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이혼 후 코인 대박

수익률 2,500배

2022.03.20 조회 135,700 추천 1,364


 열심히 산다고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건 아니라는 걸 살아오면서 깨달았다.
 
 “1,000만원만 빌려줘. 이번엔 진짜 확실하다니까. 아빠 못 믿냐?”
 “아버지. 몇 번이나 빌려간 돈을 갚지도 않으셨잖아요.”
 “부모 자식 간에 무슨. 지금까지 키워주고 먹여줬잖아. 그리고 이번에 대박 나면 전부 다 곱배기로 갚을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와 단 둘이 살아왔다.
 술, 도박, 싸움.
 좋게 말해서 풍운아로서 살아온 아버지.
 새벽에나 들어오는 아버지의 유일한 장점이라면 때리진 않는 것이었다.
 그냥 본인 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라.
 자식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집에 쌀이 떨어지든, 돈이 없든.
 알아서 해결하거나 아니면 굶어야 됐다.
 
 ‘절대 아버지처럼은 살지 말아야 되겠다.’
 
 아버지처럼 되지 않기 위해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는 학원 한 번 등록 안하고 열심히 공부를 했고, 대학을 다니면서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노력, 노력, 노력.
 집에 쌀이 떨어져서 굶어보면 게을러질 수가 없다.
 한푼을 모으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동이 필요했다.
 
 “새내기 모임 있는데. 가자.”
 “미안. 알바 있어서.”
 
 신입생부터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
 같은 학과의 학생들을 강의 시간이 끝나면 피씨방이나, 호프집에서 알바를 할 때나 보았으니.
 그들과 만나면 서먹서먹한 눈빛을 교환하긴 했지만 이내 무시했다.
 
 ‘너희들이랑 술 마실 돈이면 2주일 생활비는 되겠다.’
 
 만원의 행복.
 소세지 하나를 사서 얇게 잘라서 이틀이나 사흘을 먹고.
 어쩌다 고기를 간절히 사먹고 싶을 때는 뒷다리 살을 폐점세일할 때 사서 구워먹었다.
 살점을 조금 뜯어먹을 때, 입에 고기가 들어가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란.
 
 ‘세상은 살만한 곳이구나.’
 
 돈이 없어도 남들과 비교하며 살지 않으면 괜찮다.
 낭만을 즐길 수 있었다.
 혼자라서 심심하긴 하지만, 고독과 외로움은 질병이 아니다.
 
 “학생. 많이 줄게.”
 “네?”
 “뒷다리는 질긴데. 많이 챙겨 줄게.”
 
 아줌마들은 대충 보기만 해도 어떤 형편인지 쉽게 눈치챘던 것일까.
 대학을 다니는 동안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가리지 않고 입는 너덜너덜한 청바지 한 벌.
 한겨울에도 색이 바랜 얇은 가을 점퍼를 입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 덕분에 고기를 몇십 그램이라도 더 받을 수 있었으니 이득.
 
 “야. 돈 버는 것도 좋지만 대학 생활의 낭만이라는 게 있잖냐. 앞으로 모임도 나오고 그래. 모르는 게 있으면 알려주고, 사회 나가서는 끌어주고 당겨주고. 응?”
 “예. 선배님.”
 
 나는 학과 선배들이 뭐라 말할 때는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뒤돌아서서는 무시했다.
 당장 먹고 살기 힘든데, 선후배 관계가 뭐란 말인가.
 그렇게 1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오고는 진정한 아싸가 되었다.
 내버려두면 아무도 쉽게 말을 걸지 않는 복학생의 자유로움이랄까.
 혼자 수업을 듣고, 일해서 돈을 벌고.
 그때만 해도 아버지란 존재를 너무 얕봤다.
 
 “신아. 아버지가 배가 고파서 그런데. 20만원만 주면 안 되겠냐?”
 
 20만원.
 일년 내내 쓰는 옷값에 교통비를 합친 것만큼이나 많은 액수.
 아버지가 배가 고프다는 말에 선뜻 드렸고.
 훗날 알게 되었지만 그 돈은 전부 카지노에 가서 날려버렸다.
 
 “이번에 계모임하는데. 곧 내가 받을 차례거든. 50만원만 줘봐. 두 달 후에 70만원으로 갚아줄게.”
 “할머니가 편찮으시다. 당장 입원비가 모자란데. 좀 도와주라.”
 “너도 알겠지만 아빠가 이빨이 좀 안 좋아서. 임플란트를 하나 해야 될 것 같은데. 아는 사람이 싸게 해주기로 했거든. 어떻게 안 되겠냐?”
 
 벼룩의 간을 떼어먹는 존재가 있었다.
 알바해서 돈을 모아서 여러 번 아버지에게 쏟아부었다.
 그만두어야지 하면서도 이래저래 뜯기게 되었는데.
 어릴 때부터 아빠와 쭉 지내왔으니 하나 밖에 없는 가족이라 단호하게 외면하지 못한 결과였다.
 그리고 이번엔 1,000만원을 빌려달라는 요청까지.
 그동안 어지간히 호구로 살아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돈을 버는 사람이 따로 있고, 쓰는 사람이 따로 있다더니.
 돈이 모일만 하면 각종 이유로 가져가고, 그동안 당한 것만 하더라도 지긋지긋했다.
 
