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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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아닌 시작.

2022.05.11 조회 824 추천 15


 보통 소설 속 이야기의 끝은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행복하게 끝나거나 혹은 찝찝하게 끝나거나.
 그리고 대부분은 행복하게 끝나기 마련이다.
 보통 소설에서는 어중간하게 끝내면 욕을 먹지 않던가.
 한데.
 
 “망할 작가.”
 
 내가 읽고 있는 작품은 안타깝게도 어중간하게 끝나고 말았다.
 그것도 안 좋은쪽으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끝낸거지?”
 
 시스템이라는 떡밥을 누가 뿌렸는지 밝히지도 않았다.
 왜 게이트가 생겼는지 떡밥을 그렇게 뿌려놓고는 회수하지도 않았다.
 그냥 마지막에 급전개 하더니 최종 보스를 물리쳤다 하고 끝을 낸 작가.
 이쯤 되면 그냥 연중하고 튄 거랑 뭐가 다른가.
 
 “무료 연재도 아니고 유료 연재를 이렇게 끝내는건 너무 양심 없는 거 아니야?”
 
 그리 중얼거리며 댓글창을 살폈다.
 그리고 역시 나만 그리 생각하는 게 아닌지.
 
 -작가님. 이건 완결을 낸 게 아닌 연중이라 말하는 겁니다. 양심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게 아닌지?
 └ ㄹㅇㅋㅋ 이게 무슨 완결이야 그냥 떡밥 회수를 감당 못하니까 그냥 런 한거지.
 └ ㅇㅈ. 이건 진짜 도저히 완결이라 받아줄 수가 없음.
 └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완결을 낸 건지 모르겠다. 너무 책임감이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건.
 
 댓글들도 모두 작가를 비판하기 바빴다.
 완결이라는 이름으로 연중을 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그러나, 반전으로 사실 여기까지는 양반이다.
 작가가 빠르게 완결을 내고 싶은 마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다만, 독자들이 진짜 화난 이유는 다름 아닌.
 
 “아니. 급전개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혼녀하고 다시 재결합 하는 건 무슨 생각인 거지?”
 
 주인공이 마지막에 호구 당했기 때문이다.
 주인공과 이혼했던 여자는 객관적으로 그냥 쓰레기다.
 결혼을 한 유부녀면서 돈 잘 버는 헌터와 바람을 피우는 여성.
 거기에 이혼 할 당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이 이상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냥 흔히 말하는 쓰레기지.'
 
 소설 내용을 떠올리니 또다시 열불이 솟아오르는 기분.
 화를 꾸욱 참아내며 잠시 댓글을 쭈욱 내렸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작가님? 혹시 이혼하시다 다시 합치셨나요? 왜 마지막에 이혼녀하고 주인공이 합쳐진 거죠?
 └ ㄹㅇㅋㅋ 알고 보니 경험담 이었던 거임.
 └ 그만해라 작가님 운다 ㅋㅋ
 └ ㅇㅈㅋㅋ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가진 독자들이 바로 비판을 하기 시작한다.
 나는 속으로 저 댓글에 동감해 하며 스크롤을 내렸다.
 
 -그나저나 요즘 이 작품 때문에 개나 소나 이혼물이네.
 └ 요즘 제목에 이혼 없는 걸 본 적이 없는 듯.
 └ 지금 투베도 전부 이혼이자너.
 
 댓글들 말마따나 제목이 전부 '이혼'이 안 들어가 있는 게 없다.
 오히려 없는 게 보기 드물 정도.
 지금도 실시간으로 투베 1위부터 10위 중 8개가 이혼물이지 않은가.
 
 '이혼이 뭐라고 왜 그렇게 다 제목을 저걸 붙이는 건지.'
 
 실상 말이 이혼물이지 이혼녀가 제대로 나오는 건 전부 맨 처음뿐.
 그 이상 등장하는 소설은 거의 없지 않은가.
 이건 그냥 이혼물을 가장한 헌터물과 현대 판타지물이지.
 
 '뭐, 그래도 이 작품처럼 마지막에 주인공하고 이어지는 것보다는 낫지만.'
 
 그리 생각하며 스크롤을 천천히 내렸다.
 그러자, 어느순간 모든 댓글을 다 읽은 나는.
 
