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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공룡 박물관 (1)

2022.02.11 조회 2,187 추천 28


 1화 공룡 박물관 (1)
 
 
 
 직장 동료라 부르고 기생충이라 쓰는 무임승차 충들이 내게 선물 한 보따리를 들고 다가와 말을 건다.
 ―진우 씨, 이것 좀 부탁할게?
 ―어머! 그럼 진우 씨, 하는 김에 이것도 좀 부탁할게. 괜찮지?
 ―이야~ 역시, 김 대리밖에 없다니까?
 건네주는 선물 보따리를 내가 제대로 받아들지 못하면 되돌아오는 건 지탄들뿐.
 ―김 대리, 내가 급하다고 했잖아. 부탁을 받았으면 제대로 일을 처리해 줘야 할 것 아니야! 그럴 거면 하겠다고 말이나 말던가!
 ―세상에, 진우 씨. 그걸 이제 말하면 어떡해요. 내가 부탁한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어? 진짜 너무하네.
 ―진우 씨, 진짜 이상하다. 일부러 나 엿 먹이려고 이러는 거야?
 솔직히 엿 같다.
 이런 상황에 있는 내 자신과 그곳에서 그들과 함께 섞여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처음엔 나도 비위 맞추는 사람들이 한심하고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계와 관련된 일에 그 누가 자신의 소신을 지킬 수 있을까.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착한 사람이 되어야 했다.
 상사의 부탁, 동료의 부탁.
 그것들을 거절하면 내가 이 회사에서 버텨 나갈 아군이 없어진다.
 만약 내가 그들의 부탁을 모두 거절한다면 그들은 나를 노리는 무서운 포식자가 된다.
 내가 조금이라도 삐끗하는 날에는, 난 그들에게 아주 맛난 먹잇감이 될 것이다.
 티라노사우루스가 연약한 공룡들을 씹어 먹듯 그들이 나를 입에 올려 뜯고 맛보고 즐길 테지.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착한 사람이 된다.
 “진우 씨, 이것 좀 부탁 좀 할게.”
 “아······.”
 “왜? 안 돼? 안 되면 말하고. 나도 시간이 없긴 한데 뭐 대충 때우다가 팀장한테 깨지면 그만이지 뭐.”
 “아뇨. 제가 하겠습니다.”
 “정말? 내가 진우 씨한테 고마워하는 거 알지? 부탁 좀 할게!”
 고마워하긴 개뿔이나 고마워한다.
 저렇게 말만 고맙다고 하지 나한테 커피 한 잔 사 준 일이 없었다.
 그럼 나는 아무런 이득도 없는 이 부탁을 왜 들어주고 있는가.
 눈 밖에 나기 싫어서.
 먹고살기 위해서.
 그리고 그들의 더러운 입에 내 이름을 올리고 싶지 않아서다.
 이 같은 현생이 힘들 때면 불현듯 떠오르는 장소가 있다.
 내가 직접 짓고 만들어 낸 박물관.
 가상 현실 게임에서 내 손으로 직접 화석을 캐고 뼛조각을 맞춰서 만들어 낸 나의 공룡 박물관.
 ‘모레면 대규모 패치가 있으니까 그 전에 목표 달성해야지.’
 집에 돌아온 나는 멘탈을 힐링하기 위해 가상 현실 게임 속으로 접속한다.
 가상 현실 게임 ‘엔피아 월드’.
 ‘엔피아 월드’는 전 세계 유저 14억 명이 넘는 월드 와이드 게임이다.
 이곳에서 나는 아무런 직업조차 없는 모험가다.
 아무런 힘도 가지지 못한 나만의 박물관을 가지고 있는 한 명의 유저에 불과하다.
 보통 이런 오픈 월드 RPG 게임을 하면 다들 직업을 고르고 레벨을 올리고 스킬 트리를 올리며 이곳의 콘텐츠들을 소비하기 바쁘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는 다르게 시간도 돈도 많지 않았다.
 부탁받은 일을 모두 처리하다 보면 자연스레 퇴근 시간이 늦어지니 게임을 즐기고 싶어도 즐길 수 없는 것이다.
 이곳에서 하나의 콘텐츠를 소화하기도 벅찼다.
 덕분에 나는 다른 사람들은 절대로 하지 않을 일을 하고 있다.
 공룡들의 화석을 찾고, 모으며 나만의 박물관을 만드는 일.
 어린 날의 꿈을 그리며 화석을 발굴하는 작업은 몇 번을 해도 질리지 않는다.
 이제 막바지 작업이다.
 내가 갈 수 있는 지역에서 죽음을 무릅쓰며 화석을 채취하는데 단 두 부위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티라노사우루스의 꼬리 뼛조각 75번과 88번.
 내일부터 서버가 닫히고 모레에 오픈될 정도로 대규모 업데이트가 있을 예정이기에 반드시 오늘 저 화석을 구하고 싶었다.
 “공룡 뼛조각 삽니다! 사요!”
 접속과 동시에 광장에 나가 화석 뼛조각 구매를 호소했다.
 남은 시간 동안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은 구매밖엔 없었다.
 이제 와서 화석을 발굴하는 일은 시간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런 호소는 그리 잘 먹히지 않는다.
 하루에 한 명이나 다가오면 다행이다.
 특히 이런 화석을 파는 건 신규 유저들인데 안타깝게도 이 게임에 더는 신규 유입이 없었다.
 이미 게임이 4년 차가 되었기에 유입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아마 신규 유저가 대거 유입된다면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가 아닐까?
 하지만 나는 대규모 업데이트 전에 이 위대한 업적을 달성하고 싶었다.
 회사에서 남 일 도와준다고 나만의 커리어를 쌓을 수 없었는데, 적어도 이곳에서는 나만의 업적이 남는 거니까.
 “어느 부위 사세요?”
 오늘은 운이 좋았다.
 딱 봐도 신규 유저처럼 보였다.
 신규 유저가 화석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딱 한 가지.
 튜토리얼을 진행하면서 게임 시스템을 알려 주는 과정에서 보상으로 주어진다.
 떨어지는 화석이나 뼛조각이 정해 있지 않고 모두 랜덤이기 때문에 기도를 해야 한다.
 제발, 꼬리뼈 75번, 88번!
 “티라노사우루스 꼬리뼈 75번, 88번 삽니다!”
 “어? 어어어?”
 “왜요? 있으세요?”
 “뭐래. 븅신. 맨날 여기서 그 븅신 같은 화석 산다고 도배 그만 좀 해. 꺼져. 이 그지 새끼야.”
 “네, 차단할게요.”
 이렇게 조롱당하는 일도 심심찮게 있다.
 게임 재화도 많지 않은 데다, 다들 300레벨 만렙을 찍을 동안 나는 아직도 60레벨이니까.
