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악마는 바이올린을 켠다

1화 루이

2022.04.11 조회 44,071 추천 500


 붉은 불빛.
 알코올마저 삼켜버리는 독한 향수내음.
 신음과 비명이 공간을 가득 채우는 곳.
 매굴의 창기 코르티아나들이 웃음과 몸을 파는 술집 구석, 그곳에 그가 존재했다.
 
 마성의 바이올리니스트, 루이.
 그의 바이올린 소리에 홀리지 않는 사람이 없다 하여 붙은 이름.
 루이라는 이름보다 ‘세이렌’이라는 별명으로 더 많이 불리운 비운의 천재.
 
 저벅, 저벅.
 그가 무대에 오르고 있었다.
 정확히는 나무판자 위에 맨발로 올라선 것뿐이었지만.
 
 루이는 더없이 진중했다.
 나무판자 위에 서는 것이 어찌나 경건해 보였는지.
 루이의 등 뒤로 건축 중인 밀라노 대성당이 보일 지경이었다.
 
 “어라?”
 
 슥슥, 코르티아나를 끼고 술을 마시던 귀족들이 눈을 깜빡였다.
 그러는 사이, 화려한 가면을 얼굴에 뒤집어쓴 루이는 조용히 어깨와 턱 사이에 바이올린을 끼웠다.
 
 낡은 바이올린이었다.
 당장에라도 뚝, 하고 떨어질 것 같은 바이올린 지판.
 헐어버릴대로 헐어버린 조리개.
 색이 바래다 못해 사포에 문댄 것 같은 턱받침까지.
 척 보기에도 써먹지 못할 바이올린이었다.
 
 여기서 신기한 건 루이의 태도였다.
 그는 빈민가 아이도 주워가지 않을 정도로 쓰레기 같은 바이올린을 조율하는 게 매우 익숙해 보였다.
 아무런 곤혹스러움 없이 섬세한 손길로 바이올린을 조율해가는 모습에서 장인의 풍모마저 엿보일 지경이었다.
 
 “미치겠군.”
 
 꿀꺽, 목에 술을 때려넣듯 퍼부은 귀족 하나가 손수건으로 이마를 거칠게 닦아냈다.
 아직 음악이 시작도 안 했것만, 어느새 귀족들 대부분이 눈가를 파르르 떨면서 루이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에 서린 건 기대였다.
 
 살짝 떨어진 곳에서 귀족들의 행태를 지켜보던 중년귀족 하나가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의 손에도 여지없이 땀에 절여진 손수건이 들려있었다.
 
 “내가 마굴 태생의 연주를 듣겠다고 하!”
 
 중년귀족이 믿기지 않는단 표정으로 독백했다.
 반응한 것은 앞자리에 자리한 귀족들이었다.
 
 “그래. 진짜 말도 안되는 일이지.”
 “자네들이 그러면 나는 무슨 태도를 취해야하지? 나는 이거 하나 보겠다고 파가니니 연주회도 마다하고 달려왔다고.”
 “나라를 건너온 나보다는 낫겠지.”
 
 그들은 하나같이 자괴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들이 다른 모든 일들을 마다하고 연주하나 듣겠다고 오게 만든 존재가 마굴 태생의 노예라니.
 
 마굴.
 ‘마굴에서 태어난 자, 마굴에서 죽을지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마굴에서 태어난 노예들은 노예 중에서도 미천한 자였다.
 
 태어나면서부터 죽기 전까지 마굴 밖으로 나갈 수도 없게 종신형을 선고받으며 태어나는 노예들.
 그게 바로 마굴 태생의 노예였다.
 
 그런주제에.
 
 ♬
 지이잉, 하고 한번 무심하게 그어지는 현.
 거기서 터져나오는 소리에 귀족들이 침음을 흘리며 무너졌다.
 
 황홀한 비브라토.
 무너진 귀족들 태반이 입꼬리를 실룩거리고 있었다.
 
 “으으음!”
 
 말도 안되게 수준 높은 기교로다.
 온몸에 소름이 돋은 귀족이 힘없이 중얼거렸다.
 
 “한번 들으면 빠져나올 수 없는 마성의 음율이군.”
 “이건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야.”
 “그것도 저딴 낡은 바이올린으로 말일세.”
 
