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재벌 사위 말고 재벌 하겠습니다

1- 프롤로그

2022.05.02 조회 66,864 추천 805


 #1. 프롤로그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불과 1시간 전만 해도 내 앞에는 80만 달러가 넘는 칩이 쌓여 있었다.
 
 “미스터, 배팅하시겠습니까?”
 
 눈앞의 악마 같은 딜러는 마지막 남은 한 푼까지 배팅할 것을 종용했다.
 
 “그만하지. 권총이라도 한 자루 사려면 이거라도 챙겨야 되지 않겠나.”
 
 어지럽다. 하지만 노름꾼들이 모든 돈을 다 잃었을 때 느끼는 무력감 따위는 없었다.
 
 어차피 마지막을 예견하고 찾은 네팔이다.
 
 고작 10억 정도를 따봐야 바뀌는 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바카라, 블랙잭 테이블을 지나 슬롯머신 앞에서 잠시 멈춰 섰지만 이내 발길을 돌렸다.
 
 호텔 로비로 들어서니 지난 며칠간 팁을 두둑하게 받았던 벨보이가 내 안색을 살피곤 조심스럽게 물었다.
 
 “미스터, 필요한 게 있으신가요?”
 
 “권총, 총알은 한 발. 내일은 히말라야에 오를 생각이네.”
 
 “이 돈은 너무 많습니다. 권총은 300달러면 구할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휴대전화도 하나 구해주게.”
 
 “알겠습니다. 사실 권총값은 이미 다른 분께 받았습니다. 여자도 준비해 뒀는데 올릴까요?”
 
 죽기 전에 떡이나 치라는 건가? 그냥 조롱이다.
 
 “여자는 됐고, 총이나 올려주게.”
 
 히말라야에 올라 방아쇠를 당기려던 생각을 고쳐먹었다.
 
 조용히 사라지고 싶었는데, 그것마저 감시 당하는 중이라니.
 
 삶을 마무리하고자 카트만두로 왔는데 머릿속이 복잡하다.
 
 생각을 정리하고 전화기를 들었다.
 
 “나다.”
 
 전화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혁이니? 준혁아, 너 지금 어디야? 별일 없는 거지?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
 
 기관총처럼 말을 쏟아내는 20년 지기 친구 상훈. 내가 지금 이 지경이 되게 만든 처남의 숨겨둔 칼이었다.
 
 그룹에서 내가 했던 모든 불법, 탈법 행위를 함께했고, 그 치부를 모두 모아 처남에게 고스란히 바쳤다.
 
 “미친 새끼, 걱정하는 척하지 마라. 구역질 나니까. 처남한테 전해. 내 마누라, 내 새끼들 털끝 하나 건드리면 지옥에서라도 돌아올 거라고”
 
 아내와 아이들의 안전을 담보로 내가 자폭하길 바라는 처남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다.
 
 -그, 그래. 걱정하지 마라. 미안하다. 나도··· 나도 살고 싶어서 그랬어. 우리 애들 이제 유치원 들어가는데 내가 총대 매면 우리 애들 학교 가는 거도 못 볼까 봐··· 그래서··· 그래서 그랬어. 넌 그래도 로열패밀리니까 몇 년 안에 사면 받을 수 있잖아.
 
 “헛소리. 너나 나나 태생이 평민인데 신경이나 쓸 거 같아? 이혼 시키고 징역 보내면서 헛심 쓸 일 없다. 이만 끊자.”
 
 -준혁아··· 준혁아, 잠깐만······.
 
 21세기 대한민국 최고의 행운아, SG그룹 온달장군, 경영컨설팅 스페셜리스트 등등······.
 
 얼마 전까지 나를 수식하던 단어들이다.
 
 평범한 집안에서 자라 영국으로 유학 가서 만난 SG그룹 장녀와 로맨스, 그리고 극적인 결혼.
 
