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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제작에 진심인 자본주의 네크로맨서

1장. 멸망한 세계의 박민우

2024.04.07 조회 5,974 추천 120


 법원을 나온 민우는 깊은 숨을 토해냈다.
  그런 그의 손에는 마침내 받아낸 무죄 판결문이 들려 있었지만, 7년이란 세월과 맞바꿨다기엔 너무나 가벼웠다.
 
  “개 같은 세상. 무고한 사람은 인생 다 망가졌어도 진짜 벌 받아야 할 놈들은 고개 뻣뻣하게 들고 사는 게 맞냐고.”
 
  올해로 33세.
  한때 공고라 불리던 특성화고등학교를 나와 지방의 공과 대학을 졸업한 민우는 미뤄둔 군대를 다녀온 후 착실히 준비하던 미디어 콘텐츠 제작에 돌입했다.
 
  그가 막 대학을 다니던 시절 대형 동영상 사이트에서 잠시지만 굉장한 인기를 끌었던 콘텐츠.
 
  바로 원시 기술을 활용한 야생 생존 콘텐츠가 그것.
 
  공학도로 나름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민우였고.
  동네 철물점을 하는 아버지를 돕고 알바로 여러 공사현장을 돌아다녀 봤기에 나름 자신이 있었다.
 
 더욱이 그의 외가는 한때 천석지기라 불리던 부농 집안.
 
  실제로 민우는 시골 할아버지 소유의 선산에서 진행한 국내 최초 원시 생존 동영상은 업로드 직후 일주일 만에 100만 뷰를 달성하기도 했을 만큼 성공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에 힘입어 원조 크리에이터의 허락을 받아 그가 올린 영상을 국내 사정에 맞춰 리메이크한다든지 원시와 중세 등 여러 시대별 기술을 비교하는 실험 영상도 큰 인기를 받았다.
 
  가파른 조회수 상승과 구독자는 곧 민우에게 많은 돈과 인기를 가져다주었고, 그런 관심에 보답하고자 온갖 분야의 전문가와 교수의 자문까지 받아가며 점차 콘텐츠의 질을 높이고 그 규모 또한 더욱 키워나갔다.
 
  물론 민우의 채널이 늘 승승장구한 건 아니었다.
 
  조금 인기를 끌기 무섭게 민우가 촬영지로 삼은 사유지 위치를 특정 당한다든지 해당 지역 구청과 경찰서로 하루에도 수십 통씩 민원을 넣는 악의적인 사람도 생겼다.
 
  그에 어떨 때는 애써 만들던 제작물의 철거 명령이 떨어져 수백만 원을 투자하고도 영상 하나 만들지 못하기도 했고.
 
  기껏 만든 영상을 끝내 쓰지 못한 경우도 여럿 발생했다.
 
  대한민국 땅은 좁았고 또 사람의 인심은 각박했으며 시기와 질투는 명성과 비례한 악의로 되돌아왔다.
 
  만약 민우가 미국이나 하다못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촬영지를 꾸렸다면 지금과 같이 지난한 법정 싸움에 휘말릴 일도 없었을 수도 있다.
 
  최소한 민우의 배경이 든든하거나 사회적인 명성이 있었다면 보다 빨리 무죄를 선고받았을 수도 있었을 터.
 
  하지만 민우는 높게 쳐줘도 그저 얼굴 조금 알려진 인플루언서였기에 끝내 인기에 따른 악의를 뿌리치지 못하고 콘텐츠 제작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7년간 법정 싸움을 벌여야 했다.
 
  “하, 이거 때문에 사람들도 다 떨어져 나가고 번 돈도 나 날려버렸고. 복귀고 뭐고 그냥 할아버지 따라 농사나 지을까?”
 
  어렵게 승리를 쥐었어도 남은 건 상처뿐인 상황.
  법정 공방을 벌이면서도 틈틈이 여러 기술을 공부해온 덕에 다시 채널을 운영하면 더 풍부한 영상을 제작해낼 자신은 있다.
 
  그럼에도 막상 다시 인플루언서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이번을 계기로 싹 사라졌기에 고개를 저었다.
 
  복잡한 생각에 민우는 메고 있던 배낭에 두툼한 서류를 쑤셔 넣고는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시골로 내려가 지친 심신을 달래고자 몰고 온 트럭에 올라탔다.
 
