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6왕자면 편히 살려나?

1화

2022.04.30 조회 13,701 추천 186


 1화
 
 "오늘 인류는 멸망할 거야."
 
 황폐화된 도시.
 사방이 무너지고 부숴진 건물.
 그 건물 잔해들 위에 앉아있던 내가 입을 열었다.
 
 "왜냐하면 내가 지구 내가 마지막 남은 인간이거든. 그리고...난 오늘 죽어."
 
 지구상에는 더 이상 살아남은 인간이 없다.
 내가 오늘 죽는 이유와 인류가 나밖에 남지 않은 이유.
 그것은 핵폭발도, 전쟁도, 지구온난화 때문도 아니었다.
 
 두두두두두두!
 
 사방에서 느껴지는 진동.
 덩치큰 무언가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소리.
 곧, 정체를 들어내는 무언가.
 
 "왔구나...크립놈들."
 
 크립티드 혹은 크립이라 부르는 괴생명체.
 미지의 생물들을 가리키는 전문용어.
 어원처럼 저것들은 정말 어디에서 온건지 알수없는 미지의 생물이었다.
 황소만한 크기.
 온몸을 뒤덮은 질긴 가죽.
 늑대 아니, 악어보다도 커다랗고 사나운 이빨.
 개와 비슷하게 사족보행을 하는 녀석들.
 저 괴물들은 꼬리까지 달렸지만, 저것은 꼬리가 아니었다.
 적을 공격하는 촉수.
 저 촉수에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죽었는지 셀수도 없지.
 그것들이 수천, 수만마리가 우르르 몰려들고 있었다.
 나를 경계하며 모여드는 크립들을 보며 담담히 입을 열었다.
 
 "후...뭐 미련은 없어.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진짜 구역질 나게 싸웠거든."
 
 거기까지 말했을 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어떤 감정.
 
 "..."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감정이 나는 왜 올라왔는지, 사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 사실 거짓말이야. 미련이 하나 있어."
 
 나는 슬쩍 옆을 쳐다보며 말했다.
 
 "사이킥 6단계. 만약 6단계에 도달했으면...저것들을 막아낼수 있지 않았을까?"
 
 사이킥.
 육체를 강화하거나, 외부에 물리적인 힘을 발현할수 있는 미지의 능력.
 왜? 누가? 어떤 이유로 이 능력이 생겼는지는 알수 없었다.
 그저 소수의 인간들에게 사이킥이 부여되었고.
 이 힘은 저 괴물들을 상대하는데 효과적이라는 것뿐.
 
 "너도 알지? 걔...진나영. 누군지 모른다고? 그...가슴이...아니, 마음이 좀 큰 그 여자애 있잖아. 그래. 랭킹1위였던 애."
 
 진나영.
 외부에 물리적인 힘을 발휘하는 방출계 사이킥으로 사이킥 보유자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경지를 이뤘던 여자.
 
 "걔가 만약에...살아있었다면...6단계를 이루지 않았을까?"
 
 진나영은 죽었다.
 그토록 강하고 대단한 능력을 가진 진나영은 어처구니없이 죽었지.
 
 "후...누가 구해달라고 했냐고."
 
 그래. 나를 구하려다가 죽었다.
 나 따위 구하지 않고 살아남았으면 진나영이 사이킥 6단계에 진입해서 인류를 구원했을지도 모르지.
 뭐, 이제와서는 의미없는 이야기였지만.
 
 "크륵! 크르르르륵!!"
 
 나는 내 주변을 포위한 크립들을 바라보았다.
 바늘 하나 들어가기 힘들정도로 모든 공간을 가득 채운 크립들.
 수천? 수만? 이 황폐화된 도시에 있는 놈들만 세면 아마 수십만도 넘겠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옆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가봐야할것같아. 지금까지 말동무가 되어줘서 고마웠다. 사실...좀 외로웠거든"
 
 새하얀 뼈만 남은 해골.
 지금까지 대화하고 있던 상대였다.
 언제 죽었는지도...이름도, 나이도 모르지.
 그저, 뼈와 해골 사이로 무성하게 자란 잡초가, 아주 오래전에 죽은 시체라는것만 알려줄뿐.
 
