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어서와요, 무림식당

01-천산의 객잔?

2022.03.11 조회 45,964 추천 636


 천산하면 떠오르는 곳은 다름 아닌 천산마교일 것이다.
 
 그렇지만 천산이 정말 마교의 구역인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곤륜이 더욱 엄중히 관리하는 구역이 천산이었으니 말이다.
 
 하나, 완전히 곤륜의 구역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천산과 같은 경우 곤륜과 마교가 각각 중립을 표방하는 중립지대와 마찬가지기에 함부로 누구 구역이라 콕 짚어 말할 수 없음이었다.
 
 이렇다 보니 천산은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암묵적 경계선이었다.
 
 정파이든 마도이든, 누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지역.
 
 이렇다 보니 천산에는 마도나 정파 상관없는 세력의 거물이 은퇴하고 거주하기에 안성맞춤이었고. 어느새 몸을 숨기려는 이들이 몸을 의탁하려거나, 혹은 천산의 거주하는 은거기인에게 무공 몇 수를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유명지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허억! 허어억!”
 
 소녀의 경우는 전자에 가까웠다.
 
 몸을 의탁, 아니 피난을 위한 일종의 대피장소와 같을 것이다.
 
 숨을 헐떡이는 소녀의 상태는 위중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낯빛에서 혈색이 돌지 않다 못해 백지장처럼 창백하였으며. 식은땀을 연달아 흘리고 있는 것이 딱 보아도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소녀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조, 조금이라도 운기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천산은 물론 은거기인도 많지만. 적에게서 몸을 숨기기 위해 모습을 감춘 이들도 많았다.
 
 그들 중에는 여러모로 악명을 날린 사마외도의 마두도 있었으며, 영성을 갖춘 영물과 요괴 따위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였다!
 
 즉, 실력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은거조차 할 수 없는 가혹한 산이라 할 수 있었으며, 소녀와 같이 어린아이에게도 몹쓸 짓을 할 이들이 널리고 널린 곳이라 할 수 있었다.
 
 이런 곳에서 적당한 은신처 하나 없이 몸을 다스린다는 것은, 나 죽여 달라 말하는 것과 동의어였고 말이다.
 
 “으윽!!”
 
 알고 있는 것과 몸이 따라주는 건 전혀 다른 일임을 증명하는 것처럼. 소녀의 몸은 허물어지듯 무너졌다.
 
 걸어야 한다는 것을 아는데! 안전한 은신처를 찾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몸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으으으···.”
 
 소녀는 억울하였다.
 
 결국 자신의 한계는 이 정도였나 싶었고. 원수를 하늘 아래에 두고 이대로 모든 게 끝나는 건가 싶어서-!
 
 “어, 엄마···.”
 
 나이에 맞지 않는 어른스러운 분위기와 달리 역시 아이인 따름일까.
 
 소녀는 결국 불합리한 현실에 눈물을 보였다.
 
 볼을 타고 천천히 흐르는 뜨거운 눈물이 땅을 적시며, 소녀는 결국 손을 뻗었다.
 
 누구라도 좋다!
 
 인생이든 뭐든, 전부를 줄 수도 있으니 제발···!!
 
 “도, 도와주세요···!”
 
 그게 소녀가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쥐어짠 외침이었다.
 
 물론, 숲과 나무 따위밖에 없는 산속에서 소녀의 말을 들어줄 사람은 애초에 없겠-.
 
 “-괜찮니?”
 “······?”
 “많이 다친 것 같은데···. 병원이라도 데리고 가야 하나?”
 “···???”
 
 소녀는 눈만 껌뻑거릴 따름이었다.
 
 ·········
 ·········
 
 북궁린은 주변을 둘러보며 계속 흠칫거렸다.
 
 ‘여기는 대체···?!’
 
 처음 보는 양식의 건물이었다.
 
 북해빙궁의 후계로 태어나, 황족 못지않은 생활을 영위한 그녀였으나, 여기는 지금껏 보았던 그 어떤 시설보다 격이 높았다.
 
 ‘이토록 푹신하고 안락한 의자라니? 금화를 대체 몇 개나 줘야 살 수 있을까? 그리고 저건 유리지?’
 
 유리는 고급품이다.
 
 궁에도 제법 있긴 있었다.
 
 그러나 저토록 투명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았다.
 
