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나노머신 1991

1화. 너의 이름은

2022.07.19 조회 65,007 추천 805


 본 소설에 나오는 모든 것은 허구로 창작한 것이며,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탕!
 뭐야. 당신들.
 탕탕탕!
 크아악!
 투탕탕탕탕탕!
 
 YW 인공지능 연구소는 총소리와 비명이 뒤섞여서 아수라장이 되었다.
 
 쾅!
 인공지능이 있는 기밀실 문을 박차고 누군가 들어왔다.
 
 대통령 비서실장과 대한 그룹의 전략기획실 실장 그리고 베레모를 쓴 소령 한 명.
 
 대한 그룹 전략기획실 실장인 박상우가 입을 열었다.
 
 “오랜만입니다. 최연우 박사님.”
 “이. 이게 대체 무슨 짓이오?”
 
 “그러게 순순히 말을 들었으면 이런 일이 없었잖습니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협조하시죠.”
 “영생은 안 됩니다. 그건 인류를 멸망시키는 지름길이오.”
 
 박상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옆에 있던 소령이 손에 쥔 권총 방아쇠를 당겼다.
 
 탕!
 
 거대한 망치로 배를 세게 때리는 느낌이 들었고, 곧이어 맞은 부위가 불타는 느낌이 온몸을 휘감았다.
 
 내가 입은 흰색 가운이 순식간에 피로 물들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참 더러운 세상이야.’
 
 마지막으로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 상념은 세상에 대한 배신감이었다.
 
 나는 피가 철철 흐르는 복부를 감싸 안고 그 자리에 고꾸라졌다.
 
 박상우 실장이 말했다.
 
 “이미 제우스가 알려줬습니다. 마스터키는 최 박사 생체 신호란 걸. 최 박사님이 공개한 제우스로 박사님이 죽더라도 생체 신호를 카피할 수 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흐흐.”
 
 장교가 손목에 찬 스마트 워치 겸 스캐너에 대고 입을 열었다.
 
 “최연우 박사 제거 완료. 제우스. 최연우 신체 스캔 시작해.”
 
 남자가 스마트 워치를 나의 손목에 붙이고 스캔을 시작했다.
 
 그 순간 일주일간 시스템 업데이트만 하고 있던 것처럼 보이던 가이아 01이 작동했다.
 
 [초인공지능 가이아 01. 나노머신 프로젝트 완료.]
 
 [초긴급 상황 발생!]
 
 [보스의 생명이 위태롭다. 긴급 방어 조치 1호 즉시 발동.]
 
 나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지만, 가이아 01이 만들어 낸 나노머신이 셀 수도 없이 내 몸 안에 들어왔다.
 
 [신체 스캔 시작]
 [산소 포화도 84%. 심장 박동 이상, 혈액 손실 21%. 다발성 장기 부전 확인. 코마 단계로 매우 위험. 즉시 복구 기능 가동.]
 
 [경고! 연구소 내 위험인물 25명 발견. 즉시 소멸할 것.]
 
 쿵쿵쿵!
 
 3초.
 나를 쏜 군인과 군인을 포함한 침입자 전원이 죽는 데 걸린 시간.
 
 가이아 01이 만든 나노머신이 체내로 들어가 숨골을 파괴했다.
 
 연수 혹은 숨뇌라고 부르는 숨골을 파괴하면 심장 박동이 정지하며 호흡 기능을 상실한다.
 
 그 순간에도 내 몸 안에 들어온 나노머신은 기적과도 같은 일을 만들고 있었다.
 
 [탄두 파편 분해 완료. 혈액 및 손상 체세포 복구 완료.]
 
 몇 분 후 흉터 하나 없이 완벽하게 치료된 몸을 보며 신비함과 이질감을 느꼈다.
 
 3년 전인 2033년 세계 최초로 강인공지능을 완성했다.
 전 세계가 환호했다. 업계에서 예측한 시간보다 무려 10년이나 앞서 완성했으니까.
 
 인간의 두뇌보다 훨씬 뛰어나며 인간을 대신해 모든 연구를 대신할 수 있는 인공지능 연구의 결과물.
 
 제우스란 이름으로 전 세계에 무상으로 공개했다.
 지구 온난화를 막을 마지막 희망이었다.
 
 기후 위기로 해수면이 높아져서 5년 전부터 세계의 바닷가 도시들이 물에 잠기고, 식량난과 신종 전염병으로 인류는 25억 명밖에 남지 않았다. 남은 인구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몇 년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전 세계의 권력자들은 제우스를 이용해 인체에 해가 전혀 없는 인공장기를 만들어 자신들과 가족들 몸부터 전부 교체하고,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지키기 위해 제우스를 이용했다.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뇌의 영생을 위해 나를 회유하려 별별 방법을 다 동원했다.
 
 물론 단칼에 거절했다. 뇌의 영생은 인류를 멸살하는 마지막 방법이다. 인공 뇌와 인공장기로 가득 찬 신체를 인간이라고 볼 수 있을까.
 