 화석 산다고 한 번 외침하면 조리돌림 당하는 거야 늘상 있는 일이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곳에서 약자를 놀리는 것만큼 스트레스가 풀리는 일은 없을 테니까.
 오늘도 허탕 쳤구나 싶어 유적지를 돌며 화석을 구하러 가는 그때 아주 오랫동안 우물 안에 있던 고인물이 내 앞을 막아섰다.
 “저기요. 혹시 티라노사우루스 꼬리뼈 몇 번을 찾으세요?”
 마법사에 나름 템도 잘 갖추고 있는 여자였다.
 ‘엔피아 월드’의 성별은 실제 성별과 같다. 외형은 좀 다를 테지만.
 “꼬리뼈 75번하고 88번이요! 혹시 있으신가요?”
 “아! 다행이네요. 제가 75번, 77번, 81번, 88번 있었거든요.”
 “아! 감사합니다. 얼마에 파세요?”
 “아뇨. 그냥 드릴게요.”
 “예?”
 “제가 이 게임을 하면서 이렇게 한 가지 콘텐츠만 열심히 하시는 분은 처음 봐요. 뭔가 멋져 보여서요.”
 그녀는 그렇게 내 손에 뼛조각 두 개를 건네주고는 사라졌다.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전에 워프를 타고 사라졌다.
 ‘업데이트 끝나면 꼭 감사 인사 드려야지!’
 그녀의 닉네임 ‘세리스’를 머릿속에 담아 두며 내 집으로 향했다.
 * * *
 내 집 옆에는 더 큰 건물이 하나 있었다.
 그곳이 바로 나의 공룡 박물관.
 건물만 봤는데도 가슴이 웅장해진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내가 그동안 맞춰 왔던 공룡들의 화석과 뼈 모형들이 보인다.
 그중 가장 메인 홀에 자리 잡고 있는 티라노사우루스의 꼬리뼈를 맞추었다.
 마지막 조각을 맞추자 강한 빛과 함께 한 메시지 창이 떴다.
 [‘화석 좀 주세요’ 님께서 화석 마스터 타이틀을 획득하셨습니다.]
 [‘화석 좀 주세요’ 님께서 300레벨을 달성하셨습니다.]
 [‘화석 좀 주세요’ 님께서 히든 클래스 초월 등급 ‘공룡학자’로 전직합니다.]
 [‘화석 좀 주세요’ 님께서 레벨 1로 초기화가 됩니다.]
 [‘화석 좀 주세요’ 님께서 공룡 박물관을 얻으셨습니다.]
 히든 클래스? 초월 등급? 공룡학자?
 이 모든 것이 생소했다.
 초월 등급이기에 레벨 1로 초기화된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미 다른 직업 중 전설 등급 히든 클래스를 얻으면 강제로 초기화가 된다고 들었으니까.
 그런데 나는 60레벨에서 300레벨로 광속 레벨 업 후에 다시 1레벨로 초기화가 됐다.
 ‘공룡 박물관? 이건 뭐지?’
 분명 내 집 옆에 있어야 할 박물관이 내 인벤토리 창으로 들어오며 전혀 다른 모습의 형태로 되어 있었다.
 정보창을 열어서 공룡 박물관이 뭔지 살펴보니, 내가 직접 공룡들을 연구하고 개발해서 공룡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같았다.
 그 모든 기반들이 이 공룡 박물관에 담겨 있었다.
 ‘그럼, 나만의 쥐라기 공원 조성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정말 3년간 화석만 모으면서 온갖 조리돌림은 다 당했는데 그 보상을 한 번에 다 받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오늘 그 천사 같은 ‘세리스’라는 유저가 없었다면 이런 이벤트도 볼 수 없었겠지.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세리스 누님!’
 게임에서 나오자마자 나는 바로 커뮤니티를 켰다.
 역시 그곳은 이미 난리였다.
 대규모 업데이트를 앞둔 시점에서 초월 등급 클래스의 등장으로 다들 술렁이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누가 어떤 이름의 클래스를 얻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전설 등급은 유저 이름도 나오더니, 초월 등급은 아닌가 보다.
 캡처본을 보니 [‘??’ 님께서 히든 클래스 초월 등급 ??로 전직했습니다.]
 물음표로 도배된 캡처본이 전 세계 유저들에게 뿌려졌을 뿐이었다.
 커뮤니티는 아주 장작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야발! 전설 등급 얻어서 개 행복회로 돌리고 있었는데 초월이 있다고? 존나 꼽다. 꼬와.
 └꼬우면 접어야지. 근데 저건 어케 얻음?
 ―누가 얻었는지도 모르는데 무슨 방법으로 얻는지 어떻게 암?ㅋㅋㅋㅋ
 ―딱 봐도 탐험이나 요리 같은 걸로 업적 달성하면 주는 거 아님?
 └개솔 ㄴ. 그럼 광장에서 맨날 화석 달라는 새끼가 초월 등급 달성했다 그러지 그러냐. 헛솔 좀 그만하셈.
 자기들끼리 치고 박고 싸우는 모습이 경이롭긴 했다.
 그 와중에 나를 조리돌림 하는 녀석의 댓글이 예리하다 느꼈다.
 다행히도 저 비유가 부정적으로 사용되었기 망정이지, 긍정적이었다면 나는 매스컴에 오르락내리락했을 것이며 회사 생활은 더 헬이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회사 내에서 게임 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혀 봐야 좋지 않으니 말이다.
 커뮤니티를 끄고 나니 서버는 닫혔고 점검에 들어갔다.
 나만의 업적을 크게 남긴 것 같아 뿌듯한 기분을 가지고 모레 있을 업데이트 내용을 살펴보았다.
 업데이트 내용과 함께 게임 이름엔 부제가 달려 있었다.
 [엔피아 월드 : 이면 세계]
 엔피아 월드가 뒤집혀 이면 세계로 유저들이 진입한다는 내용이었다.
 그곳은 저주를 받은 숲이 울창하게 자라 있으며, 기존 몬스터들과 NPC들도 함께였지만 새로운 종족들과 NPC 그리고 군단들이 등장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유저들은 능력치를 제외한 레벨, 스킬 무기와 아이템, 재화가 모두 초기화가 된다는 내용도 함께였다.
 다만 유저마다 투자한 재화가 다르니 초기에 주어지는 아이템으로 보상을 대신한다고 했다.
 이어서 이면 세계는 아주 특별한 서바이벌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 게재되어 있을 뿐, 레이드와 다른 콘텐츠에 관련된 그 어떤 내용도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지 않았다.
 그저 업데이트 후에 직접 눈으로 확인하라는 내용뿐이었다.
 
