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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고아인데 재벌집 아들임

고아와 재벌

2022.05.13 조회 41,582 추천 618


 1.
 
 
 
 [ 천사의 집 아동 보육원. ]
 
 2009년 2월.
 어제까지 이우진은 ‘보호 대상 아동’이었다.
 
 “그간 고생했다. 잘 지내라.”
 
 오늘부로 이우진은 ‘보호 종료 아동’으로 분류되어 더 이상 시설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만 18세가 되었다는 뜻이고, 이제는 보육원을 나와야 한다는 의미였다.
 
 “네.”
 
 고작 원장과 사무적인 악수를 했을 뿐인데, 자신이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불안과 두려움의 감정이 덜컥 올라와 당황스러웠다.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래도 홀가분했다.
 지옥 같던 전쟁터에서 해방된 느낌이랄까. 패잔병의 신분으로 가까스로 도망친 기분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어쨌든 이제는 자유니까.
 
 “형, 잘 가···.”
 
 보육원에서 가장 아끼던 동생 박상택이 눈물을 글썽였다. 녀석은 고개를 꾹 숙이고 있었다.
 
 “형이 꼭 데리러 올게. 잘 지내고 있어.”
 
 박상택의 머리를 쓰다듬고 바로 돌아섰다.
 이우진의 손에 쥔 통장에는 자립정착금 500만 원이 들어 있었다.
 
 
  ###
 
 
 이태준은 이른 새벽에 눈을 떴다.
 밤새 꿈자리가 뒤숭숭했다.
 
 “간밤에 무슨 꿈을 꿨더라···.”
 
 기억이 나질 않는다. 몹시 슬픈 꿈이었던 감정만 떠올랐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요즘 들어, 더욱 불면증이 심해졌다.
 뭐가 문제일까.
 
 시원한 물을 한잔 마시고 창가 앞에 섰다.
 한강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바깥 풍경이 오늘따라 이질적으로 보였다.
 
 ‘왜 편히 잠들지 못하는 거지···.’
 
 수면제가 없으면 두 시간도 잠들지 못하고 있다. 처음엔 단순히 일시적일 거라 여겼다. 하지만 그게 아닌 것 같았다. 주치의와 상의해봐도 스트레스를 줄이라는 말뿐이었다.
 
 “그 자식 잘라버려야겠어.”
 
 돌이켜보니 화가 났다. 스트레스라는 건, 꾀병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게 들렸다. 분명 증상이 계속되는데도 스트레스라고 넘겨짚는 놈이 의사 타이틀을 달고 돈을 벌어?
 생각난 김에, 비서에게 문자를 하나 보냈다.
 
 [ 성대병원 김 교수 잘라라. 내 주치의 자격 없다. ]
 
 어차피 교수라 대학병원에서 일하면 그만이다. 다만, 그에게는 아쉬운 일일 거다. 간간이 상담하면서 약을 처방해주고 막대한 돈을 받는 꿀단지를 내놔야 하기 때문이다.
 
 “기분이··· 왜 이리 꿀꿀해······.”
 
 멍하니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긴 이태준.
 불현듯 과거의 일이 떠올랐다.
 
 “애는 죽었어. 사산아였다.”
 
 당시엔 그러려니 했다. 어머니에게서 통보받은 내용이라 그다지 신뢰가 가진 않았지만 딱히 믿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워낙 극성인 양반이지만 생명을 갖고 장난칠 만큼의 막장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만약에 살아있었다면, 스무 살인가?”
 
 투욱.
 
 냉장고를 열어 위스키를 한잔하려다 좋은 생각이 났다. 뭐니 뭐니 해도 기분이 울적할 땐 바람 쐬는 게 최고다.
 전화를 걸어 용인 자동차 서킷 경기장에 전화를 걸었다.
 
 “어, 난데. 지금 갈 테니까 스탠바이 해 놔.”
 
 이태준은 성대 그룹의 소유인 자동차 레이스 경기장에서 가끔 기분 전환을 한다. 새벽 2시에 아무도 없는 서킷을 도는 게 이태준에겐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에겐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다.
 
 -네, 준비해두겠습니다.
 
 이태준은 대충 옷을 걸치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펜트하우스 입주자만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주차장에는 고급 외제 차와 슈퍼카, 스포츠카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9대의 차. 모두 그의 소유였다.
 
 “기분 전환으로 뭐가 좋을까···.”
 
 파우치백에 9대의 차 열쇠를 모두 갖고 나왔다. 아무것이나 타면 그만이다.
 
 “그래, 오늘은 너다.”
 
 위이이잉-
 
 보닛 앞쪽이 열리면서 환희의 여신상이 상단으로 올라왔다.
 이태준은 요트를 타고 바다 위를 부유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롤스로이스의 승차감은 고급요트를 연상케 한다.
 
 부르르르-
 
 묵직한 엔진음을 내며, 차는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하늘에선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상관없다. 위험하게 탈 게 아니니까.
 대로가 나오자마자 악셀러레이터 패달을 밟아 속도를 냈다.
 
 부으으웅!
 
 롤스로이스 팬텀으로 서킷을 도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에, 이태준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작가의 말


시작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댓글(14)

세비허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2022.07.06 09:16
해동장자    
잘보고갑니다
2022.07.13 22:22
풍뢰전사    
건필하세요
2022.07.18 18:35
흑돌이    
잘 보고 갑니다.
2022.07.21 22:50
물물방울    
늦었지만 연재시작을 축하합니다.
2022.07.22 13:08
진스..    
스트레스 나타내는 장치로 의사 짜르라는건 좀 과하지 않았을까 하고 조심히 얘기해봅니다.
2022.07.23 05:12
로보배    
고려대 합격했는데 과외로 돈버려고 다시 공부해서 서울대에 간다는 발상과 존잘인데 사람 시선 때문에 머리가리고 다닌다는 설정이 뭐랄까... 잼민이가 쓴 글 같아서 몰입이 안되네요.
2022.07.27 10:31
musado0105    
잘 보고 갑니다. 건 필 하세요^^*
2022.07.29 15:06
보람이맘    
잘보고갑니다
2022.07.30 10:38
다크스나    
이거 사망플래근데
2022.07.30 14:38
0 /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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