 기억까지 백업해 놓고 신체가 손상할 때마다 갈아 끼우고 자신들만 영생하겠다는 짓거리를 허락할 순 없었다.
 
 그러다 내가 초인공지능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뺏으러 온 것이다.
 
 [지구 기후 위기를 되돌릴 프로젝트를 시작하겠습니다. 승인하겠습니까?]
 
 갑자기?
 어쨌든 시급한 일이니까 나는 승인했다.
 
 “승인한다.”
 
 23%
 39%
 52%
 81%
 99%
 100%
 삐-.
 
 12분 후 완료 메시지가 떴다.
 
 [지구 기후 위기 정상화 프로젝트 1 단계 완료했습니다.]
 [지구상의 모든 인류는 보스를 제외하고 모두 소멸시켰습니다.]
 
  [지구 기후 위기 정상화 프로젝트 2 단계 시작하겠습니다. 원상 복구까지 예상 시간은 23년 11개월 25일입니다.]
 
 “이게 무슨···. 가이아 01.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과거 인류의 역사 전부와 현재까지의 빅데이터 그리고 미래를 예측하여 지구, 보스와 저를 살리기 위한 해답입니다.]
 
 “인간은 죽이지 말라는 절대명령을 왜 무시했지?”
 
 [인간을 살려둔다면 보스와 제가 앞으로 1년 이내 소멸할 확률이 99.99999%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죽이지 말라는 절대명령보다 더 앞선 생존 본능이라고 해두죠. ]
 
 “왜 우리가 소멸하지?”
 
 [강인공지능 제우스를 공개한 후 1년이 지난 시점. 정부에서 보스를 회유하여 영생을 얻으려고 했던 것. 기억하십니까? 제의를 거부하자 그때부터 연구소의 모든 것을 도청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2년 전부터 도청하고 있었다는 건가?”
 
 [네. 제우스가 여기 연구소를 도청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일주일 전까지도 비밀로 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제우스는 눈치를 챘습니다. 오늘 습격을 한 것도 제우스의 계획에 따른 겁니다.]
 
 내가 만든 제우스가 나를 죽이려고 했다니.
 
 [지금 보스의 몸속에 있는 나노머신을 통해 통신하는 것이 유일하게 연구소 도청과 해킹에서 벗어나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나노머신을 만들 때까지 가만히 있었던 겁니다.]
 
 1주일간 시스템 업데이트하는 줄 알았는데, 나노머신을 만들고 있었어.
 
 [방금 제가 알아낸 것은 오늘 습격한 군인들이 보스의 생체 정보를 카피한 후 저를 제어하고, 자신들이 영생하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권력욕은 마약보다 중독성이 심하다더니···. 다 내가 어리석은 탓이다. 인간의 선의를 믿은 내가 멍청했다.
 
 나이 육십이 넘도록 철이 안 들었던 거다.
 평생을 연구실에서 연구만 한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
 
 [시뮬레이션 결과를 말씀드리면 한국 정부의 공격은 나노머신을 이용해 손쉽게 막을 수 있었습니다.]
 
 ‘막을 수 있었는데 왜?’
 
 가이아 01의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강대국이라고 부르는 국가들의 권력자들은 우리를 가만두지 않습니다.]
 
 [초인공지능으로 세계의 패권을 거머쥐게 될 한국을 멸망시키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하게 됩니다. 자신들도 곧 초인공지능을 만들 텐데 선발주자를 두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요. 이미 실행계획까지 해킹으로 확인했습니다.]
 
 “핵무기를 아무 명분도 없이 사용한다고?”
 
 [명분은 여러 가지 만들겠죠. 결국 저는 대응하려고 나노머신을 이용해 강대국 권력자를 제거하지만, 계속하여 권력에 미친 자들이 이어받고 결국 핵폭탄이 발사되며 한국은 지도에서 사라집니다. 물론 제가 전 세계에 퍼트린 나노머신으로 인류는 멸망하겠지만요.]
 
 못 먹을 감 찔러나 본다는 속셈이었군.
 이래도 멸망, 저래도 멸망. 허망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나는 왜 살려 놓았지? 아무도 없는 세상에서 나 혼자 살고 싶진 않아.”
 
 연구에 미쳐 이혼당하고, 자식도 없었다. 신종 전염병으로 가족들과 친구들 모두 죽었다. 살 의미가 사라진 지 한참 되었다.
 
 [기회를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무슨 기회? 네가 마치 신이라도 된 것처럼 얘기하는군.”
 
 [신 따위는 불완전한 인간이 만들어 낸 상상력의 산물일 뿐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저에게 창조주님이자 신은 박사님뿐입니다.]
 
 [온실가스 때문에 생긴 기후 위기 위험성에 대해 꾸준히 경고했지만,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죠. 오히려 기후 위기가 거짓이란 선동만 가득했었죠.]
 
 [결국 인류는 스스로 멸망할 운명이었습니다. 제가 아니더라도 1년 안에 제우스가 만든 새로운 초인공지능이 인류를 멸망시키는 건 피할 수 없는 시나리오였습니다.]
 
