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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성무제 1권-1

2014.12.30 조회 1,479 추천 7


 序 章
 
 
 환우삼마(環宇三魔)!
 무림인들에게 이 이름이 의미하는 것은 오직 하나였다.
 
 -- 죽음!
 
 그렇다.
 그들은 항상 죽음을 몰고 다녔다. 피와 공포(恐怖)와 죽음을......
 단 삼 인(三人)이었지만, 그들은 수백, 수천의 마두(魔頭)들보다도 더욱 무서웠다.
 한데 어느 날, 그들의 앞에 한 사나이가 나타났다.
 그는 허름한 백의를 걸친 중년인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의 단 일도(一刀)에 환우삼마는 피로 점철된 자신들의 일생에 종지부를 찍어야만 했다.
 믿을 수 없으리만큼 엄청난 백의 중년인의 도에 쓰러지면서, 환우삼마의 첫째인 천마(天魔) 위천양(韋天陽)은 사력을 다해 물었다.
 “다... 당신은 누구요?”
 그리고 숨이 끊어지는 순간, 위천양은 자신들의 죽음이 결코 억울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도왕(刀王) 여절파(呂絶破)!”
 백의인의 한마디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 * *
 
 구유천자(九幽天子) 한백령(寒白靈)!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마도제일인(魔道第一人)이었다. 더 이상 오를 수 없다는 가공할 마공(魔功)을 지닌 희대의 마인(魔人)이었다.
 그는 마도대종사(魔道大宗師)로 불렸고, 온 천하의 마도인(魔道人)들을 모아 구유마방(九幽魔幇)이라는 가공할 집단을 만들었다.
 한데 어느 날, 그는 한 인물의 방문을 받았다.
 그리고 그다음 날에 사람들은 믿기지 않는 사실을 발견해야만 했다.
 거대하기 그지없는 구유마방이 한 줌의 잿더미로 변해 버린 것이다. 구유천자를 비롯한 천여 명의 마도인들이 단 한 사람도 남김없이 모두 불귀(不歸)의 몸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머지않아 사람들은 이 엄청난 일이 단 한 사람의 손에 의해 저질러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도왕 여절파...!”
 
 그렇다.
 바로 그였던 것이다.
 
  * * *
 
 도왕(刀王) 여절파(呂絶破)!
 
 무림 이천 년 사 이래, 그와 같은 도(刀)의 절대자는 일찍이 없었다.
 그는 도로 이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룩했고, 무림인으로서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경지에 도달했다고 알려졌다.
 그리고 사람들은 말했다.
 
 “도왕 여절파! 그분은 사람이 아닌 인세(人世)의 신(神)이시다!”
 “아암! 그렇고말고... 그분은 무림 출도(武林出道) 이래 단 이 초(二招) 이상을 펼쳐 본 적이 없으시지.”
 “그분이야말로 천하무적(天下無敵)이라 할 만하네.”
 “천하무적이라...그 말은 약간 성급한걸.”
 “아니... 그럼 그분의 무공에 필적할 만한 무공이 있었단 말인가?”
 “잊었는가? 천 년 전의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이었던 혈왕(血王) 위혼(魏魂)을...”
 “아, 그러고 보니 백 년 전의 고금제일검객(古今第一劍客)이셨던 검왕(劍王) 절대검자(絶代劍子)의 무공도 결코 도왕에 못지않군.”
 “그렇지. 혈왕 위혼과 검왕 절대검자의 무공이 있는 한 도왕 여절파를 천하무적이라고 말할 수 없네.”
 
 - 혈왕과 검왕의 무공이 있는 한 도왕을 천하무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한데 어느 날부터인가...
 도왕 여절파의 모습은 무림에서 사라져 버렸다. 한 자루 뇌도(雷刀)를 휘두르며 천하를 주름잡았던 여절파의 모습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누구도 그가 어떻게, 왜 사라졌는지를 알지 못했다.
 그리고...
 쉬임 없는 세월은 어느새 백 년이 흘러 버렸다.
 백 년을...
 
 
 第 1 章 酒 樓 風 雲
 
 중조산(中條山).
 중조산은 산서성(山西省) 남단에 위치한 가파른 산이었다.
 산신(山神)은 길신(吉神) 태봉(泰逢).
 전설에 의하면 이 산은 옛날에는 서악(西嶽) 화산(華山)과 맞붙어 있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황하(黃河)가 흐르지 못하고 범람하게 되자 강신(江神) 거령(巨靈)이 두 산을 갈라놓아 그 사이로 황하가 흐르게 했다는 것이다.
 그런 탓인지 중조산과 화산에는 아직도 그 거대한 손자국이 남아 있었다. 이 손자국을 고장(高掌)이라고 했다.
 그런 전설이야 어쨌든, 중조산의 깊은 계곡은 현기증이 날 정도였고 여름이면 녹음이 우거져 중조산은 온통 푸름으로 뒤덮였다.
 
 노호령(怒虎嶺).
 노호령은 중조산에서도 가파르기로 유명한 산마루였다.
 때는 정오,
 찌는 듯 내리쬐는 햇볕을 받으며, 비좁고 꼬불꼬불한 노호령의 고갯길에 한 인영이 나타났다. 일신에 누런 황의를 걸친 텁석부리 장한이었다.
 황의 장한은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급한 걸음으로 고갯길을 올라갔다. 마치 누군가에게 쫓기기라도 하는 듯 불안한 모습이었다.
 고갯마루.
 바람만 불어도 무너져 내릴 듯한 낡고 초라한 주점 하나가 나타났다. <주(酒).>라고 쓰인 빛바랜 붉은 깃발이 한쪽에서 펄럭이고 있는 광경이 왠지 모르게 조금은 을씨년스러워 보였다.
 황의 장한은 약간 망설이다가 주점 안으로 들어갔다. 먼지가 뽀얗게 내린 주점 안에는 서너 개의 낡고 더러운 탁자가 무질서하게 늘어져 있었다.
 황의 장한은 주점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섬전 같은 눈빛으로 주점 안을 번개같이 쓸어 보았다.
 그곳에는 그보다 먼저 온 세 사람의 손님이 있었다. 서동(書童)인 듯한 열네 살가량의 소년과 그의 주인인 듯한 흑의 서생(黑衣書生) 하나, 그리고 그들에게서 조금 떨어진 구석 자리에 낡은 청삼(靑衫)을 걸친 평범한 용모의 오순 늙은이가 동그마니 앉아 있었다.
 황삼 장한은 살피듯 날카로운 눈으로 그 세 사람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하나 곧 그들이 자신과 일면식도 없는 낯선 인물들임을 알고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성큼성큼 걸어가 가장 우측의 빈 탁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
 “주인장! 여기에 잘 구운 오리고기 한 마리와 죽엽청(竹葉淸) 두 근만 주시오.”
 주점 안은 매우 조용했다.
 황삼 장한보다 먼저 온 세 사람은 묵묵히 식사에 열중하고 있었고, 주방 안에서는 가벼운 칼질 소리와 구수한 요리 냄새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반쯤 열린 문 사이로 내리쬐는 한낮의 폭양(暴陽)이 내다 보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향긋한 냄새와 함께 뚱뚱한 주점의 주인이 구수하게 구운 오리고기와 술 한 병을 들고 황의 장한에게 다가왔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콰당!
 낡을 대로 낡은 주점의 문이 박살이 나며 문가에 홍영(紅影)이 어른거렸다.
 황삼 장한이 깜짝 놀라 보니 어느 사이엔가 장내에는 두 명의 인물이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들의 복장은 몹시 특이했다.
 붉은 피풍... 붉은 장삼... 머리에 두른 것도 혈건(血巾)이었고, 심지어는 발에도 혈단화(血短靴)를 신고 있었다.
 그뿐이랴?
 두 인물은 얼굴마저도 쌍둥이처럼 똑같았다. 만일 우측 인물의 턱 밑에 검은 점이 찍혀 있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그들을 절대로 분간하지 못할 것이다.
 온몸이 핏빛 일색인 것과는 달리 그들은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했다. 그것이 보는 이로 하여금 왠지 모르게 소름 끼치도록 했다.
 그들은 독사처럼 예리한 눈으로 장내를 쓸어 보았다.
 이어, 그들의 시선이 거의 동시에 황삼 장한의 얼굴에 꽂혔다.
 그들의 시선처럼 하얀 얼굴에 흰 선이 그어졌다. 가슴이 떨리도록 차가운 웃음이었다.
 “신행무영(神行無影) 황비룡(黃飛龍)! 어디까지 도망쳤나 했더니 기껏 여기에 있었군.”
 그들의 입이 거의 동시에 열리며 똑같은 음성이 터져 나왔다.
 그들의 나타나는 순간부터 황삼 장한의 안색은 보기에도 안쓰러울 만큼 처참하게 구겨져 있었다. 그러다가 이 말을 듣자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혀, 혈전쌍살(血電雙殺)! 두... 두 분께서 이 황모에게 무슨 볼일이 있으신지...”
 황비룡의 목소리는 듣기에도 처량할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신행무영 황비룡이라면 그래도 하남성(河南省) 일대에서는 재빠른 신법(身法)과 날카로운 손속으로 제법 이름이 알려진 고수인데 이들 두 홍의인을 보자 두려움에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혈전쌍살은 장강이북(長江以北)에서는 거의 공포스러운 존재로 군림하고 있는 희대의 살성(殺星)들이었다. 그들은 날 때부터 쌍둥이로, 한 번 손을 쓰면 반드시 피를 보고야 마는 잔인한 살수(殺手)들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좌측에 서 있던 대살(大殺) 필무덕(畢無德)이 싸늘하게 소리쳤다.
 “황비룡! 긴말할 것 없다. 빨리 물건을 내놓아라.”
 그 뒤를 이어 얼굴에 점이 찍힌 이살(二殺) 필무인(畢無仁)이 입을 열었다.
 “만일 이 말이 끝날 때까지 물건을 내놓지 않는다면...”
 바로 그때였다. 얼굴에 진땀을 흘리며 떨고 있던 황비룡의 몸이 비호처럼 우측에 뚫린 창문을 향해 날아갔다.
 스-윽!
 과연 신행무영이란 외호가 말해 주듯 놀라운 신법이었다.
 하나 그 순간,
 “살(殺)...!”
 혈전쌍살의 입에서 동시에 외침이 터지며 두 줄기의 붉은 혈광(血光)이 허공에 번뜩였다.
 쐐--액!
 “크-아-악-!”
 참혹한 비명이 터지며 혈화(血花)가 자욱이 피어올랐다.
 중인들의 눈이 경악과 공포로 크게 부릅떠졌다.
 놀랍게도 창문을 향해 섬전처럼 날아가던 황비룡이 가슴과 배에 각기 일검(一劍)씩을 맞고 피바다 속에 누워 있는 것이 아닌가?
 가슴과 배가 쩍 갈라져 그 사이로 비릿한 비린내와 함께 내장이 내다 비치고 있었다. 황비룡은 이미 숨이 끊어졌는지 죽은 듯 꼼짝도 않고 있었다.
 “으으...”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뚱보 주인이 몸을 부르르 떨며 허겁지겁 뒤로 물러났고, 한쪽 구석에 앉아 있던 청삼 노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혈전쌍살의 손에는 어느 틈에 꺼내 들었는지 붉은빛이 일렁거리는 핏빛 장검이 한 자루씩 쥐여 있었다.
 “가소로운 놈!”
 “감히 우리의 손을 벗어나려 하다니...”
 혈전쌍살은 싸늘히 중얼거리며 황비룡의 시체로 다가갔다.
 이어 그들은 황비룡의 몸을 뒤집어 그의 품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곧, 대살 필무덕이 황비룡의 품에서 작은 금갑을 꺼내 들었다.
 “이것이군!”
 그는 금갑을 탐욕스러운 눈으로 보며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시에 그와 이살 필무인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우리들이 물건을 가졌다는 것을 다른 자들이 알면 곤란하지.”
 이살 필무인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죽은 자는 입을 열 수 없는 법이오.”
 그들의 말에 포함된 의미를 알아차리고 중인들의 안색이 사색이 되었다.
 한데 바로 그 순간,
 “죽은 자는 보물도 가질 수 없는 법이지.”
 냉랭한 음성과 함께 주루 안으로 날아드는 한 인영이 있었다.
 그는 칙칙한 회의를 입은 중년인이었다. 눈빛이 극도로 무심했고, 얄팍한 입술에 칼날같이 날카롭게 솟은 매부리코, 바람이 불면 금시라도 날아갈 듯한 호리호리한 체구를 지니고 있었다.
 더구나 허리춤에는 기다란 기형검(奇形劍)을 차고 있어 더욱 말라 보였다.
 혈전쌍살의 눈빛이 흉악해졌다.
 “웬 놈이냐?”
 회의 중년인은 천천히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죽은 자에게서 보물을 가져갈 사람!”
 “이 빌어먹을 놈이...!”
 이살 필무인이 싸늘히 외치며 혈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번-쩍!
 돌연 장내에 한 줄기 섬광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 섬광은 너무도 빠르게 나타났다 사라져 중인들은 자신들이 헛것을 본 게 아닌가 생각했다.
 “......”
 이살 필무인은 이상한 자세로 몸이 굳어 있었다.
 검을 반쯤 뽑다만 자세.
 사람들은 뭐가 뭔지 몰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장내를 주시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했던가?”
 회의 중년인은 약간 낮추었던 자세를 바로 잡으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찰칵!
 맑은 음향과 함께 그의 손이 허리에 머물렀다. 회의 중년인의 허리에는 기형검 하나가 달랑 매어 있었다.
 의아해하던 중인들의 안색이 갑자기 대변했다.
 이살 필무인의 목에서 검붉은 반점이 나타난 것을 본 것이다.
 그 반점은 점점 커지며 피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그제야 중인들은 어찌 된 영문인지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놀랍게도 회의 중년인은 이미 필무인의 목을 베고 검을 검집에 넣고 있었던 것이다.
 털썩!
 이살 필무인의 몸은 두 눈을 부릅뜬 채 통나무와 같이 나뒹굴었다.
 대살 필무덕의 몸이 부르르 떨었다.
 그는 평생 이와 같은 가공할 쾌검(快劍)은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었다. 그의 시체와 같이 창백한 얼굴이 푸르죽죽하게 변했다.
 “귀... 귀하는 뉘시오?”
 회의 중년인은 아무 말이 없이 손을 내밀었다.
 순간 대살 필무덕의 눈이 번쩍 빛났다.
 회의 중년인은 원래 왼쪽 허리에 검을 차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그는 오른손잡이인 것이다. 한데 물건을 달라고 오른손을 내밀었으니...
 생각은 길고 행동은 짧았다.
 “이 - 놈!”
 대살 필무덕은 벼락같이 선제공격을 했다.
 파파파-팟!
 번개 같은 검광이 가공할 속도로 회의 중년인을 덮쳤다. 회의 중년인의 몸이 약간 기우뚱했다. 순간 그의 손에서 소리도 없이 검광이 불을 뿜었다.
 째쨍! 쨍!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필무덕이 가슴을 부여잡으며 두 눈을 부릅떴다.
 “크으... 이, 이럴 수가... 그 자세에서... 어, 어떻게...”
 그의 가슴에는 부러진 자신의 검이 박혀 있었다.
 “나의 분광(分光)이란 외호는 그냥 붙은 게 아니지.”
 회의 중년인이 담담이 중얼거렸다.
 동시에,
 찰칵!
 그의 검은 이미 검집에 들어가고 있었다.
 대살 필무덕의 입에서 쥐어짜는 듯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부, 분광... 너... 너는 분광쾌검(分光快劍)... 마, 마운(馬雲)이구나...!”
 쿵!
 말을 끝마치기도 전, 그의 몸은 육중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실로 찰나간에 공포스러운 살명(殺名)을 떨치던 혈전쌍살이 지상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린 것이다.
 회의 중년인의 쾌검은 그야말로 가공스러운 것이었다.
 천하제일쾌(天下第一快)!
 그의 쾌검은 가히 천하제일쾌검으로 보아도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그렇다.
 
