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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대학생 이철우 (1) (수정)

2022.02.28 조회 69,679 추천 841


 “철우야! 게임 그만하고 나와서 제사 지내야지!”
 
 문밖에서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그 소리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게임을 했다.
 
 「야 탑 에미 없냐? 왜 거기를 기어가서 뒤지냐고.」
 
 진짜, 탑 라이너는 생각이 없는지 왜 거기를 들어가서 죽는지 도저히 이해 못하겠다.
 
 「에미 없는 건 그쪽 아님?」
 「응 니 에미.」
 「님들 한 번만 더 말하면 던짐 ㅅㄱ」
 
 하, 어떻게 게임 속에는 제대로 된 놈이 하나도 없는지 모르겠다.
 
 나라도 열심히 해야지.
 
 「패배!」
 
 얼마 컴퓨터 모니터에는 패배라는 글귀가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었다.
 
 “아!”
 
 아, 또 승급실패내, 그 트롤만 아니었어도.
 
 “야! 이철우! 너 또 게임하면서 승질이야? 빨리 안튀어나와?”
 “아, 간다고.”
 
 투덜대며 거실로 나갔다.
 
 무슨 요즘 시대에 이렇게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직접 음식을 해서 제사를 지낸단 말인가, 아무래도 우리 집안은 좀 이상하다.
 
 “아니, 조상님이 뭐 해준 게 있다고 이렇게 정성스럽게 제사상을 차리는 거야? 너무 구시대적인 거 아니야?”
 “어머 어머, 이놈이.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니다.”
 “아니, 내가 틀린 말 했냐고, 할아버지가 땅을 줬어 집을 줬어? 아니면 돈을 줬어? 뭐 하나 해준 거 없는데.”
 
 거기에 듣기로는 증조할아버지 때는 잘 살았다고 했었다.
 
 할아버지가 노름하다가 집이랑 땅이랑 다 날려 먹었다고 했었나······.
 
 어휴, 그 할아버지가 뭐 좋다고 이렇게까지 정성 들여 제사를 지내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놈아 할아버지가 얼마나 뼈 빠지게 일해서 너희 아빠 먹여 살렸는데.”
 “아니, 할아버지가 뼈 빠지게 일했다고? 노름하다 집이며 땅이며 다 날려 먹었다며.”
 “아무리 그래도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다. 아빠가 있으니 너도 있는 거야.”
 “지금 둘 다 조상님들 앞에서 뭔 짓들이야. 그만하고, 이철우 얼른 여기 와서 절 두 번 해라.”
 
 싸움이 나기 전에 아빠가 말했다.
 
 “네······.”
 
 제사상 앞으로 다가가 절을 두 번 올리며 생각했다.
 
 ‘찢어지게 가난한데도 이렇게 정성 들여 제사상을 올립니다. 제발 조상님, 양심이 있다면 우리 가족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주세요.’
 
 진짜, 할아버지는 양심도 없다.
 
 집안을 말아먹고도 우리가 이렇게 정성 들여 제사상을 올리는데, 꿈에 나타나 로또 번호라도 알려줘야 할 거 아닌가.
 
 빌어먹을 집구석 조금 부잣집에서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아.
 
 절을 두 번 올리고 나자, 아빠가 나와서 술잔을 들고 가며 계속해서 제사를 이어나간다.
 
 “이철우 너도 잘 보고 배워. 나중에 네가 해야 하니까.”
 “네······.”
 “자, 다들 절 두 번 하고 마무리하자.”
 
 제사가 끝나고, 늦은 저녁 게임을 몇 판 더 하고 나서 잠자리에 들었다.
 
 
 * * *
 
 
 ‘어라? 여기는 어디지?’
 
 분명 와본 곳인 거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 저 농?’
 
 벽에 있는 농을 보자 기억이 났다. 분명, 여기는 십 년 전인가? 그때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집이었다.
 
 방을 나가 거실을 지나서 안방으로 들어갔다.
 
 “할아버지?”
 
 어릴 적에만 보아서 할아버지의 모습은 잘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 눈앞에 앉아계신 사람은 돌아가신 할아버지였다.
 
 그리 반갑지는 않았다.
 
 “쯧쯧.”
 
 할아버지는 뭐가 그리 못마땅하신지, 나를 보더니, 혀끝을 끌끌 찼다.
 