 -타탁. 타닥.
 
 키보드를 열심히 두들기며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들여 적었다.
 그로부터 대략 한 시간 넘게 흘렀다.
 
 “후우····· 이 정도면 되겠지?”
 
 이윽고 끝이 난 5700자의 쪽지.
 웬만해서는 댓글과 쪽지를 보내지는 않지만, 이번만큼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급 전개로도 모자라 마지막을 너무 호구처럼 끝냈으니까.
 
 -톡!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보내기 버튼을 눌렀다.
 작가의 답장을 기다리자는 마음으로 모니터를 끄고 자리에 일어나려는 순간.
 
 -띠링!
 
 핸드폰과 컴퓨터 화면에서 알림 메시지가 울렸다.
 
 “응?”
 
 두 개가 동시에 왔다는 뜻은 카톡 아니면 플랫폼 메시지일 터.
 허나, 카톡은 처음부터 부모 없이 살았던 나로서는 거의 올 사람이 만무하다.
 따라서.
 
 '소설 사이트에서 왔다는 건데····.'
 
 아마 이벤트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가 내 쪽지에 답장했다기에는 너무 빠르기 때문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이내, 아까 껐던 플렛폼을 다시 들어가 쪽지를 확인하자.
 
 “응?”
 
 나도 모르게 눈을 부릅떴다.
 그도 그럴 것이.
 
 “뭐야? 이걸 벌써 답장했다고?”
 
 쪽지를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작가였으니까.
 나는 다소 놀라면서 쪽지를 클릭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읽어 내렸다.
 
 -안녕하세요. 독자님. 독자님의 바램과 달리 이번 작품은 이렇게 끝이 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인공의 이야기가 끝이 아닌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시작?
 분명 주인공이 최종 보스를 물리치고 끝났다 하지 않았는가.
 한데, 작가라는 사람이 이제 시작이라고 말하는 상황.
 
 '설마 외전이라도 있는 건가?'
 
 그러면 납득이 된다.
 요즘 소설에서 외전이라는 이름으로 2부를 하지 않던가.
 나는 작가의 답변을 이해하면서 계속 읽어내렸다.
 
 -그러니, 너무 괘념치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독자님께 선물이 하나 있습니다.
 
 응? 선물? 무슨 선물?
 갑작스레 선물을 준다고 말해 내가 이해 못하는 찰나.
 
 -화아악!
 
 화면에서 새하얀 빛이 나기 시작했다.
 
 “뭐, 뭐야!?”
 
 화면에 빛이 나버린 바람에 나도 모르게 팔로 눈을 가렸다.
 그리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무거운 눈꺼풀을 천천히 올리자.
 
 -화아악!
 
 새하얀 빛이 나를 덮쳤다.
 그것을 끝으로 내 시야가 암전이 되었다.
 
 ***
 
 보통 사람은 믿기지 않은 일이 일어나면 욕짓거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시발····.”
 
 욕이 절로 나온다.
 소설 속으로 들어오고 하루가 지났음에도 짜증이 가시질 않는다.
 
 '이게 무슨 일이야····.'
 
 분명히 어제까지만 해도 평범하게 일 끝내고 휴식을 취하지 않았던가.
 허나, 무슨 선물이랍시고 작가가 나를 소설 속 주인공으로 빙의시킨 상황.
 이걸 지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애당초 이걸 빙의라고 해야 할까?
 
 '빙의 보다는 하나가 된 기분이란 말이지.'
 
 보통 빙의는 원래 몸에 기억이 없지 않은가.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이상철의 기억이 하나하나 남아있다.
 그러니, 이건 빙의라기보다는····.
 
 '그냥 서로 합쳐졌다는 게 옳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조그마한 거실과 방 하나인 평범한 신혼집.
 아무리 봐도 지금 이곳은 원룸이었던 내 집이 아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단어를 말했다.
 
 “상태창.”
 
 이름: 이상철.
 [근력 7] [마력 10]
 [체력 9] [지능 9]
 [민첩 6] [손재주 25]
 특성: [대장장이의 손재주(E)]
 포인트: 0.
 