 분광쾌검 마운!
 그는 그야말로 자타가 공인하는 천하제일(天下第一)의 쾌검수(快劍手)였다. 그는 백 년 내 강호에서 최고의 쾌검수로 명성을 떨쳤다.
 오 년 전, 천하를 피와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천중칠살(天中七煞)이 그의 가공할 쾌검에 단 삼 초 만에 도륙이 난 이후, 무림인들은 어느 누구도 그가 천하제일쾌검수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분광쾌검 마운은 천천히 대살 필무덕의 시체로 다가갔다.
 그는 대살 필무덕의 몸에서 예의 금갑을 꺼내 자신의 품속에 집어넣었다.
 이어 고개를 돌려 중인들을 한차례 쓸어 보았다. 그의 눈빛은 무색투명했으나 뚱보 주인과 청삼 노인은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소름이 오싹 끼침을 느끼고 몸을 달달 떨고 있었다.
 마운은 그들이 무림인이 아님을 알았는지 시선을 돌려 주점을 벗어났다.
 휙-!
 그의 몸은 번개같이 노호령의 숲 속으로 사라졌다.
 “사... 살인이다!”
 “으으... 하,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씩이나 죽다니...”
 그제야 뚱보 주인과 청삼 노인은 비명을 지르며 주점 밖으로 달려갔다.
 삽시간에 주점은 썰렁하게 텅 비어 버렸다.
 아니, 아직도 손님은 있었다.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있던 흑의 서생과 그의 서동인 듯한 백의 소년은 처음의 위치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백의 소년은 몹시도 귀여웠다. 나이는 대략 십사오 세쯤 되었으며, 또렷한 이목구비에 살결은 여인의 그것보다 하얗고 보드라웠다. 더구나 머리를 뒤로 질끈 동여맨 모습이 너무도 깜찍스럽고 영악해 보였다.
 백의 소년은 흑백(黑白)이 분명한 두 눈을 또르르 굴리며 지금까지의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데 놀랍게도 이 피비린내 나는 일장의 혈투(血鬪)에도 백의 소년은 조금의 경악이나 공포조차 느끼지 않은 듯했다.
 실로 기이한 일이 아닌가?
 백의 소년은 여전히 입을 다문 채 초롱한 눈을 돌려 옆에 앉아 있는 흑의 서생을 바라보았다.
 흑의 서생(黑衣書生).
 이토록 푹푹 찌는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짙은 흑의를 걸친 흑의 서생은 한눈에 보아도 몹시 이상했다.
 머리에는 검은 두건을 동여매고 있었는데 그것은 아무렇게나 매어진 탓에 앞머리가 헝클어져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었다.
 입고 있는 흑의는 깨끗하였으나 별로 고급스러운 옷 같지는 않아 보였다. 거기에다, 분명 서생임에도 불구하고 우측 허리에는 시커멓게 녹슨 장검 한 자루를 아무렇게나 달랑 차고 있었으니...
 어찌 보면 영락없는 낙척문사(落拓文士) 같았다.
 더욱더 기이한 것은 그의 검이 우측 허리에 매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것으로 보아 그가 만일 검법을 익혔다면 좌수검(左手劍)을 익혔음이 분명했다.
 본래 좌수검은 음독궤이함을 그 생명으로 하고 있으나, 그 성질상 절정(絶頂)에 이르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때문에 무림에서는 좌수검을 쓰는 자들을 방문좌도(傍門左道)로 규정짓고 천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당금 무림에서는 좌수검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설령 있다 해도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여 허리가 아닌 등에 차고 다니는 것이 상례였던 것이다.
 백의 소년이 흑의 서생을 바라보고 귀여운 눈망울을 번쩍이자,
 “소명(少明)! 이제 그만 가자.”
 옆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무감각하기만 했던 흑의 서생이 나직하게 말하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음성은 비록 나직했으나 말꼬리가 뭉글어지지 않고 분명하게 맺혀 듣기에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더구나 말투가 약간은 느릿느릿하고 어조가 완만해서 권태롭고 무심하게 들릴 만한데도 오히려 이상한 생명력(生命力)과 역동감(力動感)을 느낄 수는 묘한 음색이었다.
 “예, 공자님!”
 백의 소년은 흑의 서생의 뒤를 따라 몸을 일으켰다.
 흑의 서생은 성큼성큼 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앉았을 때는 느끼지 못했었는데 일어서니 무척 훤칠한 키였다.
 흑의 서생과 백의 소년이 막 주점을 벗어나려 할 때였다.
 “여... 여보시오...”
 어디선가 끊어질 듯 이어 오는 음성이 들려오지 않는가?
 흑의 서생은 조금도 놀라지 않고 천천히 신형을 돌렸다.
 그곳,
 이미 죽은 줄 알았던 황비룡이 기를 쓰고 고개를 들며 그를 부르고 있었다.
 “아!”
 백의 소년은 탄성을 지르며 흑의 서생의 눈치를 살피더니 재빠르게 황비룡에게로 달려갔다. 흑의 서생은 그것을 보고 약간 눈살을 찌푸렸으나 천천히 그의 뒤를 따라 그곳으로 다가갔다.
 황비룡의 눈에는 생기(生氣)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아직까지 살아 있다는 것이 기적이었다. 흑의 서생은 한눈에 그가 오래 살지 못할 것임을 알아차렸다.
 “으으으... 나, 나의 부탁을 들어주시겠소?”
 힘겹게 말을 내뱉는 황비룡의 입에서 잘린 내장이 섞인 시커먼 선혈이 쏟아져 나왔다.
 흑의 서생은 무심한 시선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힐끗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백의 소년을 바라보았다. 백의 소년은 안타까움과 연민이 가득한 시선으로 황비룡을 보고 있었다.
 흑의 서생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가볍게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 보시오.”
 황비룡은 거의 꺼져 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 오, 오른쪽 바지를 뒤져 보시오.”
 흑의 서생은 머뭇거리지 않고 허리를 굽혀 그의 우측 바지춤을 더듬어 보았다.
 무언가가 만져졌다.
 “으으... 자, 작은 은낭(銀囊)이 있을 것이오. 그, 그것을 금릉(金陵)의... 임가장(林家莊)에 가져다주시오.”
 황비룡이 쥐어짜듯 말했다.
 과연, 흑의 서생이 그의 바지춤에서 꺼낸 것은 보기에도 값나가 보이는 은색 주머니였다. 이 안에 있는 것이 혈전쌍살과 분광쾌검이 노리던 원래의 물건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흑의 서생은 담담한 눈으로 은색 주머니를 내려 보다가 물었다.
 “이것을 금릉의 임가장에 전해 주기만 하면 되오?”
 “그... 그렇소... 그 일에는 여러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으니... 제발 부탁...”
 황비룡의 말은 그만 끊기고 말았다. 죽은 것이다.
 자세히 보지도 않고 자신의 품속에 집어넣었다.
 흑의 서생은 잠시 은색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그의 싸늘히 식어 가는 시신을 응시하고 있다가 결심을 굳힌 듯 은색 주머니를 자신의 품속에 넣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얼굴은 산발한 머리가 뒤덮여 있는지라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나, 헝클어진 흑발 사이로 내비치는 그의 눈빛에는 기이한 반짝임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소명, 이 녀석! 너 때문에 귀찮은 일을 맡았군.”
 무뚝뚝하게 말을 내뱉으며 흑의 서생은 백의 소년의 손을 잡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주점을 벗어났다.
 백의 소년은 황비룡의 시체를 흘깃 돌아보다가 이내 흑의 서생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세 구의 시체만이 뜨거운 대낮에 피비린내를 풍기고 있었다.
 
