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꺄악!!!
레베카 수녀는 돌발적인 비명소리에 번뜩 눈을 떴다.
지방 정부의 위탁을 받아서 천주교 재단 마리아수녀회에서 운영하는 꿈나무 학교는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위한 곳이었다.
이곳의 아이들은 중학생이 되고 사춘기를 거치면서 부모가 없다는 것 때문에 상당수가 빗나가고 비행을 저지르곤 하였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일어난 레베카는 성호를 긋고, 기도를 짧게 한 후에 얼른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갔다.
잠옷을 입은 여자 아이가 하나가 하얗게 질린채 현관앞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을 본 레베카는 얼른 아이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냐? 준희야?”
아이는 상당히 겁에 질린 목소리로 손가락으로 현관 앞을 가리키면서 소리쳤다.
“피요! 피!”
“피?”
레베카는 살짝 떠는 준희의 어깨에 손을 살짝 얹으면서 그녀의 시선이 머문 곳을 보았다.
피투성이가 된 채 축구공을 가슴에 꽉 품고 있는 남자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레베카의 머리속에는 꿈나무 학교의 어린 남자 아이들이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입에서 저절로 짧은 비명이 터져나왔다.
“아이쿠···.”
또 누가 사고를 친 걸까.
준희를 살짝 밀치고 얼른 나가서 아이를 살폈다.
하지만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꿈나무 학교의 아이가 아니었다.
“준희야. 내 휴대폰 좀 가지고 오너라.”
“119 신고해야죠?”
양준희가 똑부러지게 말하자, 레베카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준희가 부리나케 안으로 들어간 사이에 레베카는 아이의 상태를 살폈다.
숨은 매우 미약했고, 의식은 전혀 없었다.
이런 위중한 상황인데 축구공은 절대로 놓치 않을 것처럼 꽉 안고 있었다.
빼려고 했지만 도무지 뺄 수가 없었다.
'도대체 무슨 공이길래?'
그녀는 의구심을 가졌지만, 다급한 마음이 앞섰다.
도심과는 제법 멀리 떨어진 곳이고, 외진 곳이라 고작 10살 남짓한 아이가 여기까지 걸어온다는 건 아주 어려운 일었다.
헐떡이며 뛰어오는 준희.
그녀는 재빨리 핸드폰을 내밀면서 말했다.
“수녀님! 119 눌렀어요.”
“잘했다.”
다급한 마음과는 다르게 그녀는 차분하게 양준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얼른 휴대폰을 귀에 대었다.
“119죠!! 여기 응암산에 있는 꿈나무 학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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