을 내뱉었다.
 “빌린 돈은 못 갚을망정 어디서 칼부림이야! 죽을래?”
 내쳐진 남자가 자조적으로 웃었다. 그의 눈가에 광기가 스쳐 지나갔다.
 “크하하하! 그 돈 어차피 갚을 수도 없잖아, 이 씨발놈들아! 갚으려고 해도 네놈들이 안 받잖아! 그런데 내가 무슨 수로 돈을 갚아!”
 “하하하! 이 새끼 봐라? 네가 시간 잘못 맞춘 걸 왜 우리한테 지랄이야?”
 검은 옷 남자가 내쳐진 남자의 배에 우악스런 발길질을 했다.
 “억!”
 배가 쑥 꺼지는 고통에 허리를 숙이자, 다른 건달이 달려들어 그의 등을 팔꿈치로 찍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남자가 넘어지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을 생각인지, 쓰러지려는 남자의 얼굴에 무릎을 박아 넣어 다시 일으켜 세웠다.
 “꺼걱!”
 남자가 신음 소리를 내며 고통을 토해내자 피와 함께 이빨 하나가 툭 떨어졌다.
 한동안 일방적인 폭행이 이어졌다. 그러다 건달이 힘에 겨워 그만두자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 건달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너무 많이 맞은 까닭일까? 주먹은 힘없이 허공만 가르다 바닥에 툭 떨어졌다.
 “빌어먹을 새끼들아…….”
 “와, 독한새끼 보소. 그렇게 처맞고도 혓바닥질할 힘이 남았어? 야, 야. 동수야. 아까 저 새끼가 썼던 칼 가져와봐.”
 건달이 건네받은 칼을 위아래로 훑었다.
 “이거 보이냐? 네가 방금 나한테 칼빵하려던 거야.”
 말이 끝나자마자 남자의 눈앞으로 빠른 속도로 칼이 다가왔다. 남자는 짧은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돌렸다.
 “야야, 제대로 봐야 할 거 아냐. 어딜 봐.”
 건달이 고개 돌린 남자의 볼을 양손으로 붙잡고 세게 눌렀다. 남자가 억, 억 소리를 내며 입을 열자 건달은 남자 이 사이에 칼을 꽂았다. 찌걱 하며 이빨이 벌어지자 남자가 비명을 질렀다.
 “그냥 뒤지고 싶지? 어디 한 번 더 아까처럼 해봐. 앙?”
 남자가 도리질을 쳤다. 건달의 눈에 살기가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의 손이 움직이려는 찰나 뒤에서 담배를 피우며 지켜보기만 하던 건달이 입을 열었다.
 “그만해라. 아 죽겄다.”
 “형님, 하지만 이 새끼가…….”
 “그래서?”
 “죄송합니다.”
 칼 든 건달은 고개를 푹 숙이고 물러섰다.
 “이은수 씨, 이제 좀 정신이 드쇼? 나 곽수요.”
 곽수는 그렇게 말하며 담배 연기를 은수의 얼굴에 내뿜었다.
 “살려줘…….”
 은수는 얼이 나가기라도 한 듯 다 죽어가는 눈으로 곽수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는 은수를 바라보더니 픽 웃었다.
 “무슨 말을 하는거요? 내가 당신을 죽여? 왜? 돈 갚아야 할 고객님을 제가 왜 죽입니까. 걱정 마십시오, 안 죽입니다.”
 잠깐이나마 은수의 얼굴에 안도감이 스쳐 지나갔다.
 “아직은.”
 저 말이 나오기 전까지. 은수의 얼굴이 삽시간에 절망으로 물들었다.
 “뭐 그런 표정 지으쇼? 기뻐해야 되지 않겄소? 일단 오늘은 살아 돌아갈 수 있지 않소.”
 곽수는 인생 뭐 그리 힘겹게 사느냐는 표정으로 은수의 지갑을 빼앗아 카드를 모두 꺼냈다.
 “비밀번호 뭐요?”