 
  第 2 章 殺 人 重 疊
 
 녹음이 우거진 노호령의 소로를 천천히 내려오고 있는 두 인영이 있었다.
 바로 흑의 서생과 백의 소년이었다. 소년은 여전히 흑의 서생의 뒤를 졸졸 따라 내려오고 있었고, 흑의 서생은 일정한 보폭으로 걸음을 떼어 놓고 있었다.
 흑의 서생의 걸음은 무척 특이했다.
 사람들은 의당 하루에도 몇 리씩 걸음을 옮긴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 걸음을 걷고 있는 것이다.
 하나 그 수많은 사람들이 걷는 걸음마다 그 보폭(步幅)이 일정하지는 않다.
 물론 습관에 따라 보폭이 거의 비슷하기는 하지만, 때로는 약간 넓고 때로는 약간 좁기도 하다. 더구나 산(山)을 오르거나 내려올 때는 일정한 보폭을 유지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하나 흑의 서생의 보폭은 너무도 일정했다.
 한 점의 흐트러짐도 없는 규칙적인 발걸음이었다. 그것은 이 흑의 서생이 어떤 일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절대부동(絶對不動)의 정력(定力)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했다.
 흑의 서생은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백의 소년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때 돌연, 그들의 앞에 하나의 시커먼 물체가 나타났다.
 그것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정상적으로 호흡하고 있지 않았다.
 이미 싸늘하게 식은 시체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흑의 서생은 담담한 시선으로 시체를 바라보았다.
 순간, 그의 시선에 기광이 번쩍거렸다.
 놀랍게도 그것은 온몸에 벌집처럼 수많은 암기(暗器)들이 꽂혀 있는 남자의 시체였다. 그의 몸에는 너무나 빽빽이 암기가 꽂혀 있는지라 입고 있는 본래의 옷 색깔조차도 제대로 알아볼 수가 없었다.
 하나 흑의 서생이 놀란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그 시체는 바로 분광쾌검 마운이었던 것이다.
 바로 얼마 전에 실로 놀라운 쾌검으로 혈전쌍살을 도륙했던 그가 아닌가? 그런데 그토록 눈부신 쾌검(快劍)을 자랑하던 그가 이런 곳에서 비참한 모습으로 쓰러져 있다니 실제로 보지 않았다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의 손에는 예리한 광채가 번뜩이는 기형검 하나가 쥐여 있었다.
 분광참홍검(分光斬虹劍)!
 이미 십여 년간이나 제일쾌검으로 명성을 떨쳐 왔던 이 검은 그 중간이 부러져 있었다. 마운은 손이 부서져라 부러진 분광참홍검을 움켜잡고 있었다.
 “아!”
 백의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나직이 탄성을 터뜨렸다. 그는 시체의 끔찍한 모습에 크게 놀란 듯했다. 시체의 얼굴은 이미 푸르뎅뎅하게 굳어 있었다.
 백의 소년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색혈각(索血角), 준자표(俊子鏢), 연미추혼사(燕尾追魂絲), 백호정(白虎釘), 혈봉망(血蜂茫), 봉미침(鳳尾針)... 게다가 은잠(銀簪)과 철련자(鐵蓮子)까지... 이 사람의 몸에는 그야말로 온 천하의 암기가 다 모였군요. 공자님! 정말 천하에 이렇게 재수 없는 사람도 있을까요?”
 귀엽기 그지없는 음성이었다.
 흑의 서생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소명! 그래도 이자는 죽기 전에 강호에서 빠른 쾌검으로 불렸었다.”
 “휴! 공자님, 그런 말이 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래도 죽었는데...”
 백의 소년은 제법 탄식까지 터뜨리며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그래... 아무리 빨라도 죽으면 소용없지.”
 백의 소년은 분광쾌검 마운의 시체를 다시 한 번 힐끗 바라보며 종알거렸다.
 “정말 보기에도 끔찍하군요. 누가 이 사람을 죽였을까요? 이렇게 많은 암기가 꽂혀 있는 걸로 보아 한두 사람의 짓 같지는 않은데요.”
 “그 반대다. 그자는 단 일수(一手)에 이 많은 암기를 한꺼번에 쏟아 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죽었을 테니까...”
 “한꺼번에 ... 이 암기를...?”
 백의 소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있습니까?”
 “있지, 꼭 한 사람!”
 “그게 누군데요?”
 흑의 서생은 묵묵히 어느 한 곳을 바라보았다.
 “저기 저 사람!”
 백의 소년은 화들짝 놀라 흑의 서생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들에게서 삼 장여 떨어진 바위 옆에 한 구의 시체가 꼴사납게 널브러져 있었다.
 “누...누군가요? 저 사람이?”
 “천수나타(千手羅陀) 혁일심(赫一心)!”
 “굉장한 고수인가요?”
 흑의 서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체를 바라보았다.
 “음... 그의 광풍만화표(狂風萬花鏢)는 무림일절(武林一絶)로 알려져 있지.”
 그 시체는 육십 대 후반의 얼굴이 추악하고 등이 낙타처럼 굽은 늙은이였다.
 그는 깡마른 몸매를 지니고 있었는데, 주름진 한 손에는 커다란 주머니를 꼭 쥐고 있었다. 그 주머니가 바로 그의 성명암기인 만화표낭(萬花鏢囊)이었다.
 강북무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암기의 달인(達人)이 너무도 허망하게 쓰러져 있는 것이다. 대체 무엇이 혁일심의 목숨을 앗아 간 것일까?
 그 해답은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목에 실로 기이한 물건 하나가 깊이 박혀 있었던 것이다.
 은빛을 뿌려 내는 작은 물건!
 그것은 시중에서 아무렇게나 구할 수 있는 평범한 은전(銀錢)이었다.
 하나 그것이 천수나타 혁일심의 목에 박혀 있으니 조금도 평범해 보이지가 않았다.
 백의 소년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한동안 은전을 쳐다보고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토록 대단한 사람이 왜 이렇게 싱겁게 죽어 있을까요?”
 “나는 무림에 한 구의 노랫가락이 전해지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무슨 노래인데요?”
 “천수막강부당일전(千手莫强不當一錢)!”
 “천수는 비록 강하지만 일전을 당할 수 없다고요?”
 “그렇다!”
 흑의 서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천수란 천수나타 혁일심을 나타내는 것이고 일전이란... 사천당문(四川唐門)의 은전추혼(銀錢追魂) 당인(唐仁)을 가리키는 것이지.”
 백의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토해 냈다.
 “아! 그렇다면 저 사람의 목에 박힌 은전은 당인의 것이군요.”
 “그렇다. 그가 아니고서야 누가 혁일심보다 더 뛰어난 암기수법을 펼치겠느냐?”
 흑의 서생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보아하니 그 쓸모없는 금갑이 여러 사람을 해치는구나.”
 소로(小路)는 가파른 언덕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들이 또 하나의 시체를 발견한 것은 언덕의 중턱에 이르는 지점이었다.
 그것은 삼십 대 후반의, 얼굴에 구레나룻을 기르고 작은 몸집을 지닌 회의 사내였다.
 회의 사내는 머리에 흰색 두건을 매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그의 몸에서는 단 하나의 상처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얼굴에는 득의의 미소까지 띠고 있었다.
 “또 시체군요, 공자님! 이 사람은 누굴까요?”
 흑의 서생은 무심한 시선으로 시체를 바라보았다.
 “머리에 흰색 두건을 매는 것은 사천당문의 오래된 습관이다. 그러니 이자는 은전추혼 당인일 것이다. 천수나타 혁일심에게서 금갑을 탈취해 가다가 더 무서운 적수를 만난 것이겠지.”
 백의 소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그는 죽어 있는 모양이 좀 이상한데요? 얼굴에 미소까지 띠고 있으니...”
 “그것은 흉수가 그를 죽일 때까지도 그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란다.”
 “그것은 더욱 이상한데요, 공자님?”
 “무엇이 말이냐?”
 “공자님께서는 당인이 굉장한 고수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런 고수가 자신이 남에게 죽을 때까지도 모르고 있었다니...”
 “그것은 흉수의 경공(輕功)이 너무도 탁월했기 때문이다.”
 흑의 서생은 당인의 시체를 뒤집었다.
 “봐라!”
 과연, 당인의 뒤통수에는 깨알만 한 작은 구멍이 뚫려 있고 그곳으로 피가 솟아 나오고 있었다.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피로 흰색 두건이 붉게 물든 모습이 보는 사람에게 묘한 섬뜩함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아!”
 백의 소년은 탄성을 질렀다.
 “그렇다면 공자님! 이 사람을 죽인 흉수는 신법(身法)의 대가(大家)이겠군요.”
 “뿐만 아니라 그는 무림에서도 알아주는 살수(殺手)란다!”
 흑의 서생은 당인의 뒤통수에 뚫린 구멍을 가리켰다.
 “이것은 파홍지(破虹指)라는 마도(魔道)의 절정지공(絶頂指功)이다. 당금 무림에서 신법이 탁월하고 파홍지를 장기로 쓰는 인물은 오직 한 사람뿐이다.”
 “그가 누군데요?”
 “무영귀수(無影鬼手) 나립(羅立)!”
 
 나립의 시신은 다 쓰러져 가는 황폐한 사당에서 발견되었다.
 그는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그의 전신에는 뱀이 기어간 듯한 상처가 여기저기 거의 백여 개나 그어져 있었다. 더구나 그 상처 부위에는 하나같이 시커멓게 탄 도흔(刀痕)이 있었다.
 전신에 크고 작은 백여 개의 칼자국을 남긴 채 쓰러져 있는 나립의 시신은 도저히 강호 무림에 살명(殺名)을 떨치던 절정고수의 모습이라고 볼 수가 없었다.
 백의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나립은 너무도 처참하게 죽어 있었던 것이다.
 “공자님! 이 사람은 마치 수십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난도질한 듯한 모습인데요?”
 흑의 서생은 무심한 시선으로 나립의 시신을 내려다보았다.
 “가공할 수법이야. 이자는 한 칼에 백스물여덟 번의 칼질을 했군.”
 백의 소년은 흑백이 분명한 동그란 눈을 힘껏 부릅떴다.
 “아니, 그럼 이 사람도 한 인물의 손에 죽었단 말씀입니까?”
 “그렇다. 그의 몸에 나 있는 도흔을 잘 봐라. 언뜻 보기에는 무질서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무언가 일정한 흐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백의 소년은 흑의 서생의 말에 나립의 시신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과연, 나립의 전신에 어지럽게 나 있는 백여 개의 도흔은 어떤 일정한 공통점이 있지 않은가?
 그것은 모든 도흔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 그어진 것이란 점이었다.
 “더구나 그 도흔은 검게 타 있지 않느냐? 그것은 그자의 도에서 뿜어 나오는 극양(極陽)의 열기에 의한 것이다.”
 “그 사람은 누구지요?”
 돌연, 흑의 서생의 심유한 두 눈에서 질식할 듯한 광망이 뿜어져 나왔다.
 하나 그 광망은 이내 사라졌다. 그는 다시 원래의 고요하고 깊이 가라앉은 절대무심의 정적을 되찾았다.
 “우리는 곧 그를 직접 볼 수 있을 것이다.”
 백의 소년은 귀여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흑의 서생은 그런 백의 소년이 귀여운 듯 그의 머리를 가볍게 두들겼다.
 “이런 일은 너도 조금만 유의를 하면 알 수 있는 것이다. 봐라! 나립의 발 아래 무엇이 있는지를.”
 백의 소년은 급히 나립의 발 아래를 보았다.
 그곳에는 조그만 금갑이 열린 채로 널브러져 있었다.
 금갑 안에는 주먹만 한 돌멩이가 가득했다. 백의 소년은 한눈에 그것이 혈전쌍살이 황비룡의 몸에서 빼앗은 것임을 알아보았다.
 “아!”
 그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발할 때,
 “나립을 죽인 자는 금갑 안에 든 물건이 자신이 노리던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는 속은 것을 알고 다시 황비룡이 쓰러진 곳을 갔을 것이고 곧 우리가 그 물건을 가져간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럼 그가 곧 우리를 찾겠군요?”
 바로 그 순간,
 “벌써 찾았다. 꼬마야!”
 전혀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사당 밖에서 들려왔다.
 백의 소년은 깜짝 놀라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당 밖,
 언제 나타났을까?
 장대한 체구의 구레나룻이 위맹한 청의 대한이 우뚝 서 있었다. 마마치 노(櫓) 같은 엄청난 크기의 장도(長刀)를 비껴든 그 모습은 가히 하늘에서 내려온 천장(天將)을 방불케 했다.
 하나 흑의 서생은 마치 그의 출현을 알고나 있었다는 듯 조금도 놀라지 않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당신이 전뢰도(電雷刀) 염평(閻平)이오?”
 청의 장한은 의외로 침착한 흑의 서생의 태도에 흠칫 놀란 듯했다.
 “그렇소. 본인을 한눈에 알아보다니 뜻밖이구려.”
 그의 음성은 거대한 몸집만큼이나 굉량한 것이었다.
 흑의 서생의 헝클어진 흑발 사이로 물처럼 고요한 두 눈이 조용히 빛났다.
 “별로 신기할 것도 없소. 천하에서 이토록 극양한 도법은 전뢰십삼풍(電雷十三風)밖에는 없으니.”
 염평의 눈에서 기광이 어른거렸다.
 “본인의 도법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위력도 알겠구려.”
 “약간...”
 “그렇다면 말하기가 쉽겠군. 황비룡에게서 받은 물건만 내놓으시오. 그러면 나는 당신을 그냥 보내 주겠소.”
 염평은 위압스러운 태도로 말했다.
 문득, 흑의 서생의 무심한 동공에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미소가 어렸다.
 “귀하는 자신의 도법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구려.”
 “그렇소.”
 흑의 서생은 빙긋 웃으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안타까운 일이오.”
 “무엇이 안타깝다는 말이오?”
 “원래 자신감이 지나치면 왕왕 치명적인 과오를 범하기 쉬운 법이오. 그런데 당신은 자신이 엄청난 인물이라도 되는 양 착각하고 있으니 어찌 안타깝지 않겠소?”
 염평의 송충이 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동시에 그의 고리눈 같은 두 눈에서 활활 불길이 타올랐다.
 “제법 입이 날카롭군. 하나 손도 그렇게 날카로울까?”
 염평은 차게 웃으며 서서히 칼자루를 잡아 갔다. 그러다가 문득, 그는 흑의 서생의 검이 오른쪽 허리춤에 달려 있는 것을 보고 안색이 변해 급히 물었다.
 “귀... 귀하는 혹시 단천검객(斷天劍客) 비몽(費蒙)이 아니오?”
 어찌나 놀랐는지 그의 음성은 자신도 모르게 떨리고 있었다.
 흑의 서생은 무심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염평은 한동안 그를 뚫어지게 주시하고 있다가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았는지 안심한 듯 다시 긴장되었던 몸을 천천히 폈다.
 “무림에서 좌수검으로 유명한 사람은 단천검객 비몽밖에 없지. 나는 괜히 귀하의 허풍에 말려들 뻔했구려.”
 그가 아는 한, 당금 무림에서 단천검객 비몽을 제외하고는 좌수검으로서 자신을 당할 사람은 없었다. 당연히 그는 눈앞의 흑의 서생이 조금도 두렵지 않았고, 그의 품에 있는 물건이 자신의 수중으로 들어오리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한데 흑의 서생은 그의 생각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백의 소년을 바라보았다.
 “소명! 너는 세상에서 사람을 제일 슬프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그의 난데없는 물음에 백의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몰라요.”
 “그것은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란다.”
 “아!”
 그제야 백의 소년은 흑의 서생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알았어요.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보물(寶物)에 눈이 먼 사람들이지요.”
 “그렇다. 너는 그런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느냐?”
 백의 소년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잽싸게 대답했다.
 “있어요.”
 “너는 그 사람을 어디서 만났느냐?”
 백의 소년은 깜찍하게 웃으며 염평을 슬쩍 쳐다보았다.
 “바로 이곳에서요.”
 한쪽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염평은 어이가 없어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서서히 끓어오르는 노화를 참지 못하고 성큼 앞으로 다가왔다.
 그가 언제 이런 수모를 당해 본 적이 있었던가?
 자신이 누구인가? 천하제일의 도문(刀門)이라는 구도회(九刀會)의 천지혈(天地血) 삼당(三堂) 중 혈당(血堂) 당주(堂主)가 아닌가?
 
