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뉴비가 이세계에서 살아남는 법

다시 생각하니 빡치는 그날

2022.02.08 조회 9,181 추천 98


 Pro. 부끄럽지만 이게 프롤로그입니다 (방금 기록하기로 마음먹었거든요.)
 
 “하아 하아 하아!”
 
 입에서 단내가 퍼져 나간다.
 폐가 한계라며 소리치고 온몸의 근육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나는 멈출 수 없었다.
 더 빨리, 빠르게 달리지 않는다면 나는.
 죽는다!
 
 ―츠츠츠츳!
 
 내 뒤를 쫓아오는 것.
 그것은 위용이 넘치는 드래곤도, 위협적인 무기를 든 오우거도, 마기를 풀풀 뿌리는 악마도 아닌 바로 개미였다.
 
 맞다.
 눈을 의심하지 마라, 당신이 보고 있는 ‘개미’라는 단어가 확실하다.
 단 크기가 조금 더 클 뿐 저 녀석은 개미였다.
 
 ‘블랙 모도로’.
 몸길이가 1미터가량 되는 몬스터로 주 무기는 강철도 가를 것 같은 턱이었다.
 이렇게 설명을 들으면 ‘와 저 개미는 크고 강한 개미구나!’ 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다.
 ‘블랙 모도로'의 평균 레벨은 5.
 이세계에서는 진짜 개미만도 못한 몬스터다.
 
 그런데 그런 몬스터에게 왜 쫓기고 있냐고?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저 몬스터가 나보다 강하니까.
 
 내 이름은 이민수.
 이세계에 끌려온 지 어느덧 3개월.
 이것은 현실적인 이세계를 경험한 '나'의 기록이다.
 
 “으아아! 그만 쫓아와 이 개미 새끼야!”
 
 ***
 
 내 현실에서 마지막 기억은 죽음이다.
 아,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이곳이 현실이 아니란 것은 아니다.
 내가 살던 곳도, 이세계도 틀림없는 ‘현실’이다.
 여튼 내 죽음은 전혀 한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멋있고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백수.
 흔하디흔한 부모님의 고혈을 빨아먹으며 열심히 취직 자리를 찾아...보기는 개뿔.
 그날도 나는 ‘죄송합니다. 귀하는 아쉽게도 저희와 함께하실 수 없습니다.’ 라는 통보를 메일로 받아 보고 있었다.
 
 “지랄, 개뿔이다. 뭘 함께하실 수 없습니다야. 무슨 공개 오디션이야? 뭘 함께하실 수는 없······ 어휴.”
 
 한숨을 쉬며 애꿎은 마우스를 내려치자 그 순간 닳을 대로 닳은 내 마우스는 그대로 명을 다해 버렸다.
 
 “아, 씨. 하아······ 되는 게 하나 없네 진짜.”
 
 이미 부모님께 받은 용돈은 거의 다 써 가는 중이었는데 마우스가 박살 나다니.
 하지만 마우스가 없으면 컴퓨터를 할 수 없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마우스를 사러 집을 나섰다.
 절대로 ‘게임’을 못해서가 아니라 마우스가 없으면 취직 사이트나 이런 것에 접수를 넣······.
 에이 뭐 어찌 됐든 아무튼 그렇다.
 
 “거 회사에 돈도 많으면서, 나도 좀 함께하면 안 되냐.”
 
 푸념과 함께 집을 나오자마자 보인 것은 바로 옆 호에 사는 이쁜이였다.
 참고로 이쁜이는 아름다운 여자를 지칭하는 게 아니었다.
 
 “으르르릉!”
 
 이쁜이라는 이름을 가진 개.
 놀랍게도 그 개는 전혀 이름에 걸맞지 않게 커다란 몸을 가진 도사견이었다.
 나는 이쁜이와 마주치자마자 순간 굳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어렸을 적 트라우마로 인해 동물은 나에게 있어 공포의 대상이었다.
 
 “어머나, 옆집 총각 오랜만이야.”
 “아...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그런데... 요즘 그렇게 큰 개는 입마개를 해야 하지 않을...”
 “으르르르!”
 “까요오오오...”
 
 으르렁거리는 이쁜이의 위협에 나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자 옆집 아줌마는 웃으며 이쁜이를 끌어당겼다.
 
 “어휴, 우리 이쁜이는 사람 안 물어요. 으이구, 다 큰 사내가 그렇게 담이 작아서야.”
 
 나는 뭐라고 대꾸하고 싶었지만, 이쁜이의 모습에 온몸이 얼어붙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잠시 후 아주머니가 이쁜이를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내 얼어붙었던 몸이 조금씩 녹기 시작했다.
 
 “하! 남을 배려할 줄 알아야지 저런 개를 입마개도 없이.”
 
