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에엥~!”
으! 또 시작이냐?
“에엥~ 에에에엥!!!”
잠 좀 자자! 제발 잠 좀 자자고!!!
“에에엥!”
부탁한다, 모기들아! 나 이제 막 잠들기 시작했거든!
제발 좀 나가줘!!!
“에엥!”
그러나 나의 바람과 달리 모기 녀석들은 집요하게 나의 몸을 노린다.
모기향을 피우고.
전기 모기채 트랩을 만들어두고.
모기장까지 동원해 잠자리를 방어하고 있지만.
그딴 건 우습다는 듯 모기장을 뚫고 날아든 모기들의 공세!
일어나 잡아죽이려 하면 그야말로 감쪽같이 사라진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이지만 왠지 모기들이 스텔스 모드로 변하는 것 같다.
놈들은 그렇게 투명화 상태로 숨어있다가 내가 잠시라도 방심하는 순간.
따끔.
‘으윽, 가려워!’
결국 물리고 말았다.
정말이지 지긋지긋하다.
“에에엥~!”
따끔.
또 물렸다.
“으아아아아! 이 모기 새끼들! 다 죽어버려!”
제발 세상에서 모기들이 다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
내가 바퀴벌레를 정말 싫어하지만, 그 징그러운 녀석들보다 100배는 더 싫은 게 바로 모기다.
거기에 추가로 요즘 나타나 기승을 부리는 샌드 플라이 흡혈충까지.
제발 흡혈충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고!
나에게 만약 신이 딱 하나 소원을 물어본다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말하겠다.
“세상의 모든 피 빨아 먹는 것들을 없애주세요!!!”
라고 말이다.
물론 신이 나의 이런 소원을 들어줄 리는 만무하다.
특히나 흡혈충을 모두 다 없애달라는 건 내가 생각해도 좀 과한 것 같긴 하다.
“정정합니다. 그럼 모기만이라도 없애주시길 부탁합니다!”
세상의 모든 모기가 사라지면 얼마나 좋을까?
신이 있다면 제발 대답 좀 해보라고요!
《세상에서 모기가 사라지면 모기를 먹이로 삼는 포식자들도 사라지게 되어 생태계에 큰 교란이 일어납니다.》
환청처럼 울리는 이 웅장한 음성.
대체 어디서 들려오는 것일까?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건가?
《따라서 세상의 모든 모기를 멸종시켜달라는 당신의 소원은 들어드릴 수가 없습니다.》
《대신 당신에게 모기를 비롯한 모든 흡혈종들의 천적이 될 수 있는 능력을 드리도록 하죠.》
《단, 명심하십시오.》
《어느 종이든 불문하고 절대 멸종을 시켜서는 안 되는 점을 말입니다.》
《만일 이를 어길 경우 당신에게 주어진 〈흡혈종의 천적〉 능력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저기 누구세요?”
환청이지만 너무도 분명하게 들린다.
“누가 저에게 장난을 치는 겁니까?”
그 순간 갑자기 어디선가 찬란한 빛이 일어나 나를 휘감았다.
번쩍!
[당신은 〈흡혈종의 천적〉 특성을 각성했습니다.]
아까의 웅장한 음성과는 달리 잔잔하면서도 사무적인 어조의 또 다른 음성이다.
마치 ‘이번 역은 합정, 합정역입니다.’ 라고 나오는 지하철의 안내 방송 멘트를 듣는 느낌이랄까?
‘꿈 한 번 희한하게 꾸는군.’
당연히 나는 꿈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생각했다.
설마 내가 정말로 흡혈종(吸血種)의 천적이 되었을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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