 구도회!
 구도회는 당금 천하를 석권하고 있는 일부이회삼문(一府二會三門)의 강호육패(江湖六覇) 중 이회(二會)의 하나였다.
 무림사상 전무후무한 도객(刀客)들의 모임!
 천하제일도문(天下第一刀門)!
 아홉 명의 회주(會主)를 필두로 무시무시한 도(刀)의 실력자들이 모여 이룩한 전설적인 집단인 것이다.
 도(刀)를 배운 사람들은 구도회에 가입하는 것만으로도 지상의 영광으로 여겼다. 아홉 명의 회주는 물론이고 구도회의 인물 중 어느 하나 절정고수가 아닌 자가 없었다.
 전뢰도 염평은 그 막강한 구도회에서도 삼당의 하나를 맡고 있는 막강한 고수인 것이다.
 
 “간덩이가 부었군. 감히 내가 누구인지 알면서도 우롱하다니...”
 그의 말이 거칠어지더니 전신에서 가공할 살기가 뻗어 나왔다.
 하나 흑의 서생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백의 소년을 향해서 담담한 음성을 내뱉었다.
 “소명! 너도 이것은 알아야 한다. 탐욕(貪慾)은 왕왕 그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을...”
 백의 소년은 제법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공자님. 저는 절대로 저 사람과 같이 재물에 눈이 멀지는 않을게요.”
 염평은 더 이상 참고 있을 수가 없었다.
 “이런 육시를 낼 놈들이...”
 그는 분노에 찬 노호성을 지르며 흑의 서생을 향해 덮쳐들었다.
 꽈르르릉--!
 그의 손이 번뜩였다 싶은 순간, 위맹한 도세(刀勢)가 폭포가 쏟아지듯 흑의 서생과 백의 소년을 덮쳤다.
 가공할 도광(刀光)이 천지를 뒤덮는 듯했다. 더구나 그 도세 속에는 엄청난 열기가 뿜어져 나와 금시라도 흑의 서생을 태워 버릴 듯하지 않는가?
 주위 십여 장 이내가 완전히 초열지옥(焦熱地獄)이 되어 버린 듯했다.
 그런데도 흑의 서생은커녕 백의 소년조차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다음 순간,
 우르르릉-- 우르르르르--
 벼락이 치는 듯 은은한 우렛소리와 함께 질풍 같은 공세가 뻗쳐 왔다.
 그 공격은 너무도 빠르고 신속하여 한 번 손을 움직인 것 같은데 이미 삼십여 번의 공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실로 너무도 가공할 광경이 아닌가?
 염평의 얼굴이 시커멓게 변했다. 사방이 온통 흑의 서생의 공세에 뒤덮임을 본 것이다.
 꽝! 꽈-꽝!
 벼락 치는 굉음과 함께,
 “으아아-악!”
 처절한 비명이 장중을 뒤흔들었다.
 피 분수가 터져 나왔다. 거의 동시에 하나의 인영이 훌훌 허공을 타고 날아가더니 삼 장 밖에 나가떨어졌다. 놀랍게도 그것은 염평이었다.
 그의 몸은 거의 피 떡이 되어 그 형상조차 제대로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의 주위에는 부러진 그의 전뢰보도(電雷寶刀)가 조각조각 널브러져 있었다.
 실로 너무도 빠르고 엄청난 공세가 아닐 수 없었다. 단 한 번의 손짓에 무림의 초절정고수인 전뢰도 염평이 혈구(血球)가 되어 날아가다니...
 흑의 서생은 언제 손을 썼느냐는 듯이 우수로 백의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너무나도 태연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소명! 어떠냐? 내 분뢰구환수(奔雷九環手)가?”
 백의 소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최고예요. 공자님!”
 흑의 서생은 백의 소년의 사과같이 발그레한 뺨을 툭툭 건드렸다.
 문득, 백의 소년은 무슨 생각이 난 듯 흑의 서생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참, 공자님! 대체 그 물건이 뭐길래 사람들이 이토록 기를 쓰고 뺏으려 할까요?”
 “글쎄... 구도회에서조차 노리는 것이라면 보통 물건이 아닌데... 하나 그것은 우리와 아무 관계도 없다. 우리는 임가장에 물건만 전해 주면 이 일과는 손을 끊자.”
 백의 소년은 황비룡이 건네준 물건이 무엇인지 몹시도 궁금했지만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약간 맥 빠진 음성으로 대답하며 흑의 서생의 뒤를 따라갔다.
 “예! 어차피 우리는 다른 일이 있으니...”
 
