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멸망할 세상의 회귀자

프롤로그.

2022.06.04 조회 17,513 추천 629


 1.
 2023년, 세상에 몬스터 홀이 등장하기 시작한 이후 세상에는 단 두 가지의 직업만 존재했다.
 홀 너머에서 온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는 헌터와 그들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노예.
 정호영, 그는 후자였다.
 헌터로 각성하지 못 한 그는 살기 위해 헌터의 노예가 되었다.
 그리고 무엇이든 했다.
 헌터들이 필요한 무엇이든.
 그들의 요리사가 되어주고, 그들의 심부름꾼이 되어주고, 그들의 사냥을 위한 미끼가 되어주고, 그들 대신 몬스터를 상대로 시간을 벌어주는 고기 방패가 되어주었다.
 그렇게 20년을 살아남았다.
 정말 구차하게, 비참하게.
 그러한 삶의 끝이 왔다.
 
 “아······ 빌어먹을.”
 
 그 쓴소리와 함께 정호영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그러자 보였다.
 몸길이 300미터의 거대한 붉은빛 드래곤이.
 
 ‘세 번은 없는 건가?’
 
 더불어 드래곤을 마주한 건 이번이 세 번째였다.
 달리 말하면 정호영은 앞선 두 번의 조우에서 살아남았었다. 드래곤과 마주해도 살아남을 만한 경험이 있다는 것.
 그러나 이번만큼은 정호영은 죽음을 각오해야 했다.
 지금 저 레드 드래곤의 두 눈은 멀어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두 눈을 멀게 한 건 그 누구도 아닌 헌터들이었으니까.
 
 ‘증오룡.’
 
 그래서 그 누구보다 인간을 증오하는 용이었으니까.
 단 한 마리의 인간도 남김없이 죽여 버릴 만큼 증오하는 용.
 그리고 그 증오룡이란 새로운 이름을 가진 이후 증오룡을 직접 보고 살아남은 자는 없었다.
 
 ‘여기까지다.’
 
 그렇게 죽음을 받아들인 정호영은 오랜 시간 준비했던 일을 했다.
 그는 하나밖에 남지 않은 오른손을 움직여 제 왼쪽 가슴팍의 앞주머니에 있는 것을 꺼냈다.
 단단한 케이스를 꺼냈고, 그것을 열었다.
 그 안에서 담배 한 개비와 라이터를 꺼냈다.
 그건 정호영의 꿈이었다.
 몬스터들이 넘치는 시대, 이제 담배를 피우는 게 가장 확실한 자살행위가 된 시대.
 그런 시대에서 정호영은 봤다.
 
 ‘이게 얼마나 끝내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피우는 자들을.
 
 ‘죽을 걸 알고도 피우는 거지?’
 
 그때부터 그는 꿈을 꿨다.
 죽기 직전에 담배가 얼마나 맛있는지 확인해보자고.
 그리고 그때가 왔다.
 정호영이 담배를 물었다.
 불을 붙였다.
 오랜 시간 준비한 덕분에 처음 피우는 담배임에도 용케 불이 붙었고, 이내 연기가 폐부를 찌르고 들어갔다.
 
 “콜록, 콜록!”
 
 곧바로 기침이 나왔다.
 
 크르르!
 
 그 기침 소리 그리고 담배 냄새에 증오룡이 반응했다.
 증오룡이 입을 벌렸고, 그런 녀석의 입 안에서 새빨간 빛이 모이기 시작했다.
 드래곤 브레스, 그것을 보는 순간 정호영의 머릿속에는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하나씩.
 
 ‘빌어먹을 헌터 새끼들.’
 
 자신을 노예로 삼았던 자들, 그들 밑에서 경험했던 굴욕과 비참한 나날들.
 
 ‘그 헌터 새끼들 밑에서 별걸 다 했네, 별걸 다 했어. 살아남으려고.’
 
 정말 살아남기 위해서 뭐든지 했고, 헌터들은 그런 정호영에게 무엇이든 시켰다.
 물론 마냥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좋은 사람도 있었다.
 
 ‘길잡이를 믿을 것이지.’
 
 그중에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제 능력을 아낌없이 베풀던 자도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그러한 자들을 외면했다.
 외면 속에서 영웅들은 먼저 죽고, 간웅들만이 남았고, 그 간웅들마저도 제 욕망을 좇다가 하나씩 죽었다.
 그렇게 세상은 몬스터만 남게 됐다.
 
 “아.”
 ‘그날이다.’
 
 그렇게 하염없이 흘러가던 장면은 이내 그날로 왔다.
 
 ‘최초의 그날.’
 
 2023년 6월 24일.
 지금 증오룡이 머금기 시작한 불꽃만큼이나 유난히 뜨거운 여름이 찾아오던 그날.
 그날 스물아홉 살이던 정호영은 난생 처음으로 제주도로 여행을 갔고, 제주국제공항을 나서고 뜨거운 햇살을 마주했다.
 그리고 지옥이 시작됐다.
 
 ‘그래, 이렇게 뜨거웠었지.’
 
 그렇게 정호영은 20년 만에 그날을 추억했다.
 그러면서 준비했다.
 
 ‘끝이군.’
 
 이제 이 기나긴 회상을 왔음을.
 죽음을 마주할 때가 왔음을.
 그 사실에 실소를 머금은 정호영이 제 입가에 손을 가져갔다.
 
 ‘씨발 이딴 게 뭐가 맛있다고. 미친 흡연자 놈들.’
 
 그리고 깨달을 수 있었다.
 
 ‘어?’
 
 제 입에 물고 있던 담배가 사라졌음을.
 
 ‘뭐지?’
 
 그 사실이 놀라는 정호영이 이내 고개를 돌리자 잘렸던 제 왼손이 돌아온 게 보였다.
 그 손으로 제 몸을 만지자 촉감이 느껴졌다.
 그 순간 정호영은 직감했다.
 이게 기억 따위가 아님을.
 지금 이 순간은 명명백백한 현실임을.
 그 사실에 정호영의 모든 오감이 곤두서기 시작했다.
 
 ‘설마 회귀?’
 
 자신이 과거로 돌아왔음을.
 다시 한 번 더 삶을 살 수 있음을.
 
 ‘아.’
 
 그러나 그 사실에 정호영은 기뻐할 수 없었다.
 
 ‘잠깐, 분명 그때 내가 제주공항에서 나오고······.’
 
 알았으니까.
 
 ‘그 후에 몬스터가 등장했다.’
 
 자신이 세상이 지옥으로 변하기까지 10분 전으로 회귀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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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50)

문피아EDU    
작가님 파이팅입니다!
2022.06.04 13:13
호우재애    
늘 똑같은 맛이군.
2022.06.04 13:37
국까까    
증오룡 보고 살아남은 사람 없는데 어떻데 소문 퍼진거죠. 천리안 같은 관측 마법이 흔간가요?
2022.06.04 16:23
디다트    
헙, 지적해주신 대로 표현이 부족했습니다. 직접이란 표현을 추가했습니다!
2022.06.04 16:25
노란거울    
좀모이면 볼께요 ....
2022.06.04 16:47
VIGIL    
작가님 팬입니다...!
2022.06.04 17:04
단군한배검    
건필하세요 ^0^
2022.06.04 21:31
mk29    
유료가면 볼게요
2022.06.05 20:22
성호신    
bj회귀자로 몸풀기다하셧나
2022.06.06 06:27
juho165652    
재밌네요~~
2022.06.06 10:49
0 /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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