 ♬
 이렇다 할 악보도 없이 마구잡이로 그어지는 현이, 청자의 감정을 강제로 주물러댔다.
 
 바깥 세상은 경험해본 적도 없는 마굴 태생 노예 주제에.
 평생동안 쌓아올린 프라이드를 통째로 뒤흔들만큼 황홀한 연주를 해낸다니.
 
 이건 연주라기보다, 폭력이라는 말이 어울릴 지경이었다.
 
 “허어어!”
 “으음. 제대로 악보를 보고 켰다면 어땠을지.”
 “기왕이면 바이올린도 제대로였다면···?”
 “그건 불가능하지. 마굴의 노예에게 바이올린을 내주는 미친 장인이 세상에 존재할 리가.”
 “자네가 사다주지 그러나.”
 “들키면 어쩌려고.”
 
 마굴.
 가장 비천하고 낮은 노예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이 도시를 속칭하는 말로.
 고고한 자일수록, 마굴 태생을 혐오했다.
 
 하여 음악의 신이 강림하기로 한 것처럼 황홀한 연주 실력을 뽐낼 수 있음에도, 루이는 어둠 속에 잠겨 살아가고 있었다.
 
 ♬
 끝없이 올라가는 현의 음을 따라가며, 눈꺼풀을 떨어대던 귀족이 한가지 가정을 떠올렸다.
 
 만약.
 
 “저 노예가 마굴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아니 애초에 노예가 아니었다면···, 그러면 어땠을 것 같나?”
 
 누군가의 말에 모두가 눈을 굴렸다.
 모두의 머릿속에 루이와 같은 결을 가진 연주자 한명이 스쳐지나갔다.
 
 기교와 뛰어난 감정표현.
 가슴을 울리는 연주자.
 들은 이들이 영혼을 빼앗겨버린다하여 지어진 별명.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
 
 ♩
 눈을 감고 파가니니를 떠올리던 귀족들이, 이번에는 활대를 들고 현의 바다를 질주하는 루이를 응시했다.
 
 정확히는 연주에 심취한 루이의 손에 들린 쓰레기 같은 바이올린을 응시했다.
 저런 쓰레기를 들고서, 파가니니와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다.
 
 그게 바로 루이였다.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파가니니조차 마다하고 마굴로 오게 만드는 실력자.
 
 이런 루이가 노예가 아니라 평민으로라도 태어났다면?
 더 나아가 귀족으로 태어났다면···?
 
 모두가 정답에 도달했다.
 
 “바이올린 하나로 나라를 지배했을거야.”
 “마왕의 연주가 거리에 울려퍼졌겠지.”
 “악마는 피아노로 도망쳤을걸?”
 “푸하!”
 
 그때 한명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그럴리가 있나. 신분을 타고나지를 못했으면 운명이 허락하지 않은 것인데.”
 “신분도 재능 아니겠나?”
 “음! 역시 그것도 그렇지!”
 
 귀족들에게 달라붙어있던 코르티아나들이 약간의 불편함을 드러냈지만, 그걸 신경쓰거나 눈치보는 이들은 없었다.
 귀족이란, 그리고 신분이란.
 그런 것이었다.
 
 “그나저나··· 안타깝군.”
 “이제 몇달 뒤면 저 노예의 연주를 듣지 못하게 된다니···”
 
 잠깐의 정적.
 부드럽게 교태를 부리던 코르티아나들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고, 귀족들의 얼굴 위에는 안타까움이 스쳤다.
 
 그 순간.
 휘익!
 활대가 바람을 가르며 집중하지 못하는 이들을 질책했다.
 
 붉은 빛조차 닿지 않는 어두운 나무판자 위에서 바이올린 활대를 들어올린 루이.
 
 모두가 홀린 듯이 시선을 들어올렸다.
 
 다리 위에 올라타 신음을 흘리던 코르티아나들도, 방금까지 신나게 떠들어대던 귀족들도.
 
 모두가 침묵을 지킨 채 루이가 들어올린 활대만 바라봤다.
 
 가면 속 옹이구멍 속, 루이의 보라색 눈동자가 눈웃음을 지었다.
 만족이었다.
 
