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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개정판] 시황제가 되다

#프롤로그 001

2022.03.11 조회 368 추천 3


 #프롤로그 001
 
 이상하다. 아플 이유가 없는데, 머리가 당장이라도 깨져버릴 것처럼 아팠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내가 뭘 하고 있었더라.’
 
 고통 속에서 원인을 찾고자 하였으나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 무언가를 떠올리려고 하면 그저 멍하기만 하였다. 뇌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기라도 한 것 같았다.
 
 “폐하, 괜찮으십니까?”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괜스레 짜증이 났다.
 
 머리가 아파서인지 나를 위하는 것처럼 들려오는 목소리도 좋게 들리지 않았다.
 
 “물러가!”
 
 “예?”
 
 “물러가라고!”
 
 “아, 알겠사옵니다. 폐하.”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그냥 짜증을 냈고 목소리의 주인이 물러가는 기척이 느껴졌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자 잠이 쏟아졌다. 마침 누워있는 곳이 세상 그 어느 곳보다 아늑하였다. 머리는 아프고 방해하는 사람도 없으니, 일단 한숨 자고 일어나서 생각하는 것이 좋을 거 같았다.
 
 나는 순식간에 잠에 빠져들었다.
 
 “지금 몇 시지? 아니, 그보다 여긴 어디지.”
 
 눈을 뜨자 낯선 천장이 보였다. 검은색의 화려한 문양이 새겨져 있는 천장이었다. 고개만 옆으로 돌리니 역시나 화려한 문양의 벽이 보였다.
 
 정면을 제외하고는 삼면과 천장이 전부 그런 문양으로 뒤덮여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분명 푹신푹신한 것을 보면 내가 누워 있는 곳이 침대인 것은 확실하건만.
 
 하지만 의문은 거기까지였다. ‘왜?’, ‘어떻게?’라는 생각은 그보다 강렬한 기운에 깨끗이 밀려났다.
 
 강렬한 기운은 바로 수마였다.
 
 1달 동안 잠만 자라고 해도 잘 수 있을 정도의 수마가 몰려왔다. 이런 적은 난생처음이었다. 젊은 나이에다 강건한 육체와 정신력을 갖춘 나로서 말이다.
 
 하지만 도저히 항거할 수 없는 힘이었다. 나는 잠에서 깨어난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꿈속의 세계로 들어갔다.
 
 “벌써 이틀째야. 폐하께서 어디가 아프신 것은 아닌가?”
 
 “순행을 갔다 오시지 않았습니까? 어쩌면 순행에서 병을 앓으신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앓으신 것일지도 모르다니. 그런 무책임한 말을 하고도 무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게냐. 우리의 목숨이 달려 있는 문제야.”
 
 소곤소곤,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의문의 사람들. 그러나 나의 귓가에 그들의 목소리가 뚜렷하게 들려왔다.
 
 나는 그들의 대화에 이상함을 느꼈다. 황제니 순행이니 현대의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말들뿐이었다. 가장 이상한 것은 저들의 언어였다.
 
 정체불명의 언어였다. 내가 지금 여행 온 대륙의 언어와 비슷하게 느껴졌지만 그것보다 억양이 강하고 말투가 빨랐다.
 
 여기까지는 뭐 대륙이 워낙 넓으니 방언이라 생각하면 그걸로 이해할 수 있다 쳐도, 가장 이상한 것은 저들의 언어를 자연스럽게 해석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난생처음으로 외국에 여행을 온 것이었고 이전까지의 나는 한자만 읽을 줄 알지, 회화가 가능한 외국어는 단 하나도 없었다.
 
 ‘이상하군. 그러고 보니 이곳이 어디더라.’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 위해 기억을 더듬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 순간 또다시 수마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젠장. 왜 이렇게 계속 졸린 거야.”
 
 늘어지는 목소리로 중얼거린 나는 또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물을 가져와라! 어서!”
 
 목이 말랐다. 나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물을 갖고 오라 명령을 내렸다.
 
 “폐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나는 힘겹게 눈을 뜨고는 상반신을 일으켰다. 잠시 멍한 얼굴로 나의 몸을 살펴보았다.
 