 * * *
 
 2일이 지나 업데이트 당일.
 평소처럼 동료들이나 상사의 부탁을 받은 일들의 진행을 보고하고 내 자리에 앉아 나의 일과를 시작하는데, 내 눈에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이 잔상처럼 남아져 있었다.
 [이면 세계로 진입까지 00:15:00]
 ‘······?’
 이건 나만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책상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눈에 보이는 시간을 보고 있었다.
 “뭐야? 나만 보이는 거 아니지? 다들 보이지?”
 “그러게요. 이거 ‘엔피아 월드’인가 하는 그 게임 이야기죠? 뭐지? 저는 접속한 적이 없는데.”
 다들 이게 무슨 게임의 내용인지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유저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유명한 게임이었으니.
 그런데 느낌이 좋지 않았다.
 불길했다.
 카운트가 남은 시점부터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했다.
 사람들이 혼돈에 빠져서 상황을 파악하는 사이 시간은 흘러 이제 10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자 또 다른 메시지와 함께 이번에는 땅이 흔들리고 건물들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이면 세계로 진입까지 00:10:00]
 [세계가 무너집니다.]

댓글(2)

rj******    
이거 조아라에서 봤는데 개 망작글이던데 작가님 양심 있나요? 좋은 소재로 노잼소설 만들지말고.내리세요 제발..
2022.02.16 10:02
글미식    
선발대 비추
2022.08.10 16:09
0 /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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