 "죽게해서 미안하다. 나름 랭커라고, 수많은 기대와 응원을 받았는데도...결국 아무도 지키지 못했네."
 
 스르릉!
 
 나는 등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내 키만한 거대한 대검.
 저 황소만한 크기의 크립을 썰기위한 최적의 무기.
 
 "너무 섭섭해하진 마. 나도 금방...뒤따라갈꺼니까."
 
 콰드득!
 
 나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신체를 강화하는 강화계 사이킥.
 5단계, 아니 5.9단계에 이른 극한의 사이킥으로 인해 강철마저 부숴버릴 수 있지.
 나는 온몸에 충만한 사이킥을 느끼며 전방을 향해달려나갔다.
 
 콰콰콰콰쾅!
 
 대검을 휘두를때마다 폭발하는 것같은 소리가 울려퍼진다.
 크립들의 몸이 부숴지고 으깨지며, 잘려나가고.
 나는 더욱더 대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와라! 이 개자식들아!!"
 
 콰콰콰콰쾅!!
 
 베고, 베고, 또 벤다.
 수천, 수만마리의 크립들 사이에서 나는 전혀밀리지 않았다.
 이정도 크립들에게 죽을정도였다면, 랭커라는 호칭이 아깝지.
 
 "어서 와서 날 죽여봐!!"
 
 산처럼 쌓여가는 크립들의 시체.
 그렇게 베었음에도 크립들의 숫자는 티끌만큼도 줄어든것같지 않다.
 그러던 그때.
 
 우르르르르!
 
 갑자기 물러서는 크립들.
 뭐지? 무슨일이 일어난 거지?
 대검을 치켜들며 주위를 경계 하던 그때.
 
 저벅 저벅 저벅
 
 길을 비켜주는 크립들 사이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형태의 괴물.
 마치 갑옷과도 같은 붉은색 외피.
 인간여성형태의 체형.
 키 또한 인간처럼 2m정도.
 노란색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는 그 생명체의 정체를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크...크큭. 그래, 결국 네가 왔구나?"
 
 일반 크립들은 사실 큰 위협이 아니었다.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사이킥 보유자들에게는 상처조차 낼수 없지.
 하지만, 저놈은 다르다.
 
 "상위종 2호. 레드드래곤."
 
 상위종.
 일반 크립들과는 비교조차 할수 없는 강력한 존재.
 지금까지 등장한 상위종은 총 9개체.
 각 개체마다 고유의 식별번호와 이름이 부여된다.
 그리고, 저놈은 상위종중에서 가장 악랄한 놈으로 유명했지.
 
 "민수, 정후, 제갈수아, 나래, 아영, 진주, 세훈, 진훈, 추성, 제임스 그리고...진나영까지."
 
 레드 드래곤에게 죽은 랭커가 10명이 넘는다.
 랭커학살자라는 명칭까지 붙을정도.
 
 "이제 곧 지옥에서 걔네들 얼굴을 볼텐데...너를 데려가야 욕을 좀 덜먹지 않을까?"
 
 인류는 졌다.
 오늘 인류는 멸망하고, 승리자의 호칭은 저놈들에게 돌아가겠지.
 하지만, 저놈.
 저 레드드래곤만은 꼭 데려가고싶었다.
 
 "특별히 너를 지옥에 데려가기 위해서 준비했어."
 
 콰아아아앙!
 
 압도적인 사이킥의 방출.
 단순히 사이킥을 방출한것만으로도 땅이 터지고 공기가 진동한다.
 한 생명체가 담을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을 아득히 넘어선 수준.
 
 "용살."
 
 나는 앞으로 걸어가면서 레드드래곤에게 말했다.
 
 "유치하지만, 기술이름도 지었지. 너를 지옥에 데려가기 위해, 너만을 위해 만든 기술이다. 그러니까..."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
 나는 그 눈빛을 숨기지 않으며 말했다.
 
 "지옥에 같이 가자! 레드드래곤!!"
 
 파앗!
 
