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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다 가지고 귀환했다

1화. 다 가지고

2022.06.27 조회 83,469 추천 1,326


 눈 떠보니 지옥이었다.
  지옥 마계.
  세계와 세계가 부딪쳐 만들어지는 던전 크러쉬에 휘말려 떨어진 이곳은 자신을 집어 삼키려는 몬스터들로 가득했다.
  도윤은 F급 각성자였다.
  보잘 것 없고 별 다른 재능이 없는.
  그렇기에 이런 마경에 떨어진 이상 살아날 가능성은 한없이 0에 가까웠다. 하지만 도윤은 이대로 죽을 수 없었다.
 
  ‘엄마, 형.’
 
  홀로 일하는 어머니와 하나 밖에 없는 형.
  각성자가 된 이후로 얼마나 많이 속을 썩였던가. 집안에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 각성자 아카데미에 들어가고 교육을 받았다.
  A급 각성자가 되어 받았던 은혜를 전부 갚겠노라고 다짐했다.
  여기서 죽는다면 죽도 밥도 안된다.
 
  ‘살아남아야 돼.’
 
  그렇게 마계에서의 생존이 시작됐다.
 
 
 
  -10일 차.
 
  이곳은 몬스터들로 가득한 곳이었다.
  약육강식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이곳의 몬스터들은 약한 몬스터들을 먹잇감으로 삼았다.
  식량은 없고 먹을 수 있는 거라곤 몬스터들 밖에 없다. 결국 살기 위해선 몬스터들을 죽이고 먹어야 했다.
  역겨움을 참고 먹었다. 살아야 했기에.
  그의 각성 능력인 신체 강화 덕분에 몬스터들과의 싸움은 수월했다. 10일 동안 확인해본 바 자신이 떨어진 이 곳은 자그마한 몬스터들의 영역인 듯 보였다.
  자그마한 몬스터도 이렇게 포악하고 버텨내기 어려운데 이 영역 너머는 얼마나 더 위험할 것인가.
  하지만 당장 앞의 위협 때문에 다른 잡다한 생각들이 불가했다.
 
 
 
 
  -30일 차.
 
  벌써 한달이 지났다. 처음에 적응되지 않던 몬스터들과의 싸움도 점점 적응이 되고 있었다.
  원래 세계에서는 던전에 들어가야만 만날 수 있는 몬스터들이 이곳에서는 지천에 널려 있다. 때문에 하루 내내 긴장감을 풀 수가 없었다.
  몸의 감각이 저절로 예민하게 변화했고 조금이라도 마음을 놓으면 공격을 당했다.
  그랬기에 강제적으로 강해질 수 밖에 없었다. 강해지지 않으면 죽으니까.
  그렇게 몇 번이나 강제로 사선을 넘다보니 도윤은 어느새 이 영역에서 꽤나 강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예민한 감각이 속삭이고 있었다. 이곳에서 제일 강한 이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노라고.
 
  “씨X. 어차피 죽느냐 사느냐. 부딪쳐 봐야 아는거야.”
 
  그 날. 영역의 주인이 도윤의 손에 쓰러졌다.
 
 
 
  -68일 차.
 
 
  영역의 주인이 됐지만 끝없이 도전자들이 나타났다. 도윤은 그런 놈들을 전부 다 때려 부수고 잡아먹었다.
  언젠가부터 몬스터를 먹는 일이 역겹게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각성자 아카데미에서 그렇게 공부해도 안되던 것들이 점차 되기 시작했다. 신체 강화도 이전보다 더 강력해졌다.
 
  “더 상처가 안나.”
 
  상처 투성이에 굳은 살이 잔뜩 낀 두 주먹. 매일 같이 상처가 나 고통스러웠던 두 주먹에 더 이상 상처가 나지 않고 있었다.
 
  “나가 보자.”
 
  언제까지고 여기서 살 순 없다. 그는 돌아가고 싶었다.
 
 
 
 
  -108일 차.
 
  새로운 영역은 강력한 몬스터들이 잔뜩 있었다. 도윤은 이전의 영역에서 때처럼 놈들과 싸웠다.
  더 날카로운 이빨에 주먹을 쑤셔 넣었고 놈들을 요리하며 먹었다.
  온 몸에 상처가 나고 피가 흘렀지만 개의치 않았다.
  상처가 나지 않을 때까지 몬스터들을 때려 눕히면 그만이다.
 
 
 
  -300일 차.
 
  상처가 나지 않는다는 건 이 영역에 적응 했다는 소리였다. 도윤은 자신이 조금은 강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싸움 속에서 그는 자신의 신체 강화 능력을 어떤 식으로 사용해야 할지 알았다.
  이 능력은 꽤나 배분이 중요한 능력이었다. 온 몸에 퍼진 신체 강화가 100이라고 쳤을 때 도윤은 이 100의 능력치를 온 몸에 배분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 곳을 강화하고 싶을 때는 이 100을 한곳에 모으면 됐다.
 