 꿈이 아니었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 있는 기억도 거짓이 아니었다.
 
 “폐하, 물을 가져왔사옵니다.”
 
 끄덕.
 
 대충 고개를 끄덕인 나는 벌컥벌컥 물을 마시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화려한 문양이라고 단순히 생각했던 그곳에는 용이 그려져 있었다. 황제를 상징하는 그림이었다. 그림은 정면을 제외한 삼면 전체에 그려져 있었다.
 
 정면을 보니 일개 침소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넓은 실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심지어 거대한 기둥조차 보였다. 바닥과 천장에는 역시 지나칠 정도로 거대한 용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색깔은 검은색이었다.
 
 나는 그 모습에 지금의 내가 누구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시황제! 내가 시황제가 되다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잠에서 깨어났더니 다른 사람의 몸이라는 것도 까무러칠 정도로 놀라운 일인데 그 다른 사람이 최초의 황제라 불리는 시황제라니.
 
 너무도 황당하여 여전히 꿈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기억과 감각은 너무나 생생하였다.
 
 “아직 북방과 남방을 정복하기 이전이군. 갱유 사건이나 장성 축조가 일어나기 전이야.”
 
 기억으로 살펴본 상태로 정확하게 말하자면 시황제, 즉 스스로 황제라 칭하고부터 3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대충 아는 시황제의 약력을 생각하면 아직 수은 중독이나 정신병이 생기기까지 몇 년의 시간은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다만 올해 초에 방술사의 터무니없는 말에 속아 동방으로 수천 명의 아이들과 거선을 보낸 것을 보니, 신선놀음을 딱 시작했을 시점이 아닌가 싶었다.
 
 물론 나는 우리나라의 역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고 당연히 시황제에 대해서도 그리 해박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그가 말년에 수은 중독에다 정신병을 앓게 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역사에 밝지 않아도 시황제는 너무도 유명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폐하, 괜찮으십니까? 혹시 편찮은 데는 없으신지?”
 
 “괜찮다. 그러니 물러가라.”
 
 환관의 물음에 나는 대충 대답하고는 그를 물러나게 만들었다. 생각할 게 많았으니 환관을 상대할 여유가 없었다.
 
 그가 궁녀들과 함께 침대에서 멀찍이 물러나는 모습이 보이자 나는 다시 사색에 잠겼다.
 
 여전히 침소를 나서지 않는 환관과 궁녀들의 모습이 신경 쓰이기도 하였지만 눈에 띄지만 않으면 되었다.
 
 침소의 크기는 지나치게 넓었고 기억을 살피니 시황제가 궁녀들과 ‘나 잡아봐라.’를 하며 놀았을 정도였다.
 
 밖으로 나가지만 않았을 뿐, 그들과 거리가 20m는 족히 떨어져 있었기에 나는 생각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내가 수천 년의 시간을 거슬러 신나라의 황제가 된 것은 맞는 거 같은데. 설마 몰래 카메라는 아닐 테고.’
 
 작정하고 몰래 카메라를 한다면 공개되지 않은 방법이나 새로 발견된 무언가로 나에게 가상의 기억을 주입하고 신체까지 바꿨을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현실성이 없었다.
 
 나는 이제 막 군대에서 중사로 전역한 일반인에 불과하다.
 
 가진 것이라고는 군대에서 4년 넘는 세월 동안 벌어들인 삼천만 원이 조금 넘는 돈과 무공으로 어느 정도 단련된 육체 그리고 절대 장교 수준에 못 미치는 군사 지식뿐이었다.
 
 이런 나에게 마법이나 무공을 이용하여 이러한 몰래 카메라를 한다?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현실적으로 생각했다. 물론 그 현실적이라는 게 세상에서 가장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지만 일단 내 기억이 뚜렷한 이상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내가 황제가 되었다는 사실을.
 
 솔직히 절망감이나 슬픔 따위는 찾아오지 않았다. 그저 허탈함? 약간의 홀가분함도 느껴졌다.
 
 군대를 전역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함을 가졌었다.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남보다 열정적으로 배운 무공실력뿐.
 