 나는 지면을 박차고 나아갔다.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빠르기.
 점점 가까워지는 레드드래곤을 향해 대검을 휘둘렀다.
 
 쾅! 쾅! 쾅! 쾅! 쾅!
 
 사이킥을 잔뜩 머금은 검이 레드드래곤을 때린다.
 자신의 팔을 들어 방어하는 레드드래곤.
 막아내기 힘든지 서서히 뒤쪽으로 밀려난다.
 그런 레드드래곤의 모습에 나는 손에 쥔 검에 더욱더 힘을 주었다.
 
 "하아아압!"
 
 온몸에 폭주하는 사이킥.
 한방, 한방이 산 하나를 무너뜨릴 힘을 가진 공격.
 그동안 티끌만큼의 상처도 입지 않았던 레드드래곤의 외피에 검상이 늘어난다.
 
 "이제 그만 뒈져라! 레드드래곤!"
 
 내가 쓴 사이킥스킬 용살.
 내가 가진 모든 사이킥을 최고 출력으로 제한 없이 방출하는 양날의 검과같은 스킬.
 당연히 내 몸이 성할 리가 없다.
 사이킥으로 강화된 내 신체가 최대한 버텨주겠지만 길어봤자 3분.
 그안에 끝내야한다.
 허나.
 
 "개자식!!"
 
 내가 무리하고 있다는 걸 아는걸까?
 지독하게 방어만 하는 모습.
 방어도 워낙 단단하여, 쉽게 뚫릴것같지 않았다.
 그래, 이렇게 나온다면...
 나에게도 생각이 있다.
 
 파앗!
 
 나는 거리를 벌리며 멀어졌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의아해하며 경계태세를 갖추는 모습.
 그리고 나는 사이킥을 일으켰다.
 
 고오오오오오.
 
 압축되는 사이킥.
 엄청난 에너지에 공간이 흔들릴정도.
 나는 눈을 번뜩였다.
 단 일격.
 이 공격에 모든 것을 끝낼생각이었으니까.
 내가 일격을 준비하는 것을 알아챈걸까?
 
 파앗!
 
 다급하게 손톱을 뻗으며 다가오는 레드드래곤.
 하지만.
 
 "늦었어."
 
 모든힘을 담은 일격.
 레드드래곤이 나에게 닿기전에 내 일격이 펼쳐졌다.
 
 쩌저저저저적!
 
 공간이 찢어지는것같은 소리.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앙!
 
 멀리 떨어져있던 크립들은 한차례 휩쓸고.
 더 멀리 뻗어나가 황폐화된 도시의 반을 날려 버린 일격.
 나는 쓰러지는 건물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도시의 반을 날려버린 내 마지막 일격이 꽤나 마음에 들었으니까.
 다만.
 
 "쿨럭! 큭...크헉..."
 
 나는 한움큼 피를 토해냈다.
 엉망진창으로 망가진 내부.
 인간이 버텨낼수 있는 한계가 아니었다.
 허용치를 넘어선 사이킥은 그저 방출하는것만으로 내 온몸을 망가뜨렸고.
 내 생명은 급속도로 꺼져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억지로 고개를 들었다.
 레드드래곤.
 그녀석을 확인해봐야했으니까.
 
 "쿨럭...젠장..."
 
 레드 드래곤의 오른팔.
 고작, 그정도였다.
 레드드래곤의 사라진 오른쪽 팔에선 꾸역꾸역 흘러나오는 피.
 
 [크아아아아앙!]
 
 괴성을 내지르는 레드드래곤.
 나는 피식 웃으며 레드드래곤을 쳐다보았다.
 
 "그래...너도 생명체라고, 팔이 날아가니까, 비명을 지르는구나."
 
 그리고 그 순간.
 
 덥석!
 
 순신간에 다가와 내 멱살을 잡는 레드드래곤.
 숨이 막혀 고통스러웠지만,
 나는 웃었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레드드래곤의 얼굴을보니, 오히려 행복했으니까.
 
 털석
 
 레드드래곤은 나를 끝장내지 않았다.
 멱살을 풀어주며 뒤를 돌아 어딘가로 향하는 모습.
 