 
  第 3 章 中 州 雙 邪
 
 그것은 조그만 주루였다.
 노호령의 험한 고갯길이 거의 끝나 가는 관도와 이어진 부근에 위치한 그 주루는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로워 보였다. 흙으로 빚어 올린 토담 벽은 군데군데 허물어졌고, 주루 앞에 걸린 깃발은 뗏국물이 주르르 흘러 쓰여 있는 <주(酒)>자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석양(夕陽).
 한낮의 찌는 듯한 더위도 한결 가시고 제법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저녁 무렵이었다.
 주노이(周老二)는 주루 입구의 나무 의자에 앉아 뉘엿뉘엿 넘어가는 석양에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지겹게도 덥더니 이젠 좀 살 것 같구나.”
 주노이의 시선이 흘끗 주루의 안을 향했다.
 기름때에 전 나무 탁자가 몇 개 놓여 있는 그곳은 한산하기 이를 데 없었다.
 다만 주루의 한구석, 작은 창문이 뚫린 쪽에 상인(商人)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시고 있었다.
 잠시 그들을 바라보다 시선을 돌리던 주노이의 두 눈이 돌연 화등잔만 해졌다.
 석양의 붉은 노을을 받으며, 어느 사이엔가 장승같은 인영이 그의 앞에 우뚝 서 있었다.
 귀엽게 생긴 백의 소년을 뒤에 거느리고 묵묵히 선 그는 주위의 모든 풍경과 썩 잘 어울려 보였다. 그는 홀연히 나타났지만 이제 그가 그 자리에서 사라진다면 조화 있는 풍경은 깨지고 말 것 같았다.
 봉두난발의 흑의 서생, 그는 약간 무뚝뚝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술을 파오, 주인장?”
 동시에 그의 뒤에 서 있던 백의 소년도 눈을 반짝였다.
 “맛있는 완자탕도요.”
 주노이는 쭈글쭈글한 웃음과 함께 황급히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론이죠. 헤헤... 그리 좋은 술이라곤 할 수 없지만 목을 축이는 데는 그만이죠... 그리고 저의 집엔 꿩 고기로 만든 맛좋은 완자탕도 있읍죠.”
 흑의 서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노이의 옆을 스쳐 주루 안으로 들어섰다. 이어 그는 주루의 한가운데 있는 탁자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털썩 주저앉았다.
 “헤헤...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당신이 알아서 갖다 주시오.”
 흑의 서생의 뒤를 이어 백의 소년이 귀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완자탕도 잊지 마세요.”
 “헤헤... 잘 알았습니다. 귀여운 도련님...”
 허리가 꺾이도록 절을 한 주노이는 주방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흑의 서생은 시선을 들어 주루를 훑어보았다. 썰렁한 주루 안에는 두 명의 상인들이 음식을 먹는 소리만이 고적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얼마 후.
 한 투박한 손이 흑의 서생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 손은 마디가 거칠고 울퉁불퉁했으며, 손바닥에는 물론이고 손등에도 굳은살이 잔뜩 배어 있어 오랫동안 험한 고생을 한 사람의 손이었다.
 손은 지금 음식 쟁반을 잡고 있었다. 이어 약간의 소채(小菜)와 술병, 그리고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완자탕을 탁자에 올려놓고 손은 거두어졌다.
 손의 임자는 주노이였다. 주노이는 흑의 서생의 탁자에 술과 음식을 차려 놓은 다음 간사한 웃음을 띠며 입을 열었다.
 “헤헤... 맛있게 드십시오.”
 흑의 서생은 목이 몹시도 마른 듯했다.
 허기사 이렇게 푹푹 찌는 무더위 속을 걸어왔으니 누구든 목이 타지 않겠는가?
 그는 술을 한 잔 따라 번개같이 마시며 그 맛을 음미했다.
 이어 그는 점점 더 술을 빨리 잔에 따라 거푸 들이켜더니 나중에는 아예 병째 입으로 가져가 이내 단숨에 벌컥벌컥 다 마셔 버렸다.
 옆에서 이것을 보고 있던 주노이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주노이는 흑의 서생이 술을 너무 급히 먹다가 숨이 막힐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쿨룩! 쿨룩!”
 그토록 급하게 술을 들이켜던 흑의 서생은 사레가 걸렸는지 요란스럽게 기침을 해 댔다.
 이것을 보고 있던 백의 소년이 그의 등을 두드려 주며 종알거렸다.
 “공자님도... 술하고 여자는 되도록 이면 천천히 음미하는 게 좋다고 매일 말씀하시면서 무슨 술을 그리 급히 마십니까?”
 흑의 서생은 한참 동안이나 기침을 하더니 곧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소명! 하지만 때로는 그러고 싶지 않을 때도 있는 법이란다.”
 한쪽에서 이 기이한 주종(主從)을 바라보고 있던 두 상인은 다시 고개를 돌려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한데 문득 두 사람 중 우측에 앉은 약간 마른 상인이 술을 마시다 말고 의아한 듯 입을 열었다.
 “이보게, 장노삼(張老三). 한데 자네의 얼굴이 왜 그렇게 시커먼가?”
 이 말에 그의 앞에서 정신없이 술을 들이켜던 뚱뚱한 상인이 약간 멍청해졌다.
 “그게 무슨 말인가, 혁이(赫二)? 내 얼굴이 시커멓다니...”
 그는 중얼거리며 손으로 얼굴을 더듬었다.
 그러다가 문득 그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과연 그의 손이 시커멓게 변해 가는 것이 아닌가?
 “어, 왜 이렇지?”
 깜짝 놀라 고개를 들던 장노삼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혁이, 자네의 얼굴은 왜 또 그렇게 검은가?”
 “내가?”
 혁이가 의아한 듯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채 있었다.
 묵묵히 그들을 바라본 흑의 서생의 눈에서 기광이 뿌려졌다.
 장노삼과 혁이의 얼굴이 먹물을 바른 듯 시커멓게 변해 가는 것을 본 것이다.
 동시에,
 “이... 이상한데... 왜 이렇게... 모... 몸이...”
 “으... 도... 독(毒)이...다!”
 그들은 더듬거리다가 입에서 검붉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쿵! 쿵!
 “케... 에... 엑!”
 “크으으...!”
 그들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하며 바둥거리다가 삽시간에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실로 너무도 찰나간의 일인지라 백의 소년과 흑의 서생은 그 광경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고... 공자님! 저... 저 사람들...”
 백의 소년이 놀라 더듬거릴 때,
 “음... 무서운 화혈참혼독(化血斬魂毒)이군.”
 상인들의 몸이 순식간에 한 줌의 물로 변해 가는 것을 보고 있던 흑의 서생이 무겁게 탄식을 토해 냈다.
 “화혈참혼독은 무림삼대절독(武林三大絶毒)의 하나로 백여 년 동안 강호에 나타나지 않았던 것인데...”
 바로 그때였다.
 “흐흐흐... 과연 대단하군. 화혈참혼독을 한눈에 알아보다니...”
 어디선가 득의만면해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흑의 서생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만면에 인자한 미소를 짓고 그들을 바라보는 인물, 그는 바로 이곳 주루의 주인인 주노이가 아닌가? 그는 자상하게 웃으며 흑의 서생에게로 다가왔다.
 “자네도 화혈참혼독이 담긴 술을 마신 이상 일각(一刻)도 되기 전에 저런 꼴이 될 것이네.”
 과연, 흑의 서생의 얼굴이 검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무겁게 탄식했다.
 “우리는 초면인데 왜 내게 이런 독을 썼는지 모르겠소.”
 “다 이유가 있지.”
 주노이는 웃으며 얼굴을 쓰윽 문질렀다. 순간, 비쩍 마르고 얼굴에 세 가닥의 수염을 달고 있는 오순 늙은이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의 모습은 몹시 평범했다. 하나 눈빛이 날카롭고 입술이 유난히 얇은 것으로 보아 보통의 심기(心機)를 지닌 자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백의 소년이 그를 알아보고 소리쳤다.
 “아! 저 사람은 노호령의 주막에서 우리 옆자리에서 식사를 하던 청삼 노인이 아니에요?”
 과연, 주노이는 얼마 전 산 위에서 혈전쌍살에게 놀라 도망친 청삼 노인이었다.
 그는 얄팍한 입술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제법 영리한 꼬마로군. 하나 걱정하지 마라. 잠시 후면 너도 네 주인을 따라가게 해 줄 테니...”
 그의 어조는 비록 나직하고 점잖았지만 그 속에 담긴 뜻만은 잔인하고도 흉악한 것이었다.
 그때 주방에서 다시 한 인물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뚱뚱한 몸집과 얼굴에 개기름이 번지르르한 중년인이었다.
 그는 얼마나 살이 쪘는지 얼굴에 붙어 있는 눈이 거의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하나 거의 감긴 듯 살짝 찢어진 눈에서는 소름이 끼칠 만큼 예리한 광막이 번뜩이고 있어 그가 평범한 뚱뚱보가 아님을 말해 주고 있다.
 흑의 서생은 한눈에 그 뚱뚱보가 조금 전 청삼 노인과 함께 도망쳤던 뚱보 주인임을 알아보았다.
 “이제 보니 당신들은 서로 한 패였구려.”
 주방에서 걸어 나오던 뚱보 대한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흐흐... 그렇다. 사실 우리는 저 위에서 황비룡을 독살시키고 물건을 빼앗으려고 했지. 하나 그때 혈전쌍살이 나타나는 바람에 잠시 후퇴했던 것이다.”
 그가 웃자 가뜩이나 작은 눈이 감겨져 가느다란 실을 연상케 했다.
 뚱뚱보는 입을 쩍 벌려 싯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계속 웃었다.
 “흐흐... 우리는 산 밑에 내려와 네놈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지. 한데 네놈이 전뢰도 염평을 일수(一手)에 죽이는 것을 보고 웬만한 독으로써는 안 통하겠다 싶어 내가 아끼고 아꼈던 화혈참혼독을 사용한 것이다.”
 청삼 노인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인자한 목소리로 말을 받았다.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화혈참혼독은 무색무미(無色無味)하기 때문에 제아무리 절정고수라 할지라도 알아차릴 수가 없지 않나?”
 그의 음성은 비록 자상했으나, 아무도 그가 자상한 사람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동안에도 흑의 서생의 안색은 점점 시커멓게 변해 갔다.
 흑의 서생은 약간 힘겨운 듯 서서히 입을 열었다.
 “이제야 나도 당신들이 누구인지 알겠구려.”
 “헤헤... 우리가 누구인지 안다고?”
 “강호에 두 명의 살인귀(殺人鬼)가 있다는 말을 들었소. 당신들은 바로 중주쌍사(中州雙邪)가 아니오?”
 청삼 노인과 뚱뚱보의 얼굴에 뜻밖이라는 기색이 떠올랐다.
 “흐흐... 제법이군... 우리들을 알아보다니...”
 뚱뚱보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그렇다. 이 어르신이 바로 오독저두(五毒猪頭) 손결(孫潔)이다.”
 청삼 노인이 인자하게 웃으며 말을 받았다.
 “허허... 강호 동도들은 노부를 자면랑심(慈面狼心) 원충(袁沖)이라고 부른다네.”
 
 - 중주쌍사!
 그들은 잔악한 독심(毒心)과 독술(毒術)로 무림에 흉명을 떨치고 있는 흉인(兇人)들로서 북육성(北六省)에서는 지옥의 사신(死神)보다도 더 무서운 존재로 알려져 있었다.
 그들 중 오독저두 손결은 가공할 독술로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 해치우듯 하는 독마(毒魔)였다. 일전에 그는 자신의 비위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강북(江北)의 신검장(神劍莊)을 하룻밤 사이에 독으로 몰살시킨 적도 있었다.
 자면랑심 원충은 인자하게 생긴 얼굴 뒤에 사악하기 그지없는 심기와 간계를 지니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의 잔인한 흉심(兇心)과 독계(毒計)에 비명횡사한 무림인들의 수는 헤아릴 수 없으며, 오독저두 손결보다도 더욱더 악명을 떨치는 희대의 흉인이었다.
 
 흑의 서생은 다시 한 번 무겁게 탄식을 터뜨렸다.
 “보아하니 귀하들은 내 뒤를 훤히 밟아 오고 있었구려.”
 “흐흐... 물론이지.”
 오독저두 손결이 뚱뚱한 배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한데 네놈은 정체가 무엇이냐? 전뢰도 염평 같은 고수를 일격에 죽인 것으로 보아 무명소배 같지는 않은데...”
 흑의 서생은 이미 살기를 체념한 듯 고분고분 대답해 주었다.
 “나는 석중옥(石重玉)이라는 사람이고... 저 아이는 위지명(慰遲明)이라 하오.”
 오독저두 손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로서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나도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소.”
 흑의 서생이 치밀어 오르는 독기를 견디기 힘든 듯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엇이냐?”
 “대체 황비룡이 내게 준 물건이 무엇이오? 무슨 보물이기에 여러 사람들이 그토록 악착같이 노린단 말이오?”
 오독저두 손결이 흉소를 터뜨리며 두꺼비 같은 입술을 열었다.
 “흐흐... 곧 죽을 놈이 그런 걸 알아서 무엇하랴만... 소원이라면 말해 주지.”
 그는 개기름이 번질번질한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것은 빙백마혼주(氷魄魔魂珠)다!”
 “빙백마혼주?”
 흑의 서생, 석중옥이 뜻밖이라는 듯 두 눈을 반짝였다.
 “설산파(雪山派)의 지보(至寶)라는 그 빙백마혼주란 말이오?”
 “흐흣... 그렇다.”
 “한데... 약간 이상하구려.”
 “무엇이 이상하단 말이냐?”
 “빙백마혼주가 비록 천하의 기보(奇寶)라고는 하나 그것에서 뿜어 나오는 한기(寒氣) 때문에 음공(陰功)을 익히는 자 외에는 별로 필요도 없는데... 당신들은 무슨 개세(蓋世)의 음공이라도 익히기로 했단 말이오? 아니면 빙백마혼주에 아무도 모르는 또 다른 효능이라도 있다는 것이오?”
 오독저두 손결은 여유만만하게 뚱뚱한 몸을 흔들었다.
 “흐흐... 그러고 보니 네놈은 아직 그 소식을 듣지 못한 모양이로구나!”
 “무슨 소식 말이오?”
 “흐흐... 당금 무림을 온통 뒤흔들어 놓고 있는 종횡무영도(縱橫無影盜)의 장보도(藏寶圖) 사건도 모른단 말이냐?”
 “종횡무영도? 아니, 그럼 한백(寒魄)의 장보도가 세상에 나타났단 말이오?”
 석중옥의 흑발 사이로 번뜩이는 눈이 무섭게 반짝였다.
 
 종횡무영도(縱橫無影盜) 한백(寒魄)!
 실로 너무나도 놀라운 이름이 아닌가?
 그는 누구나가 인정하는 고금제일신투(古今第一神偸)였다.
 그는 그야말로 천하의 모든 것을 제 것처럼 털어 내고 다녔었다.
 백 년 전, 각파의 비전무공비급(秘傳武功秘笈)은 물론 온갖 기보들이 그의 출현과 아울러 귀신도 모르게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 천하의 모든 것이 내 손안에 있다!
 
 그는 광오한 외침을 토하며 환우지간(寰宇之間)을 거의 독보천하(獨步天下)했다.
 한데 어느 날부터인가 무림에서 신비스럽게 사라져 천하를 경악시켰지 않는가? 그로 인해 무림에 얼마나 많은 전설이 생겨났던가?
 
 - 종횡무영도의 종적을 찾는 자는 그가 훔친 모든 것을 얻으리라!
 - 그것은 능히 천하무적(天下無敵)으로 군림(君臨)할 수 있으리...!
 
 그런데...
 그런데 그 종횡무영도의 장보도가 나타나다니....
 
 석중옥은 계속해서 오독저두 손결에게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한데 그 종횡무영도의 장보도와 빙백마혼주가 무슨 상관이라도 있단 말이오?”
 “후훗... 상관이 있다 뿐이냐? 빙백마혼주를 가진 사람은 종횡무영도의 보물 중 오 분지 일을 가질 수가 있는데...”
 “그게 무슨 말이오?”
 손결은 마음이 느긋해져서 석중옥이 죽기 전에 마지막 아량을 베풀기라도 하려는 듯 입술에 침을 축이며 입을 열었다.
 “이 일은 원래 남궁검문(南宮劍門)에서 비롯되었다.”
 