  아니, 올라타려고 했었다.
 
  “어, 어어···?!”
 
 파─ 아앗──.
 
  운전석에 오르려던 찰나.
  순간 민우의 주변으로 강렬한 빛이 터지더니 그의 몸이 허공에 붕 떠올랐다.
 
  그 아찔한 감각에 비명을 지를 시간도 없이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강렬한 빛이 터지며 민우를 집어삼켰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법원 주차장에서 벌어진 이 초유의 사건은 수많은 목격자와 당시 블랙박스 및 보안 카메라에 찍히게 되며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 언급할 정도로 주목받았다.
 
  외계인 실존설부터 시작해 신의 존재를 부르짖는 사이비가 기승을 부렸으며, 세계 각지의 언론도 이를 대서특필했다.
 
  해당 주차장과 민우의 트럭은 군의 보호를 받으며 현장에 보존되어 이 사건을 연구하는 국제적인 연구팀이 상주할 정도.
 
  추후 세간은 이 사건을 두고 최초의 차원 간섭 현상이자 태양계 인류가 또 다른 세계와 통하며 크게 도약하게 되는 최초의 특이점으로 기록하며 ‘박민우 소실 특이점’이라 명명된다.
 
 
 ***
 
 
  눈을 감아도 눈꺼풀을 뚫고 들어오는 따가운 광량도 잠시.
 
  곧 통증을 일으킬 만큼 강렬한 빛이 사라지고 텁텁한 도심 공기가 아닌 물기를 머금은 상쾌한 바람이 포근히 감아왔다.
 
  “여긴, 뭐야···?”
 
  조심히 눈을 뜬 민우는 어느 순간 뒤바뀐 낯선 장소에 고장난 로봇처럼 겨우 몇 마디 의문을 뱉었다.
 
  법원 주차장은 어디 가고 지금 그는 광활한 숲에 서 있었다.
 
  나름 자연과 친숙하다 자부하는 민우조차도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공룡이 활동하던 백악기쯤으로 돌아간 게 아닐까 싶을 만큼 거대하고 웅장한 숲의 풍경에 그저 압도되었다.
 
  바닥에 막 싹이 틴 어린 새잎조차 그의 양 손바닥을 합한 것과 맞먹을 정도로 컸으니 숲을 가득 채운 온갖 나무와 이름 모를 수풀의 크기가 얼마나 크겠는가?
 
  ‘여기서 내 키보다 작은 식물을 찾는 게 더 쉽겠어.’
 
  무심코 지나칠 들꽃조차 사람 크기로 자란 게 부지기수인 땅에서 사람보다 작은 걸 찾는 과연 쉬울까 싶기도 하다.
 
  잠시 이 경이로운 대자연을 감상하던 민우는 금방 자신이 처한 상황을 깨닫고 얼른 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통신은 안 터지는 건가. 위성 신호도, 이것도 안 되고.”
 
  순간적으로 폭발한 빛과 부유감.
  그에 이어서 완전히 달라진 환경과 위치.
 
  끝으로 통신은 물론이고 GPS와 같이 지구 내에서라면 작동해야 할 여러 신호의 완전한 차단까지.
 
  열심히 행복회로를 태우며 온갖 방법을 시도한 민우는 끝내 자신이 모종의 이유로 지구가 아닌 어느 행성에 소환되어 버려졌다는 사실을 억지로 받아들여야 했다.
 
  멍하니 우거진 나무 사이로 보이는 한 뼘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문뜩 솟아나려는 울음을 애써 억눌러 삼켰다.
 
  ‘내가 진짜, 억울하고 황당해서 눈물이 다 나려 하네.’
 
  비단 억울해서일까.
  당장에 지구가 아니란 경악스러운 사실부터.
 
 과연 돌아갈 방법은 있는 건지, 누가 자신을 이곳으로 소환했고 그런 주제에 이렇게 방치한 건지. 등.
 
  억울함부터 막막함과 대상 없는 분노에 미지에 대한 공포와 몰려드는 걱정까지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다가 가라앉으며 민우의 정신을 빠르게 갉아먹었다.
 
  그대로 못 박히듯 자리에 서 있던 중.
 
  저 멀리서 무언가 수풀을 파헤치는 소음에 움찔 놀란 민우는 곧 등장한 대형견보다 큰 생쥐와 눈을 마주쳤다.
 