 이윽고.
 뭐라 설명할 수도 없을 정도로 민망하게 늘어난 현을 향해, 활대가 달려들었다.
 
 ♬
 지잉ㅡㅡㅡ!
 바이올린의 현이 활대에 비벼지는 순간,
 
 “아!”
 
 누군가 탄성을 터트리며 눈물을 한줄기 흘렸다.
 환희였다.
 
 ***
 
 “후우.”
 
 문밖으로 나온 남자, 루이는 가면을 벗어 대충 복도 구석에 던져버렸다.
 절그럭, 발목과 손목에 이어진 쇠사슬 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지고.
 공허와 열망으로 뒤엉킨 눈동자를 질끈 감은 루이가 벽에 몸을 내던지듯 기댔다.
 문 안에서는 교성과 탄성, 비명이 터져나가고 있었다.
 
 허망하다.
 낡은 바이올린을 품에 안은 루이는 생각했다.
 이대로 세상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그때.
 
 “루이. 스텔라 언니가 불러.”
 
 내달 코르티아나로 데뷔할 소녀 하나가 자신을 현실로 낚아올렸다.
 
 “누나가?”
 “빨리 와보라던데?”
 “그래?”
 
 루이의 시선이 복도 끝을 향해 돌아갔다.
 복도끝에 존재하는 커다란 다락방, 스텔라의 개인실을 향해서였다.
 
 몇주째 시선을 피하더니 갑자기?
 지난 몇주간 행적이 이상했던 스텔라의 호출에 의아함을 느낀 것도 잠시.
 
 “고맙다.”
 
 루이는 소녀의 머리를 헝클이곤, 천천히 복도 끝을 향해 걸었다.
 절그럭, 절그럭-
 처연한 쇠사슬 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졌다.
 
 .
 .
 .
 
 “누나.”
 
 회끼가 도는 루이와 대조되는. 황금이 굽이치는 아름다운 금발.
 커다란 눈망울.
 사랑스럽게 J자로 휘어진 속눈썹.
 도톰한 입술 위, 볼 가운데, 반대쪽 눈 아래. 얼굴에 삼각형 꼭짓점을 찍은 세개의 점까지.
 
 마굴에서도 비싸기로 소문난 술집 ‘은하수’, 그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별.
 스텔라.
 제 누나였다.
 
 “왔니?”
 
 애교살을 짓누르며 휘어지는 눈망울.
 
 “왜 불렀어.”
 “루이. 내 귀여운 동생.”
 
 스텔라가 근교 귀족들을 휘어잡은 자색 눈동자로 루이를 바라봤다.
 
 “어떻게 하고 싶니?”
 
 스텔라가 핵심을 찔러왔다.
 요 몇달간 루이가 피해오던 주제였다.
 몇달 뒤.
 21살이 되면 루이는 마굴의 규칙에 따라 노역장으로 보내질 운명이었다.
 그게 바로 얼굴을 지져 몸을 지킨 대가였다.
 
 건장한 사내도 반년을 버티지 못하고 영원히 쓰러진다는 노역장으로 루이가 보내지면, 한달을 채우지도 못하고 죽음을 맞이할 것은 자명한 일.
 스텔라는 처연한 눈동자로 루이를 바라봤다.
 
 저렇게 빛나는 재능을 가졌는데 마굴에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접어야 한다니.
 스텔라는 제 동생이 몹시 안타까웠다.
 
 “어떻게 하고 싶니, 루이.”
 “누나 나는,”
 
 화상으로 내려앉은 눈덩이 속, 루이의 보랏빛 눈동자가 흔들렸다.
 
 스텔라의 눈은 도망치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 마굴에서 도망쳐 새로운 삶을 살아보라고. 도전하라고. 너무나도 상냥하게 말을 걸고 있었다.
 
 하지만 루이는 눈을 질끈 감아 외면했다.
 
 마굴에서 죄는 연좌제.
 자신이 도망쳐 붙잡혀도 누나는 죽고, 자신이 도망치는데 성공해도 누나는 죽는다.
 
 “누나 나는,”
 
 사부작거리며 천이 부대끼는 소리 사이로 찰그락, 거리는 쇳소리가 부닺혔다.
 열쇠였다.
 루이의 쇠사슬을 풀어줄 열쇠.
 스텔라는 루이에게 열쇠를 건네며 상냥하게 웃어 보였다.
 