 ‘유리잔과 유리문. 유리로 된 게 이렇게 많다니, 이곳은 대체···.’
 
 생각이 이어지기 전. 남성이 다가왔다.
 
 “자, 일단 다친 곳 소독하고. 약 바르자. 붕대도 있다.”
 “그, 그게···.”
 “아, 여자 몸에 손대는 건 실례겠지? 내가 배려를 못했네. 그럼 이거 쓰는 방법만 좀 알려줄게. 이건 소독약인데, 이걸로 상처 부위 깔끔하게 닦아주고. 이거 연고 바른 다음, 밴드 붙이면···.”
 “···저, 저기.”
 “응?”
 “호, 혹시 괜찮다면,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을까요?”
 “여기? 평범한 식당인데.”
 “시, 식당(食堂) 말입니까? 객잔이란 말씀이십니까!?”
 “객잔? 아아, 맞네. 따지고 보면 그렇게 볼 수 있지.”
 “그럴 수가···!”
 
 차라리 고관대작이나 황실의 안가(安家)가 아닐까 의심하였는데, 그런 것이 아니라 일반 객잔이라고!?
 
 ‘이를 믿어야 하는 건가?’
 
 혼란스러워하는 북궁린은 더더욱 아리송한 표정을 지을 따름이었다.
 
 * * *
 
 얼마나 더 놀랄 게 남은 걸까?
 
 ‘어찌 이런 금창약이 존재할 수 있지?’
 
 연고라 하였던가?
 
 바르자마자 빠르게 피부와 상처에 흡수되어 그녀를 괴롭히던 통증을 덜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생전 처음 보는 부드럽고도 질긴 붕대는 그녀의 상처를 동여매어주었고.
 
 “좀 괜찮아?”
 “가, 감사합니다, 은공! 덕분에 몸을 추릴 수 있었습니다.”
 “은공은 무슨. 어린애가 다쳤는데 도와주는 게 당연한 거지. 신경 쓰지 마.”
 “···전 어리지 않습니다.”
 “으음? 아아, 미안미안. 애 취급하지 말라는 거지? 하긴 요즘 중학생 정도면 다 큰 거겠지, 하하!”
 “······.”
 
 왠지 애 취급을 당하는 것 같은 상황에 그녀의 볼이 살짝 부풀려졌다.
 
 고마운 은인이지만. 무례한 사람이라고 여겨질 쯤, 그녀의 배가 눈치 없이 울렸다.
 
 꼬르륵!
 
 “···!!?”
 “배고프니?”
 “······.”
 “부끄러워하지 마.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그녀의 얼굴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붉어졌다.
 
 왜 하필 지금 배가 울려서!
 
 ‘은공이 나를 어떻게 보겠어!’
 
 그러한 부끄러움이 밀려오며 고개가 점차 숙여지는 그녀에게, 은공은.
 
 “잠깐 기다려. 오늘 해놓은 게···. 아, 마침 혼자 먹을 정도는 되겠다.”
 “아니, 무슨?”
 “기다려봐. 날씨도 추운데 따뜻한 거 먹여줄게.”
 “?”
 
 은공은 개방된 주방 안으로 들어가 천천히 무언가를 하기 시작했다.
 
 화르륵!
 
 ‘사, 삼매진화!?’
 
 갑자기 솟구치는 불길.
 
 그러나 안정적이고 전혀 위험해보이지 않는 불길이었다.
 
 ‘고, 고수!’
 
 생각해 보니 이 험난한 천산에서 생활하고 계신 분이다.
 
 수많은 은거기인이 즐비한 산에서 객잔을 열 정도면 엄청난 고수라는 것은 당연한 사실!
 
 ‘하! 내가 왜 이런 기본적인 것을 떠올리지 못하여서!’
 
 솔직히 밋밋한 태양혈을 보고 그냥 일반인이라고 오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태양혈과 기파조차 숨기는 고수이지 않은가!
 
 ‘내가 만약 무례하게 대했다면···. 하아, 정신 차리자 북궁린. 방심은 화를 부른다.’
 
 멍청했던 과거의 자신을 타이르던 북궁린이었으나, 일순 공기 중으로 퍼지는 담백한 향기에 몸이 절로 반응하고 말았다.
 
 ‘이건?’
 