 지난 20년간 오직 그룹을 위해 일하고, 이제는 쓰임이 다해 자살마저 강요받는 병신. 그게 지금의 나다.
 
 평범하게 살길 바라는 부모님의 뜻을 외면하고 재벌가로 들어가 머슴처럼 살아온 세월을 돌아봤다.
 
 아내는 재계 서열 2위의 재벌 그룹 SG가의 장녀였다.
 
 여자의 역할은 경영이 아니라 현모양처라는 그룹 가풍 때문인지 재벌가의 일원임에도 그녀는 소탈하기 그지없었다.
 
 믿기 힘들겠지만 유학 시절 그녀의 용돈은 나의 그것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았고, 매월 생활비가 송금되기 전이면 바닥난 잔고에 전전긍긍했다.
 
 누구도 그녀가 재벌가 장녀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하지만 그녀의 이름을 어렴풋이 들어본 적 있던 누군가가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았고.
 
 SG그룹 가계도와 SG전자 지분 300억 원어치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상황이 바뀌었다.
 
 지금까지 그녀의 행동이 모두 가식이었다며 손가락질 받았다.
 
 한국인 친구들은 재벌이 일반인 코스프레한다며 그녀를 배척했고, 그녀와 어울릴 법한 유럽 귀족 가문 친구들은 그저 아시아의 돈 많은 집안 딸에 불과하다며 무시했다.
 
 어디에도 속할 수 없었던 그녀에게 내가 다가갔다.
 
 재벌집 여자 만나서 팔자 한번 고쳐보겠다는 생각 따윈 없었다.
 
 그녀가 재벌이라는 게 알려지기 전부터, 그녀는 자체로도 눈부시게 아름답고 싱그러웠다.
 
 그녀가 웃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는데, 그동안은 그녀 주위에 너무 많은 친구들이 있어서 용기를 낼 수 없었다.
 
 그 덕에 나 또한 ‘여자 하나 꼬셔서 팔자 고쳐보려는 놈’이라는 오명을 썼지만, 아무 상관없었다.
 
 그때는 그저 열렬히 사랑할 뿐이었으니까.
 
 그렇게 사랑이 깊어졌고 양쪽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결혼을 했다.
 
 그나마 내 전공이 경제학이고 골드만삭스에 입사 예정 상태였던 만큼, 나름의 ‘인재’라고 생각했는지 그룹 전략기획실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룹 전략기획실은 주로 계열사 동향과 주주 이동을 파악하는 게 주 임무였다.
 
 SG그룹의 지배 구조는 여타 재벌들과는 다르게 IMF 이후 발 빠르게 지주 회사로 전환하여 아주 심플하게 이루어져 있다.
 
 다만 선대부터 내려온 가족 경영으로 인해 친인척들이 많은 양의 그룹 지배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고, 이 부분이 늘 걱정이었다.
 
 게다가 지주사의 계열사 지분율 또한 절대적이지 않다 보니, 친척들 중 몇몇이 계열사 몇 개의 지분을 대량으로 취득해서 계열 분리를 시도하면 막기 힘든 구조였다.
 
 그러던 중 유학을 마친 처남이 그룹으로 들어오고, 내가 진짜 할 일이 정해졌다.
 
 처남은 가문의 장남답게 어릴 때부터 철저한 엘리트로 키워졌지만, 태생적으로 가진 능력이 부족했다.
 
 그나마 유학 시절 동안 잠잠하던 사생활 문제까지 언론에 오르고.
 
 손대는 사업은 매번 실패했다.
 
 나는 회생 불가능한 업종을 철수할 때마다 설거지를 담당하고, 처남의 그룹 승계를 위해 탈법 불법 가리지 않고 나섰다.
 
 누군가는 SG의 사냥개라 불렀고 또 누군가는 SG의 상머슴이라며 비아냥거렸다.
 
 그럼에도 나는 눈 감고 귀 닫고 내가 해야 할 일을 했다.
 