 "...끝낼 가치도 없다는건가."
 
 나는 누운채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서서히 빠져나가는 생명의 기운.
 그렇게 죽을을 기다리던 순간.
 
 스멀 스멀 스멀.
 
 내 눈에 보이는 하얀색 아지랑이.
 저게 뭘까?
 그것이 무엇인지 알수 없었지만, 나는 그것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내 의지에 따라 내 손에 휘감기는 아지랑이.
 그리고, 온몸에 퍼져나가는 폭발적인 힘.
 죽어가는 정신이 아찔해올정도.
 나는 확신했다.
 
 "6단...계..."
 
 이 아지랑이는 6단계와 어떤 관련이 있다는걸.
 허나, 나는 그것을 확인할수 없었다.
 내 목숨이 허락되는 순간은 딱 여기까지였으니까.
 
 
 * * *
 
 
 죽음.
 치열하게 싸웠지만, 결국 여기까지였다.
 나는 레드드래곤을 쓰러뜨리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고, 인류는 멸망했지.
 나는 죽음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생기는 궁금증.
 사후세계는 어떤곳일까?
 먼저 갔던 다른 동료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때.
 
 "흐으음~ 흐음~"
 
 어디선가 들려오는 흥얼거림.
 뭐지? 누가 있는건가?
 
 까딱.
 
 "...?"
 
 손끝에 느껴지는 감각.
 마치 내가 살아있는것같은 이 감각은뭐지?
 
 까딱.
 
 왜 손이 감각이 있는걸까?
 이건 가짜가 아니였다.
 나는 조심스레 천천히 눈을 떳다.
 내 눈앞에 보이는 천장.
 그리고, 황당한 감정을 담아 말했다.
 
 "...뭐야 이거?"
 
 "흐앳!"
 
 내 목소리에 깜짝 놀라 반응하는 여자목소리.
 나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대략 17살쯤 되었을까?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한 여성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와...왕자님!"
 
 "...?"
 
 "저...정신이 드십니까?"
 
 "...????"
 
 "제가 성직자님을...모셔오겠습니다. 잠시만..."
 
 호들갑을 떨며 방을 나서는 여자.
 여자가 방을 나서자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축구를 해도 될것같은 넓은 공간.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운 가구들.
 중세시대가 연상되는 디자인.
 나는 침대에서 나와 창가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뭐냐 이건?"
 
 창밖에 보이는 풍경.
 경비를 서고 있는 병사.
 말을 타고 다니는 기사들과 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
 저 멀리 보이는 마을과 더 멀리 보이는 푸르른 산까지.
 처음 보는 광경에 나는 잠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씨발...뭔데 이거?"

댓글(13)

묘한인연    
소개글 생존자로써//로서 부숴진 건물//부서진 건물 정체를 들어내는 무언가//드러내는 거대한 대검//대검이 큰 검인디 흠. 갈꺼니까//갈거니까 부숴지고//부서지고 허나//(그러)하나 아니였다//아니었다 눈을 떳다//떴다
2022.05.03 19:26
양마루    
건필
2022.05.05 21:32
까만하늘별    
내가 지구 내가 마지막 남은---》내가 지구에서 마지막 남은 / 지구에서 내가 마지막 남은
2022.05.06 23:35
모래바다    
성직자는 직업의 이름이지 칭호가 아니에요. 성직자님보다는 판타지 세계면 사제님 또는 중세세계관이면 신부님이라고 표현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같네요.
2022.05.08 04:46
민si    
레드드래곤 에 멈칫하는데 뒤는 괜찮나요??
2022.05.09 02:58
kasa12    
재미없는 글 특 ㅈ나 어색한 혼잣말 개많음
2022.05.09 04:29
코끼리상아    
넘...너무유치해...레드드래곤..
2022.05.09 09:15
세뮤    
d&d 사이킥인가 ? 아니면 그냥 염동 ? 아니면 염마염동 ?
2022.05.11 06:30
벤팁    
혼잣말 왜 이렇게 오글거리지?
2022.05.11 11:34
풍뢰전사    
건필하세요
2022.05.1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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