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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2022.07.31 조회 54,100 추천 585


 누군가는 말한다.
 성공에 있어 재능은 무의미하며 노력이 모든 걸 결정한다고.
 또 누군가는 말한다.
 그 어떤 노력도 재능을 이길 수는 없다고.
 
 이건 끝나지 않는 논쟁 중 하나다.
 과연 신은 있느냐 없느냐, 야구에서 정말 중요한 건 투수냐 타자냐, 사소한 것까지 들어가면 탕수육은 부어 먹는 게 맛있냐 찍어 먹는 게 맛있냐까지.
 
 이러한 것들은 개인의 경험에 따라 대답이 달라진다.
 영적인 체험을 한 사람들은 신을 믿게 되는 거고, 응원하는 팀의 에이스가 시리즈 7차전을 퍼펙트게임으로 우승시키면 투수야말로 야구의 전부라고 믿게 될 테다. 탕수육도 부어서 먹는 게 더 맛있다고 느껴졌으면 그 사람에겐 그게 정답이 되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노력과 재능의 논쟁 같은 건 끝이 나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야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 경험 속에서 재능은 노력 위에 있을 테니까.
 나도 그런 대답을 가진 사람 중 하나였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농구를 했다.
 농구 기자였던 아버지의 조기교육에 의해 다섯 살 때부터 농구공을 만지며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재능은 엘리트가 아니었다.
 
 175cm의 왜소한 키를 가진 가드. 이게 중학생 때까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평균 신장이 부쩍 높아지는 고등부에선 커다란 결함이 됐다.
 고등부 코치는 스텝과 반사 신경만큼은 좋으니 배구의 리베로나 탁구 같은 다른 길을 알아볼 것을 권했지만, 악바리 근성으로 버텨 냈다.
 이때의 나는 노력이 재능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시간은 전혀 없었을 정도로 오로지 농구에만 매진했다.
 그렇게 나는 프로에 입문했고, 준수한 슈팅 가드로 가시적인 성공을 거뒀다.
 
 [13시즌 통산 커리어 평균 득점 11.9점. 평균 어시스트 2.4개. 통산 3점 성공률 36.62%]
 
 나는 드래프트 2세대의 레전드 중 하나로 불리며 커리어를 끝마쳤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겠지. ‘에계? 레전드라는 선수의 기록이 이것밖에 안 돼?’라고.
 그런 사람들은 보통 NBA를 기준으로 두고 말한다.
 르브론은 평균 득점이 25점을 넘어선다느니, 요즘은 3점만 잘 던져도 되는 시대라 가드 혼자 캐리가 된다느니.
 그러면 설명한다. NBA는 경기 시간이 8분이 더 길고, 국내 리그는 센터 혹은 포워드 용병들 위주로 공격 시스템이 돌아가기 때문에 혼자서 많은 득점을 올리기가 어렵다고.
 그러나 돌아오는 말은 더욱 잔혹하다.
 
 -40분밖에 안 뛰는 게 자랑임? 그리고 꼬우면 그 용병들보다 잘하면 되는 거잖아. 뭐 잘났다고 나댐?
 -어차피 국내 리그도, 선수들도 삼류에 불과하잖아?
 -세계에서 알아주는 사람이 있기나 해?
 
 반박할 수 없었다. 그 말이 사실이었으니까.
 죽을 만큼 노력했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삼류 농구 선수. 그것이 냉정한 현실.
 더욱 슬픈 건 이런 나도 국내에선 재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재능의 벽이란 것이 뼈저리게 실감이 됐다. 노력의 무력함까지도.
 지금껏 내가 해 왔던 노력은 뭐였던 걸까? 다른 세계적인 선수들은 얼마나 대단한 노력을 해 왔기에 나는 삼류에 머무르고 만 건가.
 