 다음 순간, 눈앞에 나타난 소설 속에서만 보던 상태창.
 나는 상태창을 보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하아···· 혹시나 싶었는데. 역시 꿈이 아닌가.”
 
 사실 어제만 해도 10번 넘게 확인했다.
 그러나, 자고 일어나면 혹시나 현실로 돌아왔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상태창을 외쳤지만.
 
 “그럼 그렇지.”
 
 아니나 다를까, 소설 속에서나 나오던 상태창이 나타났다.
 나는 상태창을 끄며 화장실에 있는 거울로 향했다.
 
 '역시 내가 아니야····.'
 
 나이가 들었음에도 나름 젊어 보이는 뚜렷한 이목구비.
 그러면서 날카롭게 생긴 눈매.
 이전에 나와는 달리 꽤나 훤칠하게 생겼다.
 하물며.
 
 '키까지 완벽해.'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모델이라 생각할 정도로 비율도 완벽 그 자체.
 이것만 놓고 보면 이득인 것 같지만.
 
 -네. 지금 여의도에서 A등급 레드 게이트가 나타난 상황입니다·····.
 
 티비에서 울리는 목소리만 들어봐도 알 수 있다.
 절대 이곳으로 들어온 게 이득이 아니라는 것을.
 이쪽 세계는 전에 있던 곳과 달리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물며 최종 보스도 나 아니면 해결 못하고.
 괜시리 소설 내용을 떠올리니 열불이 났지만.
 
 '아무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하루를 날려 먹었으나, 이제 슬슬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지금 내가 소설 속 주인공과 하나가 되었다는 것을.
 
 '기억을 떠올려 보면·····.'
 
 지금 시기는 내가 새로운 특성을 얻기 4개월 정도 전.
 즉, 아직 아내와 이혼하기 직전이라 보면 되리라.
 
 '·····이래서 시작이라 했던 건가?'
 
 작가가 쪽지로 말하지 않았던가.
 주인공의 이야기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아무래도 지금 시기에 나를 주인공과 하나로 만든 걸 보면 이걸 노린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게 아니면 말이 안 되니까.'
 
 여튼, 하루를 허비했지만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
 그러니 빠르게 능력을 각성할 필요가 있을 터.
 
 '흐음····· 분명히····.'
 
 잠시 소설 초반부 내용을 떠올렸다.
 주인공이 각성할 당시 이렇게 뜨지 않았던가.
 
 -소중한 무언가를 잃었습니다. 새로운 특성이 추가되었습니다.
 
 타이밍은 이혼 절차를 끝내고 난 뒤였다.
 때문에, 내가 각성하려면 빠르게 이혼할 필요가 있다.
 
 '안 그래도 잘 됐어.'
 
 소설에서 주인공은 답답하게 이혼녀한테 버림받았지 않았는가.
 하물며 돈이란 돈도 다 뜯기고.
 
 '내가 죽어도 그 꼴은 못 보지.'
 
 소설에서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났는데 지금은 당사자가 된 상황.
 호구처럼 돈을 뜯기다가는 내 통장이 남아나질 않을 터.
 물론, 머릿속에서 그녀와의 추억이 맴돌기는 했지만.
 
 '오히려 짜증만 나네.'
 
 사실상 지금도 실시간으로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있을 테니.
 나는 솟아오르는 열불을 억누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러자, 냉정해지는 머리.
 나는 주인공과 달리 호구처럼 당하지 않을 거다.
 원래라면 아내한테 이혼 당하는 것도 모자라 뜯기기만 하지만 나는 그꼴 못 본다.
 
 '오히려 피해자인데. 내가 왜 당해야 돼?'
 
 뜯으면 뜯었지, 뜯기지는 않을 것이리라.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흐음. 그러면 어떡하지?'
 
 일단 위자료를 뜯어내기 위해서는 증거를 모을 필요가 있을 터.
 
 '쯧. 짜증 나기는 하지만 일단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 기다려야 하는 게 맞겠지.'
 
 뭐, 그래봤자 증거를 구하는 데 며칠도 안 걸릴 것이다.
 아내는 지금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할 게 분명하기에.
 그러니, 그걸 이용할 필요가 있으리라.
 그렇게 나는 아내가 들어오기 전에 철저히 계획을 세웠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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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는 11시에 올라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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