 “에? 할아버지? 예전에 돌아가신 거 아닙니까?”
 
 뭐지? 어떻게 될 일이지? 내가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걸까?
 
 아? 꿈? 이건 꿈인가?
 
 당장 볼을 꼬집어 보았는데, 아무리 잡아당겨도 아프지가 않았다.
 
 ‘어라? 아프지가 않네? 진짜 꿈인가보다.’
 
 할아버지가 내 꿈에 나왔다고? 그럼 진짜 내 소원이 이루어지기라도 한 거야? 이제 할아버지가 로또 번호라도 알려주는 거야?
 
 “할아버지! 빨리 알려줘요. 로또 번호!”
 “예끼 이놈아! 내가 그런 거 알려주려고 네 꿈에 나타난 줄 알아?”
 “아니, 할아버지~ 진짜 양심이 있으면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우리가 얼마나 상다리가 휘도록 제사상을 올리는데.”
 
 집안 재산도 다 말아먹었으면서. 양심이 있으면, 알려줘야지.
 
 암, 그렇고말고.
 
 “아니 이놈아 네가 제사상 차려? 며느리가 고생이 많지.”
 “아니 할아버지 그러면, 그러면 왜 나왔는데요! 제발 로또 번호 좀 알려줘요.”
 
 할아버지의 팔을 붙잡으며 졸라대었다.
 
 “이놈아. 그걸 말하면 천기누설로 잡혀가.”
 “아니,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요? 로또 당첨된 사람들 이야기 들어보니까, 꿈에 조상님이 나타나서 알려줬다고 하는데. 그 사람들은 어떻게 당첨됐어요.”
 
 할아버지는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이놈아 철 좀 들어라! 오랜만에 보는 할아버지에게 로또 당첨 번호나 알려달라는 게 예의야?!”
 “제가 뭐요. 뭔 철이 안 들었다. 그래요.”
 
 도박중독에 가정도 제대로 보살피지 않은 할아버지에게 지기 싫었다.
 
 “이놈이 진짜 버럭버럭 대드는 게 아주······. 됐다. 이놈아 내가 손주 이겨 먹어서 뭐하겠어. 그것보다 이대로 계속해서 살면 어떻게 되는지 알긴 해?”
 “어떻게 되는데요?”
 “보자 지금 네놈이 올해 나이가 스물이고, 대학교는 지방의 이름 없는 대학이지?”
 “네. 동해대학교요.”
 
 아니, 학벌이 뭐가 중요한가? 나중에 졸업해서 돈만 잘 벌면 되지.
 
 “지금 졸업해서 돈만 잘 벌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네! 틀린 말은 아니잖아요.”
 “어이구, 이놈아 그래서 네가 안 된다는 거야. 보자, 보자······.”
 
 할아버지는 손가락을 이리저리 까딱거리면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네놈의 20대에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작은 중소기업에 취직해서 매일 야근에 박봉에 받다가 3개월 만에 때려치우겠네. 그러고 공무원인가, 공기업인가 뭔가 준비한다고 나이 30대가 될 때까지 에미 애비 밑에서 빌붙어 살겠네.”
 “······. 무슨, 저는 대학교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해서, 제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거예요.”
 “예끼 이놈아! 네놈이야말로 뭔 소리야. 네놈 능력으로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머리가 나쁘면 노력을 해야지, 게을러서 노력도 안 하는 주제에 무슨 수로 대기업에 들어가? 대기업은 머리가 빠가냐?”
 
 빠가? 할아버지가 참······.
 
 “빠가는 일본어고요.”
 “바보냐!”
 “아니, 그걸 할아버지가 어떻게 알아요. 제 미래 봤어요? 봤냐고요! 알지도 못하면서.”
 “그래! 봤다. 이놈아. 내가 저승 거울로 똑똑히 봤어.”
 “에······? 진짜요?”
 “그래 이놈아! 이제야 할애비 말이 좀 귀에 들어오니?”
 “그래서, 그래서 30대는 어떻게 되는데요?”
 
 저승 거울이 뭔지 모르겠지만, 내 인생에 대해서 말해주니 흥미가 생겼다.
 
 “보자······. 30대에는 애비가 퇴직하고 집에 돈을 벌어올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작은 공장에 취직하는구먼.”
 “······.”
 
 작은 공장?
 