  “100은 다 안돼.”
 
  한곳에 100을 다 몰았다는 건 나머지가 텅 비었다는 소리였다. 맞기만 해도 죽을지도 모르는 상태.
 
  “본능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것 같은데.”
 
  도윤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우선은 한걸음이었다. 이쪽 영역의 지배자를 죽이고 나면 또 얻는 게 있을테지.
 
 
  -500일 하고도 38일차.
 
  또 영역 한곳을 지배하고 있던 지배자를 죽였다. 어느 순간부터 도윤을 따르는 몬스터들이 많아졌다.
  아니. 정말 저들이 몬스터일까?
  도윤은 의문이 들었다. 정말 깊게 따지고 들자면 이곳에서 몬스터는 저들이 아니다.
 
  “내가 몬스터겠지.”
 
 
  -기억나지 않음.
 
  숫자를 세는게 아득히 힘들 만큼 시간이 흘렀다. 3년 아니면 5년 그것도 아니면 10년이 지났을 수도 있다.
  누군가 지배하는 영역으로 들어 가 싸우고 싸우고 또 싸웠다. 그 과정에서 따르게 된 부하들이 계속해서 생겨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상처를 입는 일은 적어졌다.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 도윤은 상처 입지 않은 자신을 보았고 주먹 질 한번 혹은 몇 번의 발차기로 죽는 몬스터들을 보았다.
 
  “강해진거 같은데.”
 
  뿐만 아니라 몬스터들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들 중 자신 만큼은 아니어도 지성을 가진 이들이 있었고 이런 놈들에게는 언어가 있었다.
  처음엔 알아먹기 힘들었지만 오랜 시간을 계속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 하니 이제는 외국어처럼 이해하고 써먹을 수도 있었다.
  캭- 캭- 거리는 말은 아직도 어색했지만 그래도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도윤은 새삼 기분이 좋아졌다.
 
 
  -기억나지 않았던 때로부터 숫자를 세어 1000일 뒤.
 
  동쪽의 지배자시여!
 
  어느 순간 도윤은 동쪽의 지배자라 불리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자신이 있던 곳이 이 지옥을 중심으로 동쪽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서쪽의 지배자가 있으며 그놈이 본래 이 지옥의 주인이라는 것을.
  본래 이 지옥의 주인이라면 분명 여기서 나갈 방법을 알고 있을 터.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도윤은 서쪽으로 군단을 이끌고 움직였다.
  머릿속에는 흐릿하지만 기억이 분명 존재했다.
  한때는 꿈에도 자주 나올 정도로 소중했던 가족들이었건만.
  사람이 누군가를 잊을 땐 목소리부터 잊는다 했던가.
  이제 꿈에 그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뻐끔거리기만 할 뿐. 얼굴도 흐릿했다. 잊고 싶지 않은데 잊혀지고 있다.
  한껏 울고 싶었지만 깨어나니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xxxxx일
 
 
  대륙의 지배자시여!
  마계의 왕이시여!
 
  도윤은 마계를 정복했다. 며칠이 지났는지는 모른다. 그저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것만 안다.
 
  “드디어 끝났군.”
 
  여기까지 오면서 도윤은 뭔가 새로운 걸 배우지 않았다. 중간 중간 그러한 것들이 꼭 필요한 부분이 있었지만 세상은 그리 쉽고 녹록하게 흘러만 가지 않았다.
  가진 바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리는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도윤은 신체 강화를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원하는 대로 배분할 수 있었고 신체를 마음 먹은 대로 움직이는 게 가능해졌다.
 
  “한곳에 99를 모으는 것도 이제 가능해졌어.”
 
  재밌게도 온 몸 전체에 1을 남기더라도 웬만한 몬스터들에게는 죽지 않을 정도로 강해져버린 상태였다.
 
  “왕이시여. 정말 돌아가시려는 겁니까?”
 
  이 지옥에서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오르면서 모인 부하들은 도윤이 떠나지 않기를 바랬다.
 
  “돌아가시게 되면 모든 힘이 사라지실 겁니다! 그래도 돌아가시려는 겁니까!”
  “상관 없어. 지옥의 왕으로 살 바에야 평범한 인간으로 살겠다.”
 
  지옥의 옥좌에 앉은 도윤이 천천히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곤 한숨을 내쉬었다.
  스륵 스르륵. 자신의 바로 앞에서 끈적한 소리를 내는 몬스터를 보니 절로 나오는 한숨이었다.
 
  “얘랑 해서 후계자를 낳을 수 있겠냐고. 도대체 너희들 왜 그런거냐? 너희라도 말렸어야지.”
 