 사실 20대 중반이 되던 시점에 이미 깨닫고 있었다.
 재능의 차이는 노력이라는 걸 간단히 짓밟을 수 있다는 걸. 진짜 재능 있는 선수는 내 노력의 50%도 하지 않고 200%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걸 말이다.
 만약 누군가가 전부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지껄인다면 그 면상에 농구공을 처박아 줄 의향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정도이니, 그 인터뷰는 내 속을 부글부글 끓게 하기에 충분했다.
 
 -재능이요? 제게 그런 특별함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노력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겁니다. 제 훈련 스케줄을 듣는다면 다들 깜짝 놀랄걸요.
 
 유명 NBA 선수의 인터뷰였다.
 화가 난 부분은 해당 선수가 심각한 일탈 행위로 팬들에게 자주 비난받는 이라는 점이었다.
 만약 저 말을 노력파 선수가 했다면 조금이나마 납득을 할 수 있었겠지.
 하다못해 르브론이 했다고 해도 그러려니 하며 이해를 했을 거다.
 하지만 재능 하나만으로 농구하는 게 뻔히 보이는 선수가 저런 인터뷰를 하니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할 수만 있으면 저 면상에 덩크를 꽂아 주는 건데.”
 
 심란해진 나는 찬장의 와인을 꺼내 마시며 마음을 달래다 도무지 취하질 않아 냉장고 깊숙이 박아 뒀던 소주를 꺼냈다.
 
 “재능 같은 건 필요도 없고, 키만 더 컸더라면···. 아니, 그것도 다 재능인 건가.”
 
 나는 진탕 취해 볼 생각으로 두 병째 소주를 마시려 했으나 쟁여 놓은 소주가 떨어진 모양이었다.
 
 “근처에서 마시고 오지 뭐. 대수 형이 지금 가게에 있으려나.”
 
 오늘은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취하고 싶다.
 그런 마음가짐이었으니 내 필름이 언제 끊겼는가는 나로서도 알 수 없었다.
 
  * * *
 
 의식이 돌아오자마자 처음 느껴진 건 구토감이었다.
 몸 전체가 토사물로 채워진 듯한 불쾌한 감각에 본능적으로 그것들을 토해 냈다.
 
 “쿨럭! 컥···!”
 “앗! 정신이 들어!?”
 
 술을 마시고 인사불성이 돼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쳤나 싶어 역류하려던 토사물을 어떻게든 삼켜 보려 했다.
 
 ‘이건··· 물?’
 
 위액이 섞여 진득하긴 했지만 적어도 술이나 음식물은 아니었다.
 나는 그제야 눈을 떴다. 꽐라가 된 게 맞았는지 일면식도 없는 중년의 남자가 걱정스럽다는 듯 무릎을 꿇은 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정말 죄송··· 쿨럭! 커헉!”
 
 사과를 하려 했지만 다시 구토감이 느껴져 이번에는 토사물이 튀지 않게 고개를 돌리고 남은 것을 토해 냈다.
 그 후 숨을 고르고 있자니 남자가 말한다.
 
 “학생, 일단 진정하고 호흡을 가다듬어.”
 “···예?”
 
 학생이라니. 겉치레로도 동안이라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말이다.
 남자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을 이어 간다.
 
 “괜찮은 모양이네. 학생은 운 좋은 줄 알아. 내가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죽었을걸.”
 
 중년의 남자는 겉멋이 든 표정으로 씨익 웃어 보였다. 왜인지 주변에서 그를 칭송하는 박수가 울려 퍼진다.
 주변에는 마치 구경이라도 난 듯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곧 구급차가 도착해 구급대원들이 내려 우리 쪽으로 달려왔다.
 중년의 남자는 괜찮다며 구급대원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아, 제가 강에 들어가 구조를 했습니다. 2차 사고가 날 것 같아서 다른 사람들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았고요. 지금은 학생도 정신을 차렸어요.”
 “선생님께선···?”
 “저는 라이프 가드 자격증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대단한 건 아니고요, 하하하.”
 “다행이네요. 대단한 일을 하신 겁니다. 이제부턴 저희가 맡겠습니다.”
 
