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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001

2022.01.27 조회 195 추천 1


 #프롤로그
 
 
 
 알바스트로 대륙.
 찬란한 문명과 신비로운 전설이 공존하는 광대하고도 아름다운 대륙이지만 그들이 지닌 역사는 결코 아름답지 않다.
 알바스트로는 10여 개가 넘는 왕국으로 나뉘어 있고, 또한 그보다 많은 여러 종족이 존재한다. 그들의 관계는 대부분 대립이라는 형태를 띠고 있다. 즉, 알바스트로의 역사는 각 왕국과 종족간의 크고 작은 수많은 전쟁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전쟁도 가장 최근까지 계속된 대륙전쟁에 비할 수는 없다. 그 긴 대륙의 역사에도 그토록 참혹하고 길었던 전쟁은 없다. 대륙의 모든 왕국과 종족이 휘말려 끝도 없는 투쟁을 반복한 기간은 무려 100년, 이른바 백년전쟁이다.
 100년이라는 세월 동안 대지는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지고, 수많은 왕국이 탄생하고 혹은 멸망하길 반복했다. 대륙 곳곳에 전쟁이 만들어낸 검은 연기가 그칠 줄 몰랐고, 검을 든 자들은 끝없는 살육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러나 정작 그들 가운데 자신이 왜 싸워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유 없는 분쟁이란 있을 수 없다. 틀림없이 백년전쟁 역시 시작된 이유나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100년이라는 까마득한 시간 동안 이를 기억한 사람들은 하나 둘 사라졌고, 나중에는 명분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쟁을 위한 전쟁이 되어 버렸다.
 이 무의미한 전쟁을 누군가 끝내야 한다!
 모두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자리 잡게 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 그런 바람을 단순한 생각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긴 사람이 있다.
 성황(聖皇) 위스바이져!
 당시 태양신 교단의 고위성직자였던 위스바이져는 수년간 각 왕국을 순례하며 국왕들을 설득했다. 그리고 마침내 여러 국왕들은 성도(聖都) 아슐란에 모여 불가침조약을 맺게 되었다. 비록 일시휴전의 형태를 띠기는 했지만 기나긴 전쟁이 드디어 끝을 보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왕들의 맹세’라 불리는 사건이다. 성황 위스바이져의 중재를 받아들인 국왕들의 결단.
 이러한 결과를 볼 때 백년전쟁을 끝낸 가장 큰 공헌자가 바로 성황 위스바이져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사실 왕들의 맹세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조금 더 복잡한 배경이 존재한다.
 당시 대륙의 판도를 뒤집을 정도로 큰 사건, 바로 ‘환(桓)’이라는 새로운 대륙의 출현이었다.
 이 새로운 대륙이 알바스트로에 처음으로 알려진 것은 백년전쟁이 한창 치열하던 때, 대륙 북서부에 위치한 스트롬가드 왕국의 동쪽 해안에 자리 잡고 있던 시네틀이라는 작은 어촌에서 한 척의 난파선이 발견되면서부터였다.
 길고 험난했던 항해를 보여주듯 처참하리만치 부서진 난파선은 대륙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그 난파선에서 구조된 사람들 역시 알바스트로 사람들과 아주 다른 외모와 언어를 가졌다.
 이 신비한 이방인에 대한 소문은 삽시간에 알바스트로 전역으로 번져 순식간에 최대의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이에 호기심을 느낀 학자와 마법사들이 시네틀로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그들의 노력으로 이방인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해질 때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당신들이 미지의 세계로만 생각하는 끝없는 바다 저편, 그곳에는 알바스트로와 전혀 다른 문명을 가진 거대한 대륙이 존재한다. 우리처럼 검은 눈과 검은머리, 거뭇거뭇한 피부를 가진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대륙은 따로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래 전부터 하나의 제국이 통치하고 있기에 대륙이 곧 제국이고 제국이 곧 대륙이다. 그 제국의 이름은 환, 환제국이라고 한다.”
 이방인, 아니 환제국인의 말은 알바스트로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었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사는 100년간이나 계속된 지긋지긋한 전쟁 따위가 아니었다. 새로운 모험에 자극을 받은 수많은 사람들이 경쟁하듯 환제국을 찾아 나섰다.