  “하, 하하. 씨발. 무슨 쥐가 개보다 크냐.”
  “쮜찍─.”
  “씨이이바알!!!”
 
  야생동물에게 괜히 뒤돌아 도망치면 안 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민우였으나 한 번도 겪지 못한 공포에 이성보단 본능이 먼저 반응해 전력으로 뒤돌아 뛰었다.
 
  잠시 눈을 마주했던 야생 쥐도 생소한 생물이 도망치는 걸 구경하다가 이내 기민한 속도로 거리를 좁혔다.
 
  “으아아아!! 저리 꺼져!! 이 개 같은 쥐새끼야!!!”
 
  두 발 달린 사람이 아무리 잘 뛰어봤자 네발 달린 짐승을 이길 수는 없는 법.
 
  애써 벌린 거리를 금방 따라잡힌 민우는 손에 잡히는 걸 닥치는 대로 야생 쥐에게 던지며 최후의 발악에 나섰다.
 
  코앞까지 다가와 코를 움찔대며 냄새를 맡던 쥐는 힘껏 바둥대는 낯선 생물을 어쩐지 짠한 눈빛으로 구경하듯 자리에 멈춰 있다가 이내 다른 길로 횅하니 사라졌다.
 
  그렇게 어지간한 대형견보다 거대했던 야생 쥐의 공포에서 벗어난 민우는 문뜩 방금 사라진 생김새의 멧밭쥐 중에 자기보다 큰 생물을 먹잇감으로 삼지 않는다는 게 떠올랐다.
 
  “······.”
 
  즉, 그저 새로운 생물에 호기심을 비춘 것뿐.
  아마 민우가 조금만 용기를 냈어도 금방 자리를 피해 도망쳤을 숲속 최하위 먹잇감 포지션이란 것.
 
  너무 늦게 떠오른 지식에 전력을 다해 흙밭을 뒹군 사실이 부끄러워진 민우였다.
 
  ‘이건 그저 내가 정신적으로 너무 몰려 있어서 그런 거야. 그리고 지금 바지가 축축한 것도 습기 찬 바닥을 너무 굴러서라고.’
 
  그러기엔 너무 과하게 젖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자기최면에 열중한 민우는 무사히 진실을 과거로 흘려보냈다.
 
  일련의 해프닝 덕분에 무너지던 정신을 되찾고.
 
  민우는 지금 자신이 가진 물품을 하나씩 점검하기로 했다.
 
  우선은 메고 있는 산악용 배낭을 열어 내용물을 꺼냈다.
 
  “작업용 노트북이랑 패드. 그리고 다량의 문서 정도.”
 
  꽤 큰 부피의 배낭은 당장 쓸모없는 물건이 차지했다.
 
  이미 그런 사실을 알고 있던 터라 전혀 실망하지 않은 민우는 가장 중요한 배낭 속 파우치와 보조 가방을 열었다.
 
  우선 잘 접힌 방수포가 두 장.
  샴푸와 치약, 스킨로션 등이 담긴 파우치.
  분리형 가위 멀티툴과 각종 도구가 든 서바이벌 키트.
  소화제부터 연고와 수술용 실이 든 응급 가방.
 
  끝으로 민우의 굿즈인 삽 머리나 도끼날을 철봉에 조립해 쓰는 만능 장비 키트까지.
 
  “쓰읍, 이렇게 보니까 먹을 거랑 입을 게 없구나.”
 
  나름 철저한 준비를 하고 다닌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무것도 없는 야생에 던져지니 아쉬운 게 한두 개가 아니다.
 
  당장에 방수포만 해도 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와 새벽 찬 이슬은 막아줄지 몰라도 바닥의 냉기나 거센 폭우에는 대책이 없을뿐더러.
 
  샴푸나 선크림 같은 건 사치를 떠나 쓸모가 거의 없었다.
 
  평소에 편의점 육포라도 하나쯤 들고 다니던 것도 최근엔 변호사 사무실과 법원만 다녀서 사둘 생각 자체를 안 했다.
 
  “그나마 치실이랑 거울은 쓸 만하겠다.”
 
  당장 의미 없을 화장품을 빼고 그 안에 방수포를 비롯해 서바이벌 키트에 있던 정수 캡슐을 넣었다.
 
  “내용물은 의미 없어도 이 통 자체는 쓸모 있을 거야.”
 
