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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2022.05.28 조회 483 추천 18


 좆같은 인생.
 
 이 망할 세계에 떨어진 순간부터 언젠간 죽을 거라고 생각은 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니까. 한평생 슬럼가에 쳐박혀 사는 쓰레기나 자신은 감히 바라볼 수 조차 없었던 인간들. 그 누구도 예외는 없다.
 
 그래서 막연히 생각했다. 언젠가는 죽겠지.
 
 그러나 내 끝이 이렇게 허망할 줄은 몰랐다.
 
 왜 이렇게 됐을까. 스스로에게 묻는다. 남들 다 받는 클래스 하나 받지 못해서, 길바닥 쓰레기만도 못한 하위 클래스조차 없던것? 그래서 시스템 보정을 받지 못한것?
 
 아니면 단순히 운이 없었나.
 
 한평생 개처럼 살았다. 영문도 모른채 끌려와서 슬럼가를 전진했다. 처음으로 음식의 귀중함을 실감했다. 누구에게는 주울 가치도 없는, 겨우 동전 한개가 없어 쓰레기통을 뒤졌다.
 
 언제부터였을까.
 
 정신을 차려보니 너무 많은 피를 손에 묻혔다. 살기 위해서 스스로의 감정을 지웠다. 동정하지 않고, 슬퍼하지 않고, 그 누구에게도 정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죽는다.
 
 아무도 오지 않는 외진 숲 속에서.
 
 그 사실이 너무나 허망했다. 끝에 자신을 위해 울어줄 이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이토록 실감나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결국 내게 남은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있는 것이라곤 비루한 이 몸뚱아리와 날이 부러진 검 하나뿐.
 
 "컥, 커헉...!"
 
 목구멍을 타고 핏물이 올라온다. 이제는 익숙해진 비릿한 쇠 맛이 느껴졌다.
 
 아마 지금까지 살아남은건 나 하나뿐일 것이다. 황실에서 하위 클래스를 상대로한 대규모 학살 명령이 떨어진지 일주일이 넘었다. 그들이 전원 최상위 클래스로 이루어진 황제의 직속 부대를 이길리가 없었다.
 
 내게 붙은 추적대중 한명도 헌터계열 최상위 클래스인 스토커였다. 곧 여기를 찾아 나의 목을 뽑아버리기까진 시간문제일 테지.
 
 온몸을 난자하는 통증에 가까스로 주변을 둘러본다.
 
 "아......"
 
 허무하다. 너무 허무하다. 채 정리되지 않은 마음 속에서 여러 감정이 휘몰아친다.
 
 후회, 원망, 울화, 슬픔, 허탈, 체념.
 
 그리고 분노.
 
 "왜...."
 
 대체 내가.
 
 "왜...."
 
 내가 왜 죽어야 돼.
 
 "씨발...."
 
 단순히 운이 좋아 최상위 클래스를 부여받고, 그래서 황실에 들어갔을 뿐인 새끼들이.
 
 "개 새끼들....!"
 
 전부 똑같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멋대로 이방인을 소환한 황실 놈들도. 운이 좋아 상위 클래스를 부여받고 귀족 행세를 하며 나를 비웃던 놈들도. 같은 밑바닥 인생끼리 돈 몇푼을 벌기 위해서 칼을 들이밀던 놈들도 전부 다.
 
 죽여버리고 싶다. 사지를 뽑아버리고 다리 밑을 기게 만들고 싶다. 같잖은 감투를 쓰고 의기양양하던 놈들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드는 것을 비웃으며 묻고 싶다.
 
 어떠냐고. 니들이 무시하던 놈의 발밑에 깔리는 기분은 무슨 기분이냐고. 빌빌 기면서 제 목숨이나 구걸해보라고.
 
 "여기.... 귀.... 죽이.... 마."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몇명의 인기척과 속삭이는 소리가 그 뒤를 따랐다. 황실에서 보낸 세명의 추적대. 나는 내 최후를 직감했다.
 
 끝났다.
 
 놈들은 나를 곧장 죽이지 않을 것이다. 단순 추적 능력으로 따지면 최고로 평가받는 스토커를 끼고도 나를 잡는데 일주일이나 걸렸다. 하위 클래스도 아닌 아무것도 없는 내게.
 
 대단한 치욕이다. 아마 쇼크사하지 않는 선에서 고문을 하다 끝끝내 고통스럽게 죽일 것이었다.
 
 놈들에게 나는 그저 바닥을 기어다니는 다리가 빠를 뿐인 벌레였으므로.
 
 "찾았다. 저기 있네."
 
 "씨발 개 벌레같은 새끼가. 넌 곱게 못 뒤질....?"
 
 "야, 야! 막아!"
 
 이제는 희미해진 귓가 너머, 놈들의 고함 소리가 들린다. 나는 천천히 팔을 들어올렸다. 반으로 부러진 검신. 그러나 그 예기는 아직 살아있다. 인챈트한 마법이 아직 살아있는 까닭이다.
 
 '한 번만.'
 
 내게 단 한번만 더 기회가 있다면.
 
 "————!"
 
 검을 내려치기 전 나는 바랐다. 정말로 신이 있다면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그 누구보다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다고.
 
 내게 주어진 이름조차 모르는 단 하나의 스킬.
 
 정말 기적이란 게 있다면.
 
 "안....돼....! 너....!"
 
 콰직!
 
 살갗을 가르는 감각이 손끝을 타고 올라온다. 무언가가 몸에서 쭉 빠져나가는 감각.
 
 몸이 급격하게 식는다. 아스라히 멀어지는 의식 사이로 놈들의 일그러진 얼굴이 보였다.
 
 '죽여주마, 반드시.'
 
 나는 속으로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툭.
 
 힘빠진 손이 아래로 축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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