 눈치 빠른 상인들이 그들과 손을 잡으면서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하루에도 수십 척이나 되는 배가 환제국을 찾아 떠나는 대항해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바다는 그리 만만치 않았다. 마치 일부러 숨기기라도 하려는 듯 번번이 모험가들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포기하고 돌아오는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열의에 불타는 모험가들은 풍랑이나 암초에 의한 침몰, 혹은 예기치 못한 질병으로 인해 그대로 유령선이 되어 버리는가 하면, 바다를 양분하는 거대한 해류에 의해 영영 사라져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그러기를 10여 년, 수많은 도전과 실패 끝에 한껏 달아올랐던 모험가들도 서서히 지쳐갈 무렵이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만 생각한 항해를 무사히 마치고 당당하게 귀환한 사람이 있었다. 스트롬가드 왕국의 지방귀족이었던 뮤론 백작이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장장 3년의 항해를 거쳐 두 대륙 간의 왕복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그리고 환제국 황제에게서 직접 받은 친서(親書)와 막대한 양의 보화(寶貨)를 스트롬가드 국왕에게 바침으로써 두 대륙 간의 관계가 우호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이것이 바로 두 대륙 간의 역사적인 첫 교류였고, 알바스트로에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여는 사건이기도 했다.
 그로써 당당히 역사의 한 페이지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게 된 뮤론 백작은 이후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항로를 개척했다.
 이에 자극을 받은 모험가들 역시 새롭게 열의를 불태워 몇 년 뒤에는 무려 10여 개에 이르는 새 항로를 개척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두 대륙은 본격적인 교류를 시작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환제국과의 교류는 알바스트로의 문화, 예술, 종교 등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그 지대한 영향은 이루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것은 바로 각 왕국의 지배자들이었다.
 환제국이라는 거대세력의 출현!
 당시 백년전쟁을 치르고 있던 그들에게 이보다 중대한 사건은 없었다. 그런 거대한 세력을 등에 업으면 대륙을 통일하는 것도 꿈만은 아니었다.
 반대로 적대세력이 그 힘을 얻게 될 것을 우려하는 지배자도 있었다. 아니, 어쩌면 이미 알바스트로 대륙을 벗어나 환제국의 거대한 영토와 막대한 보화에 눈독을 들이는 지배자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은 제각각이지만 그들이 내린 결론은 비슷했다.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다. 좋든 싫든, 그리고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앞으로 알바스트로의 세력구도는 환제국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눈앞의 싸움에 연연하여 이 흐름을 놓칠 수는 없다.”
 때문에 100년이나 계속돼온 전쟁은 최초의 난파선이 발견된 후로 소강상태를 유지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간파한 성황 위스바이져는 즉시 국왕들을 설득했고, 마침내 왕들의 맹세를 이끌어냄으로써 기나긴 전쟁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그 후로 다시 10여 년, 알바스트로는 나름대로 평화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누구도 그 평화가 영원하리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폭풍 뒤의 정적은 더욱 큰 폭풍의 예고라고 했던가? 애초에 일시휴전이라는 불안한 출발로 시작한 평화였다. 전쟁의 불길은 꺼졌지만 아직 불씨는 살아 있었다. 만약 그 불씨가 다시 살아나면 순식간에 거대한 불길이 되어 알바스트로와 환제국을 뒤덮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불안한 불씨를 품고 있는 알바스트로에 작은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과연 그 바람이 불안한 불씨를 끌 평화의 바람이 될지, 아니면 불씨를 더욱 살리는 흉풍(凶風)이 될지,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다.
 #001.
 