 “1,000만원이나 가져가서 뭘 하시려고 하는데요.”
 “돈을 벌어봐야지.”
 “돈이요? 장사하시게요? 아니면 또 도박으로...”
 “카지노 가서 날리려는 거 아니다. 정신 차렸어. 이번에는 확실한 소스로 투자하는 거야. 가입 신청도 네 이름으로 할 거야.”
 “가입이요? 설마 제 이름으로 이상한데 가입하려고 하는 건 아니죠.”
 “코인이라는 게 있는데. 투자하려고 그래. 나야 빚진 곳이 많아서 내 이름으로 투자할 수가 없잖아.”
 
 원룸 보증금을 올려주려고 모아놓은 돈이 있었다.
 속는 줄 알면서도, 아버지에게 정말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이번을 마지막으로 다시 돈을 빌려달라면 휴대폰 번호를 바꿔버릴 작정으로.
 그리고 6개월쯤 지나서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김신씨 되시죠? 여기 남양주 경찰서인데요.”
 “무슨 일인가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알바를 하다가 받게 된 전화.
 직감적으로 아버지와 관련된 일이라 생각을 했다. 그게 아니라면 경찰서에서 연락이 올 일은 없었다.
 
 “교통사고가 크게 나서. 김성태씨가 현장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예?”
 “오토바이를 운전하시다가 빗길에 미끄러져서 사고가 났어요.”
 
 아버지의 죽음.
 자동차와 부딪친 것도 아니고 빗길에 벌어진 단독 사고였다.
 유일한 가족이 떠나간 것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슬프면서도 족쇄에서 풀려난다는 기분이 교차했다.
 
 “네가 큰일 치르느라 고생이 많겠다.”
 “일부러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주임님.”
 “그래. 푹 쉬고. 천천히 나와.”
 
 장례식에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매장 직원들이 찾아왔다.
 반대로 아버지의 지인들은 일찍 와서 술이나 마셨는데.
 
 “여어. 우리 또 왔다. 신아.”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갔던 사람이 정오 무렵에 와서 또 술을 마시고.
 아버지의 장례식장을 공짜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여기는 모양이었다.
 
 “장례식장에서 이런 말하긴 그렇지만, 아버지가 나한테 빌린 돈이 있었는데.”
 
 빚쟁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도박에 술을 워낙 좋아하던 사람이라 이래저래 빌린 돈이 많긴 할 것이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저도 아버지한테 빌려준 돈이 많습니다. 근데 돌아가셔서 못 받을 거 같네요.”
 “아니. 넌 그래도 자식이니까 대신 갚아야지.”
 “따뜻한 밥 한 번 제대로 차려준 적 없는 아버지도 아버지인지. 그리고 당연히 상속포기할 겁니다.”
 “상속포기?”
 “네. 아버지가 남긴 돈이 하나도 없다는 거. 뻔히 짐작하시잖아요.”
 “젠장.”
 
 아버지의 신용이라는 게 없다보니 이래저래 빌린 곳은 많아도 액수가 크지도 않았다.
 그렇게 장례식을 치르고, 대학을 졸업하고 열심히 회사 생활을 하고.
 혼자 사는 삶은 편안했다.
 직장을 다니며 저축을 두둑하게 할 수 있었고, 여러 취미도 마련했다.
 무과금으로 모바일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로 여행 영상을 보고.
 뼛속까지 거지 근성이 박혀있다보니 직장인이 되고 나서도 스키장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김 대리. 대전에 일이 있는데.”
 “그럼요. 가봐야죠.”
 
 서울에서 일을 하지만, 지방 출장은 언제든 대환영이었다.
 대전에서 호텔에 머무르고, 남는 시간에 이래저래 맛집을 다니고.
 유성 온천에서 따뜻한 목욕을 하고.
 법인카드는 그야말로 마법 같은 힘을 가졌다.
 
 ‘돈만 있으면 참 살기 좋은 세상이네.’
 
 이렇게 좋은 세상을 10대와 20대에 누리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지만.
 노력으로 쟁취해낸 인생이었다.
 
 ‘열심히 살길 잘했다. 어쨌든 보상을 받는구나.’
 
 그러다가 회사의 지원 부서 여직원과 친해지게 되었다.
 일 때문에 마주치고, 업무를 도와주고. 그러다보니 만나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오빠. 우리 사귈래요?”
 “정말?”
 
 사귀고 6개월만에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가족이 생겨났다는 기쁨은 아주 잠시였다.
 같이 살아보기 전에는 몰랐던 지독한 성격 차이와 처가집의 무시로 결혼 1년 만에 이혼을 했다.
 
 “인생 참...”
 
 사계절 내내 습기가 차오르는 반지하 방.
 결혼을 한다고 떠나서 딱 1년만에 돌아왔으니, 주인 할머니가 볼 때에도 얼마나 황당했을까.
 나는 돈이 아까운 것을 참으며 방에서 소주병을 깠다.
 직장을 다니면서 몇 번 마셔보았지만 입맛에 맞지 않았다.
 