 “도망쳐.”
 
 열쇠는 포주가 가지고 있다.
 그걸 누나가 얻어오기 위해서 했을 짓은 단 하나.
 루이가 가라앉은 눈동자로 물었다.
 
 “이거 어디서 났어.”
 “나랑 같이 도망치면 가능성이 없지만, 너 혼자라면 가능성이 있잖아.”
 “누나. 이거 어디서 났냐고 묻잖아.”
 “누구겠어.”
 “이래서 몇 주 동안 나를 피했어? 그 씨발새끼가 몇 주 동안 나를 가만히 놔둔 이유가 이거야? 그래?”
 
 확신을 가지고 루이가 손목을 잡아 끌자, 화려한 레이스 속 드러나는 피멍들.
 루이가 세상을 잃은 표정으로 스텔라를 바라봤다.
 
 “누나···, 스텔라. 나는.”
 “루이.”
 
 스텔라가 고개를 들어올렸다.
 
 “루이 너는 정말 대단해. 네가 손님이 버리고 간 바이올린을 주워서 스스로 음을 찾아갈 때의 감동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해.”
 
 하얀 손가락이 루이의 머리를 토닥였다.
 
 “정말로. 루이. 너는 빛이 있는 곳으로 가야해.”
 
 이렇게 지기에는 너가 너무 대단해.
 스텔라는 눈꼬리에 눈물을 매달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대 같지도 않은 나무판자 위에 올라, 붉은 빛도 받지 못하는 초라한 곳에서 홀로 바이올린을 키는 루이를 십여년동안 바라보며 수백번 수천번이고 생각했다.
 루이는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고.
 마굴에 갇혀 있기에 루이는 너무 위대하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빛이 가득한 무대에 올라서, 네 바이올린이 얼마나 좋은지 알려주렴.”
 “누나.”
 “그러고 싶잖아. 루이.”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온기에 얼굴을 비빈 루이가 열쇠를 그러쥐었다.
 
 “언젠가 들려주렴. 하얀 빛이 휩싸인 무대는 어떤 곳인지.”
 
 루이가 스텔라의 따뜻한 손을 꽉 잡았다.
 그리고 맹세했다.
 
 그래.
 내가 누나한테 들려줄게.
 빛에 휘감기는 건 어떤 기분인지, 내가 꼭 누나한테 들려줄게.
 
 .
 .
 .
 
 누나의 도움을 받아 쇠고랑을 풀어낸 루이는, 그 길로 도망쳤다.
 잠 잘 시간도 줄이고, 밥 먹을 시간도 줄여가며.
 
 허억, 허억!
 그저 계속 뛰었다.
 
 그렇게 4일.
 나흘을 밤낮없이 뛰어다닌 루이는 매우 지쳐있었고.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위태로운 상태였다.
 
 “니미! 퉤!”
 “존나게 힘들게 하고 있어. 씨발 돼지 창자에 비벼쳐넣을 새끼가.”
 
 그래서 붙잡힌 순간, 루이는 절망했다.
 지쳐버릴대로 지쳐버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러면 안되는데.
 
 “이 새끼 얼굴 칼로 긁어내면 스텔라랑 같이 이쁘장하게 울지 않을까?”
 “킥킥. 미친새끼. 야. 비켜봐. 오줌마렵다.”
 
 누나한테 맹세했는데.
 붙잡히는 과정에서 부셔져버린 바이올린 위로 장정 하나가 다리를 올렸다.
 루이의 눈이 잘게 흔들렸다.
 더러운 오물이 묻어가는 바이올린을 바라보며 이미 잘린 혀가 비명을 내질렀다.
 씨발. 씨발. 씨발!
 
 그들이 가지고 있는 황금빛 머리카락 뭉치가 뭔지 알기에 루이는 온몸을 뒤틀었다.
 
 “어쭈, 반항하는데?”
 “어어. 재밌네.”
 
 우드득!
 
 “ㅡㅡㅡㅡ!”
 
 어깨가 기형적으로 꺾이는 소리와 함께 고통이 온몸을 뒤덮었다.
 
