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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1

2015.03.04 조회 6,358 추천 51


 마도신화전기 魔道神話傳記 1권
 
 
 그녀에게 돌아갈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것이다.
 
 
 INTRO
 
 
 놈들이 나를 발견했다.
 미간을 찡그린 곤은 기차 난간을 잡고 재빠르게 올라섰다. 거친 숨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그는 난간을 잡은 채 뒤를 돌아봤다.
 놈들이 기차에 올라타지 못하길 간절히 빌었다.
 헌병대원들도 그가 기차에 타는 것을 봤다. 그들은 욕설을 내뱉으면서 전력을 다해 뛰고 있었다.
 기차는 점점 속도가 빨라졌다.
 제발, 제발 놈들이 기차에 타지 못하기를 빌었다.
 저들이 손을 뻗었다.
 제기랄!
 세 명의 헌병대원이 기차에 탑승했다.
 곤은 기차에 가득 찬 사람들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사람이 많아 뚫고 지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뒤통수에서 놈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잡히면 넌 죽는 걸로 끝나지 않을 거야!”
 일본군이라는 것을 안 사람들이 알아서 자리를 피해주었다.
 곤과의 거리가 줄어들었다.
 “빠가야로!”
 사내 중의 한 명이 곤의 어깨를 잡았다. 손가락의 우악스러운 힘이 어깨에서 강하게 느껴졌다.
 곤은 놈을 뿌리치기 위해서 팔을 돌렸다.
 어깨가 욱신거릴 정도로 억센 힘이다.
 뿌리칠 수가 없었다.
 곤은 허리를 회전시키며 어깨를 잡은 사내의 면상을 손등으로 강하게 쳤다.
 뻑 하는 소리가 객실 안에 울렸다. 아직 상황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놀라서 그들을 쳐다봤다.
 예상치 못한 공격이었는지 사내는 얼굴을 부여잡고 옆으로 휘청거렸다.
 곤은 재빨리 칼을 꺼냈다.
 푸식!
 군용 나이프는 사내의 목젖을 정확히 찔렀다.
 칼을 뽑자 엄청난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자리에 앉아서 감자를 까먹던 두 명의 중국인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피를 뒤집어쓴 그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짧은 시간에 다른 놈들과의 거리가 좁혀졌다. 놈들도 어느새 군용 나이프를 손에 쥐고 있었다.
 열차 안에 있던 중국인과 조선인들이 그들이 꺼낸 칼과 시체, 피를 보며 비명을 질러대며 다른 객차로 옮겨갔다.
 차라리 잘됐다.
 저들 속에 뒤섞여 다른 객차로 움직이면 되니까.
 “빠가야로, 천황폐하께 바칠 산삼을 훔쳐? 네놈의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개소리!
 천종산삼을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은 다름 아닌 곤이었다. 무학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혜인을 살리기 위해 백두산을 여섯 달이나 뒤진 끝에 가까스로 찾아낸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것을 놈들이 강압적으로 뺏어갔다.
 곤은 그것을 다시 훔쳐 낸 것이다.
 “당장 그것을 내놔라!”
 한 사내가 고함을 내지르며 곤을 향해서 칼을 휘둘렀다.
 코앞에서 날아든 군용 나이프를 가까스로 피한 후 팔꿈치로 놈의 턱을 가격했다.
 빠각 하는 소리가 나며 놈이 엉덩방아를 찧었다. 곤은 그 틈을 타 재빨리 뒤로 몸을 날렸다.
 “조센징!”
 그들이 권총을 빼들고 곤을 겨냥한 후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기차 안에 사람들이 가득하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아니면 개의치 않든지.
 총알은 곤의 옆을 스치고 기차 벽에 박혔다.
 “아아아악!”
 빗나간 총알은 중국인 중년 여성과 한복을 입은 조선인 남자를 맞췄다.
 그들이 피를 뿌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미간과 목을 관통했다.
 미친놈들!
 탕탕탕!
 총알이 바닥날 때까지 계속해서 방아쇠를 당겨댔다. 대여섯 명의 사람이 총상을 당하고 쓰러졌다.
 곤은 허리를 숙이고 옆 칸으로 이동했다.
 