 내 자식들에게 변변한 계열사라도 몇 개 챙겨줄 거라는 믿음과 가족을 버리는 패로 쓰지 않을 거라는 믿음으로······.
 
 하지만, 너무 순진했던 걸까?
 
 승계 작업이 끝난 뒤 비자금 조성과 뇌물 공여 혐의로 검찰이 압박을 해왔고, 그때 처남이 아내와의 이혼을 요구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처남의 통제하에 만날 수 없었고, 그렇게 난 이혼 당했다.
 
 그룹의 지배 지분이 피 한 방울 안 섞인 내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었을까?
 아니면 애초에 가족이라는 생각 따윈 없었던 걸까?
 
 적선하듯 던져준 위자료는 구속을 피해 해외를 떠돌며 카지노와 유흥으로 다 탕진했다.
 
 ***
 
 기다렸다는 듯이 권총을 가져온 벨보이를 보내고 위스키를 한 잔 따라 마셨다.
 
 리볼버의 해머를 당기고 머리에 가져다 대어 보지만, 방아쇠가 쉽게 당겨지지 않는다.
 
 -형님, 평민으로 태어나서 우리 누나 덕에 20년간 호사 누리고 살았으면서 대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 못 했어요? 그룹에 빨대 꽂아서 사돈댁이 하던 구멍가게를 중견 기업까지 키웠으면 그리 밑지는 장사는 아니잖아요?
 
 처남이 날 그룹에서 내보내며 했던 말이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조그만 여행사가 그룹 관계사로 정해지면서 그룹 내 출장 및 휴가 플랜을 모두 담당했고 그로 인해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이후 형이 물려받아 호텔과 리조트를 인수하면서 중견 기업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내가 죽고 나면 형의 회사 경영이 힘들어질 건 뻔하다.
 
 호텔과 리조트 인수 당시 SG개발에서 투자한 자금 덕에 경영권을 지키기도 힘들 거다.
 
 그룹 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내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 지경이 되고도 회사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우습다. 20년간 워커홀릭으로 살았던 후유증일까?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와 두 아이의 얼굴을 떠올려 보지만, 일에 미쳐 가족 여행은커녕 캠핑 한 번 같이 가본 적 없다 보니 쉽사리 떠올리지 못할 지경이다.
 
 사랑이란 감정은 세월에 풍화되어 무감각해졌다.
 
 -여보, 런던에서 만난 당신은 우산 같았어요. 비 오는 날에는 비를 피하게 해주고, 볕이 뜨거운 날엔 햇빛을 가려주는, 그냥 옆에 있어주기만 해도 충분히 행복했는데······.
 
 처남에게 협박 당한 아내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이혼에 합의하던 날, 내게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더 사랑해 주지 못해서, 옆에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지독한 후회와 미련만 남았다.
 
 -탕!
 
 그렇게 후회만 남긴 채 울린 총성 뒤엔······.
 
 
 
 “···응? 아니, 이게 무슨······.”
 
 ‘다 꿈이었다고?’

작가의 말

20년 간 헌신하고 버림받은 재벌가 사위의 회귀.


더 큰 부와 권력으로 모든 걸 바로 잡기 위한 성공 스토리.


지금 시작합니다.

댓글(23)

풍뢰전사    
건필하세요
2022.05.12 08:32
rl****    
오오 건필하세요
2022.05.13 11:14
흑야군    
건필하세요
2022.05.14 08:05
musado0105    
잘 보고 갑니다. 건 필 하세요^^*
2022.05.19 09:35
류향천하    
잘보고 갑니다.^^
2022.05.19 10:57
오늘을사랑    
건필하세요.
2022.05.22 19:09
심해인    
ㅊㅊ
2022.05.23 16:26
세비허    
잘 보고 갑니다 건필 하세요
2022.05.23 18:03
k4***************    
건필
2022.05.25 21:03
ha*****    
기대됩니다!!
2022.05.30 08:01
0 /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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