  오징어 같은 머리. 그 밑에 달린 달팽이 같은 몸체.
  베나첼이라고 불리는 이 지옥의 몬스터는 몬스터 피셜 지옥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였다.
  수많은 몬스터들이 그녀를 차지하기 덤볐지만 그녀는 이 지옥에서도 손 꼽힐 정도로 강한 개체였으므로 차지할 수 있는 이가 없었다.
  거기에 베나첼은 호전적이어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질투하는 개체를 전부 다 죽여버렸다.
  인간과 비슷한 형태의 여성형 몬스터 개체는 그렇게 베나첼의 손에 멸족 당했다.
 
  “부럽습니다 마왕님.”
 
  베나첼의 유혹에 몬스터들이 얼굴을 붉히거나 부러운 듯한 눈빛을 보냈다.
 
  "다들 내 손에 죽어볼래?"
  "죄송합니다."
  "넘보지 않겠습니다."
  "개같은."
 
  단호한 도윤을 보며 베나첼은 몸을 떨었다.
  그 어떤 몬스터도 자신을 거절해 본 일이 없다.
  그렇기에 베나첼은 도윤에게 더더욱 끌렸다. 물론 도윤은 그저 끔찍할 뿐이었다.
 
  “준비해라.”
  “예. 바로 의식을 준비하겠습니다.”
 
  몇몇 부하들 중에는 도윤이 빨리 떠나기를 바라는 이도 있었다. 지옥의 왕인 도윤이 떠나게 되면 지옥의 주인은 또 다시 사라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기회가 생기기 마련.
 
  '능력 있는 놈들이야. 차라리 이런 편이 좋지.'
 
  부하로 두기엔 믿음직스럽지 못했지만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는데 있어서는 정말로 믿음직한 놈들이었다.
  그렇게 도윤은 빠르게 귀환 준비를 했다.
 
  “후회하지 않으십니까? 여기서 얻으신 전부를 두고가셔야 합니다.”
  “상관 없어. 돌아가기만 한다면.”
 
  도윤의 굳은 표정에 의식을 맡은 부하가 눈을 감았다. 저런 배포가 있기에 지옥의 왕이 될 수 있었던 거겠지.
  의식대.
  거대한 의식대 앞에 도윤이 이끄는 모든 몬스터들이 모여 있었다.
 
  “정말 떠나시렵니까.”
  “이제야 모든 것들이 발 아래 있게 되시지 않았습니까.”
  "여기서 쌓은 모든 것들을 잃게 되셔도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부하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여기까지 오는 데 있어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는가.
  그것들을 모두 버릴만큼 본래 살던 세계가 좋단 말인가.
 
  "약속을 했거든. 형하고 어머니하고.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지킬 생각이다."
 
  그리고 그 날 의식은 성공했다.
 
 
  ***
 
 
 
  어느 울창한 숲.
 
  “돌아 온건가.”
 
  도윤은 주변을 살폈다. 좌표 설정을 어떻게 했는진 몰라도 꽤 괜찮은 곳으로 보내준 듯 했다.
  그리곤 이리저리 몸을 풀었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몸 상태를 확인했다.
  몸에 넘쳐났던 마나가 이제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씨익.
  그러나 도윤은 심호흡을 한 후 미소 지었다.
 
  “인벤토리.”
 
  눈 앞에 투명한 창이 열렸다.
 
  “내가 고스란히 힘을 두고 올 것 같아?”
 
  지옥에서 얼마나 많이 고생해왔던가. 근데 그걸 다 버리고 본래 세계로 온다고?
 
  “X 까는 소리지.”
 
  인벤토리에는 이미 정수로 만들어 놓은 힘의 결정체가 있었다. 도윤은 그대로 자신의 정수를 그대로 삼켰다.
 
  "다 가지고 와야지. 내가 그 거지 같던 지옥에서 고생한 대가 전부!"

댓글(66)

    
ㅋㅋㅋ 처음 시작하는거 오마주임 ^_^
2022.06.27 19:39
옅은이    
이거 뭔가 만년만에 귀환하신 누구님 생각나네
2022.07.03 15:19
효녹    
내용은 볼만한데 글이 너무 이상합니다
2022.07.04 15:53
레지엠    
베나첼도 데리고 왔겠지?
2022.07.07 12:46
알베이    
김치찌개에 미친 마왕이 떠오른다.
2022.07.07 13:51
tower    
정독하겠습니다~^^
2022.07.11 09:10
행운빨    
오강우 못지않게 불행한듯
2022.07.11 20:15
눈팅맨    
엉 만년만에 귀환한.... 조금 비슷한 도입부인데
2022.07.11 20:42
zkak    
김치찌개 먹을거임?
2022.07.12 08:21
6M    
어디서 많이... 많이 익숙한 도입부인데.. 리메이크 작품이라고 착각할 만한..
2022.07.1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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