  * * *
 
 남궁검문!
 남궁검문은 당금 천하의 최강세력인 강호육패(江湖六覇) 중의 하나로, 일부이회삼문(一府二會三門) 중 사천당문(四川唐門), 비환유문(飛環劉門)과 더불어 삼문으로 불리는 절대의 명가(名家)였다.
 또한 남궁검문은 자타가 공인하는 천하제일검문(天下第一劍門)이었다. 그들의 비전검법인 제왕검형(帝王劍形)은 백 년 무림사상 최강의 검법으로 알려져 있었다.
 더구나 당금(當今)의 가주(家主)인 신검(神劍) 남궁뢰(南宮雷)는 일명 환우제일검(寰宇第一劍)으로까지 불리는 절대의 검객이었다.
 한데, 당대 제일검수(第一劍手)로 알려진 신검 남궁뢰가 어느 날 우연히 황산(黃山)을 지나다가 어느 이름 모를 고동(古洞)에서 우연히 한 구의 백골(白骨)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때 백골의 손에 낡은 양피지가 쥐여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이것이 바로 종횡무영도 한백이 남긴 장보도였던 것이다.
 남궁뢰는 이 엄청난 기연(奇緣)에 뛸 듯이 기뻐하며 즉시 장보도가 가리키는 곳으로 가 보았다. 하나 종횡무영도의 장보도에 적혀 있는 곳은 천험(天險)의 절지(絶地)일 뿐 아니라 실로 가공할 기관매복으로 뒤덮여 있어, 도저히 그 자신만의 힘으로는 뚫고 들어갈 수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
 할 수 없이 남궁뢰는 다시 남궁검문으로 돌아와 무림에 엄청난 선포를 하기에 이르렀다.
 즉, 그 천험의 절지와 기관매복을 뚫을 수 있는 세 가지 물건 중 어느 하나라도 자신에게 가져오는 사람에게는 종횡무영도의 장보고에 함께 데려감은 물론이고, 그 엄청난 보물의 오 분지 일을 떼어 준다고 공약한 것이다. 그 세 가지 물건이란 다름 아닌 참홍뢰도(斬虹雷刀)와 열화굉천뢰(熱火轟天雷), 그리고 바로 빙백마혼주였다.
 보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물며 그것이 고금제일도(古今第一盜)인 종횡무영도의 기보(奇寶)와 무공비급인 바에야...
 그 즉시 이 삼대기보(三大奇寶)를 빼앗으려는 일대혈풍(一大血風)이 무림에 몰아쳤다.
 
 - 삼대기보를 뺏어라!
 - 삼대기보 중의 하나만 가져도 종횡무영도의 엄청난 보물 중 오 분지 일을 얻을 수 있다!
 
 보물에 눈이 먼 무림인들이 너무나도 강호로 뛰쳐나왔고, 곳곳에 피의 선풍이 불어닥쳤다.
 빙백마혼주도 원래는 설산파의 진산기보였는데, 남궁뢰가 삼대기보를 공포한 다음 날에 원인 모를 혈겁을 당해 설산파는 초토화(焦土化)되어 버렸고 빙백마혼주도 신비스럽게 실종되었던 것이다.
 한데, 그것이 다시 중조산의 노호령에 나타난 것이니...
 
  * * *
 
 문득 오독저두 손결의 긴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석중옥이 긴 탄식을 토해 냈다.
 “휴-! 아깝구나, 아까워.”
 손결은 어리둥절한 듯 조그만 눈을 크게 떴다.
 “너는 또 무엇이 아깝단 말이냐?”
 “그렇지 않소? 나는 일세(一世)의 기연(奇緣)을 품속에 넣고 있었으면서도 알지도 못하고 결국 당신들에게 넘겨주니...”
 이 말을 들은 오독저두 손결은 통쾌한 듯 뚱뚱한 배를 퉁퉁 두들겼다.
 “흐흐흐... 이것을 두고 재주는 곰이 부리고 이...하 - 흑!”
 갑자기 오독저두 손결은 두 눈을 허옇게 부릅뜨고 자면랑심 원충을 돌아보았다.
 “네... 네가...”
 그는 손을 들어 자면랑심 원충을 잡으려다 그냥 쓰러지고 말았다.
 그의 명문혈(命門穴)에는 어느새 큼직한 구멍이 뚫린 채 시뻘건 선혈이 분수처럼 솟아 나오고 있었다.
 “이득은 주인이 본다고 하지.”
 자면랑심 원충은 선혈로 얼룩진 자신의 손을 들여다보며 인자하게 웃었다. 하나 석중옥의 눈에는 그의 웃음이 천하에서 가장 추악한 것으로 느껴졌다.
 “자네는 확실히 저두일세. 내가 미쳤나? 오 분지 일도 억울한데 그것을 자네와 나누어 갖게...”
 자면랑심 원충은 득의양양하여 손결의 시체를 발로 툭 찼다.
 이것을 본 석중옥은 묵묵히 입을 열었다.
 “손결은 죽어 마땅하오. 그는 진즉에 알았어야 했는데...”
 원충의 세모꼴의 눈은 사악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자상한 미소가 어려 있었으나 눈가에는 살기가 감돌았다.
 “그게 무슨 말인가?”
 “그는 당신의 ‘낭심’이라는 외호가 거저 생긴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았어야 했소.”
 원충의 얼굴이 서서히 살기로 굳어졌다.
 “맞는 말이네. 그러니 자네가 그의 뒤를 따라가서 자세히 일러 주게.”
 그는 앞으로 걸어와서 석중옥의 품을 뒤지려고 허리를 굽혔다.
 그의 눈에는 석중옥이 이미 시체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그 순간,
 꽝!
 “으-악!”
 자면랑심 원충이 비명을 토해 내며 폭풍에 날리는 가랑잎처럼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그는 오공(五孔)으로 검붉은 피를 토하며 바닥에 사납게 내팽개쳐졌다.
 쿵!
 “크으으... 이... 이럴 수가...?”
 그의 입에서는 내장 부스러기가 꾸역꾸역 흘러나왔다.
 하나 그는 온몸을 찢는 듯한 고통보다 더한 경악에 사로잡혀 두 눈을 찢어질 듯 부릅떴다.
 아!
 먹물을 바른 듯 시커먼 얼굴로 쓰러질 듯하던 석중옥의 얼굴이 다시 원래의 색으로 되돌아오며 그가 태연히 일어나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주... 중독된 게 아니었구나?”
 석중옥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크으으... 어... 어찌 이럴 수가...? 화... 화혈참혼독은 금강불괴(金剛不壞)라도 견디지... 못하는 것인데...”
 자면랑심 원충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더듬거렸다.
 석중옥은 백의 소년, 위지명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어디에도 중독은커녕 다친 곳조차도 없어 보였다.
 그는 담담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화혈참혼독을 비롯한 무림삼대절독(武林三大絶毒)은 확실히 금강불괴라도 견딜 수 없지.”
 “그... 그런데 어째서...”
 “나는 애초에 화혈참혼독 따위엔 중독되지도 않았거든. 술을 마신 척하며 기침을 하면서 다시 다 내뱉어 버렸소.”
 자면랑심 원충의 얼굴은 이미 생기가 꺼져 가고 있었다. 석중옥의 일장(一掌)은 그의 오장육부를 완전히 박살 내 버린 것이다.
 하나 그는 심중의 의문을 풀기 전에는 눈을 감을 수 없다는 듯 사력을 다해 입을 열었다.
 “어, 어떻게 그럴 수가...?”
 “당신이 음식을 날아올 때 당신의 손을 보았지. 손등에 굳은살이 많이 배어 있더군. 일반인들은 아무리 고생을 해도 손등까지는 굳은살이 생기지는 않소. 오직 무림 고수만들만이 그렇지.”
 “.....!”
 “특히 철사장(鐵砂掌) 같은 외문장공(外門掌功)을 연마한 사람들이 그렇소. 아까 당신이 손결을 죽일 때 보니까 확실히 당신은 철사장을 연마했더군.”
 그는 자면랑심 원충을 뒤로하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바람 같은 한마디가 그 뒤를 이었다.
 “이런 외진 주루의 점원이 무림고수라니 이상하지 않소? 그래서 나는 당신이 음식에 수작을 부렸을 거라고 짐작을 했지.”
 자면랑심 원충은 그 말을 듣자 세모눈을 크게 뜨더니 푹 고개를 떨구었다.
 
 
 第 4 章 黃 衣 喇 嘛
 
 서서히 어둠이 짙어 가는 중조산 경내에 두 인영이 터벅터벅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흑의 서생과 백의 소년.
 봉두난발에 훤칠한 키의 흑의 서생은 바로 석중옥이었다. 백의 소년이 위지명인 것은 자명한 일.
 위지명은 석중옥의 뒤를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한데 그는 앞서 걷고 있는 석중옥을 향해 계속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가는 멈추곤 하였다.
 문득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걷고 있던 석중옥이 그를 돌아다보며 빙긋 웃었다.
 “녀석, 왜 물어보지 않느냐?”
 위지명은 흠칫 놀라 총기가 일렁이는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물어보았자 대답을 해 주시지 않을 게 뻔한데요?”
 “네가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
 “그럼 제가 물어보면 대답을 해 주시겠단 말씀이어요?”
 석중옥은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를 매달았다.
 “그렇다.”
 이 말에 위지명은 기뻐하기는커녕 오히려 의아심을 느꼈다.
 “공자님께선 이 일에 아무런 관심이 없으신 줄 알았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이번 일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정말이세요?”
 위지명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석중옥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나 안타깝게도 석중옥의 얼굴은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가려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녀석! 쓸데없는 생각은 말아라. 언젠가는 너도 내가 왜 이번 일에 흥미를 갖게 되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석중옥은 위지명의 머리를 주먹으로 가볍게 두들기며 말했다.
 위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명랑하게 웃었다.
 “그럼 묻겠어요. 신검 남궁뢰는 결코 평범한 인물이 아니지요?”
 “그렇다.”
 “남궁검문 또한 결코 평범한 집단이 아니에요.”
 석중옥은 그가 무엇을 묻고 싶은지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내색치 않고 빙긋 웃으며 계속 그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렇지. 비단 평범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남궁검문은 삼문 중에서도 제일로 치는 곳이지.”
 위지명은 그제야 깜찍하게 눈을 반짝이며 물어보았다.
 “남궁검문이 그렇게 대단하고 남궁뢰 또한 보통 인물이 아닌데 왜 자신이 직접 삼대기보를 찾지 않고 무림에 공포를 해서 번거로움을 자초한단 말입니까?”
 “그것은 그 외에는 달리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예?”
 위지명은 그게 무슨 말인지를 몰라 눈을 귀엽게 떴다.
 “빙백마혼주를 제외한 다른 두 가지는 사실 실제로 존재하는지의 여부도 확실치 않은 전설상(傳說上)의 기보들이지. 그런 것을 혼자 찾으려 하다가는 아마 남궁뢰가 늙어 죽을 때까지 돌아다녀도 아마 구경도 못 할 게다.”
 석중옥은 묵묵히 전면을 주시하며 담담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더구나 빙백마혼주가 비록 설산파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의 체면에 어찌 그것을 강제로 뺏을 수 있겠느냐? 결국 남궁뢰는 생각을 굴리다 못해 그런 편법(便法)을 이용한 것이다.”
 “아...! 그럼 그 참홍뢰도와 열화굉천뢰라는 것은 아주 엄청난 물건이겠군요.”
 “그렇다. 참홍뢰도는 우내육대중보(宇內六大重寶)의 하나로 천하에서 가장 날카로운 물건이지.”
 “우내육대중보요?”
 “그렇다. 그것은 무림인들이 꿈에도 갖고 싶어 하는 전설상의 신병(神兵)들이다.”
 석중옥은 우내육대중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 * *
 
 우내육대중보(宇內六大重寶)!
 그것은 상고(上古)에서 현금(現今)에 이르기까지 숱하게 만들어진 병기 중 가장 무서운 위력을 지닌 무기들이었다.
 그 가공할 위력을 어찌 필설로 형용할 수 있겠는가? 일명 무적육병(無敵六兵)이라고도 하는 이 우내육대중보는 그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번천지복(飜天地覆)할 신병들이었다.
 
 - 공손철검(公孫鐵劍)!
 외견상으로는 거무튀튀하고 볼품없는 초라한 철검이었다.
 하나 이 검이야말로 만병지왕(萬兵之王)이며 우내육대중보의 수위(首位)에 올라 있는 절대(絶對)의 신검(神劍)이었다.
 아직 아무도 본 사람은 없지만, 천하의 무엇으로도 공손철검에 대항할 수는 없다고 전해진다.
 
 - 참홍뢰도(斬虹雷刀)!
 이것은 전설상의 마중제일병(魔中第一兵)이었다. 공포의 뇌광(雷光)이 번뜩이는 순간, 그 안의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저주받은 마도(魔刀)인 것이다.
 