 “크으.”
 
 직접 만든 두부김치에 소주.
 지지리 청승을 떨며 술을 한 잔씩 마셨다.
 이혼을 해서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는 점이 슬프긴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쩔 수 있을까.
 나는 마음에 벽이 있었다.
 경계하고, 의심하고.
 웬만해서는 상대를 쉽게 품어줄 수 있는 성격은 아니었고, 그녀는 사소한 일에도 매우 짜증이 많은 편이라.
 함께 있는 시간이 지옥이었으니 일찍 헤어진 것이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다.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지 않지. 50대쯤 되면 외롭다는데. 세상에 남기는 거 없이 조용히 사는 것도.’
 
 외로움과 고독을 즐기면 된다.
 바꿔말하면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었다.
 원할 때 자고, 먹고, 쉬고.
 새로운 취미를 익히고, 유튜브 영상을 보고.
 그러다가 불현듯 몇 년 전의 기억이 났다.
 아버지가 빌려갔던 1,000만원.
 돈을 가져가서 돌아온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잊고 지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 졸업 학점 관리나 취직, 직장 생활로 정신이 없기도 했고.
 솔직히 그때의 일은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 오래 잊고 있었다.
 
 “내 이름으로 가입했을 텐데...”
 
 기억을 더듬어 해외사이트에 다시 접속을 해봤다.
 
 “아직 사이트가 남아 있네.”
 
 대략 6년 전이었으니 그 동안 망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고, 1,000만원 중에 남아 있는 돈이 있다면 다시 빼려고 했는데.
 
 “...이게 뭐야?”
 
 모니터에 찍힌 숫자가 너무 많아 한 번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6년 전에 개당 2달러가 안 되는 금액에 샀던 건 비트코인이었다.
 지금은 개당 5,000달러가 넘었고, 연초부터 계속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무려 2,500배의 수익.
 평소에 생각해본 적조차 없던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맙소사.”
 
 평가금액을 보는 순간 몸이 떨려왔다.
 소주 반 병을 마신 취기는 순식간에 다 날아가버렸다.
 당장 문부터 잠그고, 창문을 닫고 커텐도 쳤다. 그리고 다시 컴퓨터를 확인했다.
 
 “맞았어. 아버지가 샀던 게 비트코인이었지.”
 
 아버지가 워낙 온갖 것들에 돈을 날리다보니 신뢰가 없었다. 제대로 기억하지도 않고 있었는데, 그게 이런 거대한 금액으로 성장을 했었다니.
 
 ‘이게 금융 자산.’
 
 아르바이트를 하고, 대학을 열심히 다녔던 것은 노동 수입을 얻기 위해서였다.
 땀을 흘린 만큼 벌어야 생존을 할 수 있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얼마나 많은 회사 선배나 업무 관계자들이 투자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던가.
 
 “이번에 산 아파트가 3억이 넘게 올랐는데.”
 “전세 끼고 샀어?”
 “응. 그래야 수익률을 높이지.”
 
 흔히 아파트에 투자를 하거나.
 
 “아버지가 경기도쪽에 가지고 있는 땅이 있는데. 판교가 더 커진다고 해서...”
 “올랐어?”
 “이번에 3배는 올랐다더라.”
 “팔아야지?”
 “뭐하러? 그냥 쥐고만 있으면 몇 배는 더 오를 텐데.”
 
 땅에 대해 투자하는 대화를 들었다.
 다른 세계의 이야기처럼 느껴졌고, 여유가 조금 생기면 우량주나 사볼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샀던 코인이 지금은 2,500배가 올랐다.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다더니.
 변동성이 심한 주식시장에서조차 믿어지지 않는 수익률이었다.

댓글(118)

tron    
개나 소나 다 이혼표절이네~
2022.03.20 02:07
몽환현재    
긍까요..굳이 이혼이 앞에 있어야하는지..재미는 있을꺼 같은데...
2022.03.20 23:17
k1**********    
이혼이 요즘 트렌드니 그런건데 왜 시비? 개나소나라니ㅋㅋ 지는 글찾아 떠도는 주제에 오만하기그지없는놈
2022.03.21 00:52
wlgp    
무슨 이혼이 트렌드인가
2022.03.23 10:16
無意識的    
상속포기보다는 한정승인이 맞을듯. 상속포기를 해버리면 다른 친인척에게 각종 채무나 빚도 넘어감. 한정승인을 해야 자기 선에서 정리됨.
2022.03.23 14:58
풍뢰전사    
저건 본인 명의라 상속포기에 해당 안될거 같은데요 건필하세요
2022.03.24 20:39
천둥박쥐    
잘 보고 갑니다
2022.03.25 10:21
k4*************    
이혼후 로또, 재벌..
2022.03.26 11:56
13572468    
요듬은 이혼이 대세인듯요
2022.03.26 23:08
하얀백곰    
이건 리메작인가요? 분명 예전에 본 내용인데
2022.03.27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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