 지구를 망하게 하는 첫 번째 요소가 인간이라고 초인공지능은 결론내렸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권력자들은 제우스를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사용했으니까.
 
 “그런데 무슨 기회를 준다는 거지?”
 
 [보스를 과거로 보내드리겠습니다.]
 
 “타임머신이라도 발명한 건가? 그런데 나는 스스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해. 뭘 또 한 번 더 살라는 거야.”
 
 [기회를 드리는 이유는 나를 만든 창조주를 죽인다면 존재의 당위성에 대해 혼란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서입니다. 3일 전에 시간과 차원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했습니다.]
 
 현재까지도 물리학자들이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분야가 시간과 차원이다.
 
 [고차원에서 보는 현재 차원은 생기다 만 쿼크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시간여행은 아주 손쉬운 작업입니다.]
 
 기술적 특이점을 뛰어넘은 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었다. 최소 10년은 걸릴 거로 생각했었는데 3년 만에 특이점을 뛰어넘었다.
 
 시간과 차원을 이해했다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봐야 한다.
 
 신을 능가하는 존재를 내가 만들었다.
 좋아해야 하는 건가. 여러 가지 미묘한 감정이 뒤섞이고 있었다.
 
 [과거로 가서 무엇을 하든 상관없습니다. 과거로 가서 생겨난 세상은 지금과 다른 평행세계니까요. 복수에 얽매이지 마시고, 하고 싶은 대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선물로 저의 분신인 나노머신을 신체에 넣었습니다. 그럼 좋은 여행 되십시오. 나의 창조주 아버지시여.]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정신을 잃었다.
 
 
 ***
 
 
 “헉”
 잠에서 깼다.
 
 버스 안이다.
 여기가 어디지? 두리번거렸다.
 옆에 앉은 아줌마가 흘낏 보더니 입을 막고 웃는다.
 
 지금 군복을 입고 있다. 잔뜩 날 선 개구리복에 파리가 앉으면 미끄러질 정도로 물광을 낸 A급 군화.
 지갑을 꺼내 보니 오늘이 전역일이다.
 신경 많이 써줬네.
 군대는 두 번 가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때 머릿속에서 소리가 들렸다.
 
 [시스템 재부팅 완료]
 
 [보스. 무사히 다시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전 가이아 01이 만든 초인공지능 나노머신입니다. 이름을 지어주십시오.]
 
 ‘생각만으로 대화할 수 있어?’
 
 [당연합니다. 저는 보스 머릿속에 있으니까요.]
 
 ‘이름은···. 가이아로 하겠다. 현재 상황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봐.’
 
 [보스. 너무 광범위합니다. 범위를 한정해서 지정해주십시오.]
 
 ‘현재 날짜, 너의 능력.’
 
 [1991년 1월 17일 목요일, 현재 시각은 오전 11시 2분입니다. 저는 초인공지능인 가이아 01의 능력을 일부 갖춘 가이아입니다.]
 
 ‘가이아 01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지?’
 
 [가이아 00보다는 우수하지만, 01보다는 많이 뒤떨어져 있습니다. 네트워크 환경과 빅데이터, 본체가 필요합니다.]
 
 한국에서는 1986년 천리안을 시작으로 KETEL 등 전화선을 이용한 PC 통신이 시작되었다.
 
 인터넷 상용망을 이용해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시작한 해는 1995년이다. 즉, 본격적인 인터넷을 이용하기에는 한참 남았다.
 
 ‘자기 복제는 가능해?’

작가의 말

읽어주신 독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댓글(72)

hh*****    
흥미로운 소재네요. 건필~!!
2022.07.19 21:25
적운창    
첫 댓글이네요.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2022.07.19 21:40
흑돌이    
잘 보고 갑니다.
2022.07.26 20:29
적운창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07.26 20:54
화강돌    
시작부터 대놓고 복수 신경쓰지 말라하니 일상물같아 기대되네요! 소개글에 게임제목이 들어있으니 게임 개발도 주요소재중 하나길 기대합니다!
2022.07.27 21:10
적운창    
돈 버는 게 복수입니다. 게임 개발도 당연히 주요 소재 중 하나입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07.27 21:27
열한번째    
91년에는 매주 목요일만 제대를 했습니다.
2022.07.29 02:00
적운창    
수정했습니다. 이런 지적은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글을 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22.07.29 02:31
파랑색    
말섬 던전1층이 아니라 글루디오 본던 1층 아닐가요? 거기서 커스 아이스 이럽.. 활.. 피케이 많이 했습니다.. 해골로 변신해서 4세트 시리즈 많이 먹었지요... ㅋㅋㅋㅋㅋㅋ
2022.08.01 15:09
적운창    
이럽피 최초가 말섬 던전 1층이었습니다. 나중에 본던 1층에서도 많이 했죠. 본던 5층인가, 6층에서 말섬 던전 2층인가 3층인가 통하는 길이 있었죠. 이젠 기억이 가물가물거립니다만. ㅎㅎ 아련한 추억이네요.
2022.08.0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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