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천조국 소환사

0화

2022.01.04 조회 66,117 추천 1,382


 오늘은 몹시 중요한 날이었다. 앞으로 함께할 파트너를 뽑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소환사에게 소환수란 모든 것이었다. 이번 소환에서 무엇이 나오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다.
 
 ‘제발, 제발!’
 
 레이먼드가 인권이라고는 개나 준 퍼킹 판타지 아포칼립스 세계에 고아로 자라서 악착같이 노력했던 것은 어떻게든 아카데미에 붙어있기 위해서였다. 이곳이 유일한 인생 역전의 기회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혹시 드래곤이 나온다면 바로 세상의 영웅이 될 터였다. 히드라나 케로베로스, 드레이크처럼 중대형 몬스터를 뽑는다면 떵떵거리면서 살 수도 있겠지.
 
 진짜 최악의 경우 참새나 고양이, 쥐, 바퀴벌레 따위를 소환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길바닥에서 굶어 죽어가던 고아의 삶보다는 나았다.
 
 “이미 알겠지만 소환수는 지금 존재하는 무언가를 데려오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기록에서 형태와 능력, 기억을 복사하여 현실에 구현하는 것이지. 그렇기에 인간이 감히 드래곤조차 소환수로 부릴 수 있는 거다.”
 
 이미 몇 번이나 들은 교관의 말이었지만 학생들은 모두 집중했다. 앞으로 인생을 가를 기점인데 헛짓거리를 하다가 소중한 기회를 놓칠 멍청이는 아무도 없었다.
 
 “부디 너희가 생각하는 가장 강한 것을 끊임없이 되뇌며 들어가라. 어쩌면 강인한 의지에 세상의 기록이 반응하여 훌륭한 소환수를 가져다줄지 모르니.”
 
 한 번 소환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다음 기회는 없었다. 처음 소환한 것이 영원한 파트너가 될 터였다. 소환수가 조금 더 강해지거나, 그 수가 늘어나는 경우는 있었으나, 완전히 종류가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
 
 “그러면 지금부터 소환을 시작하겠다.”
 
 가장 앞에 있는 사람부터 하나씩 소환진 위로 올라갔다. 가진 마력을 토해내고 간절히 기도했다. 영혼이 이끄는 대상을 현실로 불러왔다.
 
 실망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건 아니라며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소리도 들렸다. 기뻐서 깔깔 웃는 소리와 깜짝 놀라는 소리도 들렸다.
 
 “와···!”
 
 갑작스러운 환호성에 고개를 들어보니 누군가 신수를 소환한 모양이었다. 새로운 영웅의 탄생이다.
 
 과연 신수는 신수였다. 이제 막 소환했으니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할 텐데, 흘러나오는 마력이 심상치 않았다. 만약 성장을 완료하면 얼마나 강해질지 놀라웠다.
 
 앞에서 초대박이 터지니 사람들의 반응이 반으로 갈렸다. 자기도 할 수 있다며 흥분한 사람과 이제 큰 건 지나갔으니 다시 대박이 터지지 않으리라 절망한 사람이었다. 둘 다 근거는 없었다.
 
 그렇게 하나둘 줄이 짧아지고, 마침내 레이먼드의 차례가 찾아왔다. 다른 이가 그러했듯 그도 속으로 신을 부르짖으며 소환진 위로 올라갔다.
 
 우웅-
 
 소환진이 작동을 시작했다. 온몸의 마력이 쭉 빠져나가 멀고 먼 차원 너머로 사라졌다. 위대한 세계의 기록에 닿아 영혼이 이끄는 인연을 끌어당겼다.
 
 수많은 세상, 수많은 차원에서 선택된 것은 단 하나. 목숨이 끊어지는 날까지 영원히 함께할 소환수가 이 땅에 나타났다.
 
 레이먼드는 차마 눈을 뜨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교관의 덤덤한 목소리가 들렸다.
 
 “흠, 인간이라······.”
 
 그 말에 레이먼드는 표정을 찌푸렸다. 하필이면 인간이라니, 너무나 애매했다. 나쁘진 않았으나, 또 좋다고 할 수도 없었다. 인간이 가질 수 없는 능력을 원해서 소환수를 부른 것인데 또 다른 인간이 나타나 봐야 쓰일 곳이 마땅치 않았다.
 
 ‘아냐, 혹시 몰라. 소드마스터나 대마법사, 그런 초인이 소환된 것일 수도 있잖아?’
 
 얕은 기대를 하며 교관을 보았지만, 교관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선언했다.
 
 “마력이 없군. 육신은 제법 단련했지만, 그냥 일반인이나 다름없어.”
 
 꽝이다. 꽝이 분명했다. 분명 최악은 아니었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모양이다. 실망감만 가득했다.
 
 레이먼드는 금방이라도 흘러넘칠 것 같은 눈물을 참았다. 그러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지금껏 한 노력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너무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소환수라는 것은 성장하기 마련이니 너의 소환수도 변할 수 있다. 더 강해지거나, 더 많은 수를 소환할 수도 있겠지.”
 
 교관이 그리 위로했지만, 귀에 들어오진 않았다. 처음 소환할 때 무엇을 소환하느냐는 그만큼 중요했다. 평범한 소환수를 열심히 키워봐야 신수에게 닿기는 어려웠다. 도마뱀을 키운다고 드래곤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미 정해진 일. 레이먼드는 표정을 가다듬고 자신의 소환수를 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영혼에 새겨진 소환수의 이름을 확인했다.
 
 [미합중국 연방군]
 
 그의 소환수는 결코 하찮지 않았다.

댓글(86)

Latce    
케이로드님 만렙잡케 너무재미있게 봤습니다!! 이 작품도 너무 흥미롭네요 3화밖에 없는게 안타깝습니다 ㅋㅋ 건필하십쇼!!
2022.01.05 00:26
소로소    
아ㅋㅋ 드래곤 그거 그래서 헬파이어 미사일 버티냐고ㅋㅋㅋ
2022.01.07 15:22
[탈퇴계정]    
미육군이 미사일 ICBM관리였나
2022.01.07 16:03
카오스엔젤    
어 ㅋㅋㅋㅋㅋㅋㅋ
2022.01.07 18:22
gtx460    
오크들이 밀고들어오면 오리콘 대공포로 부아아악 밀어버리는 그런 장면 나오나요!!
2022.01.07 18:32
삼류하사    
아 미합중국 브라더후드 헬파이어파워아머!!!!
2022.01.08 14:46
pe*******    
그래서 드래곤이 순항미사일이나 전술핵 버틸 수 있냐고ㅋㅋㅋㅋ
2022.01.08 15:29
잠수준비    
아파치 코브라 공격헬기
2022.01.12 10:39
서삿갓    
새로운 소재다~!~! 제발 완결까지 가보자~!~
2022.01.12 20:35
극성무진    
잘보고갑니다
2022.01.1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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