 꿀꺽!
 
 너무 좋은 냄새였다.
 
 절로 식욕을 자극하는 구수하고도 담백한!
 
 대체 무엇을 만드시는 거지?
 
 “자, 오래 기다렸지. 한번 먹어봐.”
 “으, 은공. 이, 이것은?”
 “고기국수야. 최근 요리 영상 보다가 한번 만들어본 건데. 한번 맛이나 봐.”
 “······.”
 “다른 손님들은 맛있다고 하더라. 네 입맛에도 맞으면 좋겠네.”
 “저, 저는 돈이···.”
 “됐어. 내가 아무리 장사치라도 코 묻은 돈 안 뺏는다.”
 “저, 저는 아이가!”
 “국수 식는다.”
 “······가, 감사히 먹겠습니다.”
 
 어린애 취급하는 것에 발끈하였지만. 이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보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도, 돈육(豚肉)인가? 돈육은 냄새가 많이 나던데, 이건 그렇지가 않구나.’
 
 투명하고도 진한 육수와 탐스러운 면발. 그리고 그 위를 장식한 푸짐한 돼지고기 등이 탐스럽기 그지없었다.
 
 북궁린은 뱃속을 울리는 신호에 더는 참지 못하고 국수를 후루룩 먹었다.
 
 그리고···!
 
 “아···!”
 
 혀가 인식하고. 뇌가 말한다.
 
 ‘어떻게 이런 맛이!!?’
 
 맛있다!
 
 그 이상의 말이 더 필요 없을 정도로 맛있다!
 
 ‘면이 이토록 쫄깃하고 맛있다니···!’
 
 일반적인 면과 다를 바도 없는데, 어떻게 이리도 맛있단 말인가!
 
 그러나 면보다 더 놀라운 것은 돈육이었다.
 
 ‘이건 정녕 돈육이란 말인가? 어떻게 이렇게 부드럽고 향긋한 것이지?’
 
 가축 특유의 악취를 각오했거늘, 악취는커녕 향기롭기까지 하였다.
 
 또한 질기지 않고. 씹는 순간 눈처럼 녹아내리는 부드러운 육질에 놀랄 뿐이었다.
 
 어떻게 이런 맛이!?
 
 하나 진정으로 놀라운 것은 국물을 먹을 때였다.
 
 “으음!”
 
 감칠맛! 압도적인 감칠맛이 황홀하기까지 하였다.
 
 그녀는 자신이 부끄러운 소리를 내었다는 것을 깨닫지도 못하며, 계속 소리를 내었다.
 
 그 정도로 너무 맛있었다.
 
 ‘궁에서도, 중원에서도, 이런 맛은 느낀 적이 없어. 황실조차 이런 맛을 내는 숙수가 없을 거야!’
 
 과거 전직 황실 숙수가 일한다는 객잔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던 그녀였다.
 
 그렇기에 확신한다.
 
 황실 숙수를 압도하다 못해, 천상을 오르는 맛이라고!
 
 그렇게 국수를 모두 먹고···!
 
 “면 더 줄까?”
 “네, 네에!”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네.”
 “헤헤~!”
 
 그녀는 정말 아이처럼 헤실거리고 말았다.

작가의 말

오랜만에 글 올리는 것 같네요.

요리하거나 판타지에서 요리하는 소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하다가 그냥 무림에서 요리를 하는 소설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단 반응을 보고 계속 쓰던지 해야겠지만, 잘 봐주시길 바랍니다.

 

댓글(29)

g2**************    
잘보고갑니다 작가님
2022.03.15 11:10
모히ㅡ    
가즈아~
2022.03.20 16:28
학교    
잘 보겠어요...
2022.03.22 12:11
연두피아    
오랜만이네요 반가워요
2022.03.23 00:31
마루이든    
다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03.23 03:08
하그노스    
잘 보고 갑니다 점심은 쌀국수로 ㅎㅎ
2022.04.09 12:32
Mep    
기대됩니다 ~
2022.04.09 23:12
반칙왕    
좋네요. 일상과 비일상이 조화롭네요
2022.04.28 06:45
풍뢰전사    
건필하세요
2022.05.02 03:20
관보    
유리컵이라는말을 사용하는건 어색한거같아요
2022.05.02 22:02
0 / 3000

이용약관 유료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청소년보호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