 
 
 
 
 제1화 여(女)술사와 헌터
 
 
 
 1
 
 알바스트로 대륙 최대의 항구라 불리는 시네틀항.
 그 외곽을 둘러싸듯 방대하게 펼쳐진 산중은 아직 이른 시각임에도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진한 어둠에 잠겨 있다. 초저녁부터 몰려들기 시작한 구름이 하늘을 가득 채워 버린 탓이다.
 달도 별도 구름에 삼켜져 하늘은 먹물을 발라놓은 듯하고, 그 아래 펼쳐진 숲 역시 제 시간보다 일찍 찾아온 어둠에 덮여 본래의 색채를 잃은 지 오래였다.
 그 무채색의 공간 속에서 뭔가가 움직인다. 짙은 밤색 망토를 두르고 후드까지 푹 눌러쓴 모습이다. 간간이 드러나는 실루엣을 보니 사람인 듯했다. 사람이라고 선뜻 단정할 수 없는 이유는 그 실루엣이 모습과 달리 움직임은 오히려 짐승 쪽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나무숲 위로 잠시 보였다가 사라지곤 하는 망토는 엄청난 속도로 숲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장애물이 많은 숲을 가로지르면서도 거칠 것 없는 동작이다. 게다가 마치 뱀이 미끄러지듯, 혹은 새가 비행하는 것처럼 작은 마찰음 하나 내지 않고 있었다. 마치 그 망토 자체가 환상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움직임이다.
 놀라운 움직임을 보이는 망토 앞에 가파른 경사가 나타났다. 어림잡아도 5미터는 족히 넘을 듯하다.
 평범한 인간에게는 충분히 위협이 될 만한 높이. 그러나 그림자의 속도는 줄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가속을 붙이며 경사면의 가장자리를 밟고 뛰었다.
 길게 이어지는 포물선, 거센 공기의 저항을 받은 망토가 날개처럼 확 펼쳐지면서 완전한 사람형상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전체적으로 선이 가늘고 길게 느껴지는 것이 여자인 것 같다.
 망토를 휘날리며 수 미터를 떨어져 내린 여자는 뾰족하게 솟은 나무 위쪽을 밟았다. 나뭇가지가 활처럼 휘었다. 그 탄성으로 충격의 대부분을 분산시킨 여자는 퉁겨지는 나뭇가지의 힘을 이용해 다시 뛰었다.
 그리고 곡예를 하듯 몸을 회전시키며 지면에 착지했다. 물 흐르듯 부드러운 동작이다. 그렇게 바닥에 착지한 여자는 곧바로 두터운 나무를 등진 채 크게 숨을 불어냈다.
 “후우!”
 눌러쓴 후드 안쪽에서 여성 특유의 얇고 가느다란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헐떡이는 정도는 아니지만 지친 기색이 역력한 숨소리다. 이를 증명하듯 아직 찬바람이 채 가시지 않은 계절임에도 그녀의 콧잔등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그러나 땀을 닦아낼 여유 따위는 없었다. 그녀는 곧바로 몸을 움츠렸다. 한껏 예민해져 있는 감각이 추적자의 접근을 알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상대의 정확한 숫자조차 알아낼 수 없었다.
 그녀가 쫓기기 시작한 것은 두 시간 전부터다.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을 쫓기면서도 아직 상대의 모습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그녀의 실력이 형편없다거나 추적자가 상상 이상의 고수이기 때문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볼 때 상대는 전문적으로 은신술과 추적술을 배운 자들이 분명했다.
 그녀가 일부러 경사를 택한 것이나, 지금 기척을 숨긴 채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바로 직접 추적자들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잠시 후 의도한 대로 경사면 위쪽에서 추적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온몸을 검은 천으로 휘감고 두 눈만 빠끔히 내놓고 있는 자들이다. 그들은 갑자기 사라진 여자의 기척을 찾는 듯 두리번거리다 이내 경사면으로 뛰어내렸다.
 소드콜렉터
 
 지은이 : 유성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602-6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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