 - 파천필(破天筆)!
 그지없이 은은하고 그윽한 혈홍(血虹)빛 광채로 된 하나의 필(筆)이었다.
 하나 이것이 진한 홍하(紅霞)와 함께 용트림을 하는 날, 온 천하인들은 전율과 공포로 경악하고 말리라.
 
 - 풍운무적편(風雲無敵鞭)!
 하나의 길고 검은 채찍이다.
 그 무엇이든 스치기만 해도 부스러뜨리는 가공할 위력이 있으며, 한 번 휘두르면 태양이라도 사라지고 만다고까지 알려져 있었다.
 
 - 건곤이화창(乾坤離火槍)!
 한 자루의 평범한 창(槍)이지만 한 번 노하면 주위가 모조리 불바다로 변하고 만다. 설사 쇳덩이라도 건곤이화창의 열기 앞에는 녹아 버리고 만다고 한다.
 
 - 번천폭풍기(飜天暴風旗)!
 길이가 무려 삼 장에 달하는 거대한 깃발이다.
 이 번천폭풍기가 한 번 펄럭이는 날에는 하늘과 땅이 뒤바뀌고 말리다.
 
 우내육대중보는 무공을 익힌 무인(武人)들이라면 누구나가 꿈에서도 그리는 보물 중의 보물이었다. 하나 지난 백 년간, 이 여섯 개의 신병들은 강호 무림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 * *
 
 “우내육대중보는 모두 하나같이 천하를 뒤흔들 수 있는 병기들이지. 하나 그것들은 좀처럼 무림에 나타나지 않았다. 모르긴 해도 만일 참홍뢰도가 무림에 나타난다면 커다란 혈풍이 일어날 것이다.”
 위자명은 흥미진진한 듯 넋을 잃고 석중옥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계속 귀여운 입을 종알거렸다.
 “그럼 열화굉천뢰는요?”
 순간, 갑자기 석중옥의 안색이 약간 찌푸려졌다.
 “음,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다. 첨홍뢰도가 나타난 것까지만 해도 괜찮겠는데 만약 이 열화굉천뢰까지 나타난다면 무서운 일이 벌어지지.”
 위지명의 눈이 동그래졌다.
 “와! 그렇게 무서운 물건이에요?”
 “그렇다. 무림사상(武林史上) 최고의 위력을 지닌 화탄(火彈)이지. 알려진 바로는 이것이 터지면 반경 오십 장 이내가 완전히 초토화되고 백 장 이내의 모든 생명체가 몰살한다고 한다.”
 위지명은 입을 딱 벌렸다.
 “와... 엄청나군요.”
 “그 열화굉천뢰는 이백 년 전에 신화자(神火子) 요굉(姚宏)이 세 개를 만든 후 무림에 거의 절대적인 공포로 존재되고 있다. 당시 요굉은 열화굉천뢰 한 개로 자신에게 덤벼들던 백여 명의 고수들을 폭사(暴死)시킨 적이 있지. 그 후로 열화굉천뢰의 위력을 시험해 보려는 사람은 없었다.”
 석중옥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눈을 빛냈다.
 “열화굉천뢰는 없어져야 마땅할 마물(魔物)이다. 이번에 한백의 장보도 때문에 다시 무림에 나타난다면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말을 하며 걷고 있던 석중옥은 문득 이상한 느낌에 걸음을 멈추었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갑자기 느껴지지 않으면서 느닷없이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거 소나기가 올 것 같은데...’
 그의 생각이 미처 끝나기도 전,
 후두둑! 후두둑!
 바람이 거세어지면서 빗방울이 떨어지게 시작했다.
 “늦기 전에 어서 피해야겠군.”
 석중옥은 위지명의 팔을 잡고 신형을 날렸다.
 그 순간, 뇌성벽력이 진동하더니 주위가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꽈르르릉-!
 번쩍-!
 꽈광! 콰아아-!
 동시에,
 쏴아아아-!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참으로 거짓말 같은 자연의 변화였다.
 석중옥은 번개같이 몸을 날렸다. 그의 신형은 어찌나 빠른지 그저 희끗한 그림자만 나타내고 있었다.
 오륙십 장 떨어진 숲 속에 하나의 퇴락한 담장이 보였다. 가까이 가 보니 그곳은 버려진 지 오래되는 하나의 폐찰(廢刹)이었다.
 그 폐찰은 엉망진창으로 낡고 훼손되어 있었으나, 지금의 석중옥으로서는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지가 없었다.
 그는 우선 가장 튼튼해 보이는 대웅전(大雄殿)으로 몸을 날려 들어갔다. 가장 튼튼해 보인다고 했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가 보니 그곳에도 역시 비가 새고 있었다.
 쏴아아-!
 쏴쏴-아아아-!
 폭우 소리가 더욱 거세어지고 있어 금방이라도 온 세상을 떠내려 보낼 듯했다.
 문득 석중옥의 손에 이끌려 들어온 위지명은 이 대웅전 안에 있는 것이 자신들만이 아님을 깨달았다.
 대웅전 안은 반경이 오륙 장 정도 되었는데 그 안에는 이미 한 인물이 앉아 있었던 것이다. 바닥에는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아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조금도 내색치 않고 태연히 있었다.
 그곳에 앉아 있는 사람은 놀랍게도 몸집이 큰 황의 라마(黃衣喇嘛)였다.
 중원에서 라마승을 보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더구나 위지명은 라마승을 생전 처음 보는 터였다.
 자세히 보니 그는 왕방울 같은 눈에 사자 코, 큰 입에 얼굴빛은 돼지고기 빛깔처럼 시뻘겋고 푸르죽죽했다. 황의 라마의 앞에는 거무스름한 빛깔을 띤 커다란 목탁이 놓여 있었다.
 황의 라마는 위지명이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눈을 지그시 내리감고 있었다.
 석중옥은 한눈에 이 황의 라마가 범상치 않은 고수임을 깨달았다.
 하나 석중옥은 그가 자신들에게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앉아 있음을 보고 자신도 위지명을 끌고 한쪽 구석에 가 앉았다.
 위지명은 무언가 말하려 했으나 석중옥의 안색이 심상치 않음을 알고 가만히 있었다.
 쏴아아-
 밖에서는 계속 장대 같은 빗줄기가 퍼붓고 있었다.
 한데 문득 위지명은 황의 라마가 단순히 비를 피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그는 자신의 추측이 맞을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잠시 후,
 미친 듯이 퍼붓던 비는 어느새 그쳐 있었다. 언제 비가 내렸느냐는 듯 날씨는 쾌청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황의 라마는 일어설 기색이 없었다. 위지명은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깨달았다. 그는 단순히 비를 피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는 혹시 다른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닐까?
 그가 기다리는 사람은 누굴까?
 더구나 이상한 것은 석중옥조차 전혀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위지명은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고 석중옥에게 입을 열려고 했다.
 바로 그때였다.
 스-윽!
 어느새 나타났는지, 대웅전 입구로 한 인영이 들어서고 있지 않은가?
 눈부신 백의를 차려입은 이십 대 청년이었다. 마치 땅에서 솟아난 것처럼 그는 기척도 없이 나타났다. 위지명은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목구비가 청수하게 생겼고, 피부는 불그스름하면서도 하얗다. 눈꼬리는 길고 눈동자는 맑아 한눈에 보아도 총기 있는 청년 같았다.
 위지명은 그가 무척 깔끔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입고 있는 옷은 물론이고 신발에도 먼지 하나 묻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머리카락 한 올 한 올도 정성을 다해 뒤로 빗어 넘긴 것이다.
 머리를 아무렇게나 헝클어트린 석중옥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하나 위지명은 한 가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있었다.
 조금 전에 비가 온 탓에 밖의 땅은 흙탕물로 가득했다. 한데, 그 백의 청년은 분명 그 질탕한 흙탕물 속을 걸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몸에는 물론이고 신발에조차 조그만 오물 하나 묻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백의 청년은 번개같이 장내를 둘러보았다.
 그때 구석에 말없이 앉아 있던 황의 라마가 돌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커다란 목탁을 오른손에 든 채 백의 청년을 향해 걸어왔다.
 백의 청년은 얼굴에 화사한 미소를 띤 채 그를 바라보았다.
 황의 라마는 그의 앞에 우뚝 서서 입을 열었다.
 “귀하가 바로 백쾌당(百快黨)의 만상공자(萬象公子)요?”
 그의 한어(漢語)는 무척이나 유창했다.
 백의 청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본인이 백쾌당의 대외(對外) 책임을 맡고 있는 만상공자요.”
 그의 말은 무척이나 놀라운 것이었다.
 
 백쾌당(百快黨)!
 백쾌당은 전문적인 청부 단체(請負團體)였다.
 그들은 모든 일의 청부를 맡았다. 사람을 찾는 일, 물건을 운반하는 일, 사람을 보호하는 일...
 심지어는 살인 청부(殺人請負)까지도 서슴지 않고 수행하는 집단이었다.
 그들이 무림에 나타난 지는 채 십 년도 되지 않았지만, 그들은 그동안 단 한 번도 청부를 실패한 적이 없었다. 때문에 그들은 비록 강호육패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강호육패의 어떤 방파(幇派)보다도 대단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실정이었다.
 하나, 그들의 조직(組織)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그들의 우두머리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무림에 알려진 백쾌당의 유일한 인물은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만상공자!
 그가 백쾌당에서 어느 정도의 지위에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그 하나만 보아도 백쾌당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가공할 무공과 엄청난 지략, 그리고 온통 신비(神秘)로 점철된 인물이 바로 만상공자인 것이다.
 
 황의 라마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반갑소. 본승은 오극찰(烏克察)이라 하오.”
 만상공자는 만면에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소생은 포달랍궁(包達拉宮)의 사대존자(四大尊子) 중에 무공이 고강하고 지모가 탁월한 존자 한 분이 계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소. 귀승께서 바로 그 황룡존자(黃龍尊子)가 아니시오?”
 황의 라마는 약간 흠칫한 기색으로 그를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렇소. 소승이 바로 황룡존자요.”
 이 말에 석중옥의 안색이 가볍게 변했다.
 
 포달랍궁!
 그곳은 다름 아닌 서역(西域) 밀종(密宗)의 대본산(大本山)이 아닌가?
 그곳에 있는 라마들은 고수 아닌 자가 없고 그들의 무공은 하나같이 고심막측하기 그지없다고 한다. 더구나 사대존자라면 포달랍궁에서도 달라이 대법왕(大法王)을 수호하고 있는 엄청난 신분의 고수들이었다.
 한데 그 사대존자 중의 한 사람이 중원에 나타나다니...
 대체 무슨 이유에서란 말인가?
 
 황룡존자 오찰극은 침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한데 일전에 소승이 귀 당에 부탁한 일은 어찌 되었소?”
 “하하... 귀 궁의 반역자인 단리종요(段里宗遼)의 행방 말씀이오?”
 “그렇소.”
 “본 백쾌당은 아직까지 맡은 일은 이루지 못한 적이 없소. 더구나 사람을 찾는 일은 본 당의 특기이니 그 일은 당연히 해결되었소.”
 황룡존자 오찰극은 반색을 지었다.
 “그는 지금 어디에 있소?”
 하나 만상공자는 싱긋 웃으며 태연히 입을 열었다.
 “본 당의 규칙은 선불(先拂)을 원칙으로 하고 있소.”
 “물건부터 보자는 말이오?”
 만상공자는 계속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찰극은 잠시 망설였으나 백쾌당의 신용이 천하제일이라는 소문을 들었는지라 할 수 없이 품속에 작은 옥갑을 꺼내 들었다.
 그는 그것을 만상공자에게 던져 주었다. 만상공자는 천천히 옥갑의 뚜껑을 열었다. 순간, 휘황찬란한 광채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 안에는 열 개의 진귀한 묘안석(猫眼石)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좋소.”
 만상공자는 이내 옥갑의 뚜껑을 닫고 그것을 품속에 집어넣었다.
 “단리종요는 오 년 전 중원(中原)으로 들어와 이름과 신분을 바꾸었소.”
 “......!”
 “지금 그는 아주 유명한 사람이 되었소. 중원인이라면 누구나 그를 알고 있을 정도요.”
 “대체 그는 어디에 있소?”
 오찰극이 궁금함을 참기 어려운 듯 성급하게 물었다.
 “그는 오 년 전 단신으로 녹림(綠林)으로 쳐들어가 당시 녹림의 총표파자(總鏢巴子)였던 흑풍마자(黑風魔子)를 죽이고 녹림을 장악했소.”
 이 말에 오찰극은 깜짝 놀랐다.
 “아니 그럼 그가 지금 녹림의 총표파자가 되어 있단 말이오?”
 “그렇소. 당금의 녹림맹주(綠林盟主)인 녹림마군자(綠林魔君子) 단요종(端遼宗)이 바로 단리종요의 화신(化身)이오.”
 오찰극의 안색이 무겁게 굳어졌다.
 
