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은 지나치게 여성적인 자신의 이름을 좋아해 본 적이 없었다. 키가 198cm에 근육질인 남성의 이름으로 서윤은 영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그놈의 이름을 좋아해야 할까?
거울에 비친 소녀를 보았다.
십오 세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녀였다.
그 얼굴을 맘 편히 감상하기는 어렵다. 머리도 눈동자도 검은데, 부담스러울 만치 예뻐서 말 걸기도 껄끄러운 얼굴이다.
왜, 매력적인 이성에게 괜히 다가가면 성적 호감을 표출하는 것으로 여겨질까 봐 걱정스러운 법 아닌가? 그래서 일부러 거리를 두려는 심리가 있기 마련이다. 서윤이 생각건대, 만약 어딘가에서 이 소녀를 본다면 그저 감탄할 뿐 이쪽에서 먼저 친한 척하지는 않을 것 같다.
하여간, 덩치 큰 소방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군.
서윤이 눈살을 찌푸리자 거울 속 소녀 또한 눈살을 찌푸렸다.
저 소녀의 모습이 이제 자기 모습이라는 건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심지어 성별마저 달라진 마당 아닌가.
계속해서 거울 속 자신을 노려보았다.
모습이 바뀐 지 일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이름도 모습도 좋아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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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무너진 미용실을 나서자 몸이 떨렸다. 차가운 바람이 서윤의 양어깨를 움츠러들게 했다.
이 와중에 걷기 싫었지만 그래도 움직여야 했다. 조용히 길가를 걷던 와중이었다.
“살려주세―”
어딘가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서윤은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곧바로 몸을 돌려 소리가 들린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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