 이쁜이가 사라지고 나서야 겨우 한마디 내뱉은 나는 진정되지 않는 심장을 이끌고 거리로 나섰다.
 내가 향한 곳은 바로 ‘다 있소’.
 뿔 달린 젖소가 엄지를 들고 ‘다 있소’라고 외치고 있는 저 간판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곳의 물건은 무척이나 저렴했다.
 그렇게 마우스를 찾으러 매장 내를 돌아다니던 그때.
 일어나고 만 것이다.
 지진이라는 것이.
 갑자기 흔들거리는 지반에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려 했지만 순간 더 강력한 지진이 일어나며 건물이 무너졌다.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냐고?
 맞다, 단번에 기절해 어떻게 죽은 것인지 기억에도 남지 않는 깔끔한 죽음이지.
 응? 전혀 멋있지 않고 자랑스럽지도 않은 죽음이라고?
 에이, 잘 생각해 봐라.
 보통 소설에서 이세계에 가려면 트럭에 치이거나 아니면 트럭에 치이거나 또는 트럭에 두 번 치인다.
 사실 이렇게 죽으면 그 주인공은 상관없겠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그 트럭 기사들의 인생은 완전 박살이 난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그 트럭 기사들의 잘못도 있겠지만 여튼 내 죽음은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은 그것도 재해에 휘말린 너무도 자연스러운 죽음.
 이 어찌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는...
 아무튼 쓰는 이건 내 맘이다. 이건 내가 쓰는 일기와도 같은 거니까.
 나는 내가 나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그렇게 죽음을 맞이한 나 27살 개백수 이민수 라임좋수 이러다 데뷔하겠수.
 놀랍게도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를 맞이한 것은 섹시하기 그지없는 복장을 한 여신이었다.
 아름다운 금발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미녀.
 너무나도 과한 노출을 하고 있는 여성의 등장에 나는 내 뺨을 꼬집었다.
 
 “설마 그 지진이 나서 기절했는데 몽정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사회적 쓰레기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머릿속이 아득해지는 그때 그녀가 말을 걸어왔다.
 
 “어서오세요, 용사님. 이곳은 천계이며 저는 라미안이라고 하는 이 세계의 여신이랍니다.”
 “응? 저요?”
 
 당시 무슨 말인지 전혀 몰랐던 나는 벙찐 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하자 그녀는 아주 맑은 미소로 나를 향해 다가왔다.
 
 “예, 용사님. 당신은 천신 님께 선택받은 자. 그렇기에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답니다.”
 “예? 용사...라구요? 용사? 새로운 삶?”
 
 도저히 믿기지 않아 뺨을 꼬집고 코를 막고 귀를 뒤틀고 인중을 찔러 봤지만 이 고통은 진짜였다.
 
 “그, 그렇게까지 확인하셔야 하나요...?”
 “아... 그게 믿기지가 않아서 그... 설마 제가 죽은 건가요?”
 “아 네. 여기에 보면... 압사로 인한 사망이라고 되어 있네요?”
 “아...”
 
 사망의 사유를 듣고도 쉽사리 내가 죽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몸이 그대로 여기에 있었고 이처럼 내 의지대로 움직여졌으니까.
 
 그런 나를 위해 여신 라미안은 친절하게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내가 죽었는데 이곳의 천신이라는 높은 사람이 영혼을 인도받아 그 육신이 가장 뛰어났을 때의 모습으로 재구성했다고.
 
 그 설명을 듣고 보니 내 배에는 항상 함께하던 뱃살 프렌드가 사라져 있었고 몸의 컨디션도 훨씬 좋았다.
 한창 군대에서 열심히 굴렀을 때의 그 몸.
 내 몸은 그때의 몸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제야 나는 죽음을 인지할 수 있었고 현재의 상황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라미안의 친절한 설명.
 그녀는 나에게 작은 종이를 내밀며 이것에 손을 얹으면 이 세계에서 내가 사용할 기초 스탯과 숨겨진 능력을 부여받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진짜 소설 같은 전개에 머릿속이 온통 꽃밭으로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이대로 엄청난 능력을 받고 이 세계의 용사가 되어 적들을 물리치며 금은보화 그리고 아름다운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행복해하는 나의 모습.
 
 하지만 그 꿈은 정말 꿈이었던 것처럼 라미안의 한마디에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아, 조금 괜찮아 보여서 입 좀 털었는데 괜히 시간만 버렸네.”
 
 짜증이 섞인 라미안의 목소리와 함께 날아오는 종이.
 그 종이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이름: 이민수
 *능력치
 ―힘: F
 ―지능: F
 ―체력: F
 ―정신력: F
 
 *S 능력치
 ―생존력: A
 ======
 
 마치 대학 시절 내 성적을 보는 듯한 F의 향연.
 그것을 본 라미안의 행동은 180도 달라져 있었다.
 