 만주국 헌병대와의 거리가 빠르게 좁혀졌다.
 이 작은 기차에서 더 이상 피할 곳은 없었다. 곤은 기차 연결 칸에 가까스로 도착할 수가 있었다.
 여기서 잡힐 수는 없었다.
 뛰어내려야 한다.
 크게 다칠 위험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기차가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심하게 요동쳤다. 아무것도 없는 만주의 허허벌판이 빠르게 그의 시선에서 지나쳤다.
 꿀꺽.
 이런 곳을 뛰어내려야 하다니. 저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난 산다! 절대로 죽지 않아!”
 혜인에게 반드시 살아 돌아간다.
 곤은 이를 악물었다.
 그때였다.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빛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완벽한 어둠이 곤의 눈동자를 휘감았다. 동시에 기차는 미친 듯이 요동쳤다.
 쿠쿠쿠쿠쿵!
 바퀴에서 불꽃이 튀고 뒤 차량이 밀려와 앞 차량에 부딪쳤다.
 앞 차량이 순식간에 찌그러졌다.
 차량이 찢어지며 수십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곤은 기차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난간을 있는 힘껏 붙잡았다. 뛰어내리겠다는 생각은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이곳에서 떨어졌다가는 뼈도 추리지 못한다.
 일본군 헌병들도 놀란 모양이었다. 그들은 뛰던 걸음을 멈추고 아비규환으로 변하고 있는 기차 안을 놀란 눈으로 지켜봤다.
 끔찍한 일이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콰콰콰콰쾅!
 폭발도 일어났다.
 기차의 중간 부분이 뚝 부러진다.
 뒤편에 있는 차량이 뒤집히며 순식간에 지옥도로 변해갔다.
 폭발은 만주국 헌병대 놈들을 휩쓸었다. 놈들의 사지가 불타며 조각조각 나는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다른 몇몇은 찢겨진 열차에 심장이 뚫렸다.
 그들은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했다.
 기차에 불이 붙었다.
 매캐한 연기가 사방에서 뿜어져 나오며 사람들의 숨통을 조였다. 검은 연기가 기차 안을 가득 메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 살려!”
 “여기 누구 없어요! 내 남편 다리가 끼었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쥬밍아! 쥬밍아(살려주세요)!”
 비명이 난무했다.
 곤은 피에 젖은 상의 한 부위를 찢어서 입을 가렸다. 금방이라도 숨이 멎을 것처럼 턱턱거리던 심장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는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갔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주변은 온통 새까맣고 기차에 붙은 불은 점점 심해졌다.
 사람들의 비명 소리만이 가득하다.
 콰콰콰쾅!
 기차 앞부분에서부터 폭발이 더욱 심해졌다. 거대한 폭발은 빠르게 기차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콰콰콰콰콰콰쾅!
 거대한 섬광이 번쩍였다.
 섬광은 한순간에 기차 전체를 훑고 지나갔다.
 “아, 안 돼!”
 곤은 손을 들어서 얼굴을 가렸다. 모든 것을 녹여 버릴 것만 같은 뜨거운 화염이다.
 모든 것이 한순간에 증발되었다.
 콰콰콰콰콰콰쾅!
 섬광에 휩쓸리며 곤도 의식을 잃고 말았다.
 
 
 Chapter 1. 부서진 달의 세계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눈꺼풀이 무거워서 위로 올라가지 않았다. 눈두덩이 위에 천근이 넘는 바위가 올라가 있는 느낌이다.
 이대로 쉬고 싶었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곤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눈을 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완벽한 어둠 속에 덩그러니 그 혼자 누워 있었다. 역한 곰팡이 냄새와 알 수 없는 향기가 뒤섞여서 곤의 속을 뒤집었다.
 여기는 어디지?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떠오르지 않았다. 머릿속이 꼬인 실타래처럼 엉켜 있었다.
 한참이나 지나자 자신이 누구인지, 누구를 살려야 하는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조금씩 떠올랐다.
 욱신욱신.
 정신이 들자 육체 이곳저곳에서 비명을 질러댔다.
 팔과 다리, 등, 허벅지까지 아프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
 손가락을 까닥거려 보았다.
 움직였다.
 다리도 들어보았다.
 역시 움직였다.
 물먹은 솜처럼 무겁지만 크게 다친 곳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아직 감각은 온전하지 않았다.
 그는 몇 번이나 눈동자를 깜빡였다.
 아직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둠에 익숙해지려면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 듯싶었다.
 “물건··· 물건은······.”
 곤은 메고 있던 보따리를 찾았다. 뜯겨져 나갔는지 등에 매달려 있어야 할 보따리가 없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것이 없으면······.
 그것이 없으면 안 된다.
 혜인을 살릴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으니까.
 그는 바닥을 더듬었다. 손바닥이 무척이나 차가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보따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건 뭐야?”
 주먹보다 조금 작은 어떤 돌이 잡혔다.
 미끈미끈하고 차가운 냉기가 도는 돌이었다.
 돌의 느낌이 하도 기이하여 눈 가까이에 가져다 댔다. 돌 모양을 어렴풋이 본 곤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너무도 불길하게 생긴 돌이다. 엄지손가락보다 조금 크고 거무튀튀하다. 사람의 얼굴과도 비슷했다. 눈과 입을 꿰맨 듯한 형상. 소름이 돋았다.
 그는 돌멩이를 멀리 던져 버렸다.
 괜히 기분이 나빠졌다.
 곤은 다시 바닥을 더듬었다.
 한참이나 헤맨 후에야 보따리를 찾을 수 있었다.
 “다행이군.”
 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는 손아귀에 힘을 줘서 내용물을 살폈다. 뭉뚝한 것이 만져졌다.
 천종산삼도 있었다. 머리를 맑게 해주는 향긋한 냄새가 보따리 안에서 풍겨졌다.
 혜인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희망, 이것만은 죽어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희망이 생기자 현실 감각이 조금씩 돌아왔다.
 맞아, 기차의 탈선, 그리고 거대한 재앙.
 끔찍했던 기억이다. 사방이 검은 연기와 뜨거운 불길뿐이었다. 처절한 사람들의 비명 소리와 살 타는 냄새가 가득했다.
 그곳에서 몸 성히 살아남은 것은 기적이었다.
 그럼 이곳은 어디일까.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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