 그럴 리가 말도 안 된다.
 
 “그리고 30대 후반에는 어찌어찌 결혼은 해서, 애 한 명 낳고 살긴 하긴 하는데 어이구 쯧쯧, 마누라에게 꼼짝없이 잡혀 살겠구먼.”
 “네?”
 “말 그대로야. 돈을 제대로 못 벌어오니, 마누라는 맨날 살기 힘들다고 구박하지 하나뿐인 자식놈은 무시하지. 어휴, 그러니 집안 꼴이 잘도 돌아가겠다.”
 
 ······. 내가 그런 인생을 산다고?
 
 “그래서요? 그다음 어떻게 되는 건데요.”
 “그다음? 그다음이 뭐 있어. 그렇게 평생 쎄가빠지게 돈 벌어와도 마누라랑 자식놈에게 인정하나 못 받고, 살다가 50줄 다 돼서 마누라에게 이혼당하고, 자식놈은 마누라 따라가고 혼자 쓸쓸히 늙어 뒤지겠구먼.”
 
 그럴리가, 그럴리가 없다.
 
 “방금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지? 과거를 돌이켜봐라, 중학생 때 어느 대학교 들어갈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
 “서울대요.”
 “왜 그렇게 생각했지?”
 “당연히, 내가 공부를 안 했을 뿐이지, 공부만 좀 하면 서울대 정도는 거뜬히 들어가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 그랬을 거야. 그런데 고등학생 때는 어떻게 바뀌었어.”
 “······. 서울 안에 있는 대학교는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랬겠지? 공부 좀 해보니까 어려운 걸 느꼈으니까. 그랬는데! 지금 결과가 뭐야?”
 “······. 지방의 이름 없는 대학교요.”
 “그래 이놈아. 머리가 나쁘면 노력이라도 해야지, 그래서 이제는 졸업만 하면 대기업에는 취직할 수 있을 줄 알지?”
 “네!”
 “아이고, 아이고 억장이 무너진다. 방금 뭐 배웠어?”
 “모르겠는데요?”
 “똑같아, 준비 안 하고 노력 안 하면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거지.”
 “아니, 제가 원래 그런 사람인 걸 어떡해요. 뭐, 할아버지는 안 그랬어요? 내가 누구 피를 이어받았는데.”
 
 그래도 나는 도박은 안한다.
 
 “······.”
 
 그 말 많던 할아버지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그래서, 그렇게 살고 싶어?”
 “당연히 그렇게 안 살고 싶죠.”
 “그러면 어떻게 살고 싶어.”
 “잘 살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그 잘이 어떻게 살고 싶냐 이거야.”
 “음······.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내 꿈이 뭐였지? 아니 내 꿈이 있긴 했었나?
 
 “지금 생각해봐.”
 
 확실한 건 할아버지가 말해준 삶은 살기 싫다는 거다.
 
 “그냥······. 이쁜 와이프랑 귀여운 딸 하나 아들 하나 놓고 행복하게 사는 거요.”
 “꿈이 그게 다야?”
 “네. 남들처럼만 잘살면 되죠. 그러니까 할아버지~ 제발 로또 번호 한 번만 알려줘요~ 제발, 저 그렇게 살기 싫어요.”
 “무슨 남자가 포부가 없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던가,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위대한 위인이 된다던가.”
 
 이 할아버지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지 모르겠다.
 
 “뭐, 포부가 있으면 달라지는 게 있어요? 저도 사실 어렴풋이 알고 있어요. 제가 그 정도의 재능도 없고 뒷배도 없다는 것쯤은.”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 나는 게으른 데에다가 머리도 안 좋고 재능도 없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말한 삶은 너무 하지 않은가······.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아?”
 
 그렇게 되고 싶냐고? 음······.
 
 “그건 잘 모르겠네요. 역사에 남을 위인이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된다면 엄청나게 바빠질 거 아니에요? 그렇게 큰 욕심은 없어요. 그냥 적당히 남들만큼 잘 사는 게 꿈이에요.”
 “욕심이 그리 적어서야 원······. 앞으로 고민 많이 해야 할 거야. 네놈의 꿈이 뭔지.”
 
 자꾸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내 꿈이 뭔지?
 