 “어이 F급, 대충 보고 그냥 내려가. 시간 낭비하게 하지 말고.”
 
 반말에다가 껄렁한 목소리 마치 짐짝 보는 듯한 그녀의 눈빛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갑자기, 아니 근데 그래도 하나는 A잖아요? 이건.”
 “앙? 생존력 A를 어따 써먹어. 애초에 기초 스탯이 쓰레긴데. 자자 여기로 들어가.”
 
 아주 띠껍게 말하며 그녀는 작은 워프 게이트를 열어 주었고 나를 강제로 그곳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아니, 아직 전 다른 설명도 못 들었다고요. 그리고 아까랑은 대우가 너무 다른 거 아니에요?”
 “그거야 그때는 네가 F급인 줄 몰랐으니까 그렇지. 여기에 너 같은 애들이 한두 명 오는 줄 알아? 시간 없으니까 그냥 들어가자?”
 
 나는 기를 쓰며 그녀의 손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그녀의 어마어마한 악력은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다.
 
 “보통 이런데 오면 뭐 전설의 무기라든가 그런 것도 주고 능력도 주고 그런 거 아니에요? 그리고 적어도 상대가 누구인지는...”
 “아 예, 그런 건 보통 A급 이상의 용사한테 주어지고요. 아쉽게도 당신 같은 분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워프 게이트를 향해 내던져졌다.
 차가운 눈빛과 더러운 것을 만진 듯한 그녀의 눈빛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부디 용사님께서 이 그란디나 대륙에 평화를 되찾아오게 해 주세요.]
 
 워프 게이트에 말려 들어가며 들려온 라미안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아름다웠지만...
 무척이나 사무적이었다.
 뭐야 이게!
 
 그렇게 도착한 이 세계!
 내가 이곳에 도착하여 처음 맞이한 것은.
 
 “일어나세요, 용사님!”
 
 하면서 따뜻하게 손을 잡아 주는 공주님도 아니었고.
 
 “용사여, 일어나라!”
 
 라며 근엄한 목소리를 내는 왕도 아니었으며.
 
 “크크크큭 나의 사역마여 일어나라!”
 
 어딘가 중2병 걸린 듯한 네크로맨서도 아니었고.
 
 “우아아아아아!”
 
 하면서 내가 소리를 질러야 하는 상공도 아니었다.
 
 내가 처음으로 맞이한 것.
 그것은 바로!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촤악!
 
 “쿨럭 쿨럭 쿨럭! 흐어어억!”
 
 짜잔! 뭘 빨았는지는 몰라도 세상에서 제일 역한 구정물이었습니다.
 그 구정물의 냄새는 아직도 한 번씩 내 코끝을 맴돌고 있었다.
 
 마치 그날을 잊지 말라는 듯이.

댓글(17)

양마루    
건필
2022.02.23 11:53
초보빌런    
주인공인 용사가 너무 x신 같고 30화넘게봤는데 다른이 들에게 당하는 부분들만 보이고 주인공이 너무 단순합니다
2022.03.15 01:53
추어동천    
여신(?) 파트는 그냥 싹 들어내는게 좋을듯 한데...
2022.03.17 02:09
magran    
댓글 보니까 더 볼 엄두가 안 난다
2022.03.18 14:13
볼게없어후    
주인공이 구역질나서 1화넘기기 힘드네요
2022.04.02 12:07
창공수호자    
와 내가 보기에도 구더기같은 인간인데 뭘 바라는거냐… F학점은 머리가 나빠 공부를 못해서 받는 학점이 아니라 수업조차 제대로 따라갈 신경도 쓰지 않아서 받는 학점이잖아요. 술처먹고 놀고 딴 짓하느라 최저학점조차 못받는 놈들을 도대체 어느 회사에서 뽑아주나요; 사회가 잘못된게 아니라 주인공 자신이 쓰레기처럼 살아서 그런 평가를 받는다는 걸 알아야할텐데…
2022.04.03 15:09
주먹이빛나    
사회에서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랑 띵자띵자 놀앗던사람이랑 대우가 같길바란게 불공평한듯
2022.04.03 19:26
플럼베리    
이렇게 홀대받으면 세상을 안구하고 싶을 것 같은데…
2022.04.04 00:02
pa*****    
ㅎㅎㅎ 사족이
2022.04.04 09:27
마독천    
패스. 출석만 다 해도 엥간해선 F안준다. 교수한테 ㅈㄴ 찍혀있지않는이상. 유료전환 보고왔는데 에바네
2022.04.05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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