 “그, 그 돈은 안 돼…….”
 곽수는 은수의 거절에 기분이 상했는지 담배를 그의 눈가에 가져다 댔다. 은수는 눈앞으로 커다란 불씨가 다가오자 겁에 질려 눈을 질끈 감았다.
 “이은수 씨, 나는 그렇게 인내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요.”
 “안 돼! 그 안엔 중요한 돈이 들어 있다고!”
 “제 돈 중요한걸 아는 사람이 남의 돈 중요한지는 모르는구만. 헛소리 까고 비밀번호나 말하쇼.”
 은수는 절대 말하지 않겠다는 듯 입을 꾹 다물자, 곽수가 한숨을 푹 내뱉곤 그의 눈꺼풀에 담뱃불을 지졌다. 날카로운 비명이 골목길 사이를 튀어 다녔다.
 “눈꺼풀은 얇아서 금방 뚫린 텐데? 봉사 되고 싶소? 서로 좋게 좋게 빨리 끝냅시다.”
 곽수는 은수의 비명을 배경음 삼아 말했다.
 “1932! 1932! 그만해, 그만! 제발 그만해…….”
 곽수는 비밀번호를 들은 것에 만족했는지 다 꺼져 버린 담배를 집어 던져 버리곤 ‘가자’라는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건달들이 사라지자 은수는 바닥에 주저앉아 잠시 숨을 고른 뒤 떨리는 손길로 자신의 이빨을 찾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런 다음엔 쓰레기마냥 널브러져 있던 지갑을 주워 펼쳤다. 안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질 않았다.
 “흐어…….”
 마치 폐가 통째로 뽑혀져 나올 것만 같은 깊은 한숨. 이후 그는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멍하니 있다가 문득 뒷골목에 누가 뱉어놓은 토사물을 쳐다보곤 꼴사납게 엉엉 울었다.
 그렇게 얼마나 울었을까. 은수는 속 안에 있던 감정을 모조리 토해내고 나서야 몸을 추스르고 골목길 밖으로 나갔다.
 커다란 대로 위를 시체처럼 걸었다. 그러다 갑자기 멈춰 서서 하늘을 쳐다봤다. 인간들이 쌓아 올린 커다란 콘크리트 탑만 보일 뿐 별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아주 자그마한 희망을 좇듯 별을 찾았지만 끝내 찾을 수 없었다.
 은수의 볼에 눈물이 흘렀다. 그러다 무슨 생각인지 갑자기 가까운 빌딩으로 들어가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옥상 문을 열고 느릿느릿 걸어 하늘을 향해 뛰었다.
 은수가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몇몇 사람은 그를 발견하고 비명을 질렀지만, 이미 뛰어내린 사람을 구제할 도리는 없다. 은수는 빠른 속도로 땅을 향해 돌진했고, 머지않아,
 퍽!

댓글(7)

musado0105    
잘 보고 갑니다. 건 필하세요^^*
2014.12.23 14:38
[탈퇴계정]    
채권자가 돈을 받지 않을 경우에는 공탁을 하면 되지요. 그리고 채무를 변제하지 않는 것보다 강도쪽이 훨씬 중한 범죄이지요.
2014.12.28 14:47
[탈퇴계정]    
호구 주인공의 변신인가
2015.01.11 11:25
[탈퇴계정]    
어떻게든 쥔공을 죽여서 회귀시켜야 되겠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이런 무리한 설정이라니. 읽자마자 든 생각이 바로 [공탁] 이었다. 제자리님이 쓴 것처럼. 지금이 구 시대도 아니고, 채권자가 자리를 피해서 못 갚는다고? ^^ 허허허~ 웃음만 나옴.
2015.01.14 16:14
메르세나    
잘 보고 있어요
2015.01.24 18:17
어림없지    
잘 보고 갑니다 시작이 임펙트 잇네요 기대되네요 ㅎㅎㅎ
2015.03.05 07:10
pk******    
잘 읽었습니다
2022.07.22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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