 전형적인 흙수저에다 대학도 중퇴하였기에 나는 이번 여행이 끝나고서 알바를 하며 진지하게 장래를 구상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장래를 고민할 이유가 사라지니 허탈하면서도 어쩐지 마음의 짐이 사라진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기분이 좋은 것은 또 아니었다.
 
 기억으로 본 시황제의 나이는 34살. 그리고 나의 나이는 24살. 무려 10년이나 늙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곳은 10년, 20년도 아닌, 100년, 200년도 아닌 무려 2000년도 더 된 과거였다.
 
 현대의 편의 시설에 너무도 익숙해진 나로선 아무리 시황제의 기억이 있다고 하더라도 적응하기 힘들 것 같았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인터넷 소설이나 웹툰도 볼 수 없었다.
 
 아무래도 그게 가장 큰 문제이지 않을까.
 
 ‘그래도 이곳이라면 내가 어렸을 때 꿈꾸었던 세계 최강의 고수가 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겠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세계 최강의 고수라. 정말 꿈이 크다 못해 비현실적인 생각이었다. 세계의 인구가 70억에 무공을 배우는 인구만 따져도 30억에 가까운 시대였다.
 
 30억 중에 최강이 되는 것은 영약도 구할 수 없거니와 마땅한 스승도 구할 수 없는 처지인 나로선 불가능한 꿈이었다.
 
 실제로 나는 대학에 가서 현실을 깨닫고 곧장 도망치듯 군대에 임관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2천 년도 더 과거인 지금의 시대라면 오히려 가능성은 충분했다.
 
 ‘무공’이 어느 시대부터 있었는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적어도 지금 시대에는 무공이 없을 가능성이 컸다. 만약 있다 하더라도 보잘것없는 수준일 것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는 단계일 터.
 
 “그렇다면 나는 세계 최강국의 황제에다 세계 최강의 강자가 되는 셈인가?”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무공을 익힌 세월만 16년에 가까웠다. 8살의 나는 서예 학원에서 한자를 배웠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기연을 얻었다.
 
 무공을 배우신 학원의 원장님이 제법 영특해 보이는 나를 보고 한자를 넘어 무공까지 가르쳐 주었던 것이었다.
 
 이때부터 나는 무공 고수로서의 꿈을 가지게 되었다.
 
 세계 최강의 고수가 되는 것이 이때 내가 품었던 꿈이었다.
 
 8살 때부터 24살이 된 지금까지 나는 단 하루도 무공 수련을 빼먹은 날이 없었다. 프로 선수가 되어 올림픽에 나간다는 꿈은 진즉에 깨졌지만 그래도 내가 잘하는 것은 무공밖에 없었다.
 
 대학을 포기하고 군대에 갔으면서도 나는 무공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무공 수련에만 열중했었다.
 
 더군다나 내가 대대에서 하던 일이 무공 교두였다.
 
 나는 무공 교두로서 단순히 무공을 수련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군대의 무공이나 여러 무공들을 따로 배워야만 했다.
 
 이것이 지금으로선 굉장한 이점이 되었다.
 
 ‘어떤 무공을 익힐까?’
 
 몸이 바뀌었고 황제가 되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일단 밖으로 나가 황제로서의 생활에 적응하고자 했겠지만 나는 달랐다.
 
 어차피 기억이 온전하니 굳이 밖으로 나갈 필요는 없었고, 무엇보다 이 시대에서 무공을 익힌다는 것이 나에게 너무도 매력적이었다.
 
 원주인의 기억을 되새겨 보아도 무공을 익힐 필요성은 충분하였다.
 
 시황제. 그는 폭군으로 유명한 만큼 암살의 위협을 많이 받은 걸로 유명한 자였다.
 
 당장 무공을 익힐 생각으로 머릿속을 뒤지기 시작하였다. 내 머릿속에 있는 여러 개의 무공 중에 하나를 선택할 생각이었다.
 
 ‘그야말로 행복한 고민이군.’
 
 처음 무공을 배웠을 때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뭐, 지금 상황을 생각하면 그것도 틀린 이야기가 아니었지만 말이다.
 
 ***
 
 
 
 시황제가 되다
 
 지은이 : 언행일치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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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979-11-6839-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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