 “아, 새끼! 잔인하기는! 우리 천재께서 이제 평생 바이올린은 키지도 못하게 되버렸잖아!”
 “니미.”
 
 고통 속에서 흐려지는 눈으로 동이 트는 걸 바라보며 루이는 생각했다.
 
 너무 힘들다고.
 
 “야, 근데 이거 맛이 갔는데?”
 
 그도 그럴게 루이는 이미 너무나도 지쳐있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자 자색 눈동자에 노을이 물들었다.
 
 누나.
 우리가 좀 더 다른 신분으로 태어났다면, 이러지 않았을까?
 
 "아, 이제 어떡하지?"
 "포주가 살려서 데려오랬는데 큰일났네."
 
 붉어진 눈동자로 루이는 기도했다.
 부디 다음 삶이 있다면.
 이런 신분으로 태어나지 않기를.
 이런 세상에서 태어나지 않기를.
 이런 연약한 몸으로 태어나지 않기를.
 
 "저새끼 눈봐봐. 어차피 곧 죽을 것 같은데, 그냥 버리고 가자."
 “그래. 포주한테는 그냥 죽어서 어쩔수없었다고 그러면 되겠지.”
 
 루이는 평생 예민했던 귀가 멀어가는 것을 느끼며 소원했다.
 
 [다음 생에는 부디 평범한 사람으로 태어나, 마음껏 바이올린을 킬 수 있기를]
 
 * * *
 
 [다시 태어난다면 진짜 천재로 태어나기를]
 
 뭐라고?
 간절한 음성을 들었다 싶은 순간.
 깊은 어둠 속에서 잠자고 있던 몸이 강제로 들어올려지기 시작했다.
 뭐야, 누구야?
 
 “허억!”
 
 갑자기 들이켜지는 숨에, 오랜만에 숨을 뱉어본 사람처럼 벌떡 몸을 일으켜 숨을 토해냈다.
 
 “허억, 허억!”
 
 탁 트이는 호흡.
 거칠게 몇 번이나 헐떡인 루이는 본능적으로 사방을 훑었다.
 본적없는 생김새의 것들이 넘쳐나는 거대한 방.
 커다란 샹들리에.
 마굴에선 꿈에서도 만나기 힘들 정도로 순백에 가까운 방.
 
 루이는 그 모든걸 눈에 담은 순간, 확신했다.
 여긴 마굴이 아니다.
 
 “그럼 어디지···?”
 
 평생을 마굴 밖을 나가본 적이 없는 루이가, 맨발로 어색하게나마 천천히 일어섰다.
 한걸음마다 몸이 비명을 질러댔지만, 마굴에서 맞는게 일상이었던 루이에게 이 정도 고통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다만.
 모든게 낯설었다.
 
 그러기를 한참.
 정처없이 방을 떠돌다 호수보다 투명하게 비치는 거울 앞에 선 루이가 허망하게 중얼거렸다.
 
 “···뭐야.”
 
 거울 속엔 웬 동양인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루이가 멍하니 한쪽 손을 들어올렸다.
 아니나 다를까.
 거울 속 동양인도 똑같이 손을 들어올렸다.
 
 “설마··· 나?”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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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0)

번민    
건필을!
2022.04.11 22:01
쬬님    
건필요!
2022.04.15 06:07
다마챌    
재밌네여 이거 ㅎㅎ
2022.04.16 20:06
하루끝    
건필입니다
2022.04.18 15:18
풍뢰전사    
건필하세요
2022.05.09 01:07
kayo    
파가니니 언급되는거 보면 르네상스 유럽일텐데 마굴이 뭐죠..??? 기독교인 백인이 유럽내에서 농노도 아니고 노예로 쓰이는게 용인됬나요? 교황청이 식겁했을꺼 같은디
2022.05.10 08:23
g548    
동양인? 노예에 마굴? 에서 평생을 살았을텐데 동양을 알수있나? 어떻게 자기모습을 보자마자 동양인이 라고 생각할수있지?
2022.05.10 20:11
형산강    
마굴니가 끼었구나!
2022.05.13 09:27
musado0105    
잘 보고 갑니다. 건 필 하세요^^*
2022.05.13 09:38
yeom    
잘 보고 갑니다.
2022.05.17 18:06
0 /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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