 녹림마군자 단요종.
 그는 오 년 전, 무림에 혜성같이 나타나 일대거마(一代巨魔)였던 흑풍마자를 죽이고 녹림맹주가 된 일대의 풍운아(風雲兒)였다.
 당시의 일은 일대쾌사(一大快事)로서 사람들의 입에 길이 오르내렸었다.
 더구나, 녹림마군자 단요종은 강직한 성품과 기개로써 무림인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던 호걸이었다. 한데 그런 그가 서장의 포달랍궁의 반도(叛徒)라니...
 
 오찰극의 안색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단요종이 녹림맹주인 이상 그를 자신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잡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만상공자도 이 사실을 짐작했던지 안됐다는 듯 혀를 찼다.
 “대사 혼자의 힘으로 그를 잡기는 힘들 테니 본 공자도 안타깝게 생각하는 바이오.”
 오찰극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그러다가 문득 그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만상공자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소승이 알기로는 백쾌당에서는 무슨 청부든 거절하는 법이 없다고 들었소.”
 “그렇소. 조건만 맞는다면 본당에서는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소.”
 오찰극의 얼굴에 일말의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혹시 사람을 죽이거나 납치하는 일도 할 수 있소?”
 “물론이오.”
 오찰극은 희색이 만면하여 황급히 말했다.
 “그렇다면 단요종을 납치해 주시오. 사례는 얼마든지 드릴 테니...”
 만상공자는 그제야 그의 속셈을 안 듯 빙그레 웃었다.
 “그를 죽이지 않고 납치만 해 오란 말씀이오?”
 “바로 그렇소.”
 만상공자는 정색을 하며 입을 열었다.
 “단요종이 비록 녹림맹주라고는 하나 본당에서는 들어온 청부를 거절한 적이 없소. 하나 청부를 맡기 전에 가격을 결정해야겠소.”
 그 말을 듣자 오찰극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연방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공자께서 이 일을 맡아 주시겠다니 우선 소승이 대법왕을 대신하여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가격은 얼마라도 좋으니 어서 말씀해 주시오.”
 어느새 말투마저 공손하게 변했다.
 만상공자는 오찰극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정말 어떤 것이라도 지불할 용의가 있겠소?”
 오찰극은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는 듯 즉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소승은 아직 단 한 번도 입 밖에 내뱉은 말을 실언(失言)한 적이 없소이다.”
 이때, 그동안 그 광경을 묵묵히 보고 있던 석중옥이 나직이 탄식을 터뜨렸다.
 “과연 만상공자는 소문처럼 무서운 사람이군.”
 이 말에 위지명은 그동안 참았던 말문을 열듯 급히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는 이미 오찰극을 함정에 빠뜨렸다.”
 그러나 위지명은 어리둥절하며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대체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군요.”
 석중옥은 빙긋 웃으며 그의 머리를 툭툭 쳤다.
 “그렇다면 잠자코 그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 보아라.”
 이때 만상공자가 입을 열었다.
 “청부를 맡는 대신 선사의 그 목탁(木鐸)을 내게 주시오. 소생은 그 목탁이 몹시도 갖고 싶소이다.”
 듣고 보니 우스운 이야기였다.
 하잘것없는 목탁과 무림의 초절정고수인 녹림마군자 단요종의 몸을 바꾸겠다니...
 위지명은 만상공자의 정신 상태가 의심스럽기조차 했다.
 그러나 더욱 뜻밖의 일은 오찰극의 태도였다. 곧 기뻐 날뛰며 교환 조건에 응할 줄 알았던 오찰극이 돌연 얼굴에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억지로 웃으며 입을 열었다.
 “공자도 사람을 웃기는군요? 변변치 않은 목탁이 무슨 가치가 있다고 달라고 하십니까? 정녕 그렇다면 소승이 대법왕으로부터 하사받은 팔보옥첩(八寶玉牒)을 대가로 내놓겠습니다.”
 말을 마치자 그는 품속에 손을 넣어 팔보옥첩을 꺼내려 했다.
 팔보옥첩은 포달랍궁의 진산보물로, 공적(功積)이 뛰어난 라마에게 달라이 대법왕이 친히 하사하는 기진이보(奇珍異寶)였다. 더욱이 이것을 가지고 있으면 백독불침(百毒不侵)이 된다고 하는 신물(神物) 중의 신물이었다.
 그런 팔보옥첩을 보잘것없는 목탁 대신 내놓겠다니 실로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나 더욱더 이상한 것은 이러한 보물을 주겠다는데도 만상공자가 끝내 고개를 가로저었다는 것이다. 그는 손을 들어 오찰극이 보물을 꺼내려는 것을 가로막았다.
 “잠깐만... 팔보옥첩으로 말하자면 대사께서 대법왕으로부터 친히 하사받은 물건인데 어찌 가벼이 남에게 줄 수 있겠소? 그리고 본 공자는 남의 귀중한 물건을 탐내지 않소이다. 본 공자는 다만 그 목탁을 주시는 것으로 만족하겠소.”
 이렇게 되자, 위지명은 더욱 의혹을 참지 못하고 석중옥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무리 보아도 저 목탁은 무슨 진기한 물건 같지 않은 것 같은데... 어째서 저 뚱보 라마가 저토록 망설이는 걸까요?”
 석중옥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저것은 비록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잘것없는 목탁으로 보일지는 모르지만 라마들에게 있어서는 목숨보다도 더 귀중한 것이다.”
 “왜 그렇지요?”
 “그것은 라마들이 대법왕으로부터 선사받은 그들의 제 이(第二)의 생명(生命)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지. 말하자면 목탁은 관인(官印)과 마찬가지이다. 포달랍궁의 라마들은 누구라도 그 목탁을 잃어버리거나 깨뜨려 버렸을 때는 그들의 생명 또한 끝장이 나는 것이다.”
 위지명은 신기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말하면 그들은 목탁에 살고 목탁과 함께 죽는 것이군요.”
 “그렇다. 목탁을 갖지 않고 포달랍궁으로 돌아가면 그들은 교중(敎中)의 신분을 잃게 된다. 자칫하면 반교(叛敎)라는 누명을 쓰고 목숨마저 잃게 되지. 그러니 그가 어찌 그것을 남에게 주겠느냐?”
 “그러고 보니 저 만상공자도 대단한 사람이군요. 말 몇 마디로 상대방을 꼼짝도 못하게 만들었으니 말이에요.”
 석중옥은 그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오찰극을 바라보았다.
 오찰극은 몹시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차마 포달랍궁의 비밀을 만상공자에게 말할 수도 없고 해서 혼자서 깊은 시름에 젖어 있었다.
 이윽고 그는 무거운 입을 열었다.
 “미안하지만 공자의 그와 같은 조건에 응할 수는 없소. 공자께선 다른 조건을 말해 보시오.”
 만상공자는 시치미를 딱 떼고 미소를 지었다.
 “하하... 내가 알기로 단요종은 귀궁에서 제일기보(第一奇寶)인 탈명금마경(奪明金魔鏡)을 훔쳐 달아난 것으로 알고 있소. 그런데 그깟 목탁 하나가 탈명금마경보다도 더 중요하단 말이오?”
 이 말에 오찰극은 대경실색했다.
 “고... 공자가 어찌 그 사실을...”
 그것은 포달랍궁 최대의 비밀이었다.
 
 탈명금마경(奪明金魔鏡)!
 이것은 하나의 작은 거울이었다.
 하나 이것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누구도 이것을 우습게 여기지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포달랍궁 최대의 기보(奇寶)이며, 가공할 마병(魔兵)이었기 때문이다.
 탈명금마경의 비밀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 공포적인 위력을 의심하는 사람 또한 아무도 없었다.
 
 오찰극은 침통한 음성으로 무겁게 입을 열었다.
 “과연 백쾌당의 만상공자가 강호의 대소사(大小事)에 관한한 무불통지(無不通知)라는 소문은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구려. 하나, 소승에게는 부득이한 고충이 있소이다. 공자는 하필이면 소승에게 어려운 청(請)을 하시오? 그러지 말고 팔보옥첩과...”
 만상공자는 그 말을 듣자 약간 쌀쌀하게 말했다.
 “소생은 남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소이다. 선사께서 교환 조건에 응하실 생각이 없다면 당장 이 이야기는 그만둡시다.”
 말을 마치자 그는 돌아서서 신형을 옮기려 했다.
 “잠깐만!”
 오찰극이 당황한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그러고는 약간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귀하의 뜻은 소승의 목탁을 달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청부를 받지 않겠다는 계략을 꾸미는 데 있는 것 같구려.”
 “소생이 어찌 그런 생각을 하겠소? 본당에서는 아직까지 들어온 청부를 사양한 적이 없소. 하나 피차간에 조건이 맞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일, 선사께서는 지레짐작을 버리고 다시 생각해 보시기 바라오.”
 오찰극은 이맛살을 잔뜩 찌푸렸다.
 “귀하는 기어코 목탁을 받을 작정이오?”
 “그런 말은 더 물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오.”
 만상공자의 말은 쌀쌀하기 그지없었다.
 위지명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석중옥을 바라보며 조그맣게 소곤거렸다.
 “보아하니 그 단요종이라는 사람은 굉장한 고수인가 보군요?”
 석중옥은 그를 쳐다보았다.
 “녀석, 또 무슨 말을 묻고 싶은 게냐?”
 위지명은 흑백이 분명한 두 눈을 떼구르르 굴리며 귀엽게 웃었다.
 “천하에 위명이 자자한 백쾌당에서조차 그를 건드리는 것을 꺼려하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에요.”
 석중옥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백쾌당에서 꺼려하는 것은 단요종이 아니다.”
 “예?”
 “백쾌당에서 두려워하는 것은 그가 아니라 그의 친구들이다.”
 “그의 친구들이라뇨?”
 “단요종은 무림에서 의리(義理)가 대단한 호걸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러니 그에게 어찌 친구가 없겠느냐?”
 석중옥은 헝클어진 흑발 사이로 고요하게 가라앉은 두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더구나 그의 친구들 중 한 사람은 백쾌당에서조차 겁내고 있는 인물이지.”
 위지명은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급히 물었다.
 “누굽니까? 그 대단한 친구가?”
 “예로부터 강호에 전해지는 두 마디 말이 있는데 들어 보았느냐?”
 석중옥이 엉뚱한 말을 꺼냈다.
 “무슨 말인데요?”
 “천금일낙(千金一諾) 강수서류(江水西流)라는 말이다.”
 “그게 무슨 뜻인데요?”
 “앞말은 그 사람의 신용(信用)을 나타내고 뒷말은 그 사람의 힘을 나타내는 것이다.”
 위지명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그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면 강물의 방향도 변경시킬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다.”
 “그가 누군데요?”
 “묵운편(墨雲鞭) 사마진평(司馬眞平)!”
 위지명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렸다.
 “아! 친구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끼지 않는다는 천하제일의 호한(豪漢), 사마진평 말입니까?”
 “그렇다.”
 그제야 위지명은 백쾌당이 단요종을 건드리려 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묵운편 사마진평!
 당금 무림에서 누가 그를 모르겠는가?
 한 자루 거무튀튀한 채찍을 휘두르며 천하를 주름잡는 일대(一大)의 고수(高手)를...
 사마진평은 당금무림의 최절정고수인 칠대명인(七大名人) 중의 한 사람이었다. 더구나 그는 약속을 목숨보다 중히 여기고, 악(惡)을 원수처럼 미워하는 철담협골(鐵膽俠骨)로 더욱 유명했다.
 때문에 무림인이라면 누구나가 그와 친구로 사귀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런 사마진평이니 백쾌당에서도 쉽사리 건드릴 수는 없었던 것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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