 “그게 무슨 말이에요?”
 “쯧쯧, 큰절 두 번 올려보아라.”
 “네? 큰절이요? 뭐 좀 주시나요?”
 “어허, 어른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지 어디서 말대꾸는.”
 “네! 할게요. 할게요!”
 
 얼른 할아버지에게 큰 절을 두 번 올렸다.
 
 “이 할애비가 네 꿈에 나타난 이유가 궁금하겠지?”
 “로또 번호 알려주시려고 나타난 거 아니에요?”
 “그건 아니고, 들어봐. 사실 이 할애비가 이번에 저승 로또를 샀는데.”
 “네? 저승 로또? 저승에도 로또가 있어요? 아니, 잠시만······. 우리 제삿밥으로 우리 집 안 지키고, 그 돈 전부 로또 사는 데 썼죠?”
 
 감이 온다. 감이.
 
 저승이 어떻게 생기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자식들이 제사를 열심히 지냈으면 할아버지에게 무언가 돌아가는 게 많을 것이다.
 
 그것을 우리 집안을 지키는 데 안 쓰고, 분명 그 저승 로또인가 뭔가 하는 거로 탕진했겠지.
 
 도박중독은 죽어서도 못 고친다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군.
 
 “······.”
 
 할아버지는 뜨끔한 표정이었다.
 
 “핏줄은 못 속인다고, 뻔히 보이네요. 어쩐지, 우리 집이 이상하게 우환이 많더라.”
 “크흠, 아무튼 계속 들어보아라. 이번에 내가 그 저승 로또에 당첨되었단다.”
 “에? 당첨됐어요? 그걸?”
 
 그 저승 로또라는 게 자세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내가 알고 있는 그 로또만큼 당첨되기가 힘들겠지.
 
 “그렇지, 그러니까 지금 이 할애비 저승 돈이 엄청 엄청나게 많단다.”
 
 ······. 할아버지 죽어서는 성공했네?
 
 “진짜요? 저승 돈? 그걸로 뭘 할 수 있는데요?”
 “할 수 있는 게 엄청 많지. 손주 꿈에 나타나 로또 번호 알려주기, 집안에 우환을 없애기 등등.”
 “오오! 그러니까 할아버지~ 제발~ 로또 번호 한 번만 알려주세요!”
 
 드디어 나도 조상님 덕을 보는 건가!
 
 “쯧, 그건 10억 저승 돈만 있어도 할 수 있는 거고.”
 “그럼요? 뭐 더 좋은 거 주시려고요?”
 “내가 네 소원 이루어지지,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주지.”
 “에? 진짜요? 어떻게요?”
 “이번에 내가 통 크게! 100억짜리인 ‘손주에게 재능 주기 두루마리’를 염라에게 사 왔다.”
 “재능 주기? 그게 뭐예요?”
 
 재능 주기? 뭐지? 나에게 재능이 생기는 건가?

작가의 말

주인공의 대사를 조금 수정하고, 할아버지는 이제 노름으로 재산을 말아먹었습니다.

댓글(166)

[탈퇴계정]    
우한이 아니라 우환아닌가요..
2022.02.28 15:39
크로노크    
감사합니다.
2022.03.01 21:42
너드아재    
사람 고쳐쓰는거 아닌데, 바뀌지도 않고... 노력도 재능인데 게으르고 열정없는 주인공이 과연 재능있다고 열심히 살아갈지 의심스러운 시점이녜요
2022.03.01 15:12
프로야    
진입장벽이 남한산성마냥 첫화부터 막막하다....
2022.03.05 14:23
몽환이월영    
재능주기가 문제가 아니라 인성이랑 지능을 올리는게 먼저 아닌가. 애초 주인공이 매력적이지가 않는데다 천재가 되건 수재가 되건 오히려 이런 인성 가진놈이 잘되는게 짜증날거 같은데
2022.03.06 18:57
파결    
이건 도저히....
2022.03.07 11:43
0돌이    
와 심하다...이건 암걸려뒤지겠네 포기할게요..
2022.03.07 12:15
극악한선물    
철없는 주인공보다 절실한 사람이였으면 공감이라도 얻지....초장부터 이러시면 어째요
2022.03.07 21:17
[RSR]    
주인공을 개 병신같은 놈으로 설정한건 1화보고 다 집아치우라는 뜻이죠?
2022.03.08 06:09
삶의유희    
진입장벽 ㅈㄹ 높네.
2022.03.0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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