 상황은 대강 알았다.
 아무래도 나는 술을 퍼먹고 발을 헛디뎌 강에 빠진 듯하다.
 
 ‘내가 그 정도로 멍청한 놈이었다니.’
 
 이게 언론에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부끄러워서 얼굴도 들지 못할 테다.
 나는 구급대원에게 입단속을 부탁하기로 했다.
 
 “저기 죄송하지만 이번 일은 저기··· 기자들이··· 모르···게?”
 
 처음에는 물을 먹어서 몸의 감각도 그렇고 목소리도 이상해졌던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본래 목소리와는 달리 어리고 깔끔한 음색. 나는 다급히 몸을 살펴보았다.
 
 ‘뭐야, 이게.’
 
 확연히 크고 길었다. 선천적인 근육의 질과 양도 본래의 나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뭔 소리 하는 거야, 학생.”
 
 구급대원은 가볍게 내 몸을 점검하더니 곧 청진기를 끼고 내 흉부에 가져다 대었다.
 
 “폐에 물은 차지 않은 것 같네. 호흡 마비로 인한 심정지가 왔었던 모양이야. 가슴에 든 커다란 멍은 누가 때린 게 아니고 그 아저씨가 CPR을 한 거니까 오해하지 마. 흉부 쪽에 골절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렇다고 그 아저씨 고소해 버리면 안 된다? 다른 문제는 없는 것 같고···. 너 진짜 운 좋은 줄 알아. 마침 인명구조원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근처에 있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게다가 오늘은 물살도 잠잠하고.”
 “죄송한데 거울 같은 걸 줄 수 있겠습니까?”
 “살아나니까 갑자기 그게 걱정되냐? 괜찮아, 조금 긁히긴 했지만 흉 질 상처는 없어.”
 
 내 요구를 다른 의미로 착각한 건지 구급대원은 어이없어하며 청진기를 갈무리한다.
 
 “너, 정말 자살하려고 한 거 맞아? 아니라면 빨리 말하는 게 좋아. 그래야 서로 편해지니까.”
 “편해진다뇨?”
 “아니, 그냥. 자살하려고 한 거면 정신과 상담도 알아봐야 하고, 네가 다니는 학교에도 통지를 해야 하거든. 경우에 따라 경찰도 불러야 하니까···. 어쨌든 귀찮아져. 그러니까 만약 사고인 거라면 미리 말하라는 거지.”
 “···자살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으휴,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만, 교복을 입은 채로 강에 빠진 애들 열에 아홉은 자살 시도더라. 일단은 구급차에 타. 지금은 괜찮아 보여도 다른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까. 몇 가지 검사를 해야 하거든. 나머지 얘기는 거기서 하자. 그러니까··· 이성현?”
 
 교복의 명찰을 본 모양이다.
 나는 그제야 상황을 완벽하게 파악했다.
 내게 새로운 재능과 기회가 찾아왔음을.

작가의 말

일상&스포츠 장르이며 스포츠는 복싱과 농구를 다룰 예정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댓글(34)

일생동안    
표지가 축구공으로 보여 축구물인 줄 알았네요.
2022.09.07 18:44
k4*************    
건필
2022.09.13 02:02
경주김씨    
표지나 바꾸시오
2022.09.15 16:25
여린메시아    
표지때문에 축구인줄.
2022.09.17 07:06
어여    
작가님 오랜만입니다
2022.09.17 08:43
능지처참    
메세지 받으니 왜 예능 일상이 안나온지 알겠네
2022.09.17 09:07
궁서체    
쪽지로 링크타니 회그슬이 나오네요 수정하셩할듯
2022.09.17 14:18
하맛치    
어라 작가님 쪽지보고 mensol로 찾아도 안나와서 보니까 필명이 바뀌셨네요
2022.09.17 15:54
Latuca    
mensol 작가님... 필명 바꿨다는 건 이야기 해주셨어야죠...
2022.09.17 22:29
샤옹    
축구물인줄알았는데 농구복싱이네
2022.09.17 22:51
0 /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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