  마음 같아선 몸을 최대한 가볍게 하고자 노트북을 포함해 빼둔 화장품들도 다 버리고 싶다.
 
  그러나 노특북과 패드엔 민우가 여태까지 열심히 모으고 정리한 각종 생존 지식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이 가득했고, 크진 않아도 뚜껑과 펌프가 달린 플라스틱 통은 당장 지구가 아니면 다신 구할 수 없는 물건들.
 
  꺼내든 물건을 쭉 살핀 민우는 곧장 서바이벌 키트에 들은 벨트 고정형 파우치와 물병 클립 같이 밖으로 꺼내둘 수 있는 장비를 하나씩 몸에 착용했다.
 
  “오, 여기에 목장갑을 넣어놨었네? 진짜 좋다.”
 
  정비를 하는 와중에 배낭의 보조 공간 여기저기서 유용한 물건 몇 가지를 찾을 수 있었다.
 
  언제 썼는지 모를 사용감이 있는 목장갑과.
  언젠가 받았던 휴대용 라이터에 배낭 바닥에 납짝하게 눌린 넥워머와 팔토시.
 
  반가운 건 쓰레기도 몇 개 있었는데.
  가령 검은색 비닐 봉투가 가장 반가웠다.
 
  당장에 판결문과 각종 법률적 서류들도 훌륭한 불쏘시개이기에 언제든 버릴 수 있게 배낭 가장 위로 올려 짐을 꾸렸다.
 
  “흠, 결국 딱히 버린 건 없네. 무게가 가벼운 게 최고지만 다들 어디에 쓰임이 있으니 쉽지 않아.”
 
  그나마 오늘은 판결문을 받으러 오는 거라 평소의 아웃도어 차림이어서 천만다행이다.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답도 없는 정장에 구두였을 터.
 
  철봉의 머리 부분에 묵직한 도끼날을 조립해 만든 손도끼를 한 손에 쥔 민우는 장갑 너머로 느껴지는 묵직한 금속 재질에 편안함을 느끼며 곧 숲 지형 탐색에 나섰다.
 
  “이 정도면 아주 문명인이지. 내가 원시 생존 콘텐츠 땐 팬티 한 장으로 시작해 벽돌집도 지어본 사람이야. 홀딱 벗겨도 그 정돈데 날 납치한 놈은 아주 땅을 치고 후회할 거다!”
 
  이 하늘 아래 어딘가 있을 납치범을 향해 당당히 포부를 밝힌 민우는 당당한 발걸음으로 숲을 나아갔다.
 
 [······.]
 
  그런 민우의 시선이 닿지 않는 숲의 그림자 너머.
 
  의지를 불태우며 적합한 주거지 탐색을 떠나는 민우를 관찰하는 어떤 존재의 흥미 가득한 시선을 알아차리지 못한 민우는 그저 열심히 수풀을 헤쳐나갈 뿐이었다.

댓글(7)

달에앉은    
리메인가요! ㅎ
2024.05.04 23:14
kj*****    
잘보고가요
2024.05.25 10:26
si********    
쥐도 클수 있어요 대표쥐 카피바라 현존하는 설치류 중 가장 큰 동물로서, 몸길이가 1~1.5m에 평균 체중이 35~66kg 정도 나가며 최대 무게는 무려 90kg에 달했다고 한다. 어지간간 대형견 또는 그보다 더 큰 덩치. 덩치가 큰 만큼 당연히 먹는 양과 대변의 양도 많다.
2024.05.31 05:29
장대비가    
무고죄도 10년이상 때려줘야 억울한 사람들이 좀 줄어들텐데... 국개들은 법 똑바로 안만들고 뭐하나...
2024.05.31 08:44
걷는남자    
흠.. 백만 정도의 유튜버가 겨우 이런 일로 망하는 게 말이 되나..
2024.05.31 18:11
금원    
작가들이 이렇게 무리한 설정을 쓰는건 미리 털어내는건가? 악성민원인들이 있다지만 저런 일은 자세히 설명을 해야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인데.
2024.06.01 11:28
n9***********    
종이도 불쏘시게용도로도 쓸만하고 기름먹여써도 여기저기 써도되고 펄프로 풀어서 재료로 써도되고 현대문물은 버릴게 거의없다고 생존 유튜버채널에서 본듯
2024.06.03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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